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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소 방화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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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은장도가 아서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꽂히는 찰나, 아서의 손가락이 제단 코어 기어의 비상 정지 레버를 향해 움직였다.


"어리석은……!" 피터가 광기 어린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아서는 각혈로 얼룩진 입술을 깨물며 온 힘을 다해 청동 레버를 아래로 꺾었다.


*쿠구구궁! 쾅!*


지하 밀실 전체를 뒤흔드는 육중한 쇠 마찰음과 함께, 수확 제단 내부에서 맞물려 돌아가던 수십 개의 청동 기어들이 일제히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제단 하단에 매설되어 있던 거대한 기계 장치가 요동치며, 고압으로 흐르던 자색 마력의 결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와 동시에 제단 석판 틈새에서 뿜어져 나온 굵은 청동 사슬들이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피터의 사지를 단숨에 휘감았다.


*철컥! 캉!*


"으아아악! 이, 이 사악한 마도 장치가 내 신성한 주술을……!"


피터는 은장도를 떨어뜨린 채 사슬에 묶여 제단 중앙의 기둥에 강제로 결착되었다. 제단이 폭주하며 방출하는 전자기 교란 파동이 피터의 체내 마력 순환을 완전히 마비시킨 것이다.


아서는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마취 가스를 흡입한 탓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시야는 붉은 핏빛으로 번져 있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을 수는 없었다. 그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에드워드의 계산용 슬레이트를 들어 올렸다. 슬레이트의 연산 기어들이 째깍거리며 제단의 표면에 새겨진 고대 룬 문양과 영혼 수확 장치의 기하학적 제어 수식을 완벽히 복사해 내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스캔 선이 석판 위를 스치고 지나간 후, 수식이 슬레이트 내부의 구리판에 음각으로 완전히 각인되었다.


물증은 확보했다.


아서는 피터를 그 차가운 지하 밀실에 결착시킨 채 홀로 무거운 철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피터가 머물던 예배당 내부의 사제 개인 집무실로 향했다. 서랍 깊숙한 곳을 수색하던 아서의 손에 핏빛 인장이 찍힌 서신 한 장이 잡혔다.


서신을 펼쳐 읽는 아서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오늘 밤 11시, 기계식 기록소를 완전히 불태워 사령관의 모든 기록을 소멸시키겠다. 아침이 밝아 안개가 그들의 기억을 지우면, 요새는 사상적으로 완전히 교단의 통제 하에 떨어질 것이다. - 백인장 카터.]


"내부의 쥐새끼들이 드디어 꼬리를 밟혔군."


아서는 서신을 품속에 밀어 넣고 사령관 집무실로 복귀했다. 그는 즉각 늙은 부사관 카엘과 신참 서기 레오를 호출했다.


집무실로 들어온 레오는 기록소가 불탈 수 있다는 아서의 차가운 보고를 듣자마자, 잉크가 묻은 큰 안경 너머로 눈동자를 잘게 떨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기, 기계식 기록소가 불탄다고요? 사령관님, 그곳은 요새의 심장입니다! 매일 아침 병사들이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모든 청동 기록과 작전 계획서가 그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곳이 사라지면 우리는 아침마다 미치광이가 되어 서로를 죽이게 될 겁니다!"


레오의 목소리에는 극심한 공포와 절망이 서려 있었다. 소심한 청년 서기에게 기록소는 단순한 일터가 아닌, 망각의 지옥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레오'라는 인간으로 증명해 주는 구원의 성역이었다.


아서는 레오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고대 전술가의 은빛 가죽 장갑의 단단한 감각이 레오의 어깨뼈를 통해 전해졌다.


"진정해라, 레오. 전장에서 공포는 적보다 먼저 네 목을 베는 칼날이다. 네가 매일 밤 새겨 넣은 청동 일지는 그 어떤 제국의 군대보다 강한 무기다. 오늘 밤, 네 손으로 직접 기록소를 지키는 덫을 놓아라."


"제, 제 손으로요? 전 마법도 검술도 모르는 일개 서기일 뿐입니다……."


"전술가는 칼로 싸우지 않는다. 기계와 정보로 싸우지. 나를 믿어라."


아서의 서늘하고 이성적인 안광을 마주하자, 레오는 마른침을 삼키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는 책상 서랍 깊은 곳에서 극비리에 확보해 두었던 '기어 7호의 핵심 태엽'을 꺼냈다. 황동빛으로 빛나는 이 고대 유물은 엄청난 마력 주파수 제어 능력을 품고 있었다. 아서는 레오, 카엘과 함께 기계식 기록소 내부로 은밀히 이동했다.


기록소 내부는 수십 개의 거대한 청동 기어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서는 기록소의 활판 인쇄 기계 장치 하단에 기어 7호의 핵심 태엽을 임시로 연동했다. 그리고 기록소로 진입하는 좁은 길목마다 기억의 청동 와이어로 구성된 정밀한 기계식 덫을 매설했다.


"레오, 이 수동 레버를 쥐고 숨어 있어라. 내가 신호를 보내면, 주저하지 말고 레버를 당겨 덫을 기동하고 광학 신호탄 랜턴을 켜라. 할 수 있겠나?"


레오는 땀이 흐르는 손으로 쇠 레버를 꽉 쥐었다.


"예, 예, 사령관님. 제 기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겠습니다."


카엘은 대검을 쥔 채 기록소 입구의 어둠 속에 성벽 중갑병들을 이끌고 매복했다. 요새 전체에 매일 밤 내리는 하얀 안개가 소리 없이 기어 다니기 시작한 밤 11시 정각이었다.


*스스스슥…….*


기록소 서쪽의 낡은 유리창이 아주 미세한 마찰음과 함께 열렸다. 안개 장막을 뚫고 검은 복면을 쓴 사내들이 기름 병을 든 채 조심스럽게 안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선두에는 비열한 눈빛을 빛내는 제국군 백인장 카터가 서 있었고, 그 뒤로 펠릭스의 충실한 하수인인 부랑자 기사 발터가 은색 단검을 만지며 따라 들어왔.


"서둘러라. 기름을 구석구석 뿌려라. 사령관의 그 해괴한 청동 일지 장치들을 흔적도 없이 태워버려야 한다."


카터가 낮게 속삭였다. 사병들이 기록소 바닥과 청동 기어 장치 위에 검은 기름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시큼하고 독한 기름 냄새가 차가운 안개 가스와 섞여 진동했다.


사병 한 명이 품속에서 부싯돌과 횃불을 꺼내 불을 당기려 했다. 작은 불꽃이 어둠 속에서 타오르려는 바로 그 순간, 아서의 차가운 음성이 기록소의 고요를 깼다.


"지금이다, 레오!"


레오는 공포에 질려 본능적으로 레버를 너무 일찍 당겨버렸다.


*철컥! 콰르릉!*


기록소 바닥에서 청동 와이어들이 솟구쳤으나, 타이밍의 미세한 오차로 인해 선두에 서 있던 사병 한 명의 발목만 결착시켰을 뿐, 뒤에 있던 발터 기사는 벼락같은 반사신경으로 함정을 피해 위로 도약했다.


"기습이다! 불을 질러라!" 카터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레오가 아서의 전술 지시에 따라 광학 신호탄 랜턴을 기동했다.


*펑!*


눈부신 백청색 섬광이 기록소 내부를 순식간에 폭발하듯 가득 채웠다. 어둠 속에서 불을 지르려던 방화범들은 예상치 못한 강렬한 광학 타격에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감싸 쥐었다.


"아악! 내 눈! 눈이 안 보인다!"


시야가 완벽히 차단된 사병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공중으로 도약했던 부랑자 기사 발터가 난폭한 검풍(Wind Sword Qi)을 사방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쾅! 쾅!*


날카로운 바람 칼날들이 기록소 벽면을 찢어발겼고, 아서가 매설해 두었던 청동 와이어 덫들이 잘려 나갔다. 발터는 광기 어린 안광을 빛내며 섬광의 잔상을 뚫고 아서가 서 있는 방향을 향해 직접 돌격했다.


"사령관 놈! 네 목을 베면 끝이다!"


물리적 무력이 전무한 아서의 목덜미로 바람의 기류를 머금은 발터의 검이 짓쳐 들어왔다. 절체절명의 암살 위기였다.


*쾅!*


그 순간, 기록소의 정문이 박살 나며 거대한 철갑의 형체가 공간을 가로막아 섰다. 늙은 부사관 카엘이었다.


카엘은 자신의 거대한 대검을 대각선으로 치켜세우며 발터가 뿜어낸 난폭한 검풍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강철과 강철이 충돌하며 고막을 찢는 듯한 마찰음이 기록소를 뒤흔들었다.


*캉! 파지직!*


카엘은 소드 마스터 하급의 압도적인 강철 호흡법을 전개하며 발터의 검을 위로 튕겨낸 후, 그대로 한 걸음 전진하여 발터의 가슴팍을 향해 무거운 무쇠 장화를 내질렀다.


*퍽!*


"윽……!"


발터는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가 청동 활판 인쇄 기계 장치에 등을 세게 부딪힌 후 바닥으로 추락했다. 카엘은 지체 없이 발터의 목덜미에 거대한 대검 날을 들이밀었다.


"움직이면 목을 베겠다, 배신자 놈."


카엘의 서늘한 살기에 발터는 검을 떨어뜨리며 신음했다. 그와 동시에 진입한 성벽 중갑병들이 카터 백인장과 남은 사병들을 청동 사슬로 신속히 결박했다. 방화 시도는 완벽한 매복 전술 앞에 무력화되었다.


아서는 바닥에 떨어진 횃불의 불씨를 군화로 밟아 껐다. 그러나 대치 과정에서 떨어진 횃불의 뜨거운 잔열로 인해, 고대 드워프제 예비 기어 부품 일부가 열에 노출되어 미세하게 변형되어 가고 있었다. 서기 레오는 안경을 고쳐 쓰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기어들을 살폈다.


"사령관님, 기어 일부가…… 변형되고 있습니다. 기록 보존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아서는 변형되는 기어를 응시하며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생포된 카터 백인장 앞으로 다가갔다. 카터는 사슬에 묶인 채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아서를 올려다보았다.


"흐흐흐…… 아서 사령관. 나를 잡았다고 이긴 것 같나? 내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이미 도나투스 심문관님께 전령조를 보냈다. 네놈이 교단의 신부님을 납치하고 우리를 반역 음모로 함정에 빠뜨렸다고 말이다. 이제 곧 교단의 철퇴가 네놈의 머리를 부술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록소 외부에서 삼엄하고 육중한 강철 군화 소리가 요새의 돌바닥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횃불 빛이 안개 장막을 뚫고 기록소 창문 너머를 붉게 물들였다.


*쿵, 쿵, 쿵.*


이단 심문관 도나투스가 감찰 기사단을 이끌고 기어코 기계식 기록소를 사방으로 완전히 포위한 것이다. 기록소 문 너머에서 도나투스의 맷돌이 갈리는 듯한 웅장하고 광기 어린 목소리가 천장을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반역자 아서는 즉각 무장을 해제하고 밖으로 나와 심문을 받아라! 교단의 성역을 더럽힌 대가를 피로 치르게 해주마!"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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