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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피바람과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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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야수현 서부 슬럼가의 눅눅한 밤공기를 찢으며 목수 오씨의 공방 문이 거칠게 부서져 내렸다. 부서진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은 차가운 밤안개만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야행복을 걸치고 손가락 끝에 서슬 퍼런 철갑 권갑을 찬 다섯 명의 사내들. 그들이 내뿜는 음산한 살기가 순식간에 비좁은 공방 내부를 가득 채웠다.


“늙은이, 양면일도의 의족을 만든 자가 네놈이 맞느냐?”


선두에 선 자객이 음산한 목소리로 오씨의 멱살을 잡아채며 차가운 철갑 권갑을 그의 목덜미에 들이밀었다. 늙은 목수 오씨는 무공을 전혀 모르는 평범한 장인이었다. 갑작스러운 사파 고수들의 습격에 오씨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연장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쨍그랑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공방의 정적을 깨뜨렸다.


“내, 내가 만든 것은 그저 평범한 농기구와 목재 가구들뿐이오! 의족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시치미를 떼도 소용없다. 독조 마씨 감찰관님께서 수송선 폭발 현장에서 수거한 의족 파편의 조각 기법이 네놈의 솜씨와 완벽히 일치함을 확인하셨다. 당장 의족 제작 도면과 그 절름발이 자객의 행방을 대지 않으면, 이 공방과 함께 네놈의 사지를 찢어 발겨 불태워버리겠다!”


자객의 우두머리가 이빨을 드러내며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오씨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늙은 목수의 입술이 터지며 붉은 선혈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바로 그 순간, 공방 출입문 바로 옆 어둠 속에 밀착해 있던 추공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현재 그의 오른쪽 다리는 기계 의족이 완전히 전소되어 허벅지춤에 허전하게 묶여 있는 완전한 외다리 상태였다. 게다가 수송선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왼쪽 다리뼈마저 미세한 골절 내상을 입어, 한 다리로 지탱해 서 있는 것조차 뼈를 깎는 듯한 극통을 유발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 디디려 해도 단전 속의 양명경 화독이 끓어오르며 목구멍으로 뜨거운 핏물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정면 대결은 불가능하다. 일어서서 보법을 딛는 순간 내 왼쪽 다리뼈는 완전히 바스러질 터. 오직 문 뒤의 어둠과 제자리에서의 회전력만을 이용해 소리 없이 처단해야 한다.’


추공은 단전 내부에서 부드럽게 순환하는 음양조화 태극진기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차가운 음기로 왼쪽 다리의 골절 통증을 강제로 마비시키고, 전신의 기운을 지면의 나무 먼지와 어둠 속에 완전히 동화시키는 토납은형술을 펼쳤다. 흑철 귀면 뒤로 비치는 그의 눈동자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도면의 행방을 대라, 늙은이! 삼息을 주겠다!”


자객이 오씨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단검을 치켜든 바로 그 찰나였다.


스스슥.


어둠 속에서 소리도 없이 한 줄기 그림자가 일어섰다. 추공은 녹슨 무쇠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몸을 고정한 채, 무념보의 묘리를 발휘해 첫 번째 자객의 등 뒤로 유령처럼 접근했다.


*척.*


추공의 손끝이 허공을 튕겼다. 빗자루 끝에 숨겨진 둔중한 한철 철심이 자객의 후두부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퍽!*


단 한 번의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자객은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한 채 뇌가 으스러져 바닥으로 무겁게 주저앉았다.


“대, 대장! 무슨 소ㄹ……”


옆에 서 있던 두 번째 자객이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의 품속에서 붉은 신호탄이 든 철제 통이 반쯤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신호탄이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순간 야수현 성내의 모든 흑사련 무사들이 이곳으로 몰려올 터였다.


‘결코 신호를 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


추공은 부러진 왼쪽 다리의 고통을 이빨을 악물고 참아내며, 제자리에서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켰다. 일도류 정좌도법 제1식, 단극참의 회전력이 그의 손에 쥔 무쇠 빗자루 끝으로 폭발하듯 실렸다.


*스각!*


보이지 않는 예리한 무형의 진기 칼날이 어둠을 가르고 지나갔다. 두 번째 자객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려던 오른손 손목이 단숨에 잘려 나가며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으, 으아악!”


자객이 잘려 나간 손목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려 하자, 추공은 비살상 제압술인 쇄맥수의 한빙 진기를 그의 목덜미 사혈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목구멍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비명은 둔탁한 쇳소리로 변해 사라졌고, 자객은 전신 경맥이 동결되어 바닥으로 쓰러졌다.


“습격자다! 양면일도가 이곳에 있다!”


공방 안쪽에 서 있던 마지막 자객이 경악하며 늙은 오씨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자신의 방패로 삼으려 했다.


추공은 왼쪽 다리의 골절 부위가 비틀리며 가슴 깊은 곳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내공을 무리하게 시전한 탓에 단전의 화독 폭주 전조가 눈앞을 붉게 흐려놓았다.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지형지물을 이용한다.’


추공은 빗자루를 짚고 서 있던 오른쪽 외다리 끝에 전신의 태극진기를 모았다. 그리고 바닥에 놓여 있던 무겁고 단단한 백철 모루 파편을 발끝으로 강하게 튕겨 올렸다.


*콰앙!*


공중으로 솟구친 백철 모루가 가공할 회전력을 얻고 날아가, 오씨를 방패로 삼으려던 자객의 이마 정중앙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머리뼈가 박살 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자객의 신형이 뒤로 크게 자빠졌다. 추공은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빗자루 끝의 철심으로 그의 심장 사혈을 찔러 숨통을 끊어놓았다.


“하아…… 하아……”


추공은 빗자루에 온 체중을 의지한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흑철 귀면 아래로 붉은 선혈이 한 줄기 흘러내려 바닥의 나무 먼지를 적셨다. 전신 경맥이 뒤틀리는 극심한 통증에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소, 소협! 다리가 어찌 이리 되셨습니까! 저 때문에 몸을 무리하셔서……”


나무 판자 더미 뒤에서 기어 나온 오씨가 눈물을 흘리며 추공의 부러진 왼쪽 다리와 텅 빈 오른쪽 다리를 바라보았다.


“숙부,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 흑사련의 감찰관 독조 마씨가 이미 숙부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이곳에 더 이상 흔적을 남겨선 안 됩니다.”


추공은 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공방 구석에 놓인 등유 통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눅눅한 기름이 바닥의 조각 도면들과 나무 톱밥 위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의족의 도면과 제련 도구들을 모두 불태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숙부의 목숨도, 내 정체도 영구히 수호할 수 있습니다.”


오씨는 이빨을 악물고 작업대 위에 켜져 있던 등잔을 바닥의 기름 더미 위로 던졌다.


화르륵!


순식간에 붉은 화염이 공방 내부의 건조한 목재들을 집어삼키며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가득 채우며 숨통을 조여왔다.


추공은 외다리로 서서 오씨의 어깨를 붙잡았다.


“숙부, 제 등에 업히십시오. 이 불길이 공방을 완전히 삼키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소협! 그 몸으로 저를 업으시다니요! 제발 저를 두고 가십시오!”


“가문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의족을 만들어준 숙부를 두고 갈 수는 없소. 당장 업히십시오!”


추공은 단전의 태극진기를 극한으로 쥐어짜 내어 왼쪽 다리의 골절 고통을 얼음 같은 한기로 마비시켰다. 그리고 오씨를 자신의 등에 업고, 녹슨 무쇠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짚으며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불타는 공방의 뒷문 틈새를 향해 처절한 걸음을 옮겼다.


*우드득, 쩍!*


등 뒤에서 공방의 거대한 대들보가 화염 속에서 무너지며 굉음을 내질렀다. 불타는 불똥이 추공의 살수 도포 자락을 태웠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슬럼가의 어두운 진흙탕 골목길 속으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밤비가 내리기 시작한 슬럼가의 좁은 골목길. 추공은 외다리로 진흙을 딛고 절뚝거리며, 오직 가문을 향한 서늘한 집념 하나로 탁삼이 마련해 둔 저잣거리의 비밀 안전가옥을 향해 기어가듯 전진했다. 왼쪽 다리뼈가 맞물려 비틀릴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지만, 흑철 귀면 뒤에 숨겨진 그의 안광은 사신의 그것처럼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슬럼가 외곽의 허물어진 담벼락 모퉁이에 도달했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대지를 울리는 묵직하고 일정한 말발굽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청이식 심안의 감각망에 걸려들었다. 일반 관군이나 사파 무뢰배들의 난잡한 발걸음이 아니었다. 살기를 극도로 억누른 채 일정한 호흡 주기를 유지하며 달리는 최정예 흑사련 무사들의 대열.


추공은 오씨를 업은 채 젖은 목재 더미 뒤 어둠 속에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숨소리조차 지우는 토납은형술을 가동하며, 질척이는 진흙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검은 피를 손자락으로 황급히 가렸다.


말발굽 소리가 불타오르는 오씨의 공방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


자욱한 연기와 불꽃이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 검은색 학자포를 입고 얼굴이 해골처럼 마른 노인이 천천히 말에서 내려섰다. 손가락 끝에 길고 날카로운 천철 손톱을 끼운 채, 불타는 공방을 바라보는 음산한 안광의 소유자.


흑사련 최고의 지능형 감찰관, 독조 마씨였다.


마씨는 흩날리는 붉은 재와 무너져 내리는 공방의 화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매서운 안광이 빗물에 젖은 진흙 바닥과 주변의 어둠을 뱀처럼 집요하게 훑기 시작했다. 추공과 오씨가 숨어 있는 젖은 목재 더미와의 거리는 불과 열다섯 보.


일촉즉발의 침묵 속에서, 독조 마씨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추공이 숨어 있는 어둠을 향해 서늘한 시선을 던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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