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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자 노파와 주막의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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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신이 군사들을 이끌고 저잣거리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천조종 정문을 빠져나갔다.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무사들의 고함 소리가 안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진흙탕 바닥에 엎어져 있던 추공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으윽…….”


오른쪽 무릎뼈에서 시작된 균열의 통증이 허벅지를 타고 단전까지 찌르듯 밀려왔다. 마유신이 철사수로 고문하며 가했던 내력의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집요했다. 단전 깊은 곳에서는 양명경 화독(陽明經 火毒)과 채홍에게 입었던 남궁세가의 비전 독 기운이 미세하게 충돌하며 전신에 오한을 퍼뜨리고 있었다.


추공은 찢어진 바짓단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문지기 초소 안으로 들어섰다. 지푸라기가 깔린 초라한 침상에 몸을 기대자마자 가슴을 옥죄는 가쁜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대나무 빗자루를 손에 꽉 쥐었다. 비록 대나무 대는 파손되었으나, 그 내부에 숨겨진 무거운 한철 철심과 비침 발사 장치는 다행히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다.


스스슥.


그때, 초소 뒷문의 낡은 가죽 가림막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바람의 기척이 아니었다. 소리 없이 침투하는 잠행의 흔적. 추공이 긴장하며 빗자루의 방아쇠로 손가락을 가져가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낮게 들려왔다.


“장문인 소협, 소인 대풍이옵니다.”


초소 구석의 그늘을 뚫고 나타난 자는 마구간지기 대풍이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비굴한 웃음기 대신 흙빛으로 질려 있었다. 대풍은 주위를 살피며 추공의 침상 곁으로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냐, 대풍. 마구간의 의족은 안전하더냐?”


“의족은 여물통 밑에 무사히 숨겨져 있습니다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더 끔찍한 위기가 닥쳤습니다.”


대풍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야수현 옹기 저잣거리 구석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독설 신씨(獨舌 申氏) 노파를 아십니까요? 그 탐욕스러운 노파가 소협께서 가끔 성 밖 외딴 농가로 온양 약초를 보내는 움직임을 끈질기게 감시해 왔던 모양입니다.”


추공의 눈동자가 일순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신씨 노파가…… 내 누이의 행방을 눈치챈 것이냐?”


“그렇습니다요! 그 늙은 쥐새끼 같은 노파가 농가에 숨겨진 병약한 여인이 바로 멸망한 천조종 장문인의 딸이자 소협의 유일한 혈육인 추설희 소저임을 알아챘습니다. 지금 뇌진풍이 양면일도를 잡기 위해 막대한 황금 포상금을 걸어둔 상태라, 신씨 노파는 오늘 밤 야간 통행금지를 틈타 뇌진풍의 내원으로 직접 가 이를 밀고하려 채비를 마쳤습니다요!”


쿵.


추공의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의 머릿속에 창백하고 병약한 안색으로 마른기침을 하던 누이동생 설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가문의 멸망 속에서 간신히 살려내어 숨겨둔 유일한 혈육이자, 그가 지옥 같은 살수의 이중생활을 견뎌내는 유일한 이유였다.


그녀의 행방이 뇌진풍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설희의 목숨은 물론 천조종의 부흥 계획은 영구히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지금 신씨 노파를 길거리에서 직접 참수한다면…….’


추공은 차갑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독조 마씨가 이미 야수현 성내에 수사망을 촘촘히 깔아둔 상태였다. 주막 주인이 의문사한다면 마씨는 즉시 배후를 추적할 것이고, 결국 옹기 저잣거리 주변의 대장간과 초소로 의심의 화살이 돌아오게 된다. 살생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밀고를 차단하고, 수사망을 교란할 완벽한 지략이 필요했다.


“귀면천도(鬼面天刀)…….”


추공의 비틀린 입술 사이로 서늘한 가짜 문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신씨 노파의 밀고를 사파 간의 이권 다툼으로 위장한다. 귀면천도의 이름으로 주막을 불태우고 그녀의 신용을 완전히 매장시키겠다.”


추공은 대풍에게 오씨 목수의 공방에서 받아온 묵염가루(묵염가루) 주머니와 불을 붙일 기름병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오른쪽 다리의 뼈마디가 비틀리는 고통을 태극진기의 한빙 기운으로 억누르며,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마구간에서 분해해 둔 목제 기계 의족을 은밀히 수거했다.


밤의 장막이 야수현 옹기 저잣거리를 완전히 뒤덮었을 때, 흑철 귀면을 쓰고 칠흑 같은 살수 도포를 걸친 ‘양면일도’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야수현 옹기 저잣거리 한구석에 위치한 신씨 노파의 주막.


지저분한 등잔불 아래에서 이빨이 몇 개 빠진 노파, 독설 신씨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가죽 주머니를 챙기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는 뇌진풍에게 바칠 추설희의 은신처가 적힌 서찰과, 밀고의 대가로 미리 챙겨둔 은자 몇 푼이 들어 있었다.


“히히히, 이 쓸모없는 늙은이에게도 이런 횡재가 찾아오는구나. 천조종 장문인의 딸년 목숨값이면 평생을 먹고 지낼 황금을 챙길 수 있겠지.”


신씨 노파가 야간 통행금지 경보가 울리기 전, 주막 뒷문을 통해 뇌진풍의 내원으로 향하려 신발끈을 조여 매던 바로 그때였다.


스스슥.


지붕 기와 위를 스치는 미세한 기척과 함께, 주막의 굴뚝을 통해 무언가 툭 떨어졌다.


쉬이이익!


찰나의 순간, 지독한 유황 냄새와 악취를 풍기는 칠흑 같은 검은 연기가 주막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추공이 지붕 위에서 떨어뜨린 특수 기만 재료, 묵염가루의 연막탄이었다. 눈을 뜨기조차 힘든 매캐한 연기와 지독한 악취에 신씨 노파는 숨이 턱 막혀 비명을 질렀다.


“쿠, 쿨럭! 이게 무슨…… 불이야! 불이 났다!”


노파는 기침을 해대며 품속의 가죽 주머니를 꽉 쥔 채 허둥지둥 주막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그 순간, 주막 지붕 위에서 칠흑의 도포 자락을 날리며 흑철 귀면을 쓴 거구의 사신이 소리 없이 강하했다. 그의 손에는 횃불이 들려 있었다. 추공은 차가운 안광을 빛내며 주막의 목조 벽면을 향해 기름병을 던졌고, 이내 횃불을 투척했다.


화아아악!


순식간에 붉은 불길이 건조한 목조 건물을 집어삼키며 밤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타오르는 불길의 붉은 광채가 추공의 흑철 귀면을 기괴하게 비추었다.


“히, 히익! 귀, 귀면천도……!”


신씨 노파는 불타는 주막과 눈앞에 우뚝 선 기괴한 귀면의 살수를 바라보며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뒤로 기어 도망치려 했다.


추공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한 다리로 서서 풍검의 목도를 천천히 뽑아 들었다. 서슬 퍼런 도광이 불길 속에서 푸르게 빛났다. 그는 목도 끝을 신씨 노파의 쪼글쪼글한 목덜미 일 촌 앞에 정확히 고정시켰다. 차가운 살기가 노파의 성대를 얼려버릴 듯 가해졌다.


“밀고용 서찰을 내놓아라.”


경맥을 변조한 둔탁하고 기괴한 목소리가 주막의 불길 소리를 뚫고 노파의 고막을 찔렀.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목숨만은……!”


신씨 노파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가죽 주머니를 바닥에 내던졌다. 추공은 목도 끝으로 주머니를 가볍게 채 가로채며, 가죽 주머니 내부에서 뇌진풍에게 보낼 서찰과 은자들을 완벽히 회수했다.


그리고 그는 품속에서 백련강 조각으로 정교하게 깎아 만든 귀면천도 영장(鬼面天刀 營掌)을 꺼내어, 노파의 발밑 진흙바닥에 툭 던져두었다.


“가짜 마교의 칼날이 네 무지한 목숨을 살려둔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한 번만 더 천조종의 핏줄을 입에 담는다면, 다음에는 네 온 가족의 목을 베어 이 자리에 걸어둘 것이다.”


추공은 묵염가루를 한 번 더 바닥에 터뜨리며 검은 연막 속으로 바람처럼 신형을 날렸다.


뒤편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주막의 불길과 신씨 노파의 공포에 질린 비명 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로써 노파는 밀고용 정보를 모두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귀면천도라는 위험한 살수 조직과 내통하여 사파의 이권 다툼에 휘말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어 야수현에서 밀고자로서의 신용을 완벽하게 잃게 될 터였다. 누이의 안전은 이 불길 속에서 완전히 수호되었다.


추공은 타오르는 불길을 뒤로한 채, 옹기 저잣거리의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날렵하게 빠져나갔다. 기계 의족의 관절이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미세하게 들려왔지만,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러나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추공은 본능적으로 신형을 멈춰 세워야 했다.


저벅, 저벅, 저벅.


밤안개가 자욱한 가로등 아래, 평범한 야수현의 무뢰한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맑고 날카로운 검기가 골목 전체를 차갑게 짓누르고 있었다.


추공은 흙벽 뒤로 몸을 밀착시키며 청이식 심안을 가동했다. 모퉁이 너머에서 걸어 나오는 자들은 때 묻은 사파의 무복이 아닌, 극상의 비단으로 제련된 푸른 자수 도포를 입고 있었다. 그 도포의 가슴팍에는 날카로운 칼날과 낙양이 새겨진 정교한 문양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낙양검파(洛陽劍法)…… 정파의 천재들이 왜 이 무법천지 야수현에 나타난 것이냐.’


그들의 중심에 서서 청강검의 자루를 쥔 채 타오르는 주막의 불길을 오만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젊은 검객의 기세는 일류의 극의에 달해 있었다. 추공은 흑철 귀면 뒤에서 서서히 눈동자의 차가운 살기를 빛내며 목도를 고쳐 잡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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