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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고동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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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내리치던 밤비가 점차 가늘어지며 안개로 화하고 있었다. 천조산 백계단의 가파른 비탈길을 타고 오르는 추공의 숨결은 화독에 그을린 듯 뜨거웠다.


왼쪽 무릎에 가해지는 체중의 세 배에 달하는 하중, 그리고 착지 실수로 인해 척추를 타고 흐르는 둔탁한 통증이 매 걸음마다 그의 이성을 갉아먹었다. 오른쪽 다리에 장착된 목제 기계 의족의 백련강 스프링은 진흙과 빗물이 스며들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세한 마찰음을 냈으나, 추공은 무념보(無念步)의 극의를 발흥시켜 그 기계적인 파동마저 소리 없는 안개 속으로 흩뿌렸다.


본산 정문 근처에 도달했을 때, 추공은 청이법(聽耳法)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빗소리 사이로 보초들의 호흡 소리가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어수선하게 흩어졌다. 다행히 도박 빚에 시달리던 하급 경비무사 칠성(七星)이 돈을 받고 비워둔 야간 순찰 구역의 공백은 완벽했다.


추공은 그림자처럼 정문 대들보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품속에서 김쌍도의 피 묻은 수급과 잘려 나간 양명경맥의 두 팔을 꺼내어, 천조종 정문 대들보 정중앙에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 매달았다. 빗물에 씻겨 내리는 핏물이 대들보를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기괴한 붉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 피의 제물을 남겨둔 채, 추공은 소리 없이 문지기 초소의 뒷문 틈새로 녹아들 듯 잠입했다. 가죽 끈을 풀고 빗물에 절은 기계 의족을 해체하여 초소 바닥 밑 이중 판때기 깊숙한 곳에 숨겼다. 흑철 귀면과 야행복을 가문 전임 장문인의 위패가 숨겨진 비밀 홈에 밀어 넣은 직후, 그는 때 묻은 회색 하급 문지기 무복으로 갈아입고 부러진 대나무 빗자루를 손에 쥐었다.


단전 내부에서 양명경 화독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명치 끝을 찔렀으나, 추공은 일월신공의 호흡법을 가동해 뜨거운 진기를 단전 깊숙이 억누르고 비굴한 늙은 문지기의 굽은 허리를 취했다.


***


동틀 무렵, 천조산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천조종 분타 본산이 발칵 뒤집혔다.


“김쌍도가…… 김쌍도 집행관님이 참수당했다!”


정문에 걸린 김쌍도의 머리와 얼어붙은 잘려 나간 양팔을 발견한 문도들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뇌진풍(雷太白)의 분노는 천조종 본전 일월전을 통째로 무너뜨릴 듯 폭발했다.


“내부의 배신자가 있다! 김쌍도를 죽이고 그의 무공을 완벽히 파해해 정문에 걸어둘 수 있는 자는, 이 문파의 지형과 순찰 동선을 완벽히 꿰뚫고 있는 놈뿐이다!”


뇌진풍의 포효에 분타의 수석제자이자 잔혹한 집행관인 마유신(馬庾信)이 차가운 사냥개의 눈빛을 빛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전 제자들을 대연무장에 집합시켜라. 단 한 명도 예외는 없다. 침입자와 내통했거나, 밤새 내력을 방출하여 맥박이 요동치는 배신자를 색출하겠다!”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대연무장에 백여 명의 문도들이 열을 맞춰 도열했다. 차가운 빗물이 연무장 석판 바닥을 적시는 가운데, 뇌진풍은 단상 위에서 서슬 퍼런 살기를 내뿜으며 제자들을 압박했고, 마유신은 제자들의 손목 맥박을 하나씩 짚으며 살기의 흔적과 비정상적인 심장 고동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추공은 연무장 가장 구석진 모퉁이에서 부러진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절뚝거리며 흙먼지를 쓸어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삼류 제자들의 매질에 겁에 질린 늙은 청소부의 행색이었으나, 그의 내면은 누구보다 차갑게 깨어 있었다.


‘적들의 두려움은 곧 나의 무기다.’


추공은 조용히 청이법(聽耳法)을 활성화했다. 빗자루가 지면을 쓸어내리는 스산한 마찰음 너머로, 연무장에 집합된 무사들의 요동치는 심장 소리와 숨소리가 그의 고막을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단상 위 뇌진풍의 호흡 주기는 분노로 인해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주변 장로들의 심장 고동은 보이지 않는 사신 ‘양면일도’에 대한 극도의 공포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들의 맥박 속에서 흘러나오는 공포와 불신은 천조종 분타 내부의 균열이 머지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때, 마유신의 차가운 발걸음이 추공이 서 있는 모퉁이를 향해 좁혀졌다. 마유신의 손가락 끝에 흐르는 일류 초입의 기세가 서늘한 위압감을 풍겼다.


“절름발이 늙은이, 네놈도 맥을 짚어봐야겠군.”


마유신의 날카로운 시선이 추공의 부러진 오른쪽 다리와 빗자루를 쥔 거친 손에 머물렀다.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추공은 즉시 심음파악술(心音把握術)을 가동했다. 단전 내의 태극진기를 극도로 역류시켜 기경팔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뒤틀었다. 심장으로 향하는 진기 통로를 조여 심장의 고동을 분당 40회 이하로 강제 저하시켰다.


‘으윽……!’


단전의 무리한 동결과 억제로 인해 명치 끝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내상의 통증이 치솟았다. 입안 가득 비릿한 핏물이 고였으나, 추공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침묵 속에 그 핏덩이를 강제로 삼켜냈다.


마유신이 추공의 가느다란 손목을 움켜쥐었다. 억센 악력이 뼈마디를 조여왔으나, 그의 손끝에 전해진 것은 무공을 익힌 고수의 팽팽한 맥박이 아니었다. 바람만 불어도 꺼질 듯 차갑고, 죽어가는 노인처럼 극도로 무력하고 느린 고동소리뿐이었다.


“쳇, 쓸모없는 폐물 늙은이 같으니라고. 내력이 한 올도 존재하지 않는 쓰레기군.”


마유신은 혐오스럽다는 듯 추공의 손목을 팽개치며 다음 제자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완벽한 기만이었다. 추공은 바닥에 빗자루를 지탱하며 비틀거리는 연기를 펼쳐 보였으나, 그의 눈빛 밑바닥에는 원수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서늘한 도광이 스쳐 지나갔.


***


밤이 깊어지자 야수현의 거리는 삼엄한 통금 속에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강남의 온갖 음모와 정보가 모여드는 취춘루(취춘루)의 화려한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추공은 낮의 청소부 행세를 마친 후, 문파의 생필품 조달을 핑계로 은밀히 야수현 성내로 진입했다. 그의 목적지는 취춘루 3층 깊은 곳에 위치한 눈먼 악사 설아(설아)의 밀실이었다.


기루 내부의 난잡한 연회 소리와 사파 무사들의 취중 폭언을 청이법으로 흘려보내며, 추공은 휠체어 대신 외다리로 절뚝거리며 소리 없이 설아의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하얀 소복을 입고 비단 안대로 두 눈을 가린 설아가 가만히 앉아 명금 ‘빙현’을 무릎에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고고한 분위기가 기루의 탁한 공기를 단숨에 정화하는 듯했다.


“오셨군요, 추공 님.”


설아는 보지 않고도 추공의 미세하게 뒤틀린 발소리와 그 속에 숨겨진 다리 상처의 통증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녀의 섬세한 목소리에는 깊은 염려가 담겨 있었다.


“다리의 상처가 깊어지셨군요. 무리한 도약은 금하셔야 합니다.”


“내 걱정은 마시오. 뇌진풍의 움직임은 어찌 되었소?”


추공이 찻잔을 쥐며 차갑게 물었다. 설아는 대답 대신 무릎 위의 가야금 현을 부드럽게 퉁기기 시작했다.


두두둥, 징.


아름답고도 애잔한 가야금 선율이 방 안을 채웠다. 하지만 그 가야금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설아의 청음신공(聽音神功)이 실린 현의 미세한 진동 음파는 벽 너머 기루 고수들의 도청을 완벽히 차단하는 음파 장벽을 형성하고 있었고, 가야금의 조율된 음조 속에 극비 정보의 암호가 실려 추공의 청이법으로 흘러 들어왔다.


‘뇌진풍이 철도방(鐵도방)의 무기 밀매상 육필(陸筆)과 결탁했습니다. 천조산 깊은 곳에 숨겨진 한철 광산의 독점 채굴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막대한 사파 군자금을 확보해 흑사련 총단에서의 입지를 다지려 하고 있습니다.’


가야금 소리 속에 숨겨진 정교한 첩보를 해독한 추공의 미간이 좁혀졌다. 뇌진풍이 천조종을 찬탈한 것도 모자라, 가문의 역사적 자산이자 신병기의 핵심 재료인 천조산 한철을 사파의 밀수 무기 제조창으로 넘기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철광석 수송 마차가 사일 뒤 밤중에 창강 나루터를 통해 출항할 예정입니다. 이 자금줄이 완성되면 뇌진풍의 세력을 무너뜨리기 어려워집니다.’


가야금의 마지막 현이 묵직하게 울리며 연주가 끝났다. 추공은 설아가 전해준 정보의 무게를 곱씹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맙소, 설아 낭자. 원수들의 자금줄을 끊어놓을 방책을 세우겠소.”


추공은 깊은 밤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지며 취춘루의 뒷문을 나섰다. 가야금 소리가 멎은 기루의 골목길은 차가운 푸른 안개로 자욱했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어두운 골목길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추공은 전신에 소름 끼치는 서늘한 시선을 감지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루 손님의 방관하는 눈길이 아니었다. 기계 장치와 독에 정통한 일류 밀정의 날카롭고 집요한 추적의 안광이었다.


추공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청이식 심안은 골목 모퉁이, 붉은 비단 옷을 요염하게 걸친 채 머리의 비녀를 만지작거리는 여인의 기척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뇌진풍의 첩실이자 흑사련의 밀정인 은초희(은초희).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어둠 속에서 절뚝거리며 멀어지는 추공의 기이한 신체 균형 감각과 뒤태를 뱀처럼 집요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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