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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밀고와 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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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투스의 철갑 군화 소리가 기록소 문턱을 넘어오는 순간, 아서는 품속에 숨겨둔 피터 신부의 사주 밀서를 서늘하게 쥐었다.


"반역자 아서는 즉각 무장을 해제하고 밖으로 나와 심문을 받아라! 교단의 성역을 더럽힌 대가를 피로 치르게 해주마!"


기계식 기록소의 부서진 문틀 사이로 붉은 사제 로브를 걸친 거구의 사내, 신성 교단 수석 심문관 도나투스가 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전신에서 일렁이는 금빛 신성 불꽃이 어두운 기록소 내부의 하얀 안개를 강제로 밀어내고 있었다. 도나투스가 쥔 거대한 철퇴, ‘신성한 사슬 낙인 구체’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육중한 파동이 방출되며 아서의 마력 회로를 압박했다.


그의 뒤편에는 순백의 로브를 입고 차가운 안광을 빛내는 성녀 후보 헬레나와, 제국 감찰관 발락의 심복이자 행정적 올가미를 쥐고 흔드는 천재 행정관 루시우스가 매서운 미소를 지으며 따라 들어왔다. 기록소 외부는 이미 수백 명의 감찰 기사단이 횃불을 든 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아서는 머리를 깨부술 듯 찾아오는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매일 아침 자아를 복구하는 과정과 조금 전 피터 신부의 주술을 깨뜨리기 위해 뇌 신경을 극한으로 자극한 부작용이었다. 오른손 손가락 끝은 여전히 감각이 마비되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아서는 이성적인 전술가였다. 그는 숨을 깊게 내쉬며, 머릿속으로 '뇌 세포 자극 정신 방어 기법'을 전개해 통증 주파수를 강제로 가라앉혔.


"사상 검증이라니. 도나투스 심문관, 최전방 요새의 사령관실을 군사적 명분도 없이 무단으로 포위하는 것은 제국 헌법 제45조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아서의 목소리는 서늘하고 명료했다. 무력이 전무한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무의식적 위압감’이 기록소 내부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루시우스가 안경을 치켜쓰며 비열하게 웃었다.


"법률을 논하기엔 그대의 죄상이 너무도 명백하군, 아서 사령관. 그대는 교단의 사제인 피터 신부를 불법 감금하고, 여기 제국군 백인장 카터와 발터 기사를 사악한 이단 주술 덫으로 포박하여 반역을 도모했다. 이보다 더 확실한 현행범이 어디 있겠는가?"


사슬에 묶여 바닥에 꿇려 있던 카터 백인장이 도나투스를 향해 울부짖었다.


"심문관님! 저 미치광이 사령관이 요새의 군권을 독점하기 위해 저희에게 반역 누명을 씌웠습니다! 저희는 그저 요새의 기밀 기록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돌던 중이었습니다! 저놈의 몸에 새겨진 기묘한 가죽 문신과 기계 장치들이 바로 악마의 주술이라는 증거입니다!"


도나투스의 눈동자가 광신적인 살기로 불타올랐다. 그가 철퇴를 치켜들며 아서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더 들을 필요도 없다. 신성한 불꽃으로 저 더러운 기계 장치들과 이단의 기록들을 전부 태워버리고, 반역자 아서의 목을 베어 교단의 엄격함을 증명하겠다! 기사들이여, 저 불법 기록물들을 즉시 수거해 불태워라!"


감찰 기사들이 아서의 기계식 일지와 청동 판본들을 강탈하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레오는 공포로 인해 비명을 지르며 일지 보관함을 온몸으로 막아서려 했다. 기사 한 명이 아서의 품에 있던 피터 신부의 밀서를 강제로 빼앗아 신성 불꽃으로 태워버리려 손을 뻗은 바로 그 찰나였다.


*스스슥-*


소리도, 인기척도 없었다.


그림자 장막 속에서 은발의 부관 실비아가 유령처럼 출현했다. 그녀는 푸른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며 기사의 손목 관절을 정확히 움켜쥐었다. 고대 은신 보법의 극의였다.


*뚝, 콰득-*


"아아악!"


단 한 마디의 비명과 함께 기사의 손목뼈가 기묘한 각도로 꺾였다. 실비아는 기사의 손에서 밀서를 낚아채 아서의 등 뒤로 신속히 물러섰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직 도나투스를 향해 '더 이상 다가오면 목을 베겠다'는 침묵의 살기만을 내뿜을 뿐이었다.


"이단 옹호자들이 기어코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도나투스가 폭주하듯 철퇴를 내리치려 했다.


"멈추십시오, 도나투스 심문관."


아서가 품속에서 또 다른 청동 판본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펠릭스의 비밀 장부 사본이었다.


"그리고 헬레나 님, 교단의 성스러운 정의를 믿는 성녀 후보로서 이 기록을 직접 검증해 주시겠습니까?"


아서는 실비아가 사수한 피터 신부의 방화 사주 밀서와 펠릭스의 비밀 장부를 헬레나를 향해 던지듯 건넸다.


루시우스가 급히 가로막으려 했으나, 헬레나는 이미 자신의 신성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러 밀서와 장부를 공중에서 받아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밀서의 표면을 훑어내렸다.


[오늘 밤 11시, 기계식 기록소를 완전히 불태워 사령관의 모든 기록을 소멸시키겠다…….]


서신의 하단에는 피터 신부 고유의 신성 인장과 함께, 교단 고유의 푸른 마력 잉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헬레나는 품속에서 주변의 마력 왜곡을 감지하는 ‘진실의 성수병’을 꺼내 서신 위에 미세한 성수를 떨어뜨렸다.


*치이익-*


성수가 서신에 닿는 순간, 순결한 황금빛 마력 파동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위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교단 자체의 신성 인장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빛이었다.


헬레나의 창백한 얼굴이 순식간에 경악과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것은…… 피터 신부님의 친필 서명과 신성 인장이 확실합니다. 게다가 이 마력 잉크의 주파수는 교단 수석 사제단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제 잉크입니다. 교단이…… 학술 검증 하에 놓여 있는 요새의 기록소를 방화하려 했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사령관 놈이 사악한 환각 주술로 성녀 후보님의 눈을 속이는 것입니다!" 도나투스가 소리쳤다.


"환각이 아닙니다, 도나투스 님." 헬레나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 진실의 성수가 가짜 주술에 반응할 리 없습니다. 이 서신은 진짜입니다. 피터 신부님이 카터 백인장과 발터 기사를 사주하여 이 요새의 역사적 기록을 완전히 인멸하려 한 것입니다."


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 뒤에 새겨진 가죽 문신의 암호들이 새벽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펠릭스의 비밀 장부를 대조해 보십시오. 피터 신부를 비롯한 교단 북부 교구의 고위 사제들이 지난 3년간 펠릭스로부터 받아 챙긴 막대한 뇌물 수수 내역과 세금 횡령 공모 일자가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교단이 최전방 요새의 생명줄인 기록 체계를 파괴하고 나를 반역죄로 몰아가려 한 진짜 이유는, 자신들의 추악한 부패가 이 기계식 일지에 기록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루시우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고, 사슬에 묶인 카터 백인장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움직일 수 없는 물증 앞에 교단의 도덕적 정당성이 밑바닥에서부터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서는 도나투스를 똑바로 응시하며 쐐기를 박았다.


"심문관 도나투스. 만약 그대가 법리적 절차를 무시하고 무력으로 나를 구속하려 한다면, 이 장부의 사본 수십 개가 즉시 제국 전역의 영주들과 상단, 그리고 마탑에 동시에 발송될 것입니다. 교단이 최전방 요새의 군자금을 뇌물로 수수하고 기록소 방화를 공모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면, 과연 교단의 신성한 권위가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도나투스의 거구의 몸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사정없이 떨렸다. 그의 철퇴에 서려 있던 신성한 불꽃이 주인의 흔들리는 심증을 대변하듯 기묘하게 흔들리며 꺼져갔다.


헬레나가 천천히 지팡이를 내리짚으며 단호하게 선포했다.


"도나투스 님. 철수하십시오. 명분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교단이 자신들의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최전방 사령관을 억지 기소하고 방화를 사주했다는 비난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 자들은 교단의 기사들이 아닌, 제국의 법률에 따라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들일 뿐입니다."


"헬레나 님! 하지만 저 사령관의 주술을……!"


"검을 거두십시오, 심문관! 성녀 후보로서 명합니다!"


헬레나의 단호한 종교적 권위 앞에 도나투스는 결국 이를 갈며 철퇴를 바닥으로 내렸다. 그는 아서를 향해 소름 끼치는 살기를 내뿜으며 낮게 읊조렸다.


"아서…… 이번 한 번은 살아가겠지만, 네놈의 그 해괴한 기록들이 제국을 구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교단의 눈은 언제나 네 목덜미를 노릴 것이다."


도나투스가 굴욕을 참으며 감찰 기사단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삼엄했던 포위망이 서서히 걷히며 기사들의 철갑 군화 소리가 기록소 밖으로 멀어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댕-! 댕-! 댕-!*


요새 북쪽 감시탑의 거대한 비상 청동 종이 고요한 새벽 공기를 찢어발기며 광기 어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경보가 아니었다. 종소리의 템포는 숨이 넘어갈 듯 다급했고, 요새 전체의 지반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기록소 벽면에 설치된 황동제 전령 구리관을 통해 정찰병 디터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


"사령관님! 사령관님! 안개 밀도 측정 규칙에 따라 관측된 수치가 비정상적입니다! 이건 자연적인 안개가 아닙니다! 산성 습기가 가득한 대규모 '흑색 안개(Black Mist)'가 밀려옵니다! 밀도가 평소의 열 배가 넘습니다! 기계식 일지의 기어들이 부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망령 군세가…… 안개 너머에서 몰려옵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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