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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밤마다 우는 귀신을 단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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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앙——! 내 신세야아아아아——!”


자정이 넘은 시각, 천운종 외문 대연무장 상공을 찢어발기며 울려 퍼진 고주파의 통곡 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심연에서 기어 나온 악귀의 절규와 같았다.


외문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의 낡은 목조 문이 덜덜 떨렸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서류 더미들이 소음의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파르르 춤을 추었다.


“아악! 귀, 귀가…… 귀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 감찰관님!”


수석 보조관 백현우가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안경을 바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다. 오늘 정식으로 합류한 수습 진법 요원 제갈용 역시 들고 있던 진법 두루마리를 떨어뜨린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오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서랍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노란색 플라스틱 외형에 영석이 박힌 기묘한 장치, 시스템이 지급한 ‘야간 소음 및 진동 계측기’가 들려 있었다.


딸깍.


계측기 전원을 켜자마자, 붉은색 홀로그램 액정에 표시된 수치가 미친 듯이 솟구쳤다.


[실시간 소음 측정치: 122데시벨(dB)]

[위험 수준: 극위험 (청각 세포 괴사 및 집단 불면증 유발 단계)]

[소음원 분석: 대연무장 중앙, 축기기 3성 음공(音功) 수련자]


“자정에 122데시벨이라니. 전투기 이륙 소음이 보통 120데시벨입니다. 이 정도면 민원을 제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 문파 제자들을 상대로 음향 테러를 저지르는 중이군요.”


지훈은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때 묻은 잡역복 위에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걸쳐 입었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자, 조끼 표면에서 은은한 황금빛 천도의 행정 가호막이 흘러나와 지훈의 고막 주변에 보이지 않는 소음 차단 결계를 형성했다. 웅웅거리던 이명이 씻은 듯이 사라지자 지훈의 머릿속이 맑아졌다.


“현우 씨, 제갈용 씨. 귀마개 착용하십시오. 그리고 확성기 방송원 허만세 씨를 소집하십시오. 야간 소음 특별 단속을 개시합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백현우가 주머니에서 실리콘 귀마개를 꺼내 귀에 쑤셔 넣으며 다급하게 서류판을 챙겼다. 제갈용 역시 귀를 막은 채 지훈의 뒤를 따랐다.


사무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외문 주거 구역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숙소 건물마다 불이 켜졌고, 제자들이 머리를 감싸 쥔 채 창문을 열고 허공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한밤중에 대성통곡을 하는 거야! 잠 좀 자자, 이 인간아!”


“내일 외문 대련 시험인데 고막이 터져서 검 소리도 안 들린다! 당장 닥치지 못해!”


하지만 제자들의 외침은 허공을 가르는 끔찍한 통곡 소리에 힘없이 묻혀버렸다. 소음의 파동은 대연무장 주변의 공기를 물리적으로 뒤틀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지훈은 단호한 발걸음으로 대연무장 중앙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산발을 한 머리에 핏발 선 눈을 부릅뜬 기괴한 풍모의 수선자가 서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목을 움켜쥔 채, 입을 찢어질 듯이 벌리고 하늘을 향해 대성통곡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소음을 증폭시키는 기묘한 청동 종, ‘동종(銅鐘)’이 보랏빛 영기를 내뿜으며 진동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천운종 외문에서 괴팍하기로 소문난 음공 수련자, 음공귀인이었다.


“으아아아아앙! 내 도(道)는 어디에 있는가!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나를 이 삼류 문파에 썩게 만드나이까아아아——!”


그의 울음소리가 동종을 통과할 때마다 진동수가 배로 증폭되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지훈은 위험 요인 투시안을 발동했다. 그의 안경 렌즈 너머로 음공귀인의 주변을 가득 채운 붉은색 소음 파동의 격자가 선명하게 투시되었다.


[대상: 음공귀인의 무허가 음공 수련 및 동종 법기 가동]

[위반 사항:

1. 야간 소음 및 진동 규제령 위반 (기준치 60데시벨 초과)

2. 주거 밀집 구역 인근 무허가 고주파 방출로 인한 공공위생 저해

3. 야간 수면 방해로 인한 문파 내 노동 생산성 및 안전성 저하 유발]


지훈은 품속에서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확성기 측면의 볼륨 다이얼을 최대로 돌렸다. 확성기 전면의 영석이 웅장한 백색 광채를 내뿜기 시작했다.


딸깍.


“대연무장 중앙에서 무단으로 소음을 유발하고 계신 음공귀인 씨! 즉시 수련을 중단하고 착륙…… 아니, 입을 다물어 주십시오!”


지훈의 목소리가 영력 확성기를 타고 대연무장 전체에 웅장하고 맑게 울려 퍼졌다. 음공귀인의 끔찍한 울음소리를 뚫고 들어간 지훈의 단호한 목소리에, 대성통곡을 하던 음공귀인의 고개가 뻣뻣하게 돌아갔다.


“……누가 감히 나의 위대한 천상통곡공(天上痛哭功) 수련을 방해하는 것이냐! 이 하찮은 잡역부 조끼를 입은 놈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음공귀인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훈을 쏘아보며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행정 수첩을 펼쳐 들었다.


“천운종 환경보전 조례 제14조 및 야간 소음 및 진동 규제령에 의거하여, 자정 이후 주거지역 인근에서 60데시벨을 초과하는 소음 및 진동 유발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귀하가 현재 방출하고 있는 소음은 122데시벨로, 이는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명백한 행정 위반 행위입니다. 즉시 동종의 가동을 중단하고 수련을 중지하십시오.”


“하하하하! 소음? 규제? 이 미친놈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무사가 밤낮을 가려 수련을 한단 말이냐! 기개 높은 수선자라면 이 슬픔의 음파를 뼈로 받아내며 단련해야 하거늘, 나약한 규정 따위를 들이밀다니!”


음공귀인이 코웃음을 치며 발밑의 동종을 발로 툭 쳤다. 웅—— 하는 불길한 공명이 다시 한번 대지를 흔들었다.


그때였다. 지훈의 위험 요인 투시안 레이더 우측 가장자리에,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또 다른 붉은색 실루엣이 감지되었다.


그 실루엣은 검은 복면과 타이즈를 입고 그림자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은밀하게 지훈의 등 뒤를 노리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대상: 사도형 (어둠의 자객)]이라는 이름표가 떠 있었다.


사도형은 야간 수련 중 어둠 속에 숨어 기습하는 법, ‘암영보법’을 연마하고 있던 내문 진입 직전의 자객 제자였다. 그는 지훈이 대연무장에 나타나 소란을 피우자, 자신의 은신 수련을 방해받았다고 생각하여 지훈의 뒤통수를 쳐 기절시키려 은밀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차갑게 입을 열었다.


“거기 어둠 속에서 똥폼을 잡고 계신 사도형 씨. 야간 수련 및 작업 시 시인성 확보를 위한 반사 조끼나 야광 띠 미착용으로 현장 안전 수칙 위반입니다.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면 야간 순찰을 도는 하급 잡역부들이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큽니다. 즉시 그림자 밖으로 나오십시오.”


“……!!”


어둠 속에서 지훈의 등 뒤 3척 거리까지 접근했던 사도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자신의 완벽한 그림자 은신술이 일개 잡역부 출신의 감찰관에게 단 한 번에 간파당했다는 사실에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너 어떻게 나를 포착한 것이냐……! 내 암영보법은 결단기 장로님들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거늘!”


“기척을 느낀 게 아니라, 제 눈에 귀하의 전신이 붉은색 안전 미비 실루엣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야간에 검은 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건 ‘나를 쳐주십시오’ 하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당장 뒤로 물러나 대기하십시오.”


지훈이 차갑게 대꾸하며 행정 수첩에 사도형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자신의 자존심인 은신술이 완벽히 부정당하자 사도형은 멘붕에 빠진 채 뒹굴며 뒤로 후퇴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의 앞에 서 있는 음공귀인이었다.


“흥! 자객 놈의 어설픈 잔재주 따위가 내 위대한 슬픔의 대도를 가로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디 천계의 가호라는 것이 내 천상통곡공의 음파 앞에서도 버텨내는지 시험해 보마!”


음공귀인이 광소하며 양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의 단전에서 흘러나온 축기기 3성의 붉은 영기가 발밑의 동종으로 거칠게 흘러 들어갔다. 동종 표면에 새겨진 사악한 귀신 문양들이 붉은 빛을 발하며 광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들어라! 세상을 파멸시킬 위대한 슬픔의 절규를! 천상통곡공, 만인곡(萬人哭)!”


쿠아아아아아앙——!


음공귀인이 입을 벌려 뿜어낸 초고주파의 통곡 음파가 동종의 공명 장치를 통과하며 거대한 물리적 해일로 돌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음의 폭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며 대연무장의 돌바닥을 쩍쩍 갈라놓았다. 기동대원들이 황급히 귀마개를 고쳐 끼고 대형 철제 단속 방패를 앞세워 방어 태세를 취했으나, 마력이 실린 음파의 진동은 물리적인 방패를 그대로 관통하여 대원들의 체내 경맥과 뼈마디를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으윽……!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귀마개를 꼈는데도 뇌가 흔들려요!”


기동대원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소음의 파동은 대연무장을 넘어 주변 숙소 건물들을 강타했고, 수십 장 거리의 숙소 유리창들이 ‘콰장창!’ 하는 처참한 파열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지훈의 몸 주변으로 황금빛 천도의 행정 가호막이 웅장하게 떠올라 소음의 직접적인 타격을 막아내고 있었으나, 주변 대원들과 제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외문 제자 전원이 청각을 상실하고 영구적인 내상을 입을 위기였다.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위험: 초고주파 음파로 인한 집단 고막 파열 및 주거 시설 파손 진행 중]

[대책: 소음 파동을 상쇄할 동급의 역위상(Anti-phase) 음파 방출 필요]


지훈은 즉시 고개를 돌려 등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렁찬 체구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지훈이 하사한 영력 증폭 확성기 법기를 목에 걸고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는 확성기 방송원, 허만세였다.


“만세 씨! 지금입니다!”


지훈이 확성기를 향해 단호하게 소리쳤다.


“목소리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저 소음의 파동과 정확히 대칭되는 역위상 사자후를 준비하십시오! 법의 이름으로 저 소음 공해를 완벽하게 상쇄시켜 버리는 겁니다!”


“아, 안전! 목숨 걸고 방송하겠습니다!”


허만세가 우렁차게 외치며 가슴통을 풍선처럼 크게 부풀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에 걸린 대형 확성기가 눈부신 영기를 내뿜으며 작동하기 시작했고, 음공귀인의 광포한 소음 진동이 대연무장 바닥을 뒤흔들며 그들의 발밑을 조여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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