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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속의 광인과 천문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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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의 태엽이 마지막 회전을 마치며 서늘한 침묵 속으로 잠겨들었다.


암살자 제브를 침대에 단단히 결박하고, 펠릭스의 배후에 도사린 황실 고문관 크라우제의 핏빛 칙령 서신을 품에 넣은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침실 벽면에 길게 연결된 황동 재질의 기압 전송관이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쉿쉿거리는 증기를 뿜어냈다.


*툭!*


전송관 말단에서 툭 떨어진 것은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비상용 황동 캡슐이었다. 아서는 붕대를 감은 왼쪽 어깨의 욱신거림을 참아내며 캡슐을 주워 열었다. 그 안에는 정찰병 디터가 급박하게 갈겨쓴 양피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사령관님, 하늘 기상 탑의 황동 밀도계가 한계를 초과했습니다. 안개의 농도가 평소의 다섯 배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야간 안개가 아닙니다. 안개 내부에 기이한 마력 파동이 감지됩니다. 오늘 밤, 요새의 특정 구역을 직격할 대규모 안개 폭풍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 디터]


아서는 쪽지를 구겨 쥐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성벽 너머에서 밀려오는 하얀 장막은 평소의 안개와 달랐다. 그것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괴수의 아가리처럼 요새의 옹벽을 서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안개 농도 감지(Mist Sensing).’


아서의 목덜미에 새겨진 미세한 룬 문양들이 서늘하게 얼어붙으며 경고 신호를 보내왔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끈적였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에서 쇠가 타들어 가는 듯한 산성의 마력 냄새가 풍겼다. 최근 24시간 동안의 기억을 고정해 주는 왼손의 ‘기억의 은빛 반지’가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안개의 정신 침투 파동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 농도의 안개 폭풍이 요새를 직격한다면, 아무리 아침의 행동 지침 매뉴얼이 존재한다 해도 병사들의 자아는 흔적도 없이 파괴될 터였다. 안개 폭풍이 요새의 어느 지점을 타격할지 정확한 좌표를 알아내어 룬 방어석의 출력 장벽을 그곳에 집중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안개의 기류 변화를 계산하는 고차원 기하학 공식을 아는 이는 요새 내에 단 한 명뿐이었다.


지하 감옥 4호실에 갇힌 미치광이 학자, 에드워드.


아서는 침실 구석에서 횃불을 집어 들고 문을 열었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늙은 부사관 카엘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검 자루를 쥔 채 그를 맞이했다. 카엘의 가슴 중앙에 새겨진 신원 확인 패가 횃불 빛에 은은하게 반사되었다.


“카엘, 지하 감옥으로 간다. 에드워드를 만나야겠다.”


“사령관님, 하지만 그 미치광이는 지금 안개 농도가 올라가면서 발작이 극에 달해 있을 겁니다. 위험합니다.”


“위험을 따질 시간이 없다. 오늘 밤 요새가 통째로 망각의 구렁텅이에 빠지길 원치 않는다면 나를 따라라.”


아서의 단호한 어조에 카엘은 군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앞장섰다.


두 사람은 눅눅한 습기와 이끼 냄새가 가득한 지하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안개의 잔여 가스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마침내 도달한 지하 감옥 4호실의 철문 너머에서, 기괴한 비명과 함께 돌벽을 긁어대는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악! 분모가... 분모가 영(0)이 된다! 하늘이 접히고 있어! 은빛의 궤적이 뒤틀린다!”


철문 사이로 비친 감옥 내부는 처참했다. 헝클어진 백발을 산발한 늙은 학자 에드워드가 자신의 머리를 돌벽에 찧으며 발작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피 묻은 손톱으로 벽면에 기묘한 기하학적 수식과 백여 개의 벡터 선들을 미친 듯이 새겨 넣고 있었다.


카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철문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제가 들어가서 강제로 억류하겠습니다, 사령관님.”


“물러서라, 카엘.”


아서가 카엘의 어깨를 짚어 제지했다.


“지난번에 네가 저 노인을 강제로 흔들어 깨우려 했을 때, 에드워드의 폭주한 잔류 마력이 감옥 전체의 공기를 강제로 동결시켰던 기억을 잊었나? 저 노인의 광증은 단순한 정신병이 아니다. 뇌 신경망에 과부하된 고차원 정보가 비정상적으로 유출되는 현상이다. 힘으로 제압하려 들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


아서는 철문의 빗장을 풀고 천천히 감옥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바닥에 깔린 안개 독기 속에서 에드워드가 홱 고개를 돌렸다. 그의 충혈된 두 눈동자에는 광기와 천재성이 기괴하게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누구냐! 왜 내 하늘의 방정식을 방해하는 거냐! 세 번째 축의 기울기가 맞지 않아! 이대로라면 모든 역사가... 모든 이름이 지워진다!”


에드워드가 쇠사슬을 절렁이며 아서를 향해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려 했다. 아서는 당황하지 않고 품속에서 ‘에드워드의 계산용 슬레이트’를 꺼내 들었다. 푸른 마력 빛이 감도는 석판이 에드워드의 눈앞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에드워드, 네 방정식이 틀린 게 아니다. 네가 벽에 새겨둔 수식의 세 번째 벡터 노드에 누락된 변수가 있을 뿐이다.”


아서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목소리가 감옥의 한기를 뚫고 울려 퍼졌다. 에드워드는 석판을 보는 순간 멈칫하며 침을 흘렸다.


“변수...? 내 수식은 완벽해! 완벽하단 말이다!”


“아니, 틀렸다.”


아서는 슬레이트 표면에 손가락을 대고, 현대 대한민국 육군에서 사용하던 포병 탄도학 및 기상 전술 연산 공식을 머릿속으로 초고속 시뮬레이션했다. 현대의 기압 변화 보정 공식과 고대의 기하학 룬 수식을 뇌 신경망에서 강제로 동화시키는 작업이었다.


*화아아악!*


아서의 목 뒤에 새겨진 수호 낙인이 핏빛으로 붉게 타오르며 뇌리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머릿속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아서는 슬레이트 위에 푸른 마력으로 보정 수식을 적어 내려갔다.


벽면에 새겨진 에드워드의 수식 중, 대기의 마력 밀도 감쇄율을 뜻하는 '세타(θ)' 값의 분모에 실시간 기압 변화에 따른 오차 보정 상수를 대입한 것이다.


“여기 봐라. 네가 계산한 지맥의 기류 벡터는 정적인 상태를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 몰려오는 안개 폭풍은 인위적인 마법 파동에 의해 동적으로 압축되고 있다. 기압 오차를 보정하지 않으면 네 공식의 결과값은 무한대로 발산해 버린다.”


아서가 보정한 수식이 적힌 슬레이트를 에드워드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에드워드의 광기 어린 눈동자가 슬레이트의 푸른 수식들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돌벽을 긁어대던 피 묻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기압의 동적 변동성...? 어떻게 인간의 머리로 이 복잡한 다차원 오차를 단번에 계산해 낸 거지...?”


순간적으로 에드워드의 눈빛에서 광기가 걷히고, 제국 최고의 천문 기하학 대현자다운 맑은 안광이 돌아왔다. 그는 아서의 수학적 혜안을 알아보고 깊은 전율을 느끼는 듯했다.


“사령관... 아서인가? 자네가 내 공식을 완성했군.”


에드워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시간이 없네. 안개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야. 그것은 제국의 위선자들이 보낸 살아있는 마법 파동일세. 오늘 밤 폭풍의 진짜 타격 지점은... 이 공식을 지맥 노드에 대입하면...!”


에드워드가 아서의 슬레이트 모퉁이에 자신의 피 묻은 손가락으로 마지막 결합 상수를 빠르게 그려 넣었다.


그 순간, 아서의 ‘안개 농도 감지’ 스킬과 슬레이트의 연산 회로가 완벽히 공명했다. 석판 표면 위로 푸른색 기하학적 그래프와 수식들이 초고속으로 그려지며, 요새의 입체 지도 중 특정 구역이 붉은빛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경고: 안개 폭풍의 최종 낙하 및 타격 지점 도출 완료 - 서쪽 성벽 3번 구역.]


안개 속에 숨겨진 고도의 마법 파동 주파수와 타격 지점을 수학적으로 완벽히 해독해 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파지직!*


극도의 정신력 소소와 다차원 공식의 강제 동화로 인해 아서의 뇌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귀에서 날카로운 기계음 같은 이명(Tinnitus)이 울려 퍼졌고, 코끝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아서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코 밑을 훔쳤다. 손가락에 붉은 선혈이 묻어났다. 코피였다.


“사령관님!”


카엘이 놀라 아서를 부축하려 했다. 아서는 슬레이트를 가슴에 꼭 쥔 채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타격 지점을 알아냈다. 서쪽 성벽이다. 당장 미카엘과 오토에게 전령을 보내 룬 방어석의 전력을 서쪽 성벽으로 집중시키라고 명해라!”


아서가 공식을 완전히 수식화하여 기계 일지에 음각으로 기록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웅- 웅- 웅- 웅!*


지상에서부터 울려 퍼진 묵직한 구리 종소리가 지하 감옥의 두꺼운 돌벽을 흔들었다. 단순한 안개 경보가 아니었다. 적의 물리적 침투를 알리는 비상 경보 종소리였다.


이윽고 감옥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 내려온 전령병이 철문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지르듯 보고했다.


“사, 사령관님! 비상 상황입니다! 서쪽 성벽 아래 안개 깊은 곳에서 거대한 푸른 눈동자들을 빛내는 변종 망령 괴수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습니다! 성벽 하단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에드워드의 천문 공식이 가리킨 정확한 타격 지점에, 안개의 재앙이 물리적인 파괴력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서의 눈동자가 깊은 어둠 속에서 차갑게 타올랐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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