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불법 가마 제조업자와의 전쟁
“위이잉——! 위이잉——!”
새빨갛게 물든 시스템 경고창이 외문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의 허공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낡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사무실 벽면에 붙여둔 ‘안전제일’ 현수막이 붉은 경보 기운에 펄럭였다.
[긴급 행정 명령 발동!]
[위험 요인 감지: 외문 제1연단소 주변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인증 불법 연단 가마’가 대량 유통되고 있습니다.]
[폭발 위험도: 95% (초고위험)]
[행정 지시: 외문 내 무허가 불법 연단로 유통망을 즉시 추적하고 단속하십시오! 위반 시설 적발 시 강제 압수 및 봉인 처분을 집행하십시오.]
“히익! 감, 감독관님! 경보음이 너무 무서워요! 하늘이 노하셨나 봅니다!”
수석 보조관 백현우가 둥근 안경을 치켜올리며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 가려 했다. 돌파 공포증을 이겨내고 이제 막 감찰관 보조로 취직한 첫날부터 이런 우주적 경보를 마주했으니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그 옆에서 먹을 갈고 있던 서무 제자 표진수는 오히려 눈을 번뜩이며 지훈이 전수한 엑셀식 장부를 맹렬히 뒤적였다.
“감독관님! 최근 외문 제1연단소의 자재 청구 장부를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공식 대장간에서 구입한 가마의 개수보다, 실제 연단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굴뚝의 개수가 자그마치 세 배나 많습니다! 이는 장부 외의 비공식 거래, 즉 ‘무허가 불법 유통망’이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아주 훌륭한 분석입니다, 진수 씨.”
오지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의 노란색 안전 테이프 릴을 가볍게 튕겼다. 그의 눈빛은 현대 대한민국 행정안전부 소속의 9급 공무원 시절, 불법 개조 고압 탱크 현장을 적발했을 때처럼 차갑고도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현우 씨, 진수 씨. 첫 출근날부터 연장근무를 시켜서 미안하지만, 이건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닙니다. 압력 게이지도 없는 불량 가마가 저렇게 퍼져 나갔다는 건, 외문 전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는 소리입니다. 당장 출동합니다.”
지훈은 즉시 위험 요인 투시안을 발동했다. 그의 시야가 격자무늬로 변하며 외문 제1연단소 뒤편 계곡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정상적인 열압력의 흐름을 붉은 선으로 포착했다. 그 열기의 종착지에 표기된 이름은 하나였다.
[불법 가마 제조업자: 곽두팔]
“곽두팔…… 돈에 눈이 멀어 규격 미달의 가마를 팔아치우는 악덕 업자로군. 오늘 아주 제대로 면탈 딱지를 끊어주지.”
지훈은 단호하게 사무소 문을 열고 나섰다. 하지만 무작정 들이닥치는 것은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었다. 고압 압력 용기를 단속하려면 기술적인 자문과 정밀한 계측 장비가 필수였다. 지훈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외문의 노련한 대장장이이자 잡역장인 당철진의 대장간이었다.
* * *
“이, 이게 정녕 네가 설계했다는 도면이란 말이냐?”
당철진은 화상 흉터가 가득한 굵은 손가락으로 지훈이 건넨 가마 개조 도면을 짚으며 주름진 얼굴을 경악으로 찌푸렸다. 도면에는 현대식 ‘연단로 압력 한계 게이지’와 ‘고압 연단로 안전 밸브’의 세부 설계가 기하학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렇습니다, 당 어르신. 수선자들이 쓰는 가마는 내부의 화염 영기가 팽창할 때 이를 외부로 방출할 최소한의 감압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무조건 기개로 누르며 돌파하라고 가르치니 가마가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겁니다. 이 ‘안전 밸브’는 내부 압력이 일정 수치를 초과하면 스프링이 밀려나며 자동으로 가스를 배출하는 원리입니다.”
“자동으로…… 가스를 배출한다고? 진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물리적인 스프링의 탄성만으로 고압 영력을 제어한단 말인가!”
당철진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도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평생 무기만 제련해 왔던 그였지만, 지훈이 제시한 ‘고압 연단로 안전 밸브 의무 부착제’의 개념은 그야말로 대장장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혁명이었다.
“이건…… 이건 신의 도(道)다! 진법의 오작동 위험도 없고, 영력이 고갈된 하급 제자들도 안전하게 가마의 폭주를 막을 수 있어! 오 감독관, 자네는 정녕 천계의 공학 대종사가 보낸 사도란 말인가!”
“아닙니다. 전 그냥 대한민국 공무원일 뿐입니다. 어쨌든 이 설계대로 압력 게이지 프로토타입을 신속하게 제작해 주십시오. 불법 공장을 덮치려면 확실한 계측 장비가 필요합니다.”
“좋다! 내 평생의 제련 기술을 다해 지금 당장 만들어주지!”
당철진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풀무질을 시작했다. 그의 턱밑에 난 하얀 수염이 용광로의 불꽃을 받아 붉게 타올랐다.
그 사이, 단속조의 마지막 멤버가 사무소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외문 제1보건소의 수석 간호사로 전업한 여제자, 손가영이었다.
“가영 씨, 현장 대기 준비는 끝났습니까?”
지훈의 물음에 손가영은 하얀 두건을 질끈 동여매며 허리춤에 찬 청진기 모양의 영석 도구와 구급 상비약 가방을 토닥였다. 그녀의 청초한 얼굴에는 깐깐하면서도 비장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네, 감독관님. 화상 치료용 빙소산과 응급 경맥 진정 단약을 충분히 챙겼습니다. 무허가 가마터는 폭발 사고율이 극도로 높으니, 제가 현장 뒤편에서 든든하게 의료 대기를 서겠습니다. 행여나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는 요원이 있다면 제 청진기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아주 든든하군요. 그럼 출발합시다.”
지훈, 당철진, 그리고 뒤편에서 대기할 손가영까지 포함된 정예 단속조가 마침내 외문 제1연단소 뒤편의 은밀한 계곡 동굴로 향했다.
* * *
쿠우우우——!
곽두팔의 비밀 제조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시커먼 석탄 연기와 유독 가스가 동굴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환기 장치라고는 벽면에 뚫린 조그만 구멍 하나가 전부인 최악의 밀폐 공간이었다.
“콜록! 콜록! 분진 농도가 허용 기준치를 한참 초과했군요. 모두 영자막 방진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이 정도 공기 질이라면 폐 진폐증으로 인한 산재 처리가 시급합니다.”
지훈의 지시에 대원들이 신속하게 영막 필터가 달린 방독면을 착용했다. 매캐한 연기 너머로, 수십 명의 잡역부들이 아무런 보안경도 쓰지 않은 채 뜨거운 불똥을 맞아가며 진흙을 이겨 가마를 빚고 있었다. 지반 보강용 동바리도 없는 천장에서는 쉴 새 없이 돌가루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공장의 가장 깊은 곳.
기름때 묻은 도포를 대충 걸치고, 금니를 드러내며 비열하게 웃고 있는 뚱뚱한 사내가 보였다. 그가 바로 불법 가마 제조업자, 곽두팔이었다.
“흐흐흐, 빨리빨리 만들어라! 내문 장로님들께 납품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가마에 금이 가든 말든 겉에 황토만 잘 바르면 모른다니까!”
“곽두팔 씨.”
연기 속을 뚫고 걸어 나오는 지훈의 목소리가 동굴 내부를 차갑게 얼려버렸다.
곽두팔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붉은 딱지 뭉치를, 다른 한 손에는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든 기괴한 잡역부의 등장에 그의 비열한 눈이 가늘어졌다.
“엉? 웬 노란 조끼를 입은 놈들이 내 신성한 사업장에 난입한 게냐? 너희는 외문의 잡역부 놈들이 아니냐!”
“천운종 외문 안전 감찰관 오지훈입니다. 귀하는 현재 ‘고압 연단로 안전 밸브 의무 부착제’를 위반하여 압력 게이지도 없고 폭발 위험이 극도로 높은 규격 미달의 황토 가마를 무단 제조 및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는 천도 안전법 제34조 위반입니다.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자인서에 서명하십시오.”
지훈이 품속에서 엑셀식으로 정렬된 위법 사실 고지서와 붉은 볼펜을 내밀었다.
곽두팔은 지훈이 내민 서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광소하며 서류를 빼앗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하하하! 안전법? 천도? 일개 외문 잡역부 출신 놈이 장로님의 직인을 어디서 훔쳐 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고 이리 까부는 게냐! 내 가마는 속성 돌파를 원하는 제자들에게 없어서 못 파는 최고급 보패다! 어디서 감히 내 귀한 장사를 방해하려 들어! 얘들아, 저 노란 조끼 놈들을 당장 던져버려라!”
곽두팔의 지시에 험악한 덩치의 사설 경비원들이 쇠몽둥이를 들고 지훈 일행을 포위했다.
지훈은 찢어진 서류 조각들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차분하게 안경을 밀어 올렸다. 그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피의자 곽두팔. 자발적인 리콜 및 개선 권고를 거부하고 공식 공문서를 훼손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를 추가 적용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행정 강제 압수 및 봉인을 집행합니다!”
“뭐라? 봉인? 네놈들이 무슨 수로 내 가마들을 막겠다는…….”
“삐삐! 안전 띠 사출!”
지훈의 외침과 함께 그의 허리춤에서 노란색 요정 삐삐가 번개처럼 날아올랐다. 삐삐는 양손에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쥐고 동굴 내부를 초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박!]
“이, 이게 무슨!”
곽두팔의 부하들이 휘두르는 쇠몽둥이가 지훈의 몸에 닿기도 전에, 지훈의 몸 주변으로 반투명한 황금색 육각형 행정 가호막이 전개되며 무기들을 가볍게 튕겨냈다. 그와 동시에 삐삐가 사출한 노란색 안전 테이프가 공장 벽면의 주요 지지 기둥과 쌓여 있던 불량 황토 가마들의 입구를 엑스(X)자 형태로 완벽하게 감싸 안았다.
[웅웅웅——!]
테이프가 부착되는 순간, 가마 내부에 흐르던 불안정한 화염 영기가 천도의 절대적인 질서의 힘에 억눌려 흔적도 없이 동결되었다. 공장의 불꽃들이 순식간에 사그라들며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 내 가마들의 영기가 차단되다니! 이 무슨 해괴한 비술이란 말이냐!”
곽두팔은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불량 가마들이 순식간에 돌덩어리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눈 뒤집어졌다. 파산 위기에 몰린 사기꾼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이 빌어먹을 잡역부 놈들이 내 밥줄을 끊으려 하는구나! 죽어라! 다 같이 죽는 거다!”
곽두팔은 뚱뚱한 몸을 날려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던 가장 거대한 대형 황토 가마 앞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축기기 초입의 영력을 폭력적으로 쥐어짜 내어 가마의 영맥 주입구에 강제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가마 내부의 화염 기운이 곽두팔의 폭주하는 영력을 받아 비정상적으로 과열되기 시작했다. 가마 표면의 진흙이 붉게 달아오르며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고, 동굴 내부의 온도가 화산 분화구처럼 치솟았다.
“미쳤군! 압력 용기에 무단으로 가부하를 걸다니! 이건 대형 참사 유도 행위입니다!”
지훈이 경악하며 외쳤다.
“으하하하! 내 가마의 위력을 보여주마! 폭발하는 순간 이 동굴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 감히 내 장사를 망친 대가다!”
곽두팔이 광소하며 영력을 계속 주입했다. 가마의 붕괴 위험도가 실시간으로 치솟았다.
“지훈아! 내가 열기를 잡아둘 테니 어서 장치를 부착해라!”
그때, 늙은 대장장이 당철진이 비장하게 소리치며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는 자신의 가문 비전 공법인 ‘신화단철공(神火鍛鐵功)’을 전개하며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 표면에 두 손을 얹었다.
[치이이이익!]
“어르신!”
“걱정 마라! 이 늙은이의 수염이 좀 타는 것뿐이다! 십 breaths 동안은 가마의 열팽창을 억지로 지연시켜 보마!”
당철진의 강력한 축기기 9성의 불꽃 제어력이 가마의 폭주하는 열기를 일시적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석탄 연기와 화염 기운이 당철진의 얼굴을 덮쳤고, 그의 자랑이던 풍성한 하얀 수염이 순식간에 그을려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얼굴은 석탄재로 엉망이 되었지만, 노련한 대장장이의 눈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이다, 지훈아!”
“감사합니다, 어르신!”
지훈은 한 치의 지체도 없이 폭주하는 가마 앞으로 대시했다. 그는 당철진이 임시로 억누르고 있는 가마의 측면 균열 부위에, 품속에서 꺼낸 ‘연단로 압력 한계 게이지’를 쾅 찍어 붙였다.
[철컥!]
게이지가 가마에 밀착되자마자, 둥근 영석 렌즈 내부의 지침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초록색 안전 구역을 지나, 황색 경고 구역을 단 0.1초 만에 돌파한 지침이 마침내 시뻘건 ‘레드존(Critical Zone)’의 끝자락을 강타했다.
삐- 삐- 삐- 삐——!
게이지 법기에서 고주파의 비상 경보음이 동굴을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압력 수치 임계점 도달! 이대로 가다간 가마뿐만 아니라 동굴 전체가 대폭발을 일으킵니다!”
지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러나 곽두팔은 쓰러져가는 와중에도 비열한 금니를 드러내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끝에는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시뻘건 영기가 서린 고대 ‘고압 폭발 부적’이 쥐어져 있었다.
“흐흐흐…… 아직 한 발 남았다, 이 노란 조끼 놈들아. 내 장사를 망친 대가는 너희들의 목숨이다!”
곽두팔이 마지막 남은 영력을 쥐어짜 내어, 고압 폭발 부적을 쩍쩍 갈라진 가마 표면에 사정없이 쾅 붙여버렸다!
[스스스스——!]
부적이 가마에 닿는 순간, 가마의 균열 틈새로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적색 화염의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대폭발을 알리는 파멸의 카운트다운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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