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뇌물은 공무집행방해입니다
“콰구구구구—!”
대폭발을 알리는 파멸의 카운트다운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곽두팔이 가마 표면에 붙인 고압 폭발 부적이 새빨간 파멸의 영기를 내뿜으며 동굴 전체를 집어삼키려 했다. 가마의 균열 틈새로 흘러나오는 열기는 이미 축기기 고수의 전력 타격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당철진의 하얀 수염이 시커멓게 그을려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했다.
“지, 지훈아! 더는 못 버틴다! 가마 내부의 압력이 내 영력 제어 한계를 넘어섰어!”
당철진이 이빨을 악물며 소리쳤다. 그의 신화단철공(神火鍛鐵功)으로도 폭발 부적의 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훈은 침착하게 시야 우측 하단에서 점멸하는 압력 한계 게이지의 레드존을 응시했다. 수치가 99.9%를 가리키며 폭발하기 직전의 경보음을 울려대고 있었다. 일반적인 수선자라면 영력을 끌어모아 방어막을 펼치거나 도망쳤겠지만, 지훈은 현대의 산업안전감독관 출신이었다.
“당 어르신! 지금 당장 가마 좌측 하단에 있는 수동 감압 밸브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바퀴 돌리십시오!”
“뭐, 뭐라고? 이 고열 속에서 밸브를 돌리라고?”
“설계도를 잊으셨습니까! 그 밸브는 내부의 영압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물리적으로 가스를 배출하도록 우리가 직접 깎아 만든 안전장치입니다! 천도의 물리 법칙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어서 돌리십시오!”
지훈의 단호한 목소리에 당철진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는 그을린 수염을 휘날리며 폭발적인 열기를 뚫고 가마 하단의 철제 밸브를 붙잡았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열이었지만, 대장장이의 집념으로 밸브를 거칠게 움켜쥐고 돌렸다.
[끼이이이익—!]
마침내 밸브가 열리는 순간.
“피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귀가 찢어질 듯한 고압 가스 배출음이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가마 내부에 고여 있던 엄청난 양의 화염 영기가 감압 배출구를 통해 천장 위로 길게 뿜어져 나갔다. 뿜어져 나간 열기가 천장의 암석을 녹여 내렸지만, 가마 본체의 압력은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침 하강: 레드존 -> 황색 경고 구역 -> 초록색 안전 구역]
지훈이 부착해 둔 압력 게이지의 바늘이 마침내 평온한 녹색 지대에 안착했다. 폭발 부적의 붉은 빛도 동력을 잃고 맥없이 바래지더니, 이내 재가 되어 바닥으로 흩날렸다.
“하아…… 하아…….”
당철진은 석탄재로 범벅이 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자랑이던 하얀 수염은 절반이 타버려 짤막하고 시커먼 숯덩이처럼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살았다…… 진짜로 살았어! 진법도 쓰지 않고 오직 쇠붙이 밸브 하나로 가마의 폭발을 막아내다니! 지훈아, 자네가 맞았네! 천도의 공학 법칙은 위대하군!”
“후우, 당연한 결과입니다. 압력 용기 안전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죠.”
지훈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방독마스크를 가볍게 들썩였다.
그때, 동굴 구석에서 도망치려던 곽두팔이 엉금엉금 기어가다 지훈의 눈에 포착되었다.
“곽두팔 씨. 대형 참사 유도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 구속하겠습니다. 삐삐, 안전 테이프로 묶으세요.”
“끼익! 안전!”
노란색 요정 삐삐가 신나게 날아올라 노란 테이프를 전개하려던 찰나였다.
“멈추어라.”
동굴 입구에서 나직하면서도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차가운 바람 기운이 동굴 내부의 석탄 연기를 단숨에 쓸어내며, 화려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실로 웅장하게 수놓은 화려한 청색 비단 도포를 입고, 자색 보석이 촘촘히 박힌 검을 허리에 찬 미소년. 안하무인의 기세를 사방으로 뿜어내는 그는 남궁세가의 방계 천재이자 외문의 소문난 도련님, 남궁현(Namgung Hyeon)이었다.
“도, 도련님! 남궁 도련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저 노란 조끼를 입은 미친 잡역부 놈들이 제 공장을 무단으로 부수고 제 가마를 압수하려 합니다!”
곽두팔이 남궁현의 비단 도포 자락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매달렸다.
남궁현은 더럽다는 듯 곽두팔을 힐끗 보더니, 이내 코끝을 찌푸리며 오지훈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하찮은 벌레를 보는 듯한 극도의 경멸이 담겨 있었다.
“일개 외문의 잡역부 놈이 장로의 직인 하나 얻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곽두팔은 우리 남궁세가에 정기적으로 연단 가마를 납품하는 중요 상인이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를 묶으려 드느냐?”
지훈은 한숨을 쉬며 행정 수첩을 꺼내 들었다.
“남궁현 씨라고 하셨습니까? 귀하가 대가문의 자제이든 아니든, 이곳은 현재 불법 무인증 가마 제조 현장으로 공식 압류 절차가 진행 중인 법적 통제 구역입니다. 외부인은 단속 업무에 간섭할 권한이 없으니 즉시 퇴거해 주십시오.”
“하! 감히 내게 퇴거를 명해?”
남궁현이 실소를 터뜨렸다. 축기기 초입의 강력한 영기 압박이 남궁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동굴 내부의 자갈들을 잘게 흔들었다. 당철진이 긴장하며 망치를 꽉 쥐었지만, 지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형광 조끼에 서린 우주 행정안전의 가호가 남궁현의 영압을 무해하게 상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궁현은 자신의 영압이 일개 잡역부에게 전혀 통하지 않자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품속에서 묵직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상자 하나를 꺼내어 지훈 앞의 작업대 위에 쾅 올려놓았다.
상자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황금빛 영기가 동굴 내부를 가득 채웠다. 상자 안에는 순도가 극에 달한 고순도 황금 영석 수십 개가 정연하게 담겨 있었다. 일반 잡역부가 평생을 일해도 만져볼 수 없는 거금이었다.
“이 어설픈 행정 소동을 벌인 이유가 결국 이것 때문이 아니더냐? 귀찮은 법 조항이니 단속이니 하는 헛소리는 치우고, 이 영석 상자를 들고 조용히 사라지거라. 곽두팔의 공장은 내가 정식으로 보증할 테니, 안전 합격 도장을 찍고 꺼지라는 말이다.”
남궁현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돈뭉치를 뿌리듯 말했다.
동굴 구석의 어둠 속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약초 상인 임한수(Im Han-su)는 침을 꿀컥 삼켰다.
‘미쳤군! 저 정도 거금이면 외문 장로도 눈을 감아줄 액수다! 저 깐깐한 오지훈도 결국 돈 앞에서는 무릎을 꿇겠지? 수선 세계에서 영석보다 위대한 법률은 없으니까!’
임한수는 지훈이 영석 상자를 받아 들고 단속을 철회할 것이라 확신했다. 곽두팔 역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지훈을 조롱하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오지훈의 반응은 그들의 상식을 완벽하게 뒤엎었다.
지훈은 황금 영석 상자를 바라보더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품속에서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남궁현의 얼굴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종이의 맨 위에는 굵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공직자 청렴 서약서 및 부정청탁 금지 조항]
“남궁현 씨. 귀하의 행위는 천도 안전법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및 부정청탁 금지법 제5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범죄입니다.”
지훈의 건조하고 딱딱한 공무원조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뭐, 뭐라고? 공직자 청렴……?”
“수사 및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여 부정한 행정 처분을 유도하려 한 행위는 명백한 ‘부정청탁 및 뇌물공여죄’에 해당합니다. 본 감찰관은 귀하가 제공하려 한 뇌물 상자를 현장에서 압수 조치하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즉시 기소하겠습니다.”
“이, 이 미친 잡역부 놈이 미쳤구나! 내가 남궁세가의 방계 천재 남궁현이다! 내 검 한 자루면 너 같은 벌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디서 감히 장난감 같은 종이 쪼가리를 내밀며 나를 가두려 드느냐!”
남궁현이 격분하여 허리춤의 자색 검을 뽑아 들려 했다. 검날이 반쯤 빠져나오며 날카로운 검기가 지훈의 목을 겨누었다.
그 순간, 지훈의 뇌리에서 시스템의 거대한 음성이 엄숙하게 울려 퍼졌다.
[띵! 피의자의 부정청탁 및 뇌물공여 행위가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우주 행정안전 규정집 제15조 ‘공직자 청렴 의무’가 발동합니다.]
[특수 이능: 청렴 심판 오라(Integrity Judgment Aura)를 전개합니다!]
“웅웅웅웅웅————!”
지훈의 몸을 중심으로, 노란색과 황금색이 뒤섞인 거대한 행정 규정의 파동이 사방 10미터 영역으로 폭풍처럼 뿜어져 나갔다.
그 파동이 남궁현과 곽두팔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엇……? 이, 이게 무슨……!”
남궁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의 검을 쥐고 있던 손가락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체내에서 맹렬히 회전하던 축기기 초입의 영력이, 마치 얼어붙은 강물처럼 단 한 터럭도 움직이지 않고 완벽하게 정지해 버린 것이다.
경맥 전체가 시스템의 절대적인 행정 질서에 눌려 강제로 잠겨버렸다. 남궁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검을 반쯤 뽑은 우스꽝스러운 자세 그대로 허공에 굳어버렸다.
“도,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어서 저놈을 베어버리…… 컥!”
지훈에게 뇌물 상자를 슬쩍 밀어주려 엉금엉금 기어오던 곽두팔 역시 청렴 심판 오라의 범위에 닿는 순간, 경맥이 마비되며 바닥에 대가리를 박은 채 미동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두 축기기 고수가 일개 잡역부의 오라 한 방에 완벽하게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남궁현의 이마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빨간색 가중 처벌 딱지를 꺼내어 남궁현의 이마 한가운데에 쾅 붙였다.
[찰딱!]
“피의자 남궁현. 단속 공무원에게 무력을 행사하여 위협하고 뇌물을 공여하려 하였습니다. 이에 본 감찰관은 귀하에게 ‘공무집행방해죄 가중 처벌 고지’를 선포합니다.”
지훈이 딱지를 붙이고 선언하는 순간.
“우르릉—— 쾅!”
동굴 천장을 뚫고 하늘에서 천도의 경고 낙뢰 소리가 웅장하게 대지를 뒤흔들었다. 남궁현의 이마에 붙은 빨간 딱지에서 붉은색 영적 사슬이 흘러나와 그의 전신 경맥을 한 번 더 촘촘하게 결박했다. 남궁현은 눈동자만 간신히 굴리며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에 부르르 떨었다.
그 광경을 바위 뒤에서 지켜보던 임한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주판을 떨어뜨렸다.
‘미쳤다…… 저 자는 진짜 미친 청렴의 화신이다! 돈도 통하지 않고, 가문의 위세도 통하지 않아! 저런 자에게 미인증 약초를 납품하려 했다간 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어! 차라리…… 차라리 저 자가 만드는 안전모와 안전 테이프의 유통권을 독점 계약해서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게 백배 천배 안전하겠군!’
임한수의 머릿속 주판알이 초고속으로 튕겨 나갔다. 그는 지훈의 타협 없는 청렴함을 보며, 오히려 ‘합법적인 안전 비즈니스’의 엄청난 가능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지훈은 굳어버린 남궁현과 곽두팔을 바라보며 삐삐에게 손짓했다.
“삐삐, 두 피의자에게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둘러서 임시 유치장에 수감할 준비를 하십시오. 공무집행방해는 아주 엄하게 다스려야 합……”
지훈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동굴 입구 쪽에서 수십 명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웅장한 영력의 파동이 밀려 들어왔다.
“이곳이 감히 장로회의 승인도 없이 무단으로 사설 단속을 벌이고 있는 불법 폭력 단체의 거점이더냐!”
동굴 입구를 메우며 들이닥친 자들. 그들의 중심에는 기름진 얼굴에 비단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차가운 뱀 같은 눈빛을 번뜩이는 중년 관리, 외문의 예산과 서무를 총괄하는 부패한 집행관 사마도(Sa Ma-do)가 서 있었다.
사마도의 등 뒤로는 철제 갑옷을 입고 살상용 영검을 빼든 외문 규율대원 수십 명이 동굴 내부를 촘촘하게 포위하며 지훈의 목을 정조준했다.
사마도는 이마에 붉은 딱지를 붙인 채 굳어 있는 남궁현을 보더니, 눈빛을 매섭게 빛내며 지훈을 가리켰다.
“일개 잡역부 놈이 장로님의 서명을 위조해 ‘임시 행정 사무소’라는 괴상한 무허가 단체를 만들고, 가문의 귀한 자제분과 정당한 상인들을 납치해 위해를 가하다니! 이놈을 당장 체포하고, 저 해괴한 노란 조끼와 사무소 집기들을 전량 불법 적치물로 규정해 강제 철거하라!”
사마도의 음험한 외침과 함께 규율대원들의 살기가 동굴 내부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대참사를 막아낸 감찰단이, 이번에는 문파 내부의 거대한 부패 권력의 무력 포위망에 갇히게 된 것이다.
지훈은 조용히 안경을 치켜올리며, 사마도의 가슴팍에 있는 이중 장부의 붉은 실루엣을 노려보았다. 외문을 뒤흔들 거대한 행정 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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