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 광맥을 찾아서
서쪽 성벽을 무너뜨릴 기세로 돌격하던 변종 망령 괴수 보르그의 거대한 형체가 푸른 안개 불꽃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괴수의 거대한 해골 몸체가 먼지처럼 바스러지며 남긴 것은 오직 가슴 중앙에 박혀 있던 파란색 ‘고대 파괴의 룬 마력 핵’뿐이었다.
“하아, 하아…….”
아서는 코 밑으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선혈을 훔쳐내며 성벽 난간을 붙잡았다. 두 눈동자의 은백색 안광이 서서히 꺼지며 극심한 편두통이 해일처럼 뇌리를 덮쳤다. ‘마력 흐름 시각화(Flow Vision)’를 한계까지 유지한 대가였다. 관자놀이가 터질 듯이 박동하고 귀에서는 이명이 울렸지만, 아서는 쓰러질 수 없었다.
말 없는 부관 실비아가 소리 없이 다가와 아서의 어깨를 부축했다. 그녀의 차가운 손길이 아서의 손을 감싸 쥐자, 심장에 고여 있던 탁한 안개의 독 기운이 미세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실비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서의 상태를 살피며 수화로 빠르게 움직였다.
‘사령관님, 정신을 집중하셔야 합니다. 마력 역류가 심합니다.’
“괜찮다, 실비아. 방어선은 사수했어.”
아서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요새의 안정을 기뻐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성벽 아래에서 전투 잔해를 정리하던 드워프 대장장이 그리샤가 땋아 내린 붉은 수염을 거칠게 쓸어내리며 성벽 위로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에는 마모되어 기어가 헛도는 청동 부품 몇 개가 들려 있었다.
“사령관 꼬맹이, 방어전은 끝났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라네.”
그리샤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쇳소리를 냈다.
“망령 놈들을 식별하려고 신호탄을 너무 많이 쏘아 올렸어. 게다가 밤새 안개의 산성 습기를 견디느라 요새의 핵심 방어 기어들과 사령관 자네의 기계식 일지 내부 부품들이 심각하게 마모됐네. 요새 내부의 ‘기억의 청동’ 비축량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어. 이대로라면 오늘 밤 안개가 다시 내릴 때 일지 시스템이 멈출 걸세.”
기계식 일지가 멈춘다는 것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아를 잃어버린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요새의 멸망을 의미했다. 아서는 주저 없이 품속에서 에드워드의 계산용 슬레이트를 꺼내 들었다.
“기억의 청동을 수급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광맥이 어디지?”
“요새 뒤편, 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깊은 계곡 지하에 고대 드워프 폐광(고대 드워프 폐광)이 있네. 북방 광산 연합회(북방 광산 연합회)의 옛 지도를 보면 그곳 지하 3층에 거대한 청동 광맥이 매장되어 있다고 기록되어 있지. 하지만 그곳은 버려진 지 수백 년이 흘러 고대의 기계 파수꾼들과 지하 마물들이 가득한 금단의 땅이라네.”
“선택의 여지가 없군. 일지가 멈추기 전에 청동을 확보해야 한다.”
아서는 즉각 요새의 정예 대원들을 소집하여 안개 탐사대 ‘망령 사냥꾼’(안개 탐사대 '망령 사냥꾼')을 조직했다. 그의 곁에는 인간을 극도로 불신했으나 아서의 전술에 감복해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한 야수 전사 로건(로건)이 거대한 쌍도끼를 쥔 채 서 있었다.
“사령관, 내 도끼는 준비됐다. 안개 속의 고철 덩어리든 괴물이든 전부 쪼개주지.”
로건이 은빛 늑대 갈기를 휘날리며 야성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서는 로건과 수비대원 10명을 이끌고 요새의 비밀 통로를 통해 고대 드워프 폐광으로 향했다.
***
폐광 내부는 음산하고 축축했다. 사방에서 녹슨 철 냄새와 눅눅한 이끼 냄새가 섞여 풍겼고, 천장에서는 차가운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 안개의 미세한 가스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광경을 보며, 아서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벽면을 짚었다.
“여기서부터는 소리를 죽여라. 고대의 경보 장치가 살아있을지 모른다.”
아서의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지하 3층의 공동(空洞)으로 들어서는 순간 사방의 벽면에서 붉은 마력 불꽃이 치솟았다.
*쿠구구구궁!*
무거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거대한 청동 외갑을 두른 오토마톤 파수꾼 세 마리가 일어섰다. 그들의 눈 부위에는 붉은색 광학 센서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고, 오른팔에는 증기 압력식 마력 포신이 장착되어 있었다.
“침입자 제거 프로토콜 가동.”
기계적인 음성과 함께 오토마톤이 포탄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신참 수비대원 두 명이 강철 곡괭이를 치켜들고 파수꾼의 다리를 향해 돌격했다.
“비켜라, 이 고철 덩어리들아!”
*깡! 콰직!*
그러나 날카로운 파쇄음과 함께 곡괭이의 강철 날이 반으로 부러져 나갔다. 파수꾼의 외갑은 평범한 쇠가 아닌, 고대 드워프의 특수 룬 합금으로 제련되어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다.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난 대원들의 위로 오토마톤의 포신이 붉은 마력을 뿜어내며 조준을 완료했다.
“모두 엎드려라!”
아서가 소리쳤다.
*퍼엉! 콰아아앙!*
붉은색 마력 포탄이 공동을 가르며 폭발했다. 쏟아지는 파편 속에서 수비대원 두 명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비명을 질렀다. 연기와 먼지가 시야를 가린 틈을 타, 또 다른 파수꾼이 두 번째 포탄을 장전하는 금속 마찰음이 들려왔다.
“로건, 전방을 맡아라! 포탄의 직접 타격을 막아야 한다!”
“나만 믿어라!”
로건이 피의 격노 광폭화 스킬을 발동하며 대지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그의 은빛 갈기가 붉은 마력으로 물들며 몸집이 한 치수 커졌다. 로건은 거대한 쌍도끼를 교차시켜 전방에 강철 같은 물리 방벽을 형성했다.
*쾅! 쾅!*
날아오는 포탄의 폭풍과 파편을 쌍도끼로 튕겨내며 로건이 정면에서 버텨내는 사이, 아서는 관자놀이를 지압하며 ‘마력 흐름 시각화’ 스킬을 다시 가동했다. 은백색 안광이 어둠을 꿰뚫자, 오토마톤 파수꾼들의 청동 장갑 너머로 흐르는 미세한 푸른색 마력 회로가 입체적으로 시각화되었다.
‘중앙 기어 동력 핵의 위치는 가슴 정중앙, 룬 각인의 교차점이다.’
아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파수꾼의 기계적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포탄이 발사된 후, 내부 실린더가 회전하며 다음 포탄을 약실에 밀어 넣는 장전 메커니즘이 머릿속에서 군사 시뮬레이션처럼 그려졌다.
‘장전 주기는 정확히 3.2초. 저격할 무기가 없다면, 물리적인 공백 시간 동안 직접 코어에 접근해야 한다.’
“로건! 오른쪽 파수꾼의 시선을 3초만 끌어라! 내가 침투하겠다!”
“미쳤군, 사령관! 하지만 기꺼이 해주지!”
로건이 쌍도끼를 크게 휘두르며 오른쪽 파수꾼의 다리 관절을 강타했다. 기계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찰나, 아서는 몸을 날려 파수꾼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째깍, 째깍, 3.2초.*
시간이 극도로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 속에서 아서는 파수꾼의 뜨거운 증기 배출구 바로 아래로 슬라이딩했다.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치며 허리춤의 가죽 갑옷이 그을렸고, 고대 전술가의 은빛 가죽 장갑(고대 전술가의 은빛 가죽 장갑)의 마력 섬유 일부가 과열로 타오르며 찌릿한 통증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
하지만 아서는 굴하지 않고 가죽 장갑을 낀 오른손을 오토마톤 가슴 중앙의 룬 각인 교차점에 직접 처박았다.
“기계 태엽 동조화(Gear Synchronization)!”
*파지직!*
아서의 손끝에서 방출된 푸른 마력 전류가 오토마톤의 내부 청동 기어망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의 의지가 기계의 고대 제어 회로를 강제로 역설계하며 장악해 나갔다. 파수꾼의 붉은 광학 센서가 격렬하게 점멸하다가, 이내 푸른색 빛으로 변하며 기동을 멈췄다.
“시스템 강제 다운로드 완료.”
기계가 무거운 증기를 뿜어내며 멈춰 서자, 아서는 지체 없이 남은 두 마리의 파수꾼을 향해 손을 뻗어 마력 주파수를 동조시켰다. 연쇄적인 시스템 해킹에 성공하며 세 마리의 고대 오토마톤 파수꾼들이 모두 아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성공했군…… 사령관.”
로건이 어깨의 먼지를 털어내며 경탄 어린 눈으로 아서를 바라보았다. 아서는 각혈하듯 마른기침을 내뱉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파수꾼들이 멈춰 선 제단 뒤편의 거대한 석문이 열리자, 그 너머로 어둠 속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발산하는 거대한 광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개의 소거 마력을 차단하는 희귀 광물, ‘기억의 청동 원석’(기억의 청동 원석)이었다.
“이 정도 양이면 요새의 모든 기계 일지와 방어 기어들을 완벽히 보수하고도 남겠군.”
대원들이 환호하며 청동 원석을 광차에 싣기 시작했다. 고대의 청동 기어 부품들까지 확보하며 탐사대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아서가 광차를 밀며 폐광 입구로 귀환하려던 바로 그 순간, 폐광 입구의 어둠을 찢고 낯익은 늑대 귀가 흔들리는 실루엣이 나타났다.
국경 아인종 밀수 조합(국경 아인종 밀수 조합)의 상단주이자 아군의 중요한 상업적 동맹인 바르도(바르도)였다. 그의 야수 직감 어린 얼굴은 전에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숨을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다.
“아서 사령관! 당장 요새로 복귀해야 하네!”
바르도가 아서의 어깨를 움켜쥐며 삼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국 감찰부 북부지부(제국 감찰부 북부지부)의 수석 감찰관 발락(발락)이 이끄는 감찰 기사단 본대가 요새의 비밀 기록 체계를 반역죄로 몰아세우기 위해 방금 요새 정문으로 강제 진입했네! 자네의 집무실이 위험해!”
그 소식을 듣는 아서의 눈동자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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