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Enchanter3

살죽 위의 궤변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도나투스의 눈동자가 청동 판본에 새겨진 교단의 인장을 마주한 순간, 핏빛으로 타오르던 광기가 기묘한 균열을 일으키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무실을 가득 채웠던 붉은 신성 장막의 파동이 미세하게 요동쳤다. 아서의 목덜미를 그을릴 듯이 조여오던 금빛 불꽃 철퇴의 열기가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거구의 이단 심문관, 도나투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갔다. 그가 쥐고 있는 철퇴 자루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 이교도의 기만술책이로군! 감히 심문관 앞에서 위조된 인장을 들이밀며 교단을 모독하려 드는가!”


도나투스가 포효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전의 절대적인 확신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것은 전술가 아서의 눈에 포착된 명백한 패배의 신호였다.


아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청동 판본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신성 장막의 영향으로 마력 회로가 억눌려 관자놀이가 터질 듯이 아파왔지만, 이성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명료했다.


“위조라니요, 도나투스 심문관 님. 교단 고위직 사제단 중에서도 오직 세 명만이 소지할 수 있는 ‘신성 정화의 인장’입니다. 이 인장의 주파수와 고유 마력 파동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신들이 아닙니다.”


아서는 슬쩍 시선을 돌려 순백의 로브를 입은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성녀 후보이신 헬레나 님이라면 이 인장의 진위 여부를 단 한 번의 스캔으로 판독하실 수 있을 텐데요.”


헬레나의 은빛 눈동자가 좁혀졌다. 그녀는 아서의 품에서 나온 청동 판본을 응시했다. 판본 표면에는 전임 감시관 펠릭스가 교단 고위 사제들에게 바친 막대한 뇌물 수수 내역과 구체적인 날짜, 그리고 그 대가로 북방 요새의 방치와 횡령을 묵인해 주겠다는 사제들의 친필 인장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루시우스 행정관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나투스 님! 저 이단자의 궤변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것은 요새의 군권을 지키기 위해 급조된 사악한 위조품이 분명합니다!”


“위조품이라.”


아서가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루시우스의 말을 끊었다.


“이 장부의 원본은 현재 요새 외부의 안전한 비밀 거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사상 검증을 빌미로 즉결 처형당하거나 자아를 잃는 순간, 이 청동 사본 수십 개가 제국 전역의 영주들과 상단, 그리고 마탑에 동시에 뿌려지도록 기계식 발송 장치를 연동해 두었습니다. 교단이 최전방 요새의 군자금을 뇌물로 수수하며 제국의 안보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면, 과연 교단의 신성한 권위가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도나투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서의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철저히 계산된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한 전술적 역공이었다. 교단은 자신들의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 만약 이 추문이 제국 황실과 대중에게 폭로된다면, 이단 심문소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헬레나가 천천히 지팡이를 내리짚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도나투스를 향했다.


“도나투스 님. 잠시 철퇴를 거두어 주십시오. 저 청동 판본에 새겨진 인장은…… 진짜가 맞습니다. 저 각인의 마력 주파수는 교단 본당의 수석 사제단 고유의 결계식 파동입니다.”


“헬레나 님! 하지만 저놈은 이단 주술을……!”


“명분이 흔들렸습니다.”


헬레나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분했다.


“사상 검증을 강행하여 저 사령관을 처형하는 순간, 교단은 횡령 공모와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최전방 장수를 입막음했다는 제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도나투스는 이를 갈았다. 핏빛으로 타오르던 그의 눈동자에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 찼지만, 성녀 후보의 단호한 판단과 아서가 제시한 장부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천천히 불타는 철퇴를 내렸다. 집무실을 짓누르던 붉은 신성 장막의 압박감이 미세하게 느슨해졌다.


그러나 광신적인 심문관은 이대로 패배를 인정할 인물이 아니었다.


“……좋다. 이단 혐의에 대한 즉결 처형은 일시 유예하겠다. 하지만 아서 사령관, 네놈의 죄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다. 이 요새 내부에서 감지되는 변칙적인 마력 흐름과 등록되지 않은 기록 체계는 여전히 심각한 보안 위협이다.”


도나투스가 둔탁한 목소리로 선포했다.


“본 심문관은 이 시간부로 은빛 안개 요새를 ‘종교적 감시 구역’으로 선포한다! 교단의 안전을 위해 요새의 모든 무기고와 불법적인 기계식 기록 장치들을 전면 동결하고 압수하겠다. 기사단은 지금 즉시 무기고로 진입하여 신성 봉인 각인을 새겨라!”


새로운 위기였다. 무기고가 동결되고 무장이 해제된다면, 밤마다 안개 속에서 몰려오는 망령 군세를 막아낼 물리적인 수단이 사라진다. 또한 기계식 일지가 압수당한다면 아침마다 자아를 복원할 방법이 원천 차단된다. 도나투스는 아서의 목숨을 끊는 대신, 그의 손발을 완전히 잘라내어 요새 내부에서 서서히 고사시키려는 비열한 전술을 선택한 것이다.


기사들이 무기를 쥐고 무기고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자, 집무실 한구석에 서 있던 카엘이 성벽 중갑병들을 이끌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사령관님의 허가 없이는 요새의 단 한 자루의 검도 내어줄 수 없다!”


카엘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물러서라, 세속의 군인들아!”


도나투스가 철퇴를 치켜들며 신성 폭발 주술을 발동했다. 붉은 신성 불꽃이 번뜩이며 카엘의 대검을 강타했다.


*쾅!*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카엘의 무기가 뒤로 튕겨 나갔다. 카엘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가벼운 내상을 입고 신음했다. 중갑병들이 검을 뽑으려 하자, 아서가 급히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무력 충돌은 교단에게 요새 전체를 반역 집단으로 규정할 명분을 제공할 뿐이었다.


아서는 심호흡을 하며 헬레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차갑고 이성적인 눈동자 깊은 곳에 서린 미세한 학술적 호기심을 포착한 순간이었다. 아서는 품속에서 ‘에드워드의 계산용 슬레이트’를 꺼내 들었다.


“성녀 후보 헬레나 님. 무기고를 동결하고 내 기록을 압수하시기 전에, 학술적인 검증을 요구합니다.”


헬레나의 은빛 지팡이가 멈칫했다.


“학술적 검증이라니요, 아서 사령관?”


“제 몸에 새겨진 이 각인들과 요새 지하의 기록 기계들이 정말로 교단이 규정한 ‘이단 주술’인지, 아니면 제국의 역사에 기록된 정당한 군사 기술인지 검증해 달라는 뜻입니다.”


아서는 자신의 찢어진 셔츠 깃을 완전히 젖혀 목덜미와 가슴을 덮고 있는 정교한 기하학적 각인들을 그녀에게 완전히 노출시켰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계산용 슬레이트에 미세한 마력을 주입하여 슬레이트 표면에 흐르는 수학적 벡터 선들을 투사했다.


“보십시오. 이것은 마법 회로가 아닙니다. 고대 제국의 군사 기하학적 기록법에 기초한 ‘정보 압축 공식’입니다.”


헬레나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확장되었다. 그녀는 지적인 호기심이 극도로 발달한 교단의 엘리트였다. 아서가 제시한 슬레이트 위의 수식들과 그의 피부에 새겨진 문양들이 완벽한 수학적 대칭을 이루며 기압의 변화와 안개의 밀도 곡선을 계산해 내는 광경을 목격하자, 그녀의 학술적 본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군요. 기압의 미세한 파동과 바람의 풍향을 기하학적 벡터로 치환하여 피부 진피층에 각인한 정보 보존 공식인가요?”


“그렇습니다.”


아서가 냉철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매일 밤 기억을 지우는 이 잔혹한 안개 속에서, 우리 병사들은 마법이 아닌 철저한 과학과 수학적 기록을 통해 자아를 지켜왔습니다. 이 문양들은 신성을 모독하는 주술이 아니라, 최전방 수비대가 생존하기 위해 고안해 낸 극비 군사 기록 전술입니다. 교단의 규정집을 누구보다 잘 아는 헬레나 님이라면, 이 기술이 이단 사설과 무관함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헬레나는 아서의 정교한 수학적 분석 능력과 이성적인 태도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그동안 교단에서 배웠던 이단자들은 모두 광기에 젖어 있거나 사악한 주술을 부리는 자들이었지만, 눈앞의 사령관은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지적인 전술가였다.


도나투스가 초조해하며 소리쳤다.


“헬레나 님! 저놈의 기만적인 말장난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당장 무기고를 봉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헬레나는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어 도나투스의 기사들을 제지했다.


“멈추십시오, 도나투스 심문관 님.”


“헬레나 님!”


“교단 법률 규정 제12조 ‘학술 검증 중인 물품의 압수 유예’ 조항을 인용하겠습니다. 아서 사령관이 제시한 기록 체계와 각인 문양은 고대 제국의 정당한 군사 기술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기술에 대한 공식적인 학술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요새의 무기고와 기록 장치에 대한 교단의 독단적인 압수 및 동결 계획을 전면 보류합니다.”


“……!”


도나투스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지만, 성녀 후보가 공식적인 교단 규정을 인용하여 명령을 내리자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루시우스 행정관 역시 법리적인 맹점을 잃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서는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고의 지휘권을 일시적으로 사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다. 영리한 전술가답게, 아서는 적당한 양보를 통해 적들의 경계심을 늦춰야 함을 알고 있었다.


“다만, 교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 가지 타협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아서가 도나투스와 헬레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교단 사제들이 요새 내부에 주둔하며 우리의 기록 활동과 군사 기동을 감시하는 것을 허용하겠습니다. 우리의 투명성을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도나투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서를 노려보더니, 이내 거칠게 몸을 돌렸다.


“……좋다. 사제들을 요새 구석구석에 배치하여 네놈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 조금이라도 이단의 징후가 보인다면 그 즉시 요새 전체를 불태워버릴 것이다.”


도나투스가 기사들을 이끌고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헬레나는 마지막으로 아서의 목덜미에 새겨진 문양을 깊은 눈빛으로 응시한 후, 조용히 지팡이를 짚으며 뒤를 따랐. 루시우스 역시 분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사령관님…… 해내셨군요.”


레오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카엘 역시 아서의 지혜에 감탄하며 고개를 숙였다. 실비아는 말없이 아서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차가운 손을 잡고 미세한 정화 마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나 요새의 무기고를 지켜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쾅! 쾅! 쾅!*


집무실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며 요새의 문지기 병사 토마스가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들이닥쳤다.


“사령관님! 큰일났습니다! 지금 연병장에서……!”


아서의 눈동자가 즉각적으로 차갑게 굳어졌다.


“무슨 일인가, 토마스?”


“예배당에서 위선적인 피터 신부의 설교를 듣고 나온 신참 병사들이…… 단체로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이 ‘망각이야말로 신이 내린 진정한 축복이다, 사령관의 거짓 기록에 속지 말라’고 울부짖으며, 연병장에 건립된 아침의 행동 지침 표지판을 도끼로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토마스의 다급한 보고가 떨어지는 순간, 연병장 방향에서 육중한 청동판이 쪼개지는 날카로운 쇠 마찰음과 병사들의 광기 어린 함성이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