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의 붕괴와 밀고자의 최후
안개 낀 아침의 대연무장은 평소보다 훨씬 더 음산한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간밤에 뇌태백이 들이킨 차오른 주화초(주화초)의 독성은 그의 단전 깊은 곳에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뇌태백은 황금색 비단 장포를 펄럭이며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허리에는 남궁세가에서 약탈한 화려한 보검을 차고, 그의 곁에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아첨을 떠는 곽두식(곽두식)과 하급 문도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 쓸모없는 쥐새끼 같은 놈들아! 똑똑히 보아라! 천조종의 옛 도법 따위는 쓰레기다. 오직 우리 아버님이 완성하신 흑사도법만이 강호를 지배할 진정한 패도다!”
뇌태백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검 끝에서 검붉은 진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는 제자들 앞에서 자신의 강력함을 과시하기 위해 흑사약공(黑蛇藥功)의 내력을 무리하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단전의 진기를 억지로 팽창시켜 검광을 넓히려는 찰나였다.
뚜르륵.
뇌태백의 단전 깊은 곳에서 기이하고 불길한 파공음이 울렸다. 그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창백하게 질렸다.
단전에 가두어 두었던 양기가 흑사약공의 내력과 충돌하는 순간, 간밤에 흡수한 주화초의 미세한 독성이 격렬하게 폭발한 것이다. 주화초의 약효는 수련자가 내공을 무리하게 운용하는 바로 그 찰나를 기다려 단전의 음양 균형을 완벽하게 깨뜨려 버렸다.
“으, 윽! 으아아악!”
뇌태백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전신 경맥이 마치 불타는 쇠사슬에 묶인 듯 뒤틀리기 시작했다. 검을 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 뼈마디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보검이 바닥으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단전이 안쪽에서부터 무너지며 진기가 역류하자, 뇌태백은 한 바가지의 검붉은 피를 연무장 바닥에 토해냈다. 그의 눈동자가 핏발로 가득 차더니, 이내 몸이 굳어지며 대지에 쓰러졌다. 전신 마비였다.
“소장주님! 소장주님!”
연무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석제자 마유신(마유신)이 번개처럼 단상에서 뛰어내려 쓰러진 뇌태백의 맥을 짚었다. 그의 손끝에 전해지는 뇌태백의 맥박은 이미 형편없이 조각나 있었고, 기경팔맥은 완전히 파열되어 있었다.
“단전이 붕괴되었다……! 단순한 주화입마가 아니다. 누군가 소장주님의 단전에 해를 끼칠 극독을 쓴 것이다! 당장 연무장의 모든 문을 폐쇄하라!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마유신의 서슬 퍼런 호령에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며 출입구를 차단했다. 연무장 구석에서 부러진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서 있던 추공(추공)은 고개를 숙인 채 비굴하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의 청이식 심안(聽耳式 心眼)은 이미 연무장 전체의 소란 속에서 단 한 사람의 호흡 주기를 정확히 쫓고 있었다.
곽두식이었다.
곽두식은 뇌태백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문득 전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이 추공의 쟁반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려 했을 때, 그 절름발이 늙은이가 비틀거리며 차를 올렸던 기이한 순간. 그리고 그 찻잔을 뇌태백이 단숨에 마셔버렸다는 사실을.
‘그 절름발이 늙은이 짓이다! 분명 저놈이 차에 독을 탄 게 분명해! 내가 살기 위해서는 마 장로님께 저놈을 밀고해야 한다!’
곽두식의 눈에 비열한 탐욕과 살기가 번뜩였다. 그가 마유신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려 했다.
“마 장로님! 소장주님께서 쓰러지시기 전, 마지막으로 마신 차가 있습니다! 어제 아침 그 차를 배달한 놈은 바로 저기 있는……”
곽두식이 손가락을 들어 구석에 서 있는 추공을 가리키려 했다.
추공은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를 차갑게 빛냈다. 전날 주화초 가루를 미세하게 흡입하여 가슴 깊은 곳의 폐맥이 찌르는 듯이 아파왔지만, 이성은 칼날보다 예리했다. 밀고자의 주둥이를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추공은 마당을 쓰는 척하며, 저 멀리 말똥을 치우고 있던 이중 첩자 대풍(대풍)에게 손가락 끝을 미세하게 튕겨 비밀 수신호를 보냈다.
‘행동하라.’
대풍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이고, 소장주님이 독살당하시다니 이 무슨 천인공노할 일입니까!” 하고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대풍의 손끝이 소란 속에서 곽두식의 등 뒤로 소리 없이 뻗어 나갔다. 마구간지기 특유의 날랜 손재주를 활용해, 품속에 숨겨두었던 가짜 주화초 병과 기괴한 귀면 문양이 새겨진 귀면천도 영장(귀면천도 영장)을 곽두식의 가죽 장포 안주머니로 소리 없이 밀어 넣으려 했다.
바로 그 찰나, 마유신이 무서운 직감으로 고개를 미세하게 돌렸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대풍의 손끝에 닿기 직전이었다.
‘위험하군.’
추공은 지체하지 않고 한 다리로 서서 몸의 중심을 뒤틀었다. 그리고 쥐고 있던 무겁고 단단한 녹슨 무쇠 빗자루(녹슨 무쇠 빗자루)를 연무장 모퉁이의 거대한 돌기둥을 향해 일부러 쓰러뜨렸다.
쿠우웅!
무쇠 철심이 박힌 빗자루가 돌기둥에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과 함께 대나무 대가 완전히 박살 나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연무장의 모든 시선이 그 굉음으로 쏠렸고, 마유신의 고개 역시 반사적으로 추공이 서 있는 구석으로 돌아갔다.
그 소란의 삼 분의 일 촌(寸)의 찰나, 대풍은 완벽하게 곽두식의 품속에 물증을 밀어 넣고 한 걸음 물러섰다. 빗자루가 완전히 부러지며 추공은 지지대를 잃고 흙바닥에 비참하게 넘어졌다.
“아이고! 팔다리가 성치 못해 빗자루마저 놓쳤습니다요! 살려주십시오, 대인들!”
추공이 바닥을 기며 엄살을 피우자, 마유신은 혀를 차며 다시 곽두식에게 시선을 돌렸다. 곽두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리쳤다.
“마 장로님! 저기 자빠져 있는 절름발이 문지기 추공 놈이 어제 소장주님께 차를 올렸습니다! 저놈이 분명 주화초를 섞은 독살범입니다! 저놈의 몸을 샅샅이 수색하십시오!”
곽두식의 기세등등한 외침에 마유신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마유신은 바닥에서 개처럼 기어 다니며 눈물 콧물을 흘리는 추공을 보다가, 오히려 눈동자를 교활하게 굴리는 곽두식을 쏘아보았다.
“곽두식, 네놈이 어제 소장주님께 차를 대령하라고 직접 지시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소장주님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자도 네놈이다. 범인을 지목하기 전에, 네놈의 몸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리겠지.”
곽두식은 당황했으나, 자신은 결백했기에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좋습니다! 제 몸을 먼저 수색하십시오! 하지만 제 수색이 끝난 후에는 저 절름발이 늙은이의 사지를 찢어 발겨서라도 독약을 찾아내야 합니다!”
마유신이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정예 무사 두 명이 다가와 곽두식의 팔을 붙잡고 그의 가죽 장포를 거칠게 뒤지기 시작했다.
스스슥.
무사의 손이 곽두식의 안주머니를 훑고 지나가던 순간, 무언가 단단하고 차가운 쇳덩이와 작은 병이 손끝에 걸려들었다. 무사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장, 장로님! 이것 보십시오!”
무사가 곽두식의 품에서 꺼내 올린 것은 붉은 가루가 묻어 있는 작은 약병과, 흑철로 정교하게 주조되어 이마에 붉은 태양이 새겨진 기괴한 귀면천도 영장이었다. 약병 겉면에는 붉은 글씨로 ‘주화초(主火草)’라는 약명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 이게 왜 내 품에……? 아닙니다! 이건 제 것이 아닙니다! 저놈들이 저를 모함하는 겁니다!”
곽두식의 얼굴이 핏기가 가시며 하얗게 질렸다. 그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무사들이 그의 어깨를 억세게 내리눌러 진흙탕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그때, 연무장 단상 너머에서 검은 도포를 거칠게 휘날리며 분타주 뇌진풍(뇌진풍)이 직접 내려왔다. 그의 전신에서 일류 극의의 패도적인 살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와 연무장 전체를 압도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폐인이 된 모습을 본 뇌진풍의 눈은 이미 광기로 뒤덮여 있었다.
“귀면천도 영장……! 감히 가짜 마교 조직의 첩자 놈이 내 아들의 단전을 붕괴시키고 문파를 찬탈하려 했구나!”
“분타주님! 아닙니다! 저는 충성을 다했습니다! 저 절름발이 늙은이가……”
곽두식이 필사적으로 추공을 가리키려 비명을 질렀으나, 뇌진풍은 배신자의 구차한 변명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스으윽!
뇌진풍의 거대한 대도가 허공을 가르며 서슬 퍼런 칼날의 궤적을 그렸다. 단칼이었다.
서걱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곽두식의 비명이 허공에서 뚝 끊겼다. 목이 잘려 나간 그의 몸뚱이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안개 낀 대연무장을 붉게 물들였다. 곽두식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며 추공의 부러진 빗자루 파편 옆에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는 억울함과 공포로 가득 찬 채 굳어 있었다.
추공은 흙바닥에 엎드린 채, 곽두식의 피가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 흘러드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내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가문의 배신자이자 밀고자를 원수의 손을 빌려 완벽하게 단죄한 이간지계(離間之計)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통쾌함도 잠시였다.
곽두식의 목이 떨어진 바로 그 순간, 연무장 정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전령 한 명이 다급하게 안개 속을 뚫고 달려 들어왔다. 전령은 뇌진풍의 앞에 엎드리며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분, 분타주님! 큰일났습니다! 귀면천도라 자처하는 살수들이 야수현 외곽의 상납 수송로를 습격하여 초토화시켰습니다! 놈들의 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뇌진풍의 얼굴이 분노와 공포로 일그러졌다. 아들의 주화입마와 첩자의 침투, 그리고 외곽에서의 동시 다발적인 습격까지.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유령 조직 ‘귀면천도’의 조직적인 공습이라 믿게 된 뇌진풍은 결국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흑사련(黑蛇련) 총단에 즉시 전령을 보내라! 야수현 분타가 대규모 마교 세력의 습격을 받고 있으니, 대대적인 원군을 요청한다고 전해라!”
전령이 다급히 물러간 후, 마유신이 뇌진풍의 곁으로 다가가 어두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분타주님, 방금 전 총단으로부터 전음이 당도했습니다. 우리의 상납금 누락과 야수현의 혼란을 감시하기 위해…… 흑사련 최고의 지능형 감찰관, 독조 마씨(독조 마씨) 대인이 직접 야수현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독조 마씨가 온다는 소식에, 연무장에 도열해 있던 일류 무사들마저 전신에 서늘한 오한을 느끼며 침묵했다. 한 번 물면 뼈까지 파헤친다는 사파 최고의 사냥개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닥에 엎드려 부러진 빗자루 손잡이를 꽉 쥐고 있던 추공의 눈동자가 깊은 어둠 속에서 푸르게 번뜩였다. 더 거대하고 냉혹한 적의 등장이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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