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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밤의 처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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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밤비가 초소의 얄팍한 판자 지붕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는 대지를 삼킬 기세로 울부짖고 있었다.


초소 내부의 어둠 속에서 추공은 이빨을 악물었다. 낮에 마유신이 가한 철사수(鐵沙手)의 음독한 흔적이 오른쪽 무릎 주위에서 검붉은 열기를 내뿜으며 맥동하고 있었다. 무릎뼈에 생긴 미세한 균열을 따라 양명경 화독(陽明經 火毒)이 칼날처럼 파고들었으나, 사내의 안색은 빗물보다 차가웠다.


그는 소리 없이 허리를 굽혀 바닥의 짚더미를 치우고 이중 판때기를 들어 올렸다. 눅눅한 흙내음 사이로 칠흑 같은 도포와 송곳니가 돋아난 흑철 귀면(흑철 귀면), 그리고 궤짝 깊숙이 보관되어 있던 목제 기계 의족(목제 기계 의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이 몸으로 가시겠소?”


어둠 속에서 탁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텅 빈 오른 소맷자락이 비바람에 펄럭였다.


“빗길은 자네 같은 외다리 무인에게 최악의 사지(死地)네. 진흙바닥에 한 번이라도 디딤발이 미끄러지면 제자리 도법이고 뭐고 중심이 무너져 개죽음을 당할 수 있어.”


추공은 대답 대신 묵묵히 오른쪽 허벅지의 잘려 나간 경맥 부위에 기계 의족의 접합부를 밀착시켰다.


철컥, 스르릉.


정교한 강철 톱니와 백련강 스프링이 가죽 끈과 맞물리며 둔탁한 금속음을 냈다. 인위적으로 이어 붙인 가짜 다리에 단전의 태극진기를 미세하게 흘려보내자, 차가운 나무와 쇠붙이가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추공이 천천히 일어섰다. 비록 왼쪽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이 평소의 세 배에 달했으나, 그의 신형은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밤은 나의 발소리를 지워주지.”


추공이 흑철 귀면을 얼굴에 가져갔다. 거친 가죽 끈을 머리 뒤로 단단히 동여매자, 가면의 기괴한 송곳니와 이마의 붉은 태양 문양이 어둠 속에서 기괴하게 빛났다. 귀면의 좁은 시야 구멍 새로 번뜩이는 서슬 퍼런 안광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사형은 초소를 지키며 알리바이를 만드시오. 내 삼경이 지나기 전에 우각촌의 피비린내를 씻어내고 돌아오겠소.”


말을 마친 추공의 신형이 바람처럼 흔들리더니, 소리도 없이 초소 뒷문 틈새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빗소리만이 대지를 가득 채웠다.


***


천조산 자락 아래 위치한 우각촌은 이미 지옥도로 변해 있었다.


화포의 연기와 횃불의 매캐한 냄새가 폭우 속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웅덩이마다 피어올랐다. 뇌진풍의 수하들인 사파 무뢰한들이 가옥을 약탈하며 지르는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빗소리를 찢고 울려 퍼졌다.


마을 광장 한가운데, 진흙탕 바닥에 무릎을 꿇은 늙은 촌장의 머리채를 쥔 사내가 있었다. 날카롭고 비열한 안색에 가죽 무복을 입은 사내, 뇌진풍의 잔혹한 집행관이자 채찍수의 대가인 김쌍도(金雙刀)였다. 그의 양손에는 독이 묻은 가시가 돋친 천년 가죽 채찍이 기괴하게 꿈틀거리며 빗물을 튕겨내고 있었다.


“이 늙은 쓰레기가, 분타주님의 은혜를 입고 살면서 감히 상납금을 빼돌려? 천조종의 옛 잔당들에게 줄 식량은 있고, 우리에게 바칠 은자는 없단 말이더냐!”


짝! 콰아앙!


김쌍도가 채찍을 휘두르자 늙은 촌장의 등에 깊은 혈로가 터지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촌장의 어린 손자가 울부짖으며 달려들려 했으나, 사파 무사 한 명이 무자비하게 아이의 가슴을 군홧발로 짓밟아 진흙탕에 처박았다.


“흐흐흐, 오늘 밤 이 마을의 숨통을 모조리 끊어 천조산 전체에 경고를 보내겠다.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아라!”


김쌍도가 이빨을 드러내며 기괴하게 웃었다. 그가 다시 한번 가시 채찍을 높이 치켜든 찰나였다.


스으으읍.


폭우가 몰아치는 허공에서, 빗방울이 사선으로 꺾이며 기이한 기류의 흐름이 발생했다.


어떠한 발소리도, 내력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광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파 무사들의 등덜미에 소름 끼치는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김쌍도의 채찍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살수로서의 본능이 등 뒤의 사각지대에서 뿜어지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감지한 것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김쌍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진흙탕 한가운데, 칠흑 같은 도포를 걸치고 송곳니가 돋아난 흑철 귀면을 쓴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빗방울이 가면에 닿아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데도, 그 사내는 미동조차 없이 한 다리로 고요히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누, 누구냐! 귀면을 쓴 쥐새끼가 감히 분타의 일에 끼어드는 거냐!”


김쌍도가 고함을 질렀으나, 귀면의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가면 너머로 타오르는 차가운 안광만이 빗속을 꿰뚫을 뿐이었다.


“죽여라! 저놈의 목을 베어 성문에 걸어라!”


김쌍도의 명령에 주변에 서 있던 사파 무사 다섯 명이 일제히 병장기를 뽑아 들고 진흙탕을 박차며 쇄도했다. 그들의 타깃은 명확했다. 사내의 부자연스럽게 서 있는 하반신, 즉 외다리 쪽의 맹점을 노린 수평 베기였다.


슈우욱! 콰아아!


다섯 자루의 도검이 빗방울을 가르며 추공의 하체를 향해 휘몰아쳤다.


하지만 추공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발바닥은 진흙탕에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무념보(無念步)의 극의가 그의 신형을 완벽한 정적 속에 묶어두고 있었다.


‘사방이 미끄러운 빗속이다. 먼저 움직이면 내 다리가 먼저 무너진다. 적들을 내 반경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추공은 청이법(聽耳法)을 가동했다. 쏟아지는 폭우 소리 사이로 적들의 거친 호흡 주기와 도검이 공기를 찢고 다가오는 궤적이 귓가를 스쳤다.


김쌍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시 채찍을 크게 휘둘렀다. 뱀처럼 휘어지는 채찍 끝이 추공의 머리를 향해 기습적으로 날아들었다.


타아앙!


추공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고개만을 미세하게 비틀었다. 가시 돋친 채찍 끝이 흑철 귀면의 뺨을 스치며 거친 금속 마찰음을 냈다. 동시에 다섯 무사의 도검이 그의 하반신 일 촌 앞까지 육박했다.


바로 지금이었다.


추공의 오른쪽 허벅지 경맥에서 태극진기가 폭발하듯 기계 의족의 스프링 장치로 흘러 들어갔다.


팅! 콰아앙!


의족 내부에 장착된 강력한 백련강 스프링이 반동하며, 추공의 신형이 대지를 박차고 허공으로 삼십 보 이상 급도약했다. 빗방울을 수직으로 가르며 날아오른 밤의 사신을 바라보며, 사파 무사들의 시선이 허공으로 굳어버렸다.


“공중 도약이라고?! 외다리 놈이 어떻게……!”


김쌍도가 경악하며 채찍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허공에서 수직으로 하강하는 추공의 몸이 팽이처럼 고속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쥐인 도칼 끝에서 푸른 태극의 진기가 타오르며 빗방울을 증발시켰다.


일도류 정좌도법 제1식, 단극참(單極斬).


스아아아악!


단 한 번의 파괴적인 회전력이 공간 전체를 수평으로 베어 넘겼다. 어둠 속에서 번뜩인 한 줄기 예리한 푸른 섬광이 빗장막을 일직선으로 쪼개버렸다.


서슬 퍼런 도광이 지나간 자리, 김쌍도가 자랑하던 천년 가죽 채찍이 먼지처럼 반으로 동강 나 공중에 흩날렸다. 기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도기는 김쌍도의 양팔 경맥과 혈도를 정확하게 파고들어 관통했다.


“아아아악!”


김쌍도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그의 양팔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으나, 이내 추공의 차가운 음기에 의해 상처 부위가 하얗게 서리로 뒤덮이며 굳어버렸다. 그의 기경팔맥이 완전히 끊어져 평생 채찍을 잡을 수 없는 폐인이 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추공의 도선에 걸려들었던 다섯 무사의 목덜미에서도 일시에 붉은 분수가 솟구쳤다. 그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진흙탕 속으로 처박혔다.


콰당!


하지만 대가는 잔인했다.


하강하며 진흙탕 바닥을 디딘 순간, 빗물에 젖은 미끄러운 진흙이 기계 의족의 끝자락을 미세하게 쓸어내렸다.


쭉!


“으윽……!”


의족의 관절 장치가 미끄러지며 중심이 옆으로 급격히 쏠렸다. 착지 시 가해진 엄청난 물리적 충격과 하중이 의족의 스프링을 타고 추공의 척추와 허리로 고스란히 역류했다. 마치 묵직한 쇠망치로 등허리를 강타당한 듯한 극심한 타격이 전신을 흔들었다. 왼쪽 무릎 연골이 비명을 질렀고, 단전 속의 화독이 통증에 반응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공은 한 다리로 대지를 딛고 서서 한 치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흑철 귀면 너머로 피를 흘리며 기어가는 김쌍도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너, 너는 누구냐…… 뇌진풍 분타주님께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김쌍도가 공포에 질려 이빨을 떨며 목숨을 구걸했다.


추공은 대답 대신 도칼을 거꾸로 쥐었다.


스윽, 서걱.


빗소리 속에 둔탁한 살점이 베이는 소리가 묻혔다. 김쌍도의 머리가 진흙탕 바닥을 굴렀다. 추공은 잘려 나간 그의 양팔과 머리를 도포 자락에 거두었다. 가문의 원수들에게 보낼 경고의 제물이었다.


마을 광장에는 빗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살아남은 민초들은 진흙탕 속에 엎드린 채, 흑철 귀면을 쓴 밤의 사신을 경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추공은 빗물에 젖은 도칼의 피를 털어내고, 쓰러진 늙은 촌장과 울부짖는 아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들의 상처를 살피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려던 찰나였다.


스으으읍!


추공의 귀 경맥이 미세하게 떨렸다. 청이법의 감각망에 빗소리를 뚫고 다가오는 기이한 파공음이 걸려들었다.


휘이이잉!


저 멀리 천조산 동부 계곡 너머에서,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일류 고수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신법 소리가 폭풍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평범한 무사가 아니었다. 최소한 마유신에 버금가는 강력한 내력을 지닌 자의 살기 어린 독문 신법이었다.


동시에, 천조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천조종 분타 본산의 방향에서 묵직하고 장엄한 구리 종소리가 밤하늘을 뒤흔들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댕! 댕! 댕! 댕!


뇌진풍이 분타의 전 전력을 소집하는 긴급 비상종(긴급 비상종) 소리였다.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온 산길을 차단하려는 원수들의 다급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추공의 눈동자가 귀면 너머에서 다시 한번 차갑게 번뜩였다. 수색대가 천조산 백계단(천조산 백계단)을 봉쇄하기 전에, 이 다친 몸을 이끌고 본산으로 복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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