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뢰동의 대치, 끊어진 쇠사슬
화산 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 연기가 천뢰동의 천장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펄펄 끓는 용암의 붉은 빛이 동굴 벽면을 피처럼 적셨다. 조필성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용암이 부글거리는 폭음 사이를 찢고 흘러나왔다.
지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용광로, 천뢰동은 그야말로 지옥의 아가리였다. 사방의 암벽은 붉게 달아오른 용암의 열기로 인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발밑 깊은 구덩이에서는 시뻘건 용암 파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독기 서린 열독 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기도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고, 강우의 피부는 뜨거운 열독에 노출되어 동상을 입듯 붉게 부풀어 오르며 맥박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강우는 오른손목의 부러진 뼈마디가 열기에 반응해 욱신거리는 고통을 참아내며, 천천히 지하 광장 중앙으로 연결된 외나무돌다리 위로 걸어 나갔다. 벙어리 아광의 위장은 이미 철저히 벗겨진 지 오래였다. 그의 깊고 서늘한 안광은 오직 제단 위의 원수, 조필성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광장 중앙, 용암 구덩이 바로 위에 위태롭게 솟아 있는 거대한 석조 제단 플랫폼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용암 위 허공에 밧줄 하나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마동포와 늙은 노예 장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발밑에는 펄펄 끓는 시뻘건 용암이 아가리를 벌린 채 튀어 오르고 있었다. 밧줄이 타들어 가거나 끊어지는 순간, 그들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릴 처참한 인질극의 현장이었다.
“네놈이 도집치기라는 해괴한 기술로 내 사병들을 제압했다고 들었다만, 이 끓어오르는 용암 위에서도 그 껍데기만 남은 도집으로 내 적뢰검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어서 그 녹슨 칼날을 뽑아보거라! 그렇지 않으면 저 쓸모없는 장인 놈들부터 차례로 용암 속의 땔감으로 던져주마!”
조필성이 적뢰검을 치켜들며 광기 어린 조소를 던졌다. 그의 손끝이 적뢰검의 검날을 타고 흐르는 자색 번개를 퉁기자, 용암 위의 인질 줄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강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말을 잃은 벙어리 아광의 침묵은 이제 가문의 혈원을 집행하려는 냉혹한 도객의 차가운 침묵으로 승화되어 있었다. 그의 왼손이 삼베와 쇠사슬로 칭칭 감긴 적소도의 묵직한 도집(칼집)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겠다 이거지? 좋다, 그럼 이 늙은 장인 놈부터 용암 구덩이의 온도를 올리는 불씨로 써주마!”
조필성이 비열하게 웃으며 적뢰검을 휘둘렀다. 검날에서 뿜어져 나온 자색 벼락이 허공을 가르며 늙은 노예 장인이 매달려 있던 밧줄 하나를 정확히 잘라버렸다.
툭-!
“으아아아악!”
밧줄이 끊어지며 늙은 장인이 시뻘건 용암 구덩이를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용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장인의 옷자락이 이미 검게 그을려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강우의 신형이 움직인 것은 바로 그 찰나였다.
스으윽-!
강우는 오른손목의 어긋난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고통을 무진경의 내력으로 억누르며, 외나무돌다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몸놀림은 자욱한 유황 연기 속에서 한 줄기 검은 그림자처럼 기민했다. 천천히 낙하하는 장인의 몸 아래로 파고든 강우는 왼손에 쥔 적소도의 묵직한 도집을 비스듬히 세워 올렸다.
‘도집 받치기 (횡경막).’
강우는 도집의 평평한 옆면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대어 낙하하는 장인의 허리춤을 받아냈다. 단순히 힘으로 받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장인의 낙하 속도와 질량을 도집의 사선을 타고 미끄러지듯 흘려보내며, 도집 끝에 미세한 회전력을 실어 반동을 유도했다. 슈우우욱, 도집의 기묘한 궤적을 따라 장인의 신형이 허공에서 가볍게 회전하며 용암 구덩이 너머 안전한 석조 돌다리 위로 부드럽게 튕겨 날아갔다. 쿵, 장인은 바닥을 굴렀으나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인을 안전하게 구조한 대가는 가혹했다. 공중에서 착지 지점을 잃고 외나무다리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디딘 강우의 신형이 일순간 크게 흔들렸다.
조필성은 이 결정적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하하!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주제에 남을 구하려 들다니, 멍청한 놈!”
조필성이 광포하게 포효하며 제단 위에서 도약했다. 그가 한씨세가에서 빼앗은 야철술로 주조한 명검, 백강도(白鋼刀)가 차가운 백색 검광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강우의 심장을 향해 벼락같이 낙하했다. 검끝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천뢰동의 굉음을 뚫고 고막을 찢었다.
피할 곳이 없었다. 발밑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이었고, 배후는 깎아지른 석벽이었다.
강우는 이를 악물고 왼손을 뻗었다. 연희가 천년한철 조각을 녹여 만들어 준 검푸른 현철 장갑(현철 장갑)이 어둠 속에서 서늘한 신광을 발했다. 강우는 장갑을 낀 손바닥으로 날아오는 백강도의 칼날 측면을 비스듬히 쳐내며 궤적을 사선으로 흘려보냈다.
끼이이익-! 콰드득!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금속 마찰음이 천뢰동 내부를 가득 채웠다. 백강도의 날카로운 검날이 현철 장갑 표면을 긁으며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검에 실린 조필성의 벽력 내력이 장갑의 방어벽에 부딪쳐 산산조각 났지만, 그 무지막지한 충격파는 강우의 어깨와 척추를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바로 그 순간, 강우의 등 뒤에 감긴 적소도가 삼베천과 쇠사슬 속에서 광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징-! 징-! 웅웅웅-!
가문의 원수를 정면으로 마주한 신검의 영성이 폭발한 것이었다. 칼집 내부에서 적소도가 스스로 진동하며 굶주린 늑대의 울음 같은 기괴하고도 처절한 피울음(피울음) 쇳소리를 토해냈다. 검은 원수의 피를 갈망하고 있었다.
동시에, 강우의 심장 한가운데 박힌 혈약의 낙인이 불타오르듯 요동쳤다.
‘혈약의 맹세 규칙.’
원수가 가문의 죄상을 스스로 자백하거나 명확한 혈원의 조건이 완성되기 전, 살의에 휩싸여 억지로 칼을 뽑으려 하자 피의 저주가 강우의 전신 경맥을 사정없이 옭아매었다. 심장이 반으로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뜨거운 진기가 역류하며 목구멍을 타고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
“크흑……!”
강우는 입안 가득 고이는 핏물을 삼키려 했으나, 제어되지 않는 혈약의 반동으로 인해 결국 입가로 한 줄기 검은 피를 흘려보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전신의 기혈이 뒤틀리며 오른손목의 골절 부위가 불타는 듯한 통증으로 마비되어 갔다.
조필성은 강우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승리를 확신한 듯 오만하게 비웃었다.
“하하하! 역시 소문대로 칼 한 자루 제 손으로 뽑지 못하는 불구자 놈이었구나! 껍데기만 남은 가문의 신검을 등 뒤에 짊어지고 벙어리 행세나 하던 망령 놈이 감히 내 앞길을 막아서려 해?”
조필성은 백강도를 치켜들고, 아직 쇠사슬에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있는 마동포를 향해 검끝을 겨누었다.
“이 쓸모없는 대장장이 놈들이 매달린 주 도화선 밧줄을 끊어버리겠다. 네놈이 그 녹슨 도검을 뽑지 않는다면, 네 동료들은 모두 이 용암 구덩이의 재가 될 것이다!”
조필성의 검날 끝에서 자색 번개가 다시 한번 매섭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주 도화선 밧줄이 끊어지면 마동포를 비롯한 수십 명의 장인들이 단숨에 용암 속으로 추락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강우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뜨거운 유황 가스가 폐부를 찔렀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았다.
‘정심(靜心). 진기는 물과 같으나, 뼈 속에 흐를 때는 소리가 없어야 한다.’
강우는 마음속으로 스승 풍간열의 가르침을 읊조리며, ‘무진경 3성 (혈약역류 억제)’ 심법을 가동했다. 단전 깊은 곳에서 차갑고 무거운 진기가 실핏줄처럼 뿜어져 나와, 뒤틀리고 불타오르던 심장 주위의 경맥들을 강제로 옭아매어 진정시켰다.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이 썰물처럼 가라앉으며, 그의 흐려지던 시야가 다시 한번 형형한 안광을 되찾았다.
그는 묵묵히 오른손을 등 뒤로 뻗었다.
조필성의 백강도가 허공을 가르며 마동포가 매달린 주 도화선을 향해 낙하하는 순간, 강우는 마침내 적소도를 단단히 감싸고 있던 삼베천의 첫 번째 매듭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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