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밀폐 공간의 보이지 않는 독가스
“이놈을 당장 체포하고, 저 해괴한 노란 조끼와 사무소 집기들을 전량 불법 적치물로 규정해 강제 철거하라!”
외문 서무 책임자 사마도의 표독스러운 외침이 어두운 동굴 안을 징그럽게 울렸다. 수십 명의 무장 규율대원들이 차가운 영검을 빼 들고 오지훈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당철진이 시커멓게 그을린 수염을 바르르 떨며 대형 제철 망치를 꽉 쥐었다.
“지훈아, 내 뒤로 물러서거라! 이 부패한 벼슬아치 놈들이 감히 천도의 공학을 모독하는구나!”
하지만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입은 오지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는 오히려 사마도의 가슴팍, 그 옷자락 틈새로 붉게 일렁이는 이중 장부의 실루엣을 차분하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마도 집행관님.”
지훈이 건조하고 딱딱한, 지극히 공무원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행정절차법 제12조와 천운종 외문 규약 제4조를 한 번이라도 정독해 보셨습니까?”
“뭐, 뭐라고? 이 미친 잡역부 놈이 무슨 헛소리를……!”
지훈은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규율대원들이 긴장하여 검날을 바짝 들이댔지만, 지훈이 꺼낸 것은 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빳빳하게 접힌 황금색 한지가 붙은 공식 행정 명령서였다. 지훈이 그것을 펼쳐 사마도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명령서의 맨 밑바닥에는 게으른 외문 최고 책임자, 송요선인 장로의 붉은 공식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송요선인 장로님께서 공식 인가하신 ‘외문 안전 감찰관 임명장’ 및 ‘임시 사무소 개설 승인서’입니다. 본 감찰관의 단속 활동은 장로회의 위임을 받은 합법적인 공무 집행입니다. 사마도 집행관님, 귀하가 이끄는 규율대의 강제 철거 시도는 명백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합니다.”
“이, 이게 정녕 송요 장로의 직인이란 말이냐? 그 영감이 이런 귀찮은 서류에 도장을 찍었을 리가……!”
사마도의 기름진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직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로 특유의 결단기 영기는 위조가 불가능한 진짜였다.
지훈은 고개를 돌려 검을 겨누고 있는 규율대원들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규율대원 여러분께 고합니다. 합법적인 감찰관의 공무 집행을 무력으로 방해할 경우, 천도 안전법 제21조에 의거하여 ‘방조 및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됩니다. 이 경우 개인 영력의 50%가 강제 동결되며, 가문 전체에 연대 책임으로 일만 영석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귀하들의 인적 사항을 지금 즉시 채증하겠습니다.”
지훈이 빨간색 볼펜을 딸깍거리며 행정 수첩을 들이밀자, 규율대원들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슬금슬금 검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규율대장 설지태의 명령을 받는다 한들, 공식 장로의 직인이 찍힌 서류와 ‘영력 동결 및 과태료’라는 무시무시한 행정 철퇴 앞에서는 완장질도 무용지물이었다.
“너, 너희 이 멍청한 놈들! 어서 저놈을 베지 않고 무엇 하느냐!”
사마도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이마에 딱지가 붙은 채 굳어 있는 남궁현과 곽두팔의 비참한 몰락을 목격한 대원들은 이미 지훈을 단순한 잡역부가 아닌 ‘황색 저승사자’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마도 집행관님. 부정청탁을 시도한 남궁현 씨와 미인증 가마를 제조한 곽두팔 씨는 현 시간부로 공식 구금 절차에 들어갑니다. 귀하의 행정적 소명은 추후 정식 청문회에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즉시 퇴거해 주십시오. 3초 드립니다. 3, 2……”
지훈의 단호한 카운트다운에 사마도는 이빨을 갈았다. 가슴팍의 횡령 장부를 움켜쥔 그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오지훈…… 감히 하찮은 잡역부 놈이 내 앞길을 막아서다니. 내문 장로님들께서 이 일을 아시면 네놈의 목숨 따위는 한낱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다!”
사마도는 붉어진 얼굴로 소매를 펄럭이며 규율대원들을 이끌고 비참하게 동굴 밖으로 퇴각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약초 상인 임한수는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판을 품에 안았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권력도, 무력도 통하지 않는 행정의 괴물이야! 저 오지훈이라는 자 옆에 붙어 있어야만 이 미친 문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어!’
임한수는 지훈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이며 자발적으로 안전 장비 독점 유통 계약을 맺겠다고 다짐했다. 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수첩을 덮었다. 첫 번째 고비는 넘겼으나, 시스템의 경고등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띵! 외문 안전 개선 활동 성공! 천도 안전 마일리지 1,000포인트 추가 적립.]
[현재 잔여 마일리지: 2,500포인트]
[경고! 천운종 외문 제1연단소의 유독가스 농도가 한계치를 초과하였습니다. 위험 등급: D등급 (경계) -> 실시간 상승 중!]
[미션: 밀폐 공간 유독가스 누출 사고를 예방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십시오.]
“쉬어갈 틈이 없군.”
지훈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삐삐와 백현우를 불렀다.
“백현우 보조관, 표진수 서기. 지금 즉시 ‘영자막 방진마스크’와 ‘영적 가스 검지 부적’을 챙겨 제1연단소로 출동합니다. 밀폐 공간에서의 유독가스 누출은 한순간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최악의 재해입니다.”
* * *
천운종 외문 제1연단소(Outer Sect 1st Alchemy Facility).
그곳은 외문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위험 산업지대였다. 수십 개의 구형 가마가 뿜어내는 황화수소와 탄소 매연으로 인해 연단소의 하늘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칠흑 같은 어둠에 뒤덮여 있었다. 환기 시설이라고는 천장에 뚫린 조잡한 구멍 몇 개가 전부인 밀폐된 석조 건물 내부.
“콜록! 콜록! 야! 불꽃 제어가 안 된다! 약재를 더 넣어!”
“아이고, 머리야…… 눈이 매워서 앞이 보이지 않는구나!”
연단사들은 시커먼 검댕을 얼굴에 묻힌 채, 피눈물을 흘리며 가마에 석탄과 약재를 밀어 넣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썩은 달걀 냄새가 진동했고, 바닥에는 폐수와 찌꺼기가 뒤엉켜 썩어가고 있었다.
지훈이 연단소 내부로 들어서며 영적 가스 검지 부적을 들어 올렸다. 부적을 공중에 들이대자마자, 황금빛이던 부적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하더니 삐익- 삐익- 하는 날카로운 경고음을 내뿜기 시작했다.
“산소 농도 14% 미만, 황화수소 및 일산화탄소 농도 허용 기준치 10배 초과. 이건 일터가 아니라 가스실입니다.”
지훈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가마 앞에 앉아 있던 늙은 연단사들은 코방귀를 뀌며 지훈의 노란 조끼를 비웃었다.
“흥! 하찮은 잡역부 놈이 어디서 시끄러운 부적을 들고 와 훼방이냐! 이 매운 연기와 독가스를 견뎌내며 단약을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연단사들의 훈장이자 기개이거늘! 몸이 상하는 것 따위는 수선(修仙)의 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기개는 무슨 얼어 죽을 기개입니까! 이건 기개가 아니라 뇌세포가 질식사하기 직전에 보내는 비명입니다! 당장 수련을 중지하고 대피하십시오!”
지훈이 규정집을 흔들며 외쳤지만, 연단사들은 고집스럽게 가마의 온도를 높일 뿐이었다. 야만적인 수선 제일주의에 찌든 이들에게 현대적인 보건 위생 관념은 그저 나약한 자들의 핑계에 불과했다.
그때, 연단소 구석의 어두운 간이 연구대 앞에서 한 청년이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지훈의 위험 요인 투시안에 포착되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산소 결핍 및 중독 위험: 극위험’이라는 빨간색 경고창이 깜빡이고 있었다.
창백한 안색에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청년, 외문의 독극물 연구원이자 천재 약사 독고청(Dokgo Cheong)이었다.
“아……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경맥의 영기가 막히고 숨이……”
독고청은 만성 두통과 독소 중독으로 인해 초점을 잃은 눈으로 가벼운 화상을 입은 손을 떨며 자신이 직접 만든 해독 약초 팩을 입에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가스 농도가 너무 높아 약초 따위로는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안 됩니다! 그런 미인증 약초로는 가스 중독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지훈이 번개처럼 달려가 독고청이 들고 있던 약초 팩을 쳐내고, 품속에서 당철진이 특수 제련한 ‘영자막 방진마스크(Spiritual Membrane Dust Mask)’를 꺼내 들었다.
“이걸 쓰십시오! 질식하기 직전입니다!”
지훈은 독고청의 얼굴에 강제로 방독마스크를 씌우고 턱끈을 단단히 조였다.
“음……? 읍……!”
마스크가 얼굴에 밀착되는 순간, 독고청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스크 전면의 영자막 필터가 공기 중의 황화수소와 탄소 매연을 100% 여과하여, 순도 99%의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그의 폐부 깊숙이 불어넣은 것이다.
“허억……! 하아아아……!”
독고청은 평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맑고 청량한 공기의 감각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매년 그를 괴롭히던 지독한 편두통이 눈 녹듯 사라지고, 탁했던 안색에 순식간에 붉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마스크 필터를 어루만지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경외감과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머리가 아프지 않아……! 폐가 썩어 들어가는 느낌이 사라졌다! 도사님, 대체 이 신비한 법구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당신은 혹시 하늘에서 내려오신 ‘환기의 신’이십니까?”
“저는 신이 아니라 안전감독관입니다. 그리고 이 장비는 법구가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에 맞춘 영자막 방진마스크입니다.”
지훈은 차분하게 대답하며 벌떡 일어섰다.
고집스러운 연단사들은 여전히 가마를 가동하며 지훈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었다. 가마의 균열 틈새로 검은 매연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천장을 메웠다. 이대로 두면 집단 질식사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더는 묵과할 수 없군요. 강제 행정 제재를 집행하겠습니다.”
지훈이 품속에서 외문 안전 감찰관 직인을 꺼내 들고 우렁차게 외쳤다.
“천운종 외문 제1연단소의 모든 연단사들에게 고합니다! 귀하들은 현재 ‘연단 시설 환기 의무화 법안’ 및 ‘밀폐 공간 작업 허가 절차’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 감찰관은 대기 제어 기술을 가동하여 현장 강제 정화 조치를 실시합니다!”
지훈이 직인을 허공에 찍자, 시스템의 황금빛 영기가 그의 발끝에서부터 전개되어 연단소 내부의 오래된 바람 맥로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띵! 특수 기술: 음압 환풍 진법 제어(Negative Pressure Ventilation Formation Control)를 활성화합니다!]
[소모 마일리지: 500포인트]
[동력원: 풍성석(Wind Stone) 기운 연동 완료!]
“웅웅웅웅웅————!”
연단소 천장과 벽면 구석구석에 매설되어 있던 낡은 바람 진법들이 지훈의 행정력에 반응하여 무서운 속도로 재배치되기 시작했다. 풍성석의 푸른 바람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석조 건물 내부의 공기 흐름을 강제로 비틀었다.
“어, 어라? 바람의 흐름이 이상하다!”
“가마의 연기가 천장으로 빨려 올라가고 있어!”
연단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지훈이 설계한 음압 환풍 시스템은 건물 내부의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만들어, 유독가스가 주변 주거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모든 매연을 천장의 대형 필터 진법으로 강제 흡입하는 최첨단 방재 공학의 결정체였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익——!”
엄청난 흡기음과 함께, 연단소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던 시커먼 황화수소 가스와 일산화탄소 매연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천장의 환풍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커멓게 흐려져 있던 시야가 순식간에 투명하게 개이며, 맑고 깨끗한 아침 햇살이 창문을 뚫고 연단소 바닥을 환하게 비추었다.
수십 년 동안 검은 매연에 가려져 있던 제1연단소의 하늘이, 마침내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제 빛깔을 되찾은 것이다.
“아…… 하늘이 보인다…….”
“내 손끝이 이렇게 깨끗했단 말인가…….”
연단사들은 멍하니 자신의 깨끗해진 손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더 이상 기침도 나지 않았고, 눈을 찌르는 통증도 없었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카타르시스 앞에, 야만적인 기개론을 부르짖던 꼰대 연단사들은 단 한 마디의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주저앉았다.
독고청은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지훈의 앞에 넙죽 엎드렸다.
“환기의 신이시여! 제 평생의 두통을 고쳐주시고 이 썩어가던 연단소를 구원해 주셨으니, 이 독고청의 목숨은 이제 도사님의 것입니다! 도사님의 안전 감찰 업무를 위해서라면 어떤 독극물 분석이든 도맡겠습니다!”
[띵! 천재 독극물 연구원 독고청이 충직한 동료로 합류하였습니다!]
[대기 환경 개선 성공! 천도 안전 마일리지 1,50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현재 잔여 마일리지: 3,500포인트]
지훈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독고청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공무원으로서 현장 작업 환경을 완벽하게 개선했을 때 느끼는 최고의 보람이었다.
바로 그 순간.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서 꺼졌던 붉은 경고등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점멸하며 귀가 찢어질 듯한 사이렌 소리를 울려댔다.
[위험! 위험! 초대형 생물 및 수질 재해 경보 발령!]
[천운종 외문 제자들의 공동 식수원 ‘영류 천계지’에 고농도 맹독 유입 감지!]
[실시간 식수원 오염도: 99.9% (집단 사망 위험 극도로 높음!)]
[배후 분석: 사파 독수 당철사(Dang Cheol-sa)가 외문 식수 우물 상류 숲속에 은신하여 독극물 무단 살포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지훈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보이지 않는 가스를 해결하자마자, 이번에는 전 제자들의 목숨을 인질로 잡은 비열한 수질 테러 음모가 감지된 것이다. 외문을 뒤흔들 또 다른 행정 전쟁의 서막이 고요한 숲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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