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조의 안광과 외다리의 흔적
서문 밖 옛 우물터의 가시덤불 아래, 사방을 메운 밤안개는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뒤섞여 음산한 장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쿨럭……!”
가슴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선혈이 진흙바닥을 적셨다. 추공은 부러진 오른쪽 다리를 땅에 기댄 채, 이빨을 악물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단전 속에서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양명경 화독(陽明經 火毒)과 채홍에게 입었던 남궁세가의 비전 독 기운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불에 달구어지는 동시에 얼음 송곳으로 쑤셔지는 듯한 처절한 고통이 기경팔맥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아직…… 복수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추공은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흑사련 비밀 장부를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의식이 흐려져 대지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보였지만, 그의 이성은 차갑게 번뜩이고 있었다. 이 우물터에 철권 강씨의 전신을 굳혀놓았으니, 머지않아 독조 마씨가 이 현장을 발견할 터였다. 그 전에 이곳을 벗어나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했다.
추공은 둔중한 천조산 한철로 보강된 목제 기계 의족의 관절을 삐걱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한 다리로 서서 허리의 균형을 잡는 것조차 평소의 배는 힘이 들었다. 그는 무념보(無念步)의 구결을 극도로 압축해 기척을 지우며, 어둠을 틈타 천조종의 외곽 마구간으로 기어갔다.
마구간의 퀴퀴한 말똥 냄새와 여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추공은 보초들의 눈을 피해 여물통 밑바닥의 젖은 짚단 더미를 들쳐냈다. 그리고 오른쪽 허벅지 경맥의 진기를 억제하며 기계 의족의 가죽 끈을 신속하게 풀어냈다. 한철 의족을 마구간 여물통 가장 깊은 그늘 속에 밀어 넣고 짚단으로 완벽히 덮은 뒤, 그는 오직 왼쪽 다리 하나만으로 문지기 초소를 향해 기어갔다. 진흙과 오물이 전신에 묻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꼴이었다.
초소의 초라한 짚단 침상에 몸을 눕혔을 때, 이미 동틀 녘의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창살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추공은 단전의 태극진기를 극도로 가라앉히며, 기경팔맥의 폐색 상태를 강제로 유지했다. 전신에 가해지는 오한과 통증에 몸을 떨며, 그는 다시 무능하고 비참한 외다리 청소부의 껍질을 뒤집어썼다.
***
해가 떠오른 서문 밖 옛 우물터는 차가운 새벽 서리로 덮여 있었다.
검은 학자포를 입고 해골처럼 마른 노인, 독조 마씨(독조 마씨)가 굳어버린 철권 강씨의 거구 앞에 서 있었다. 마씨의 손가락 끝에 끼워진 길고 날카로운 천철 손톱이 강씨의 겨드랑이 밑 사혈 부위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쇄맥수(鎖脈手)…… 그것도 아주 극음(極陰)의 진기로 경맥 자체를 얼려버린 수법이군.”
마씨의 음산한 목소리가 우물터의 고요를 깼다. 그는 강씨의 극문 사혈에서 아주 미세하고 정교한 강철 비침 하나를 뽑아냈다. 침의 단면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던 마씨의 매서운 안광이 번뜩였다.
“천조산 한철(天照山 韓鐵)이다. 일반적인 사파의 살수들이 다룰 수 있는 광물이 아니야. 게다가 이 침이 박힌 각도를 보아라.”
마씨는 허리를 숙여 진흙바닥을 주시했다. 폭우에 씻겨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물터 구석의 부드러운 흙바닥에 기이할 정도로 깊게 패인 외다리 함몰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 다리에 전신 체중과 무거운 한철의 무게가 한 점으로 집중되어 찍힌 궤적이었다.
“습격자는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거나, 특수한 무거운 의족을 사용하는 자다. 그리고 이 비침의 성분은 천조종의 옛 제련 기술과 맞닿아 있군.”
마씨의 고개가 천조종 본산이 있는 산등성이를 향했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뱀 같은 미소가 걸렸다.
“마유신(마유신).”
“예, 감찰관님.”
뒤에서 대기하던 마유신이 고개를 숙였다.
“야수현 내부와 천조종 분타의 모든 제자들 중, 지체 장애를 가졌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자들을 샅샅이 색출해라. 특히 하급 청소부와 잡역부들을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신체 검사해라. 다리에 기계 의족을 숨겼거나 경맥에 한철의 진기를 품은 놈이 있다면 즉시 뼈를 발라내라.”
“존명!”
마유신의 사냥개 같은 눈빛에 잔인한 살기가 서렸다.
***
낮의 천조종 정문 앞.
추공은 때 묻은 회색 하급 문지기 무복을 입고, 균열이 가 부러진 대나무 빗자루를 손에 쥔 채 절뚝거리며 흙바닥을 쓸고 있었다. 오른쪽 바지춤은 허전하게 묶여 바람에 흔들렸고, 그의 등은 50대 노인처럼 굽어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주화초의 열독으로 인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는 태연하게 먼지를 쓸어낼 뿐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갑자기 웅장한 가죽 장화 소리가 정문 계단을 타고 울려 퍼졌다. 추공은 청이식 심안을 가동하지 않고도 그 발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직감했다.
마유신이 서슬 퍼런 철사수(鐵沙手)의 살기를 풍기며 이십 여 명의 흑색 무사들을 거느리고 초소 앞으로 들이닥쳤다. 그의 손에는 독조 마씨의 붉은 검사 명령서가 쥐여 있었다.
“더러운 절름발이 놈, 여전히 걸레질이나 하고 있구나.”
마유신이 차갑게 뱉어내며 채찍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튕겼다. 추공은 빗자루를 놓치며 비굴하게 허리를 숙였다.
“아이고, 마 장로님! 이 아침부터 무슨 노여움이십니까요? 소인이 마당을 덜 쓸어 노여움을 사신 겁니까요?”
“닥쳐라.”
콰앙!
마유신의 거친 발길질이 추공의 가슴을 그대로 강타했다. 추공은 비명을 지르며 문지기 초소 바닥의 진흙탕 위로 나자빠졌다. 흙먼지와 오물이 그의 얼굴에 잔뜩 묻어 처참한 꼴이 되었다. 그는 부러진 오른쪽 다리 끄트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
“으아악! 살려주십시오! 제발 다리만은…… 다리가 다 부러져 기어 다니는 늙은이에게 왜 이러십니까요!”
마유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가왔다.
“독조 감찰관님의 명령이다. 야수현의 모든 절름발이와 청소부들의 다리를 검사한다. 네놈의 그 허전한 바지춤 아래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마유신의 신호에 무사들이 추공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아 바닥에 고정시켰다. 추공은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며 비굴한 눈물과 콧물을 쏟아냈다.
마유신이 허리를 숙이며 추공의 허벅지춤에 묶인 바짓단을 가리켰다.
“다리를 잘라낸 자리에 정교한 기계 의족을 숨겨두고 밤마다 사신 행세를 한 자가 있다는 첩보가 있다. 네놈이 진짜 무능한 절름발이인지 확인해 보마.”
마유신의 억센 손이 추공의 오른쪽 다리 잔존 부위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일류 초입의 강한 내력이 실리며 뼈마디를 으스러뜨릴 듯 짓눌렀다.
쩍, 쩍!
뼈가 뒤틀리는 극심한 물리적 압박이 가해지자, 추공의 단전 속에 억제되어 있던 양명경 화독이 자외선처럼 붉게 요동치며 자위적으로 폭발하려 했다. 당장이라도 태극진기를 폭발시켜 마유신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진기가 단 한 올이라도 밖으로 새어 나가는 순간, 모든 정체는 탄로 나고 가문의 생존자들은 몰살당할 터였다.
추공은 이빨이 깨져나갈 정도로 악물며 단전의 진기를 완벽히 동결시켰다. 오직 맨살과 부러진 뼈마디로 마유신의 무자비한 내력 압박을 고스란히 버텨냈다. 가슴속에서 핏덩이가 솟구쳐 올랐으나, 그는 그것을 억지로 삼키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장로님! 살려주십시오! 뼈가, 뼈가 부러집니다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마유신은 손끝에 전해지는 진기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추공의 다리 경맥에서는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완전히 죽어버린 폐맥의 둔탁한 감각과, 진짜 부러진 뼈마디의 마찰음만이 손끝을 타고 전해질 뿐이었다. 의족의 흔적은커녕 미세한 내공의 흐름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흠…… 진짜 껍데기뿐인 다리로군.”
마유신이 미심쩍은 안색으로 손을 거두려 했다. 하지만 그의 집요한 눈빛은 여전히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허벅지 윗부분의 접합부까지 확인해야 완벽하겠지. 바지를 찢어라.”
마유신의 서슬 퍼런 명령에 무사 한 명이 예리한 단도를 꺼내 들고 추공의 오른쪽 바짓단을 강제로 찢어 올리려 손을 뻗었다. 추공의 눈동자 속에서 보이지 않는 푸른 살기가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바지가 찢겨 올라가 허벅지 상단의 미세한 의족 접합 흉터가 노출되면 정체는 끝이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마유신의 손끝이 추공의 허벅지 윗가죽을 거칠게 움켜쥐려던 바로 그때였다.
다급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전령 무사 한 명이 정문 계단을 비틀거리며 뛰어 올라왔다.
“마, 마 장로님! 큰일났습니다요! 지금 저잣거리에서…… 곽두식의 잔당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급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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