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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외문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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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냐? 방금 마태풍이 머리에 저 노란 냄비를 쓰고 걸어가는 거?”

“쉿! 목소리 낮춰라. 저건 그냥 냄비가 아니라 천계의 절대 방어구인 ‘수호투구(守護兜)’라더군. 비수 폭포에서 집채만 한 바위가 정수리로 떨어졌는데, 저 투구에 부딪히는 순간 바위가 두 조각으로 쪼개졌대!”

“세상에…… 장로들의 보패도 낙석을 직격으로 맞으면 금이 가거늘, 일개 철모가 낙뢰와 낙석을 다 막아낸단 말인가?”


천운종 외문 연무장은 아침부터 기묘한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그 열기의 중심에는 어깨에 힘을 빡 준 채, 턱끈을 단단히 조여 맨 노란색 안전모를 쓴 마태풍이 있었다. 그는 검을 등 뒤에 멘 채 연무장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미친놈이 뚝배기를 뒤집어쓰고 다닌다’며 비웃음이 쏟아졌겠지만, 비수 폭포에서의 기적적인 생존담을 목격한 석공 노진태가 밤새 외문 전체에 소문을 퍼뜨린 덕분에 제자들의 눈빛에는 경외감이 가득 차 있었다.


“진정한 검사는 대가리가 깨지지 않는 자다.”


마태풍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는 하급 제자들을 향해 엄숙하게 선언했다. 그의 이마에 쓰인 노란색 강철 안전모가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너희도 목숨을 걸고 돌파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감독관님의 안전 교육을 이수하고 투구를 받아라. 그것이 하늘의 재해로부터 육신을 보존하는 유일한 도(道)이니라.”


멀리서 그 꼴을 지켜보던 오지훈은 깊은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아니, 훈련 끝나면 제발 좀 벗으라니까 왜 저러고 다니는 거야, 저 미친놈은…….”


지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마태풍이 안전모의 광신도가 되어 외문 제자들 사이에 ‘안전 장비 신드롬’이 불기 시작한 것은 행정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지훈의 수첩에는 ‘안전모 보급 신청서’와 ‘수련장 안전 점검 민원’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비수 폭포 뒤편 숲속에서 자신을 감시하던 내문 장로 마진태의 불꽃 문양 감시자들의 시선이 여전히 척추 언저리를 서늘하게 찌르고 있었다.


“명색이 천계의 가호를 받는 행정관인데, 맨날 잡역복 차림으로 빗자루나 들고 돌아다니니까 내문의 꼰대들이 나를 불법 시위 주동자 정도로 보는 거 아냐. 합법적인 명분과 번듯한 사무실이 필요하다.”


지훈은 품속에 든 안전성 검토서 서류 뭉치를 꽉 쥐었다. 마침 저 멀리 정자 그늘 아래에서 술병을 허리에 찬 채 낮잠을 자고 있는 게으른 외문 최고 책임자, 송요선인 장로의 모습이 보였다. 지훈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공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결재요, 둘째도 직인이다. 오늘이야말로 정식 부서를 인가받고 예산을 뜯어낸다.”


지훈은 단호한 발걸음으로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 * *


“으아암…… 귀찮게 누가 또 낮잠을 깨우는 게냐…….”


송요선인은 도포 자락을 질질 끌며 귀찮다는 듯 눈을 비볐다. 평소 만사가 귀찮아 결재 서류를 대충 던져두고 술이나 마시던 그였지만, 최근 외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소동들 때문에 골머리가 아픈 참이었다. 주방장 장영식이 주방 벽면을 물속성 세척 진법으로 싹 쓸어내며 대청소를 하질 않나, 외문 최고의 천재 마태풍이 노란 냄비를 쓰고 돌아다니며 안전을 전파하질 않나.


그리고 그 모든 소동의 중심에는 항상 노란 조끼를 입은 이 깐깐한 잡역부, 오지훈이 있었다.


“송요선인 장로님. 외문 안전 감찰관 오지훈입니다. 정식으로 ‘외문 안전 개선 권고서’ 및 ‘임시 행정 사무소 개설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지훈이 정자 탁자 위에 두꺼운 서류 뭉치를 쾅 올려놓았다. 자그마치 백 페이지가 넘어가는 정밀한 서식이었다. 송요선인은 서류의 두께를 보자마자 소름이 돋았는지 술병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 이게 다 무엇이냐? 글자가 왜 이리 빽빽해? 내 눈이 침침해서 이런 건 도저히 못 읽는다! 그냥 가거라!”


“읽으셔야 합니다, 장로님. 현재 외문의 사망률은 연평균 15%에 달하며, 이는 대하제국 노동법 및 천도 안전 기준을 심각하게 초과한 수치입니다. 만약 이대로 방치하시다가 상급 맹회에서 특별 감사가 나오면, 외문 책임자이신 장로님께서 직무유기로 감봉 및 파면 처분을 받게 되십니다.”


“파, 파면?! 내가 왜 파면을 당한단 말이냐! 수련하다 죽는 건 자질 부족이지 내 탓이 아니거늘!”


“현대…… 아니, 천도의 행정 기준은 다릅니다. 안전장치 없는 수련장을 방치한 책임은 전적으로 승인권자에게 있습니다. 여기 서명하십시오.”


지훈이 붉은색 볼펜을 딸깍거리며 결재란을 가리켰다. 송요선인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머리가 아파왔다. 저 깐깐한 잡역부의 눈빛을 보니 서명을 하지 않으면 매일 아침 낮잠을 깨우며 서류를 들이밀 기세였다.


송요선인은 어떻게 하면 이 귀찮은 행정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잔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지훈이라 했느냐? 네가 그렇게 안전인가 뭔가에 도가 텄다면, 차라리 네가 전권을 맡아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


“예? 그 말씀은…….”


“내 오늘부로 너를 정식 ‘외문 안전 감찰관’으로 임명하마! 외문의 모든 안전 점검과 규율 단속 권한을 네게 일임할 테니, 앞으로 서류 결재는 네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거라! 나한테는 결과만 보고해!”


송요선인은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먼지가 뽀얗게 쌓인 놋쇠 도장과 붉은색 비단 주머니를 지훈에게 휙 던졌다.


[툭.]


지훈이 그것을 받아든 순간, 그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고대 안전 석판의 영기가 공명하며 뇌리 속에 웅장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띵!]

[정식 행정 직인 획득 성공!]

[천운종 외문 최고 책임자 송요선인으로부터 ‘외문 안전 감찰관’ 전권을 합법적으로 위임받았습니다.]

[공무원 신분이 ‘외문 감찰관(장로 급)’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시스템 기능 해금: ‘안전성 검토서 자동 작성’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이제 대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험도를 분석하여 천도의 규정에 맞춘 공식 개선 권고서를 즉시 인쇄할 수 있습니다.]


지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드디어 무법지대 같던 선협 세계에서 합법적인 ‘공권력의 칼날’을 쥔 것이다.


“장로님, 그리고 사무를 집행할 공간도 필요합니다. 버려진 세금 창고를 행정 사무소로 사용하겠습니다.”


“오냐, 오냐! 저기 구석에 썩어가는 고대 창고든 뭐든 다 가져가거라! 제발 나를 재우란 말이다!”


송요선인은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자 바닥에 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지훈은 손에 쥔 놋쇠 직인을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결재 완료. 이제 합법적인 단속의 시간이다.”


* * *


천운종 외문 구석, 수백 년 동안 방치되어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하던 낡은 목조 창고.

지훈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청소를 시작했다.


“에취! 콜록콜록! 무슨 먼지가 100년 치는 쌓여 있네.”


창고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먼지 폭풍에 지훈이 크게 재채기를 했다. 9급 공무원의 고질병인 알레르기 비염이 도질 것 같았지만, 지훈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 지훈의 허리춤에서 노란색 안전 테이프 릴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빛나는 요정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튀어 나왔다. 머리에 노란색 안전모 모양의 모자를 쓴 귀여운 요정, 삐삐였다.


“삐삐! 안전 정리!”


삐삐는 지훈의 눈빛을 받자마자 신이 나서 날아다녔다. 작은 손으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잡고 창고 구석구석의 무너져가는 목조 기둥과 위험한 틈새에 초고속으로 테이프를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삐삐가 지나간 자리마다 썩어가던 나무 기둥들이 단단하게 고정되며 묘한 안정감을 풍겼다.


지훈이 창고 한가운데에 버려진 나무 탁자를 닦고, 시스템 마일리지를 소모해 획득한 화이트보드와 철제 서류함을 배치했을 때였다.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창고 문틈으로 둥근 안경을 쓴 소심한 청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외문 최고의 천재로 꼽히지만 돌파 실패에 대한 공포증으로 늘 사시나무 떨듯 떨던 제자, 백현우였다.


“저…… 감독관님…….”


“어, 현우 씨 왔습니까? 마침 잘 지어졌네. 들어와요.”


“이, 이곳이 정식 사무소인가요? 분위기가 참…… 기묘하군요.”


백현우는 창고 벽면을 가득 채운 노란색 안전 테이프와 ‘머리 조심’, ‘추락 주의’라고 적힌 붉은색 표지판들을 보며 침을 꿀컥 삼켰다. 지훈은 탁자 위에 백현우의 신상 명세서와 그가 작성했던 조잡한 수련 장부들을 올려놓았다.


“현우 씨. 내가 작성한 ‘돌파 안전 매뉴얼 3단계’를 보고 무사히 경맥 폭주 없이 돌파에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예! 맞습니다! 감독관님이 주신 지침대로 30분 수련 후 10분 휴식을 취하고, 심맥 감지 부적을 붙였더니…… 평소 저를 괴롭히던 불타는 듯한 통증이 전혀 없이 깨끗하게 기운이 운행되었습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백현우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지훈은 그런 백현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


“기적이 아니라 상식입니다. 수선자들이 무식하게 몸을 혹사하니까 경맥이 터지는 거죠. 그래서 말인데, 현우 씨의 그 꼼꼼한 서류 분석 능력을 우리 사무소에서 쓰고 싶습니다. 정식으로 ‘수석 안전감찰 보조관’으로 임명할 테니, 나와 함께 외문의 불법 시설들을 단속해 보겠습니까?”


“제, 제가 감찰관 보조를요? 하지만 저는 소심해서 남들과 싸우지도 못하는데…….”


백현우가 손을 내저으며 거절하려던 그때, 창고 문이 활짝 열리며 또 다른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 안경 대용의 초정밀 영석 렌즈를 쓰고 품에 종이 뭉치를 가득 안은 서생, 외문의 행정 서무를 담당하던 표진수였다.


“이곳이 오 감독관님의 집무실입니까?”


표진수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지훈이 탁자 위에 펼쳐놓은 ‘외문 자재 재고 정리 장부’에 닿는 순간, 표진수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장부는 지훈이 현대의 엑셀(Excel) 양식을 본떠 만든, 칸과 열이 완벽하게 정렬된 정밀한 장부였다. 영석의 입고 날짜, 단가, 수량, 그리고 수식 결재선까지 완벽한 격자무늬로 정리되어 있었다. 늘 무질서하게 붓글씨로 갈겨쓴 장부만 보며 발작을 일으키던 정리 정돈의 광인 표진수에게, 지훈의 엑셀식 장부는 그야말로 신의 예술이었다.


“이, 이 아름다운 격자무늬는 대체 무엇입니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금의 흐름이라니……! 이것이 정녕 인간이 만든 장부란 말입니까?”


표진수는 장부 위에 손을 얹고 사르르 떨었다. 지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걸려들었군. 행정 서무 놈들은 이 엑셀 양식을 보면 영혼을 팔게 되어 있지.’


“표진수 씨. 우리 ‘외문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에 합류하신다면, 이 모든 행정 서식을 전수해 드리는 것은 물론, 문파의 모든 예산 집행을 이 양식으로 표준화할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하겠습니다! 이 위대한 행정의 도(道)를 배울 수만 있다면, 잡역부 숙소 청소라도 도맡겠습니다!”


표진수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그 모습을 보던 백현우 역시 지훈의 든든한 기세와 표진수의 합류에 용기를 얻었는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도 하겠습니다! 규정대로만 하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온 외문에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띵!]

[임시 사무소 인적 자원 확보 성공!]

[수석 보조관 백현우(연기기 6성), 서무 제자 표진수(연기기 3성)가 아군으로 영입되었습니다.]

[행정 거점 ‘외문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가 공식 개소되었습니다!]

[사무소 안전 등급: B등급 (양호)]


지훈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놋쇠 직인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붉은색 인주를 묻혀 임시 사무소의 첫 공식 출범 문서에 쾅 도장을 찍었다.


*쾅!*


붉은색 직인의 영기가 문서 전체에 퍼져나가는 바로 그 순간, 지훈의 시야 전체가 붉은색 경고창으로 뒤덮이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뇌리를 강타했다.


[위이잉——! 위이잉——!]

[긴급 행정 명령 발동!]

[위험 요인 감지: 외문 제1연단소 주변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인증 불법 연단 가마’가 대량 유통되고 있습니다.]

[폭발 위험도: 95% (초고위험)]

[행정 지시: 외문 내 무허가 불법 연단로 유통망을 즉시 추적하고 단속하십시오! 위반 시설 적발 시 강제 압수 및 봉인 처분을 집행하십시오.]


지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개소식 떡도 돌리기 전에 불법 제조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군.”


지훈은 허리춤의 노란 테이프 릴을 가볍게 튕겼다. 백현우와 표진수는 붉게 빛나는 지훈의 눈빛을 보며 침을 삼켰다. 천운종 외문을 뒤흔들 본격적인 행정 단속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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