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테스트: 2반의 반란
금요일 오전 8시 10분. 명성고등학교 2학년 2반 교실 뒷구석은 기묘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야, 김동현. 진짜 확실한 거지? 이거 꼴찌 강민재 머리에서 나온 거잖아. 만약 틀리기라도 하면 내 주말 용돈 전부 날아가는 거라고.”
내신 6등급의 평범한 학생 하나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손으로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 세 장을 내밀었다. 2반의 트레이더 대행을 맡은 김동현은 주위를 기민하게 살피며 그 돈을 낚아채 가방 깊숙한 곳에 쑤셔 넣었다.
“닥치고 가이드라인이나 외워. 9등급 강민재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알고리즘’을 믿으라고. 싫으면 지금 빠지든가. 배당률 떨어지니까.”
동현의 단호한 태도에 아이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손에는 동현이 아침 일찍 비밀리에 배포한 쪽지가 쥐여 있었다. ‘수학 수행평가 감점 회피 키워드 가이드라인’.
그 시각, 교실 맨 뒷자리에서 민재는 안경테를 검은색 절전 테이프로 칭칭 감은 낡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조용히 카시오 fx-570 공학용 계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어젯밤 사채업자 최두식이 남긴 피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지만, 안경 너머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현재까지 집계된 2반의 총 판돈은 30만 원. 즉, 300GT(Grade Token). 하위권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던진 마지막 칩이다. 이번 알파 테스트가 성공해야만 시장의 유동성이 확보되고, 송우진을 끌어들일 물리적 명분이 완성된다.’
민재는 머릿속으로 ‘베이지안 확률 기반 출제 예측 모델’의 최종 가중치를 갱신했다. 담임 박태호의 최근 행동 패턴, 주식 계좌 폭락으로 인한 신경질적 상태, 그리고 교무실 분쇄기 쓰레기통에서 수거한 파지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단 하나였다. 이번 서술형 수행평가에는 하위권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정의역 제한’이라는 독소 조항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그때, 교실 앞문 복도 너머로 단정한 교복 차림의 여학생 한 명이 걸어왔다. 전교 1등이자 골드 클래스의 정점, 이지원이었다.
이지원은 2반 앞을 지나가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평소 같으면 수행평가를 포기하고 엎드려 자거나 잡담을 떨고 있어야 할 2반의 하위권 아이들이 묘한 긴장감 속에서 무언가를 강박적으로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원의 예리한 눈동자가 교실 뒤편에 앉은 민재에게 머물렀다. 민재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계산기의 액정만을 응시했다. 지원은 미간을 미세하게 좁히더니, 이내 차가운 구두 소리를 내며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조용히 해라. 다들 자리로.”
오전 8시 40분. 앞문이 거칠게 열리며 담임이자 수학 교사인 박태호가 들어섰. 그의 손에는 2학년 2반의 운명을 가를 수학 수행평가 시험지 뭉치가 들려 있었다. 박태호의 얼굴에는 주식 폭락으로 인한 피로감과 함께, 하위권 학생들을 성적으로 짓밟아 자신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비열한 오만함이 가득했다.
“이번 수행평가는 서술형이다. 대충 공식만 끄적여서 부분 점수 바랄 생각하지 마라. 명성고의 수준에 맞지 않는 낙오자들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걸러낼 테니까.”
박태호가 교단 위에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시험지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교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꼬깃꼬깃한 가이드라인을 주머니 속에 쑤셔 넣은 하위권 아이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험지가 맨 뒷줄 민재의 책상 위에 닿는 순간, 본관 건물 전체에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딩- 동- 댕- 동-
“시험 시작해라.”
박태호의 명령과 함께 교실 안의 모든 학생이 시험지를 뒤집었다. 그리고 그 순간, 교실 뒤편에 앉은 하위권 아이들의 눈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시험지 3번 문항.
[함수 f(x) = log(x̂2 - 4x + 3)의 최솟값을 구하고 그 과정을 서술하시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즉시 로그 안의 이차함수를 완전제곱식으로 변형해 최솟값을 구하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재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의 첫 줄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박태호는 무조건 로그의 진수 조건, 즉 ‘정의역 조건(x̂2 - 4x + 3 > 0)’의 명시 여부로 2점을 감점할 것이다. 풀이를 쓰기 전에 반드시 정의역의 범위를 먼저 선언해라.]
“정의역…… 진짜다. 진짜로 나왔어.”
김동현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펜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민재의 ‘오답 패턴 역추적법’이 박태호가 파놓은 함정을 소수점 단위까지 완벽하게 꿰뚫어 본 것이다.
아이들은 홀린 듯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수학 시험지를 받자마자 엎드렸을 8등급, 9등급의 낙오자들이 거침없이 서술형 답안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하는 펜 소리가 교실 뒤편을 가득 채웠다.
교단 앞을 서성이던 박태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하위권 아이들의 절망 어린 한숨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실 뒤편의 기류는 평소와 달랐다. 아이들의 손놀림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의심을 품은 박태호가 천천히 교단 아래로 내려와 뒷줄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아이들의 심장을 압박했다.
‘박태호의 보폭 65cm, 이동 속도 초당 1.1미터. 이 템포대로라면 12초 뒤에 김동현의 책상에 도달한다. 하위권 아이들이 너무 일찍, 완벽하게 정답을 적어내면 시험지 유출을 의심해 시험 자체를 무효화할 확률 94.2%.’
민재는 안경 너머로 박태호의 동선을 계산하며 주머니 속 펜을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아날로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민재가 샤프 끝으로 책상을 불규칙하게 두드렸다. 2반 아이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템포 조절 신호였다. ‘일단 펜을 멈추고 고민하는 척해라.’
신호를 들은 김동현이 즉시 펜을 멈추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옆자리의 박준서 역시 지우개로 답안지 모서리를 쓸데없이 문지르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박태호가 동현의 책상 옆에 멈춰 섰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동현의 답안지를 내려다보았다.
동현의 답안지 맨 위에는 [진수 조건에 의해, x̂2 - 4x + 3 > 0 이므로……]라는 완벽한 정의역 전제 조건이 적혀 있었다. 박태호는 침을 꿀꺽 삼키는 동현의 목덜미를 뚫어져라 노려보았지만, 채점 기준표의 규칙을 완벽히 준수한 답안지에서 감점할 꼬투리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박태호는 혀를 차며 발걸음을 돌려 교단 앞으로 걸어갔다. 민재는 그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지웠다.
‘알파 테스트 종료 5분 전. 오차율 0%. 첫 번째 배팅판의 성공이 눈앞에 다가왔다.’
마침내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다시 한번 교실을 울렸고, 시험지를 수거하는 박태호의 얼굴은 설명할 수 없는 당혹감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시험지가 모두 걷힌 순간, 2반 하위권 아이들의 시선이 교실 뒷구석에 앉은 전교 꼴찌, 강민재에게로 일제히 쏠렸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단순한 안도감을 넘어선 거대한 탐욕과 경외감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