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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풍의 철퇴, 격돌하는 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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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풍이 자신의 거대한 철퇴를 천천히 뽑아 들며 걸어 나왔다.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 살기가 뱀처럼 피어올랐다. 사방에서 사병들이 창날을 세우며 강우를 촘촘히 포위하기 시작했다. 흩어진 참철도의 파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대장간 마당을 가득 채운 매캐한 유황 연기 속에서, 뇌풍의 거구는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위압감을 뿜어냈다. 그의 어깨에 걸린 백근 무쇠철퇴 ‘파천추’는 성인 머리통 세 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컸고, 쇠사슬 마디마디마다 말라붙은 핏자국이 검붉은 녹처럼 슬어 있었다.


뇌풍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대장간의 단단한 흙바닥이 둔탁하게 울렸다. 주변의 사병들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그들은 뇌풍이 한 번 폭주하면 피를 보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는 광인임을 잘 알고 있었다.


“벙어리 놈이 제법 훌륭한 잔재주를 가졌구나.”


뇌풍의 목소리는 쇠가죽을 긁는 듯 거칠고 낮았다. 그는 바닥에 산산조각 나 버려진 팽호의 참철도 파편들을 힐끗 보더니, 이내 강우의 깊고 고요한 눈빛을 쏘아보았다.


“팽호의 대도에 균열이 있었다 한들, 그것을 단 세 번의 도집 타격으로 깨뜨리는 것은 평범한 삼류 무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게다가 그 침투하는 내경의 성질……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단 말이다. 소주님의 아들, 태양 공자의 단전을 깨부순 쥐새끼가 바로 네놈이었군.”


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쇳가루와 숯댕이가 가득 묻은 거친 마의 자락을 추스르며, 등 뒤에 칭칭 감긴 적소도를 왼손으로 꽉 쥐었을 뿐이다. 삼베천과 쇠사슬 너머로 적소도가 미세하게 맥동하며 피울음을 삼키는 진동이 전해졌다. 가문의 원수 조필성의 최측근을 마주하자, 검 자체가 복수의 갈망으로 붉게 달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다.’


강우는 어금니를 깨물며 단전 깊은 곳에서 무진경의 심법을 구동했다. 붉게 솟구치려는 살기를 차갑게 가라앉히며, 오른손목에 감긴 연희의 붉은 실을 가만히 느꼈다. 칼을 뽑지 못하는 제약의 사슬은 그의 육체를 옭아맸지만, 그의 투지까지 꺾을 수는 없었다.


“말 못 하는 천치 흉내를 내며 쥐새끼처럼 숨어 살더니, 결국 꼬리가 밟혔구나. 오늘 네놈의 그 건방진 도집과 함께 뼈마디를 전부 갈아 가마솥의 땔감으로 써주마!”


뇌풍이 포효했다. 동시에 그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백근의 파천추가 허공을 갈랐다.


웅-!


공기를 찢는 듯한 무지막지한 파공음과 함께, 가시 돋친 검은 철퇴가 강우의 왼쪽 측면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왔다. 철퇴에 실린 뇌풍의 외문 강기는 흙바닥의 먼지를 폭풍처럼 휘몰아치게 만들었다. 퇴로는 없었다. 뒤에는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고 있는 장삼과 대장간 인부들이 있었기에, 강우가 피한다면 그들이 고스란히 철퇴의 제물이 될 터였다.


강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도집파천격 2성, 반탄경.’


강우는 왼손으로 적소도의 삼베 감개를 움켜잡고, 묵직한 무쇠 도집의 넓은 옆면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치켜세웠. 철퇴의 가시 돋친 무쇠 머리가 도집에 부딪치기 직전, 강우는 몸의 각도를 미세하게 틀며 도집을 비스듬히 대어 마주했다.


‘도집 받치기 (횡경막).’


콰아앙-!


무쇠와 쇠가 짓부딪치는 파괴적인 굉음이 연무장을 뒤흔들었다. 뇌풍의 무지막지한 괴력과 외공이 실린 철퇴의 충격은 강우의 도집 사선을 타고 비스듬히 미끄러져 나갔다. 빗겨 나간 철퇴 머리가 대장간 바닥의 돌들을 강타하자, 돌바닥이 수박 깨지듯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그러나 흘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백근 철퇴의 둔탁한 질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현철 장갑을 끼지 않은 강우의 오른손목 뼈를 타고 묵직한 반동이 척추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우지끈.


강우의 옷소매 아래에서 뼈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불길한 소리가 났다. 지난 광산 붕괴와 팽호와의 격돌로 이미 균열이 가 있던 오른손목 뼈에 다시 한번 심각한 골절상이 가중된 것이다. 입안 가득 뜨거운 핏물이 고였지만, 강우는 묵묵히 핏물을 삼키며 신음 한 자락 내지 않았다.


“이 쥐새끼가 이걸 버텨?”


뇌풍의 눈에 경악과 분노가 스쳤다. 자신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한낱 도집 하나로 받아내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뇌풍은 철퇴를 회수하며 쇠사슬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쿠쿠쿠쿵!


뇌풍이 파천추를 연속으로 내리치며 대장간 앞마당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철퇴가 바닥을 내리칠 때마다 사방으로 먼지 구덩이가 파였고, 날카로운 돌 파편들이 칼날처럼 강우의 전신을 위협했다. 뇌풍은 강우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한 채, 철퇴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사그라지지 않는 연타 공격으로 강우를 압박했다.


강우는 자갈과 흙먼지가 뒤섞인 전장 한가운데서 눈을 감았다. 시각을 가로막는 먼지 속에서, 그는 발바닥을 통해 대지의 미세한 떨림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강골보.’


그는 발가락 끝에 힘을 주어 대장간의 단단한 흙바닥에 하체를 고정했다. 뇌풍의 철퇴가 지면을 때릴 때마다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의 파동을, 강우는 자신의 하체를 통해 대지 깊숙한 곳으로 흘려보냈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우직한 발디딤 덕분에, 강우는 흐트러짐 없이 뇌풍의 철퇴 궤적을 쫓을 수 있었다.


‘야철안.’


강우의 심안 속에서 뇌풍이 휘두르는 철퇴의 회전 궤적이 선명한 선으로 그려졌다. 철퇴의 강력한 파괴력은 쇠사슬의 팽팽한 장력에서 나오고 있었다. 사슬이 회전 반환점에 도달해 가장 팽팽하게 당겨지는 찰나, 사슬 고리들 사이의 미세한 마찰과 금속 피로가 집중되는 지점이 포착되었다. 철퇴 자루에서 세 번째 사슬 고리였다.


‘지금이다.’


강우는 공중으로 신형을 가볍게 솟구쳤다.


‘낙뢰격 (내리치기).’


그는 도집의 무게와 낙하하는 중력을 실어, 적소도의 무쇠 도집 끝으로 뇌풍의 팽팽해진 쇠사슬 세 번째 고리를 무겁게 찍어 눌렀다.


깡-!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과 함께, 강우의 도집 끝에 실린 묵직한 진기가 사슬 고리의 약점을 정확히 관통했다. 장력이 극도에 달했던 쇠사슬의 궤적이 순식간에 비틀어지며, 거대한 무쇠 철퇴 머리가 뇌풍의 통제를 벗어나 허공으로 치솟았다. 무기의 무게중심이 무너지자, 뇌풍의 거구 역시 앞으로 크게 쏠리며 치명적인 빈틈을 노출했다.


강우는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낙하하는 신형의 탄성을 이용해 뇌풍의 품속으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그의 오른손목은 뼈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으로 타오르고 있었지만, 왼손으로 도집을 꽉 쥔 채 뇌풍의 가슴팍을 향해 도집 끝을 밀어 넣었다.


‘무진경 침투劲.’


도집 끝이 뇌풍의 두꺼운 철갑옷 중앙에 닿는 순간, 강우는 단전 깊은 곳에 모아둔 무진경의 차가운 진동을 폭발적으로 격발했다. 겉 표면의 가죽이나 갑옷에는 아무런 상처를 남기지 않고, 타격의 진동을 적의 체내 깊숙한 곳으로 직접 관통시키는 무서운 내경이었다.


쿵-!


둔탁하고 무거운 울림이 뇌풍의 가슴뼈를 타고 그의 오장육부로 스며들었다. 뇌풍의 외문 강기인 철포삼 방어막은 무진경의 교묘한 침투 내경 앞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끄아아악-!”


뇌풍이 단 비명과 함께 한 움큼의 검은 피를 토해내며 뒤로 대여섯 걸음 비틀거렸다. 그의 눈동자가 터질 듯 충혈되었고,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외상 하나 없이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경맥이 파열되는 극심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뇌풍은 손에 쥐고 있던 파천추의 자루를 놓치며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뇌풍은 겨우 정신을 추스르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가슴팍의 내상이 너무 깊어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주변의 사병들이 경악 어린 눈빛으로 자신들의 대장을 바라보았다.


“대장님!”


“물러서라! 이놈은 보통 놈이 아니다!”


뇌풍은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며 사병들의 엄호를 받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굴욕과 분노로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대장간 입구를 향해 도망치듯 퇴각하며,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


“추풍곡 전역에 완전한 폐쇄 계엄령을 선포한다! 쥐새끼 한 마리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통로를 봉쇄하라! 그리고 즉시 소주님께 전령 매를 날려라! 한양 한씨의 생존자가…… 가문의 멸망에서 살아남은 쥐새끼가 이 대장간에 숨어 있다고!”


뇌풍의 절규 섞인 외침과 함께, 사병들이 서둘러 창날을 거두며 뇌풍을 부축해 대장간 마당을 빠져나갔다. 이내 공중에서 날카로운 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검은 전령 매 한 마리가 추풍곡의 깎아지른 절벽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강우는 멀어져 가는 전령 매를 바라보며 천천히 도집을 거두었다. 그의 오른손목은 이미 감각을 잃은 채 시퍼렇게 부어올라 있었고, 손목에 감긴 붉은 실만이 팽팽하게 옭아매어져 있었다. 추풍곡 전체에 불어 닥칠 삼엄한 피바람이 그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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