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그림자 사냥
야수현의 밤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평소라면 취춘루에서 흘러나오는 가락과 기녀들의 웃음소리, 술판을 벌이는 무뢰한들의 고함으로 들끓었을 골목들이었으나, 오늘 밤은 오직 으스스한 바람 소리만이 빈 거리를 쓸고 지나갈 뿐이었다.
흑사련 총단에서 파견된 냉혹한 감찰관, 독조 마씨(독조 마씨)가 야수현에 당도한 직후 내려진 삼엄한 야간 통행금지령 때문이었다. 고을 성벽마다 횃불이 붉은 이빨처럼 도열했고, 철갑을 두른 무사들이 쇠사슬을 절렁이며 골목길을 감시했다. 마씨는 바보가 아니었다. 뇌태백의 주화입마와 곽두식의 처형 뒤에 분타 내부를 뒤흔드는 보이지 않는 지략가, 즉 ‘귀면천도’의 사신이 숨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고을 전체를 옥죄는 촘촘한 경비망은 그 보이지 않는 쥐새끼를 낚아채기 위해 마씨가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이었다.
바람이 검은 지붕 기와를 스치며 스산한 파공음을 냈다.
지상의 감시자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지키는 횃불 그림자 너머, 검은 도포를 걸치고 기괴한 송곳니가 돋아난 흑철 귀면(흑철 귀면)을 쓴 사내가 소리 없이 지붕 위를 활보하고 있음을.
양면일도, 추공이었다.
추공은 기와 위에 한 발을 딛고 서서 몸의 중심을 잡았다. 오른쪽 바짓단 아래 숨겨진 목제 기계 의족(목제 기계 의족)의 백련강 스프링이 밤바람의 저항을 받으며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다리의 뒤틀린 경맥이 욱신거리는 것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간밤에 연무장에서 마유신의 감시를 피하려 빗자루를 부러뜨리는 소란을 피우던 도중, 역풍을 타고 흘러 들어온 주화초(주화초)의 미세한 가루를 흡입한 대가였다.
폐맥을 찌르는 듯한 가혹한 내상(폐맥 내상)은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피비린내를 목구멍까지 끌어올렸다. 조금이라도 기의 흐름이 흐트러지면 단전의 양명경 화독(陽明經 火毒)이 폭발하여 전신을 마비시킬 터였다. 추공은 이빨을 악물고 천조일월신공의 음기를 운용해 가슴의 열독을 조용히 내리눌렀다. 지금은 엄살을 피울 때가 아니었다. 적의 그물망이 좁혀질수록, 그 그물의 매듭을 끊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추공의 눈동자가 귀면의 좁은 틈새 새로 차갑게 빛났다. 그의 청이식 심안(聽耳式 心眼)이 사방 백 보 안의 미세한 파동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셋이군.’
골목길 어둠 속, 평범한 가판대 그림자와 허물어진 담벼락 틈새에 숨소리를 죽인 존재들이 있었다. 독조 마씨가 배치한 흑사련의 정예 자객들이었다. 그들은 일반 삼류 무사들과 달리 호흡이 극도로 가늘고 기척을 숨기는 법을 완벽히 터득한 일류의 살수들이었다. 섣불리 다가갔다간 그들의 예리한 감각망에 걸려 즉시 신호탄이 하늘로 쏘아 올려질 터였다.
추공은 소리 없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몸의 기운을 지면의 흙과 먼지 속에 완벽히 동화시키는 토납은형술(토납은형술)을 펼쳤다. 전신 경맥의 진기 흐름을 극도로 낮추고, 살기와 감정을 완벽히 지워 바람의 일부로 화하는 무념보(무념보)를 딛었다.
지붕 기와 위를 스쳐 지나가는 그의 발걸음은 떨어지는 낙엽보다 조용했다. 추공은 바람이 불어 대나무 숲과 지붕의 먼지가 일렁이는 순간만을 정확히 포착해 아래로 신형을 던졌다. 지면으로 떨어지는 찰나에도 외다리의 불균형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사냥감을 노리는 냉혹한 맹수의 궤적만이 허공에 그려졌다.
골목 가장 뒤쪽, 허물어진 흙벽 뒤에 몸을 밀착하고 있던 자객의 머리 위로 추공이 소리 없이 강하했다.
스스슥.
자객은 일류 고수답게 기막힌 직감을 지니고 있었다. 머리칼을 스치는 미세한 기류 변화를 느낀 자객이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의 입술이 열려 경보를 지르려던 찰나, 추공의 손끝이 허공에서 번뜩였다.
빙백일도(氷魄一刀).
풍검의 목도 끝에서 뿜어져 나온 극음의 빙백 진기가 날카로운 섬광이 되어 자객의 목덜미를 관통했다. 서슬 퍼런 냉기는 칼날이 살을 가름과 동시에 자객의 후두부와 성대, 솟구치려던 피마저 순식간에 하얗게 얼려버렸다. 비명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 속에서 얼어붙었고, 분수처럼 터져 나와 현장을 더럽혔어야 할 핏방울은 단 한 방울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채 고드름처럼 굳었다.
“……!”
자객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가득 찬 채 빛을 잃었다. 추공은 쓰러지는 자객의 몸뚱이를 소리 없이 받아내어 담벼락 그늘에 누였다.
하지만 아직 둘이 더 남아 있었다. 동료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앞쪽의 두 자객이 본능적으로 무기를 뽑아 들며 뒤를 돌아보려 했다. 그들의 손가락이 품속에 숨겨둔 신호탄의 방아쇠로 향하는 찰나였다.
추공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뒤틀었다. 한 다리로 서서 허리의 회전력만을 폭발적으로 가동하는 일도류 정좌도법의 극의가 발흥했다.
쉬이익!
제자리에서 반바퀴 회전하며 대각선으로 베어 들어가는 반극참(反極斬)의 연타가 어둠을 가르는 푸른 호를 그렸다. 첫 번째 자객의 가슴이 빙백 진기에 얼어붙으며 반으로 갈라졌고, 두 번째 자객의 목덜미로 칼날이 사정없이 쇄도했다.
바로 그 순간, 마지막 자객이 죽음을 직감하고 품속의 신호탄을 기어이 하늘로 던져 올리려 손목을 튕겼다. 신호탄이 밤하늘로 솟구치는 순간, 모든 수색대가 이곳으로 몰려와 정체가 탄로 날 터였다.
‘안 된다.’
추공은 폐맥의 찌르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부러진 무쇠 빗자루 손잡이 끝부분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대연무장에서 부러진 대나무 대 속에서 수거해 품속에 숨겨두었던 무쇠 빗자루 속 철침(무쇠 빗자루 속 철침) 발사 장치의 방아쇠를 엄지손가락으로 세게 눌렀다.
퓩!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예리한 강철 비침 한 줄기가 안개를 뚫고 일직선으로 날아가, 신호탄을 쥐고 있던 자객의 손목 관절 사혈을 정확히 관통했다. 진기가 일시에 차단된 자객의 손가락이 힘없이 풀리며 신호탄이 진흙탕 바닥으로 소리 없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추공의 목도가 자객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서걱.
세 구의 시신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하얗게 서리가 내린 몸뚱이로 골목 바닥에 고요히 쓰러졌다.
“후우…….”
추공은 가슴을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무리하게 진기를 가동한 대가로 폐맥의 열독이 요동치며 입안 가득 비릿한 핏물이 고였다. 그는 핏물을 꿀꺽 삼키며 이성을 붙잡았다. 흑철 귀면 너머로 거친 숨을 고르며, 쓰러진 자객들의 품을 빠르게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묵직한 가죽 장부 하나가 손끝에 걸려들었다. 겉면에 사파의 검은 뱀 문양이 음각으로 새겨진 물건. 추공이 그토록 찾던 흑사련 철전 비밀 장부(흑사련 철전 비밀 장부)였다. 장부를 펼치자, 어두운 등잔불 아래로 뇌진풍이 야수현 분타에서 수탈한 자금의 흐름과 사파 총단으로 향하는 밀수 상납 경로가 촘촘한 숫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 장부만 해독해 낸다면 뇌진풍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놓고 그 배후를 밝혀낼 열쇠를 쥐게 되는 셈이었다.
‘마침내 손에 넣었구나.’
추공은 장부를 품속 깊은 곳에 은밀히 숨겼다. 그리고 세 구의 얼어붙은 시신들을 업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 흔적을 마씨의 사냥개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었다. 그는 아무도 찾지 않는 황량한 풀숲에 위치한 야수현 서문 밖 옛 우물터(야수현 서문 밖 옛 우물터)로 향했다. 어둡고 깊은 우물 속에 시신들을 유기하여 흔적을 완벽히 지우기 위함이었다.
우물터 주변에는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었고, 음산한 안개가 발목을 감싸 안았다. 추공은 얼어붙은 자객들의 시신을 우물 안쪽으로 하나씩 소리 없이 밀어 떨어뜨렸다. 툭, 툭 하는 둔탁한 소리가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모든 흔적을 지우고 품속의 장부를 꺼내 해독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스으으읍.
청이식 심안이 지면을 타고 전해지는 기이하고 묵직한 진동을 감지했다. 단순한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다. 대지가 짓눌리는 듯한 가공할 압박감과 함께, 주변의 모든 안개가 일시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무서운 살기가 폭풍처럼 들이닥쳤다.
쿠우웅! 콰아아앙!
우물터 바로 옆에 서 있던 단단한 벽돌 담벼락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부서져 내리며 사방으로 붉은 흙먼지가 솟구쳤다. 흩날리는 돌가루와 먼지 장막을 찢고, 거대한 흑영이 추공의 등 뒤를 덮쳐왔다.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채 전신에 시커먼 무쇠 같은 근육을 드러낸 거구의 무사. 양손에는 천년 한철로 제련되어 푸른 안광을 발하는 두껍고 무거운 무쇠 권갑을 착용한 사내였다.
뇌진풍의 비밀 금고를 지키는 최후의 철벽이자, 외공의 극의에 도달한 거구의 고수, 철권 강씨(철권 강씨)였다.
“쥐새끼 놈, 장부를 훔치고 감히 무사히 빠져나갈 줄 알았더냐!”
강씨가 포효하며 무쇠 권갑을 쥔 거대한 주먹을 추공의 머리 위로 수직으로 내리쳤다.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발겨졌고, 피할 길 없는 무서운 파괴력이 외다리 살수의 정수리를 향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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