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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강을 태우는 귀면의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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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강의 검은 물결이 어둠을 머금은 채 나루터의 썩은 목조 선착장을 거칠게 때리고 있었다. 밤안개는 강바람을 타고 스산하게 피어올라, 횃불의 붉은 불빛마저 희뿌연 장막 속에 가두어버렸다. 철도방(鐵刀防)의 무사들이 수십 개의 횃불을 쳐든 채 가죽 갑옷의 쇠붙이를 짤랑거리며 삼엄하게 대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선 사내, 마유신(馬庾信)의 목소리가 창강의 밤공기를 찢어발겼다.


“경비를 강화하라! 양면일도 그 절름발이 자객 놈이 언제 이 나루터를 습격할지 모른다! 쥐새끼 한 마리도 배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


수송선 갑판 위로 쇠사슬 경보 장치가 촘촘히 깔렸고, 화물창 입구의 압력 감지판들이 어둠 속에서 둔탁한 무쇠의 광택을 발했다. 그 삼엄한 포위망 위, 대형 창고의 가파른 지붕 기와 틈새에 한 줄기 그림자가 완전히 밀착해 있었다.


추공(추공)이었다.


그는 얼굴에 기괴한 송곳니가 돋아나고 이마에 붉은 해 문양이 새겨진 흑철 귀면(黑鐵 鬼面)을 쓴 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슴 품에는 맹필이 정교하게 조각한 뇌진풍(雷太白)의 진짜 인장이 찍힌 가짜 횡령 서찰과 위조된 흑사련 장부가 묵직한 무게감으로 닿아 있었다. 오른쪽 다리에는 천조산 한철과 백련강 스프링으로 제련된 목제 기계 의족(木製 機械 義足)이 단단히 결합되어 있었고, 단전 내부에서는 음양조화 태극진기(陰陽調和 太極眞氣)가 물과 불의 소용돌이처럼 서늘하고 뜨겁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유신, 네가 직접 경비를 지휘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사냥개가 가까이 있을수록 내 이간지계의 덫은 더욱 확실하게 작동할 터.’


추공은 조용히 몸을 흔들었다. 기척과 살기를 완벽히 지우고 공기의 흐름조차 흐트러뜨리지 않는 보법, 무념보(無念步)가 발흥했다. 그의 신형은 지붕 기와 위에서 떨어지는 낙엽보다 조용하게 내려앉아, 수송선의 후방 갑판 그늘 속으로 물 흐르듯 녹아들었다.


갑판 위를 순찰하던 철도방 보초 두 명이 횃불을 치켜들며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청이법(聽耳法)의 예리한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가죽 장화가 축축한 갑판을 밟는 마찰음과 미세한 호흡 주기가 고막을 때렸다.


스스슥.


추공은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솟아올랐다. 보초들이 기이한 기류 변화를 느끼고 고개를 돌리기도 전, 그의 손가락 끝이 허공을 튕겼다. 비살상 제압술인 쇄맥수(鎖脈手)의 극음 진기가 보초들의 목덜미 사혈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윽……”


비명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두 보초는 뼈가 얼어붙는 듯한 냉기에 휩싸여 끈 풀린 인형처럼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추공은 그들이 쓰러지기 전 횃불을 나꿔채어 소리 없이 갑판 구석에 내려놓았다. 단 한 번의 마찰음도 일지 않은 완벽한 침묵의 제압이었다.


추공은 쓰러진 보초들의 몸을 그늘 속으로 밀어 넣은 뒤, 수송선의 내부 선실로 통하는 어두운 계단을 타고 소리 없이 내려갔다. 선실 깊은 곳, 뇌진풍이 사적으로 수탈한 황금과 밀수품들을 보관해 두는 비밀 금고가 보였다. 정교한 구리 자물쇠로 잠겨 있는 철제 금고였다.


추공은 품속에서 복사한 열쇠를 꺼내 들었다. 자물쇠 내부에 열쇠를 밀어 넣고, 단전의 태극진기를 미세하게 흘려보내 자물쇠 내부의 스프링 마찰 소음을 완벽히 억제하며 부드럽게 돌렸다.


찰칵.


소리 없이 열린 금고 문 틈새로, 추공은 맹필이 위조한 흑사련 철전 비밀 장부와 가짜 횡령 서찰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서찰의 붉은 인장 자국이 횃불 잔광 속에서 뇌진풍의 배신을 증명하듯 서늘하게 빛났다. 이 장부가 독조 마씨와 흑사련 총단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뇌진풍은 영구히 흑사련으로부터 격리되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터였다.


물증을 심은 추공은 지체 없이 화물창 가장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사방에 천조산 한철로 제련된 무기 궤짝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추공은 가죽 주머니에서 검은 가루를 꺼내 궤짝들 사이에 아낌없이 뿌려댔다. 불에 타면 기괴한 검은 연기와 지독한 악취를 내뿜으며 시야를 완벽히 가리는 특수 광물 분말, 묵염가루(墨染粉)였다. 그 위에 심지가 타들어 가는 작은 화약 상자들을 정교하게 배치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침투를 마치고 갑판 위로 다시 기어 올라와 후방 수로로 탈출하려던 순간이었다.


쿵! 쿵! 쿵!


갑자기 갑판 사방에서 육중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횃불이 일제히 타올랐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마유신의 채찍검이 뱀처럼 서늘한 빛을 뿜어내며 추공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침입자다! 귀면을 쓴 자객 놈이 화물창에서 나왔다! 전원 포위하라!”


마유신의 사나운 호령과 함께 삼십 명의 정예 무사들이 쇠사슬 올가미를 치켜들며 추공의 사방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횃불의 불빛이 흑철 귀면의 송곳니를 붉게 물들였다. 사방이 강물과 쇠창살로 막힌 수송선 갑판 위는 외다리로 중심을 잡고 싸우기에 최악의 환경이었다. 배가 파도에 흔들릴 때마다 오른쪽 허벅지 경맥에 기계 의족의 둔중한 마찰 고통이 뼈를 깎듯 전해졌다.


‘정면 돌파는 어렵겠군.’


추공은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살기를 억누르며 도칼 자루를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먼저 정면의 포위망을 찢기 위해 제자리에서 단극참(單極斬)을 시전하려 신형을 회전시켰다.


그러나 그 순간, 거대한 강바람이 배를 때리며 갑판이 왼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콰르릉!


의족을 디딘 오른쪽 하체의 무게중심이 찰나의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회전 각도가 어긋나며 단극참의 도광이 허공을 갈랐고, 그 틈을 타 파고든 마유신의 채찍검 끝이 추공의 오른쪽 어깨 가죽을 날카롭게 스쳤다.


스윽!


검은 살수 도포가 찢어지며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어깨에 가벼운 찰과상과 함께 예리한 통증이 뇌리를 찔렀다. 마유신이 비열한 실소를 터뜨렸다.


“흥, 양면일도라 하더니 겨우 이 정도냐! 사슬을 던져 저 절름발이 놈의 다리를 묶어라!”


마유신의 명령에 무사들이 일제히 무거운 무쇠 쇠사슬 올가미를 허공으로 던졌다. 수십 개의 사슬이 뱀처럼 허공을 가르며 추공의 하반신과 기계 의족을 휘감아 쥐기 위해 좁혀들었다.


추공은 눈동자를 차갑게 빛냈다. 탈진과 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는 허대수가 설계한 의족 내부의 백련강 스프링 장치에 단전의 음양조화 태극진기를 폭발적으로 주입했다. 단전 내 물과 불의 진기가 소용돌이치며 의족 내부의 기계 장치로 쏟아져 들어갔다. 천조산 한철 프레임이 진기와 공명하며 고주파의 미세한 공명음(共鳴音)을 내뿜기 시작했다.


허대수가 수립했던 한철 공명음의 제어 원리가 스프링의 탄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솟구쳐라.”


콰아앙!


의족 내부의 백련강 스프링이 폭발적인 반동력을 일으키며 갑판을 내리쳤다. 추공의 신형이 사슬 올가미가 발밑을 덮치기 직전, 밤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구쳐 올랐다.


쉬이이익!


무사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머리 위 허공으로 쏠렸다. 추공은 빗방울이 흩날리는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공중 삼십 보(Steps) 위에서 낙하하는 엄청난 가속도를 도칼 끝에 실었다. 그의 전신에서 음양의 푸르고 붉은 진기 폭풍이 휘몰아쳤다.


귀면천도 비기, 귀면참 - 일섬(鬼面斬 一閃)!


허공을 가르며 떨어진 한 줄기 서슬 퍼런 도광이 수송선의 거대한 중심 돛대를 일직선으로 베어 넘겼다.


콰르르릉! 쩌적!


수십 장 높이의 거대한 목조 돛대가 굉음과 함께 반으로 갈라지며 갑판 위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도광의 파괴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두꺼운 무쇠 갑판 바닥까지 일직선으로 쪼개버렸다. 선체가 반으로 갈라지며 엄청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포위망을 치고 있던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아악! 배가 무너진다!”


마유신 역시 무너지는 돛대 파편을 피하기 위해 다급히 뒤로 굴러야 했다.


그 소란을 틈타, 선체 내부 화물창에 배치해 두었던 화약 상자들이 인화하기 시작했다. 묵염가루가 불길과 만나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유황 악취와 함께 칠흑 같은 검은 연기 폭풍이 선박 전체를 뒤덮었다. 사방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추공은 낙하하는 가속도를 유지한 채, 수송선 후방의 어두운 수로 아래 대기하고 있던 춘삼의 평저선(平底船)을 향해 몸을 던졌다.


쿵!


평저선 갑판 위로 무겁게 착지하는 순간, 다리를 타고 뇌리까지 전해지는 격렬한 물리적 충격에 추공은 이빨을 악물었다.


뚝, 하는 미세한 파열음과 함께 왼쪽 다리뼈에 미세한 골절과 내상이 발생했고, 오른쪽 기계 의족 내부의 백련강 스프링이 엄청난 고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완전히 으스러져 파손되었다. 의족이 제 기능을 잃고 무너지며 추공은 갑판 위로 주저앉았다.


“장인님! 무사하십니까!”


키를 잡고 있던 비밀 사공 춘삼이 경악하며 노를 저어 배를 수로 밖으로 빠르게 빼내기 시작했다. 추공은 부러진 왼쪽 다리와 파손된 의족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정신을 붙잡은 채, 흑철 귀면 너머로 타오르는 수송선을 바라보았다.


배가 물결을 타고 나루터에서 멀어지는 순간, 추공의 품속에서 회수된 일월인이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은은한 푸른 안광을 발했다.


뒤편 창강 나루터에 정박해 있던 대형 수송선 세 척이 화물창 내부 한철 무기들과 화약의 연쇄 반응으로 인해 일제히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눈이 멀 것 같은 붉은 화염이 밤안개를 찢어발기며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뇌진풍이 수개월간 준비한 모든 한철 무기와 재정적 기반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장엄한 광경이었다. 불길이 치솟는 화염 한가운데서, 자신의 모든 공적이 물거품이 된 것을 목격한 마유신의 처절하고 분노에 찬 비명이 창강의 불타는 물결 위로 길게 울려 퍼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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