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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의 철벽, 감찰관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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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 철공소 앞마당 연무장의 대기는 단숨에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림맹 감찰관 독고린의 오른손에 쥐어진 명검 적양검(赤陽劍)의 시퍼런 칼날을 타고, 자색과 홍색이 뒤섞인 흉포한 화독 진기(火毒 眞氣)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그 열기는 연무장 바닥의 모래 먼지를 바싹 태워버릴 기세로 불타올랐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지독한 유황 냄새는 지켜보던 대장간 수석 야장 장삼과 인부들의 목구멍을 턱턱 막히게 만들었다.


“천치 벙어리 놈이 감히 무림맹의 권위를 능멸하고 내 정예 대원들을 상해해? 눈이 먼 상태에서 기이한 쇳소리 장난질로 요행을 바란 모양이다만, 이 적양검의 화독 앞에서도 그 도집이 버텨낼 것 같으냐!”


독고린이 포효했다. 그의 신형이 대지를 박차고 솟구치는 순간, 연무장 바닥의 돌들이 예리한 도풍에 깎여 나가며 폭풍처럼 휘날렸다. 맹주 직속의 비전 무공인 천영검법(天影劍法)의 초식이 전개되자, 허공에는 수십 자루의 자색 검 그림자가 아지랑이처럼 흩날리며 강우의 전신을 옥죄어 왔다.


눈을 가린 흰 천 너머, 강우의 심안(心眼) 속에서는 그 화려한 검초들이 오히려 하나의 거대한 열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야철안 2성(공명청음)의 경지에 도달한 강우의 귀에는, 적양검이 허공을 가르며 내뿜는 고온의 파동과 쇳소리의 미세한 진동이 실핏줄처럼 선명하게 와닿았다. 비록 시각은 완전히 차단되었고, 청각에 내력을 집중하느라 귀에서 흘러내린 암적색 혈류가 뺨을 타고 턱끝을 적시고 있었지만, 강우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벼려져 있었다.


‘검의 궤적은 우측 사선에서 목덜미를 노리고, 화독의 본류는 가슴을 향해 짓쳐든다.’


강우는 묵묵히 왼손에 쥔 적소도의 무거운 도집을 치켜세웠다. 그의 오른손목은 어긋난 뼈마디의 극심한 골절 통증으로 인해 완전히 마비되어 대투 속에 고정되어 있었기에, 오직 연희가 천년한철로 제련해 준 검푸른 현철 장갑(玄鐵 掌甲)을 낀 왼손 하나로만 적의 명검을 상대해야 했다.


스으윽.


강우는 강골보(强骨步)의 보법을 전개하며 하체를 연무장 돌바닥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적양검의 칼날이 그의 어깨를 가르기 직전의 찰나, 도집의 넓고 평평한 옆면을 비스듬히 대어 마주했다.


‘도집 받치기 (횡경막).’


끼이이이익-!


귀를 찢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금속 마찰음이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독고린의 맹렬한 검날이 강우의 도집 사선을 타고 사선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적양검에 서린 흉포한 화독 진기가 도집의 쇠가죽 표면을 그을리며 불꽃을 튀겼지만, 강우는 몸의 무게중심을 완벽히 활용하여 그 파괴적인 충격을 대지로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빗겨 나간 검세가 연무장 바닥을 강타하자, 돌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붉은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이놈이 맹주님의 검법을 흘려내다니!”


독고린은 자신의 첫 초식이 완벽히 무력화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일류 무인답게 즉각 검세를 바꾸어, 검끝을 회전시키며 사방으로 붉은 화독 검기(火毒 劍氣)를 폭사시켰다.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붉은 열독의 그물망이었다. 피할 공간은 없었다. 뒤편 기둥에는 피투성이가 된 소철이 매달려 있었기에, 강우가 물러선다면 소년이 화독의 제물이 될 터였다.


강우의 눈동자가 흰 천 너머에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물러서는 대신, 현철 장갑을 낀 왼손을 번개처럼 허공을 향해 뻗었다.


치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수증기와 탄화하는 연기가 강우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강우는 독고린이 발사한 화독 검기를 현철 장갑을 낀 맨손으로 직접 움켜잡아 지워버린 것이다. 천년한철의 지독한 냉기가 서린 현철 장갑은 적양검의 열독을 정면으로 흡수하며 얼려버렸다. 비록 극고온의 열기가 장갑 내부로 미세하게 스며들어 강우의 왼손 피부를 태우는 듯한 가혹한 고통을 유발했지만, 강우는 단 한 마디의 신음도 내지 않은 채 벙어리 아광의 침묵을 유지했다.


“괴, 괴물 같은 놈! 맨손으로 내 검기를 지워?”


독고린의 오만하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으로 뒤틀렸다. 장인들과 인부들이 지켜보는 눈앞에서 눈먼 벙어리 잡역부 하나를 제압하지 못하고 검기마저 막히자, 그의 이성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독고린은 단전의 모든 진기를 적양검에 쏟아부으며, 강우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벼락같은 일격 필살의 직선 찌르기를 감행했다.


쿠우우웅-!


적양검의 검신 전체가 자색 번개처럼 붉게 달아오르며 강우의 명치를 향해 짓쳐들었다. 검이 공기를 찢는 속도는 소리보다 빨랐지만, 강우의 심안에는 그 검이 내뿜는 쇳소리의 주파수가 오히려 하나의 거대한 기회로 다가왔.


‘검신 중앙, 자루에서 세 치 윗부분. 제련 과정에서 탄소 배합이 미세하게 어긋나 기포가 뭉쳐 있는 결함 부위.’


야철의 눈으로 적양검 고유의 미세한 약점을 소리만으로 간파한 강우의 신형이 한 걸음 앞으로 전개되었다. 그는 왼손으로 도집을 꽉 쥔 채, 적양검의 검날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궤적으로 도집 끝을 곧게 찔러 넣었다.


‘무진경 2성, 침투 내경(浸透 內勁).’


도집 끝이 적양검의 결함 부위에 닿는 순간, 강우는 단전 깊은 곳에 응축해 두었던 무진경의 기맥 진동을 폭발적으로 방출했다. 진기는 적양검의 강철 표면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검신 내부 깊숙한 기포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쇠의 분자 결합을 안에서부터 거칠게 흔들었다.


쩍, 쩌적-!


찰나의 침묵 뒤, 연무장 전체에 장엄하고도 기괴한 금속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독고린의 손에 쥐여 있던 명검 적양검이, 강우의 도집 끝에 닿자마자 단 한 번의 충돌 만에 수천 개의 붉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산산조각 나 비산했다. 붉게 달아오른 강철 조각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연무장 돌바닥 위로 흩뿌려지는 광경은 마치 피의 비가 내리는 듯 기괴하고 장엄했다.


“내, 내 적양검이…… 맹주님이 하사하신 신검이 어찌 이딴 녹슨 도집 한 방에……!”


독고린이 부러진 검자루만을 쥔 채 넋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강우의 반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우는 신형을 반 치 더 좁히며, 무거운 도집 끝으로 독고린의 가슴 정중앙, 기해 단전의 핵심 혈도를 무겁게 짓눌렀다. 도집 끝에 실린 무진경의 침투 내경이 독고린의 피부를 상하게 하지 않고 가슴뼈 속 경맥으로 침투해 들어가 그의 단전 기류를 완벽히 뒤틀어놓았다.


쿠드득!


“끄아아아악-!”


독고린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단명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단전 기해가 순식간에 폐쇄되며 온몸의 진기가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류 무인으로서 쌓아온 그의 모든 공능이 일순간에 봉인되는 끔찍한 거세의 고통이었다.


독고린은 온몸의 기맥이 뒤틀리는 극통을 이기지 못하고, 강우의 발밑을 향해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핏덩이가 한 움큼 쏟아져 나와 연무장의 흙바닥을 적셨다. 무림맹의 오만하던 감찰관이, 자신들이 개돼지라 부르던 철공소 인부들과 장인들의 눈앞에서 단 한 자루의 검을 뽑지도 않은 눈먼 도객의 발아래 비참하게 굴복한 것이다.


“으, 으윽…… 이 역적 놈들이…… 감히 무림맹의 감찰관을……!”


독고린이 바닥을 기며 굴욕적인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힘을 잃고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집법 대원들은 수장의 비참한 패배와 명검의 파괴를 목격하자, 완벽히 전의를 상실한 채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장삼과 인부들의 거친 함성이 연무장 사방을 뜨겁게 뒤흔들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쿵, 쿵, 쿵, 쿵!


연무장 사방의 흙먼지를 헤치며, 땅을 뒤흔드는 장엄하고 무거운 군마들의 말발굽 소리와 철갑 부딪치는 소리가 협곡 전체를 가득 채웠다. 연무장의 낡은 목조 울타리들이 일제히 부서져 나가며, 단정한 자색 관복 위에 황금빛 비늘 갑주를 걸친 황실 비선 조직 금의위(錦衣衛)의 정예 병사 수백 명이 노도처럼 연무장 안으로 들이닥쳤. 그들의 손에는 황실 비선 보검들과 장창들이 숲을 이루듯 빽빽하게 쥐어져 있었다.


“황명(皇命)이다! 이 자리에 있는 무림맹의 모든 무인은 즉각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반항하는 자는 역모로 규정하여 그 자리에서 멸구하겠다!”


금의위 정예병들의 서슬 퍼런 포효가 쏟아지며, 패배하여 전의를 잃은 무림맹 대원들의 퇴로를 완벽하게 포위 차단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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