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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춘루의 붉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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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슉! 공기를 가르는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무쇠 빗자루 끝에서 수십 개의 미세한 철침이 폭사되었다.


천장에 매달려 한 손으로 체중을 버티던 추공의 손가락 끝이 방아쇠를 당긴 찰나였다. 비스듬한 각도로 쏟아진 철침들은 대장간 구석의 정밀 부품들을 만지작거리며 비열하게 웃던 곽두식과 수색 무사들의 목덜미 사혈(死穴)을 정확히 관통했다.


“억……!”


곽두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온몸의 경맥이 마비되어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쇳물의 고열로 팽창했던 천장의 암반이 거대한 파열음을 내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콰콰콰쾅!


수백 근에 달하는 낙석들이 곽두식과 수색 무사들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자욱한 흙먼지와 돌가루가 동굴 내부를 가득 채웠다. 추공은 낙석이 완전히 내려앉기 직전, 한 손의 힘을 풀어 바닥으로 가볍게 낙하했다. 외다리로 착지하는 순간 왼쪽 무릎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가해졌으나, 그는 신음 한 자락 흘리지 않았다.


“소협! 이쪽입니다!”


허대수가 무너지는 화로 뒤편의 비밀 바위 틈새를 밀어젖히며 외쳤다. 그의 거구는 이미 먼지와 그을음으로 엉망이었으나, 손에는 새로 주조한 목제 기계 의족을 소중히 안고 있었다.


추공은 허대수의 부축을 받으며 좁은 탈출로로 몸을 피했다. 등 뒤에서 동굴이 완전히 완파되는 굉음이 들려왔다. 곽두식 일당은 양면일도의 흔적을 찾으려다 광산 붕괴 사고로 인해 매장된 것으로 완벽히 위장될 터였다.


습하고 어두운 비밀 통로 바닥에 주저앉자마자, 허대수의 거친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간이 없습니다. 뇌관을 연결하고 천조산 한철로 제련한 백련강 스프링을 고정하겠습니다.”


허대수가 추공의 오른쪽 허벅지 잘려 나간 경맥 접합부에 의족의 기계 장치를 밀착시키고 고정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철컥! 웅-


의족이 결합되는 순간, 단전에 머물던 음양조화 태극진기가 의족 내부의 기계 장치로 흘러 들어가며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추공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조산 한철의 서늘하고 둔중한 무게감이 다리를 통해 전신으로 전해졌다. 이전의 의족보다 훨씬 단단하고, 무게중심의 이동이 기막히게 매끄러웠다.


“완벽하구려, 숙부.”


“다행입니다, 소협.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됩니다. 마유신이 이미 취춘루(聚春樓)에 덫을 놓고 양면일도를 유인하려 한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기루 내부의 경비가 비정상적으로 삼엄합니다.”


추공의 눈동자가 밤안개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원수들이 덫을 놓았다면, 그 덫을 부수고 목을 베는 것이 살수의 도리요.”


***


야수현의 밤을 밝히는 가장 화려한 기루, 취춘루의 외곽은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무와 술판으로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추공의 청이식 심안(聽耳式 心眼)은 기루 담장 너머 어둠 속에 숨겨진 삼엄한 살기를 이미 포착하고 있었다.


추공은 밤의 살수 복색인 칠흑의 도포를 걸치고 얼굴에는 기괴한 송곳니가 돋아난 흑철 귀면(黑鐵 鬼面)을 썼다. 그는 소리 없이 지붕 기와를 밟으며 취춘루 3층의 열린 창문 틈새로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무념보(無念步)의 극의를 발휘한 그의 신형은 한 줄기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았다.


기루 내부의 기밀 방 안으로 잠입하려던 찰나였다.


스스슥-


갑자기 사방의 벽면과 천장 들보 사이에서 붉은빛을 띤 미세한 실들이 거미줄처럼 쏟아져 내렸다. 너무도 얇아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실이었다.


‘독비단실(毒緋緞絲)!’


추공이 위험을 직감하고 신형을 뒤로 꺾으려 했으나, 붉은 실들은 이미 그의 양팔과 새로 장착한 기계 의족의 무릎 관절 부위를 촘촘하게 휘감아 쥐고 있었다. 실이 피부에 닿자마자 옷감을 뚫고 들어온 음독한 독기(毒氣)가 경맥을 타고 빠르게 침투했다.


“크윽……!”


추공은 단전의 공력을 폭발시켜 실을 끊어내려 했다. 하지만 내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비단실에 묻어 있던 극독이 경맥의 진기 흐름을 강제로 묶어버렸다. 우회하려던 진기가 단전으로 역류하며 가슴팍에 극심한 충격이 가해졌고, 추공은 귀면 가면 밑으로 비릿한 핏덩이를 울컥 토해냈다.


“호호호, 걸려들었구나. 밤마다 우리 무도들의 목을 베고 다니던 겁 없는 쥐새끼가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오다니.”


어둠 속에서 요염한 자색 비단옷을 걸친 여인이 소리 없이 걸어 나왔다. 뇌진풍의 첩실이자 흑사련의 일류 자객인 채홍(彩虹)이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는 추공의 전신을 옭아맨 붉은 실의 끝자락이 정교하게 묶여 있었다.


추공은 진기가 차단당한 상태에서도 몸의 무게중심을 뒤로 꺾어 실의 팽팽함을 유지했다. 억지로 힘을 쓰면 몸이 잘려 나갈 터였다.


“네놈의 그 기괴한 의족 장치에 대해선 이미 들었다. 다리가 잘린 병신 주제에 제법 날뛰었더군.”


채홍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핀으로 위장된 치명적인 독침 비녀를 뽑아 들었다. 푸른 독이 발라진 비녀 끝이 추공의 눈동자를 향해 번개처럼 돌진해 왔다.


실에 묶여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그 순간, 얇은 벽 너머 옆방에서 밤공기를 찢는 웅장하고 날카로운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이잉-! 콰아앙!


눈먼 악사 설아가 연주하는 침향 가야금(沈香 伽倻琴)의 빙현이 퉁겨지며 내뿜은 무형의 음파 파동이었다. 공기가 눈에 보이게 일그러지며 발생한 강력한 진동 장벽이 채홍의 머리 장각을 정면으로 타격했다.


“아악……!”


예상치 못한 음공(音功)의 타격에 채홍의 뇌 경맥이 흔들리며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녀의 손끝에 묶여 있던 독비단실의 장력이 찰나의 순간 느슨해졌다.


추공은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상체의 회전력을 이용해 몸을 비틀며, 새로 주조된 기계 의족의 무릎 관절을 특정한 각도로 강하게 꺾었다. 허대수가 극비리에 심어둔 기믹 장치의 발끝 트리거 스프링이 튕겨 나갔다.


핏-!


의족 무릎캡 내부에서 푸른 독이 발라진 얇고 날카로운 빙백 단도(氷魄 短刀)가 폭발하듯 발사되었다.


서늘한 도광이 허공을 가르고, 비틀거리던 채홍의 가슴팍을 정확히 관통했다.


푸학!


단도가 그녀의 심장을 꿰뚫자마자 극음의 한기가 상처 부위를 하얗게 얼려버렸다. 채홍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얼어붙은 눈동자로 추공을 바라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추공은 느슨해진 비단실을 뜯어내고 창문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기루 아래 창강 수로에는 이미 비밀 사공 춘삼이 평저선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쿵.


배 위에 착지한 추공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흑철 귀면을 벗어던졌다. 춘삼이 신속하게 노를 저어 창강 야수현 나루터(滄江 夜獸縣 渡口)의 어둠 속으로 배를 미끄러뜨렸다.


추공은 도포 자락을 걷어 올리고 채홍의 독비단실에 베인 어깨와 가슴팍의 깊은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 주변의 피가 하얗게 얼어붙어 가고 있었지만, 그 독성의 기운은 일반 사파의 음독이 아니었다.


서늘하고 고결한 기운을 풍기면서도 뼈를 깎아내는 치명적인 열독.


추공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것은…… 사파 흑사련의 독이 아니다. 정파 명문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비전 독물인 빙결열독(氷結熱毒)이 아닌가……!’


가장 고결한 대협을 자처하는 정파의 거두가 왜 사파의 일류 살수에게 자신들의 비전 독물을 쥐여주었단 말인가. 깊어가는 창강의 밤안개 속에서, 추공은 문파의 몰락 뒤에 도사린 더 거대하고 추악한 정파 무림맹의 음모를 직감하며 온몸이 굳어버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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