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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배당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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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명성고등학교 본관 2층 게시판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수백 명의 발소리와 웅성거림이 뒤섞여 기묘한 공명을 만들어냈다. 칠판 위에 붙은 한 장의 종이, ‘수학 서술형 수행평가 결과표’를 확인한 아이들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말도 안 돼…… 김동현이 만점이라고?”

“평균 8등급이던 박준서가 15점 만점에 15점을 받았다고? 채점 기준표가 잘못된 거 아냐?”


골드 클래스 전용 자습실을 드나들던 상위권 아이들의 오만한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그들에게 내신 등급은 명성고 내에서 군림할 수 있는 유일한 신분증이었고, 하위권 브론즈 등급의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점수를 받쳐주기 위한 밑거름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밑바닥을 기던 낙오자들이 단체로 만점을 받아 성적 곡선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교무실 문턱에 기대어 선 담임 박태호는 신경질적으로 커피 컵을 구겨 쥐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 분홍색 모의고사 토너 가루가 미세하게 묻어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직 2반의 성적표에 고정되어 있었다. 채점 과정에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감점을 하려 했으나, 아이들이 적어낸 답안지는 완벽했다. 문제 풀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명시한 ‘정의역 조건(x̂2 - 4x + 3 > 0)’이라는 단 한 줄의 전제 조건이 그의 비열한 감점 독소 조항을 완벽히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이 낙오자 새끼들이 내 출제 성향을 꿰뚫어 본 거지?’


박태호의 왼쪽 눈가가 1.2초 주기로 잘게 떨렸다. 물증이 없었기에 채점 결과를 뒤집을 수도 없었다. 그는 이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교무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게시판 멀찍이 떨어진 복도 구석에서, 강민재는 안경테를 검은색 절전 테이프로 고친 부러진 안경을 치켜올리며 그 광경을 묵묵히 관찰했다. 그의 이마에는 사채업자 최두식이 남긴 피멍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안경 너머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알파 테스트 완료. 오차율 0%. 첫 번째 배팅판의 성공으로 알고리즘의 실전 검증은 완벽히 끝났다.’


***


점심시간, 본관 뒤편의 방치된 구 분리수거장 구석. 아지트로 삼기에는 아직 허름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에는 최적의 음지였다.


2학년 2반 배팅 연합의 아이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모여들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가방을 꼭 쥔 김동현과 듬직하게 버티고 선 박준서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편, 엑셀과 통계 프로그램에 능숙한 여학생 이재희가 가죽 장부를 펼쳐 들었다.


“조용히 해. 정산 시작할 테니까.”


재희의 꼼꼼한 목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침을 삼켰. 재희는 장부에 적힌 복식부기 내역을 대조하며 펜을 굴렸다.


“2반 배팅 연합 참여 인원 총 12명. 총 배팅액 30만 원, 즉 300GT(Grade Token)가 정상 입금되었어. 배당률은 담임 박태호의 감점 설계 실패 확률에 비례해 정확히 10배로 산출되었고. 따라서 이번 회차의 총 배당금은 실제 현금 300만 원이야.”


“삼, 300만 원이라고?”


아이들 사이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작 만 원, 이만 원의 용돈을 걸었던 하위권 아이들에게 10배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금이었다. 동현이 가방 안쪽 비밀 주머니에서 두툼한 현금 뭉치를 꺼냈다. 은행 띠지가 둘러진 빳빳한 오만 원권 지폐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김민수, 3만 원 배팅해서 30만 원 정산.”

“이현우, 5만 원 배팅해서 50만 원 정산.”


동현이 재희의 장부 지시에 따라 돈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실제 현금 시드머니가 아이들의 손에 쥐어질 때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단순한 안도감을 넘어선 거대한 탐욕과 경외감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등급제 시스템의 가혹한 차별 속에서 늘 억눌려 지내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숫자의 지배자 강민재가 설계한 판 위에서 기득권의 뺨을 때리고 거액의 돈을 거머쥔 것이다.


민재는 아이들이 돈을 만지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스스로 탐욕에 물들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돈은 수단일 뿐이다. 내 목표는 이 가짜 신분 제도를 깨부수고, 민아를 살리는 것.’


민재는 자신의 몫인 수수료 10%, 즉 30만 원의 현금을 카시오 fx-570 공학용 계산기 케이스 안쪽에 정밀하게 밀어 넣었다. 여동생 민아의 이번 달 약값과 산소호흡기 대여비를 결제하기에 딱 맞는 금액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산의 기쁨도 잠시, 분리수거장 입구 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야, 2반 낙오자 새끼들. 요즘 돈 냄새 풍기고 다닌다더니 진짜였네?”


옆 반인 3반과 4반의 일진 패거리 셋이 이빨을 드러내며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시선은 동현의 가방 속에 남은 현금 뭉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의 등장에 정산받던 아이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김동현, 좋은 건 나눠 가져야지? 그 가방 이리 내놔 봐.”


일진 우두머리가 동현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옆에 있던 박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유도부 출신인 준서가 나선다면 이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안 돼. 여기서 주먹다짐이 벌어지면 박태호와 선도부장이 즉시 개입한다. 그렇게 되면 배팅판의 존재가 완전히 노출되고, 내 시한부 채무 상환 계획도 무너진다.’


민재의 머릿속에서 ‘최적 생존 경로 도출’ 알고리즘이 빠르게 작동했다. 민재는 준서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민재가 낮게 속삭였다. 준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멈춰 서자, 민재는 안경테를 고쳐 잡으며 일진들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 돈을 뺏어봐야 너희 손에 들어오는 건 벌점과 퇴학 처분뿐이야. 하지만 대신 더 가치 있는 걸 주지.”


일진 우두머리가 코웃음을 쳤다.


“뭐? 9등급 꼴찌 새끼가 뭘 준다는 거야?”


“다음 주 영어 듣기 평가 가이드라인.”


민재의 건조한 어조에 일진들의 걸음이 멈췄다.


“구관 건물 스피커 배선 노후화로 인해, 홀수 번호 교실에서는 고주파 노이즈가 발생할 확률이 98.2%야. 영어 교사는 채점의 편의성을 위해 홀수 번호 교실에만 난이도가 하향 조정된 대체 시험지를 배포할 계획이지. 너희가 3반과 5반의 홀수 번호 자리를 선점한다면, 공부하지 않고도 최소 2등급을 확보할 수 있어. 이 정보의 가치가 고작 가방 속 몇십 만 원보다 낮을까?”


일진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성적 상승은 그들의 부모에게 고가의 오토바이나 용돈을 뜯어낼 수 있는 최고의 미끼였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결국 동현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틀리기만 해봐. 그땐 진짜 죽는다.”


일진들이 침을 뱉으며 사라지자, 동현은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민재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가짜 정보를 던져 시선을 교란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소문이 퍼지는 속도를 감안할 때, 선도부의 감시망이 좁혀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


그날 밤, 사위가 완전히 고요해진 명성고등학교 별관 4층.


아무도 찾지 않는 폐쇄된 구 방송실의 문을 열고 민재가 들어섰다. 먼지 쌓인 아날로그 장비들과 차가운 디지털 모니터가 공존하는 비밀 아지트. 민재는 책상 위에 오늘 확보한 현금 배팅 시드머니와 수수료 수익금을 올려놓았다.


낡은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만 원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그의 손길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돈이면 민아의 심장 약값을 치르고, 반지하 방의 찢겨 나간 철문을 고칠 수 있었다. 가난이라는 가혹한 사슬에 묶여 있던 동생의 생명줄을 제 힘으로 지켜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지이잉—


그때, 아지트 구석의 방음벽 방음재 너머,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재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곳은 방송부 정다은의 묵인 하에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던 공간이었다.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었다.


천천히, 아주 무겁고 압도적인 발소리가 먼지 쌓인 바닥을 디디며 다가왔. 스탠드 불빛이 비치는 경계선 위로, 185cm가 넘는 거구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날카로운 흉터가 있는 강렬한 인상, 유도부 유니폼 어깨가 터질 듯한 체구.


명성고등학교의 전설적인 일진이자 유도부 에이스, 송우진이었다.


우진은 질긴 의료용 스포츠 테이핑 끈을 양손 주먹에 단단히 감아올리며, 민재의 책상 위에 놓인 현금 뭉치를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진공 상태가 된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우진이 낮고 굵은 목소리로 침묵을 깨뜨렸다.


“너였냐? 이 재미있는 돈 잔치판 벌인 대가리가.”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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