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대가리가 깨져야 헬멧을 쓴다
쿠르릉——!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괴음이 비수 폭포의 웅장한 물소리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절벽 상부 150미터 높이에서 풍화되어 떨어져 나간 집채만 한 거대 바위. 지름이 무려 5미터에 달하고 무게만 해도 수만 근은 족히 넘을 법한 그 거대 낙석은, 중력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며 마태풍의 머리 위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낙하 속도는 시속 100킬로미터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하하하! 하늘이 드디어 내 검도의 기개를 시험하시는구나!”
마태풍은 광소했다. 대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발밑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그의 눈동자는 붉은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수선자의 아둔함이란 실로 대책이 없는 법이었다. 그는 이것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위대한 시련’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검사는 오직 정면 돌파뿐! 내 모든 영력을 쏟아부어 저 시련을 베어 넘기겠다! 광풍참검결(狂風斬劍訣) 제3초식, 폭풍참!”
마태풍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의 단전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낸 푸른색 영기가 검날에 휘감겼다. 맹렬한 검풍이 폭포의 물보라를 사방으로 찢어발겼다.
하지만 지훈의 ‘위험 요인 투시안’에 비친 마태풍의 상태는 그야말로 파멸 직전이었다.
[대상: 마태풍]
[현재 영력 잔여량: 3.4% (고갈 상태)]
[낙석 충돌 시 예상 생존율: 0.001% (즉사)]
“이래서 안전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무식한 놈들은 대화가 안 된다니까.”
지훈은 이마를 짚었다. 전생에 건설 현장 소장들이 “우리는 20년 동안 안전모 안 쓰고도 아무 일 없었다”며 큰소리치던 꼴이 겹쳐 보여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노진태 씨! 거기 바위 뒤에 딱 붙어 계세요! 머리 감싸 쥐고!”
“예, 예! 감독관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바위 뒤에 웅크린 석공 잡역부 노진태가 비명을 지르며 대가리를 땅에 박았다.
지훈은 즉시 뇌리 속 시스템을 가동했다.
[재난 대피 실시간 시뮬레이션(Disaster Evacuation Real-time Simulation)을 전개합니다.]
스우우우——!
지훈의 시야가 순식간에 녹색 홀로그램 격자무늬로 뒤덮였다. 추락하는 거대 바위의 하강 궤적, 바위가 지면에 충돌할 때 사방으로 튈 파편의 비산 반경, 그리고 충격을 완벽히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 낙하지점’이 선명한 초록색 선으로 표시되었다.
남은 시간은 단 3초.
“흡!”
마태풍이 몸을 날려 검을 내리쳤다. 푸른 검기가 낙하하는 거대 바위의 밑바닥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깡——!
귀가 먹먹해지는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바위는 갈라지지 않았다. 수만 근의 무게와 가속도가 실린 압도적인 물리적 하중 앞에서는, 연기기 8성의 고갈된 검기 따위는 한낱 미풍에 불과했다.
콰드득!
마태풍의 검날이 흉측하게 휘어지며 그의 손아귀가 찢어졌다.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그의 신체는 엄청난 반동에 밀려 폭포 밑 진흙 바닥으로 처참하게 처박혔다.
“아아…… 내 검기가……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마태풍은 단전이 뒤틀리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허망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를 완전히 뒤덮은 집채만 한 바위의 그림자. 이제 도망칠 영력도, 검을 쥘 힘도 없었다. 그의 오만한 눈에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가 서렸다.
그 찰나의 순간,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지훈이 폭풍처럼 진흙을 차며 질주했다.
지훈은 슬라이딩을 하며 마태풍이 검끝으로 쳐내어 진흙 바닥에 뒹굴고 있던 노란색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를 낚아챘다. 흙먼지가 잔뜩 묻은 노란 헬멧을 쥔 지훈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남은 시간 1초.
“비켜봐, 이 무식한 놈아!”
지훈은 몸을 날려 마태풍의 위로 덮쳐들었다. 그리고 마태풍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의 머리에 노란색 강철 안전모를 사정없이 씌워버렸다.
퍽!
“윽? 이게 무슨…….”
“닥치고 턱끈 매!”
지훈은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안전모의 턱끈을 잡아당겨 마태풍의 턱 밑에 단단히 고정했다. *딸깍!* 경쾌한 고정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지훈은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추락 방지용 생명줄 안전벨트’의 고리를 마태풍의 허리춤과 근처 절벽에 깊숙이 박혀 있던 무거운 철제 옹벽 고정 핀에 신속하게 체결했다.
안전모 착용 완료. 생명줄 체결 완료.
바로 그 순간, 거대 바위가 마태풍의 머리 위를 완전히 덮쳤다.
콰아아앙——!!!
대지가 갈라지는 듯한 초대형 충돌음과 함께 사방으로 엄청난 흙먼지와 물보라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집채만 한 암석이 부서지며 날카로운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폭포 아래 계곡 전체가 시커먼 먼지 구름에 뒤덮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태풍 형님!!! 감독관님!!!”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노진태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엄청난 충격과 폭음으로 보아, 폭포 밑에 있던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으스러져 육즙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노진태는 공포에 질려 이가 덜덜 떨렸다.
자욱한 흙먼지가 폭포 바람에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먼지 구름 너머로 기적 같은 광경이 드러났다.
“콜록, 콜록…… 아, 진짜 먼지 필터 마스크라도 쓰고 올 걸.”
지훈이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 주변을 감싸고 있던 반투명한 황금색 육각형 결계막이 서서히 빛을 잃으며 사라졌다. 천도의 행정안전 가호는 비산하는 돌가루 파편들로부터 그의 신변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었다.
그리고 지훈의 발밑에는, 마태풍이 멍한 표정으로 진흙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마태풍의 머리 위에는 노란색 강철 안전모가 씌워져 있었고, 그의 머리를 직격했던 집채만 한 거대 바위는…… 놀랍게도 노란 안전모의 정수리에 부딪히는 순간, 좌우로 완벽하게 쪼개져 사방으로 분쇄되어 있었다.
마태풍의 머리는 멀쩡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고, 심지어 뇌진탕의 징후조차 없었다.
“어…… 어라? 내가…… 살아있다고?”
마태풍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진흙투성이에 가벼운 타박상만 있을 뿐, 머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 방금 전 머리 위로 수만 근의 무게가 떨어졌을 때, 그는 분명히 느꼈다.
자신의 머리에 쓰인 노란색 투구가 기묘한 진동을 일으키며, 낙석의 무지막지한 하중과 파괴 에너지를 사방으로 분산시켜 땅속으로 안전하게 흘려보내는 감각을.
이것은 단순한 철모가 아니었다. 물리 법칙을 완벽히 비틀어 충격을 제로로 만드는, 신성하기 짝이 없는 ‘절대 방어의 법기’였다.
마태풍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쓰인 노란 안전모를 만졌다. 매끄럽고 단단한 노란색 강철의 감촉. 그리고 턱 밑을 단단히 고정해 준 턱끈.
“이, 이것이…….”
마태풍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수선계의 그 어떤 명장도 만들지 못할, 오직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설계된 천상의 방어구.
“이것이 바로 천계의 수호 투구(守護兜)란 말인가……!”
마태풍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의 오만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지훈을 향한 광신적인 경외감만이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기개니 검도니 하며 하늘의 재해를 맨몸으로 막으려 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멍청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진정한 검사는…… 대가리가 깨지지 않도록 투구를 쓰는 자였구나!”
“아니, 그건 천계의 투구가 아니라 그냥 산업용 강철 안전모입니다, 제자님.”
지훈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으나, 마태풍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지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감독관님!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이 위대한 천계의 수호 투구의 도(道)를 널리 전파하는 충직한 사도가 되겠습니다! 이 투구는 내 육신과 영혼의 신성한 상징이니, 내 목이 달아나기 전에는 절대 벗지 않겠습니다!”
“아니, 수련 끝나면 벗어야지 왜 안 벗어 미친놈아. 그리고 내 절연 안전화에 흙 잔뜩 묻었잖아. 이거 세척 비용 청구할 겁니다.”
지훈이 진흙이 잔뜩 묻은 두꺼운 고무 절연 안전화를 보며 혀를 찼다. 하지만 그의 뇌리에서는 다시 한번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띵! 극위험 재난 구역에서의 인명 구조 성공!]
[천운종 최고의 천재 마태풍의 사망 확률을 99%에서 0%로 감소시켰습니다.]
[천도 안전 마일리지 1,000포인트가 정산되어 현재 잔고는 1,000포인트입니다.]
[마태풍 제자가 귀하의 안전 철학에 깊이 감화되어 충직한 추종자로 등록되었습니다.]
‘오호라, 마일리지가 쏠쏠하군.’
지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류 수첩을 꺼내 들었다. 마태풍이 이 정도로 광신도가 되어주었다면, 다음 단계인 ‘비수 폭포 낙석 방지망 설치 작전’은 식은 죽 먹기였다.
“노진태 씨, 이제 나와도 됩니다. 그리고 황두식 씨 부르세요. 이 폭포 절벽 전체에 대나무 비계를 매설하고 안전망을 치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니까.”
지훈이 붉은색 볼펜을 딸깍거리며 비수 폭포 절벽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단하는 바로 그 순간.
폭포 입구 쪽 수풀 너머에서 서늘하고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세 명의 그림자가 조용히 나타나 지훈 일행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도포 자락에는 내문 장로 마진태의 붉은 불꽃 문양이 선명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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