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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소방법 위반 진법 강제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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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어어어어어——!”


집채만 한 거대 마수의 아가리에서 뿜어져 나온 고열의 침이 대지를 녹여 내리며 자욱한 백색 연기를 피워 올렸다. 뿜어져 나온 열기만으로도 살이 타들어 갈 것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기동대장 강두찬의 철제 단속 방패는 이미 마수들의 파상 공세로 인해 지지대가 쩍쩍 갈라지고 전면부가 처참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방패를 쥔 그의 굵은 팔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형, 형님……! 이놈의 피지컬이 장난이 아닙니다! 제 방패가 다음 일격을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두찬 씨, 버티지 마십시오. 안전을 무시한 정면 대결은 공무원의 사전에 없습니다.”


오지훈은 차분하게 안경테를 밀어 올렸다. 그의 안경 렌즈 위로 붉게 점멸하는 거대 마수의 위험 수치가 반사되었다.


[경고: 거대 마수의 화염 타격 임박]

[예상 피해율: 기동대원 및 조난 제자 15명 전원 사망 (100%)]

[권장 조치: 즉각적인 우회 대피 경로 탐색]


“재난 대피 실시간 시뮬레이션 가동.”


지훈이 나직하게 읊조리자, 그의 시야가 순식간에 에메랄드빛 격자무늬 홀로그램으로 뒤덮였다. 거대 마수가 침을 뱉는 각도, 꼬리를 휘두르는 반경,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침엽수들의 낙하 궤적이 정밀한 초록색 선으로 그려졌다.


“전원 주목하십시오! 제 머릿속에서 전송되는 초록색 비상구 유도선을 보십시오. 지금부터 제 지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입니다. 백현우 씨, 조난 제자들을 밀착 호위하십시오!”


“안전!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백현우가 안경을 고쳐 쓰며 굶주린 외문 제자들을 일사불란하게 정렬시켰다.


“우측으로 두 걸음 이동! 머리 숙이십시오!”


지훈의 단호한 명령과 동시에 기동대와 제자들이 몸을 웅크렸다. 그 직후, 거대 마수의 가시 꼬리가 그들의 머리 위 허공을 날카롭게 가르며 지나갔다. 엄청난 풍압에 침엽수 몇 그루가 밑동째 부러져 나갔지만, 지훈 일행은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완벽하게 피해냈다.


“이번엔 좌측 삼 보 앞으로 전속력 질주! 거대 마수의 시각적 맹점입니다!”


지훈이 앞장서며 강철 삽을 꼬셔 쥐고 달렸다. 강두찬은 갈라진 단속 방패를 비스듬히 세워 마수가 내뿜는 고열의 잔여 불꽃을 벽처럼 막아서며 지훈의 측면을 호위했다.


마수가 세 개의 붉은 눈동자를 굴리며 침을 뱉으려 했지만, 이미 지훈 일행은 시뮬레이션이 지시한 안전지대로 우회한 뒤였다. 초록색 달리는 사람 모양의 비상구 유도등 홀로그램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빛나며 그들의 발밑을 인도했다.


“탈출구가 눈앞입니다! 대열을 유지하십시오!”


지훈의 외침과 함께, 감찰단과 15명의 조난 제자들은 마침내 미혼림의 짙은 자색 결계 장막을 뚫고 환한 햇살이 내리쬐는 지하 계곡 동굴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뒤편 결계 내부에서 마수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포효했지만, 결계석의 정화 결계에 가로막혀 더는 쫓아오지 못했다.


“하아…… 하아…… 살았다! 진짜로 살았어!”


“바깥공기가 이렇게 달콤할 줄이야!”


굶주림과 공포에 질려 있던 외문 제자들이 흙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백현우는 그들에게 신속하게 따뜻한 물과 보건소 상비약을 배분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지훈의 공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훈은 안경에 묻은 흙먼지를 소매로 닦아내며, 동굴 입구 앞에 오만하게 서 있는 한 사내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화려한 진법 도포를 걸치고 깃털 부채를 살랑거리며, 감찰단이 미로 속에서 비참하게 굶어 죽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던 내문의 진법가, 제갈참 장로였다. 그의 옆에는 삼촌 몰래 지훈에게 힌트를 전송했던 천재 진법가 제갈용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제갈참은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는 지훈과 멀쩡한 제자들의 모습을 보더니, 들고 있던 부채를 떨어뜨릴 정도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너, 너희가 어떻게……! 내 결단기 수준의 정혼미로와 미혼림 결계를 깨부수고 살아 돌아왔단 말이냐! 수선자의 기개도 없는 잡역부 놈들이 대체 무슨 사파의 비술을 쓴 게냐!”


지훈은 차갑게 미소 지으며 품속에서 붉은 볼펜을 꺼내 ‘딸깍’ 소리가 나도록 눌렀다. 그의 손에는 붉은색 영기가 감도는 ‘소방법 위반 딱지’ 뭉치가 들려 있었다.


“제갈참 장로님. 수선자의 기개 타령을 하시기 전에, 본인이 저지른 행정적 범죄 사실부터 소명하셔야겠습니다.”


“무어라? 범죄 Fact? 이 하찮은 9급 잡역부 놈이 미쳤구나!”


“천운종 소방안전 관리 규정 제10조 및 건축물 소방시설 설치·유지 법률에 따르면, 문파 내에 건설되는 모든 수련용 미로 및 결계 시설은 최소 너비 3미터 이상의 비상 대피로를 상시 확보해야 하며, 정전 시에도 작동하는 비상구 유도등을 10미터 간격으로 의무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비상 상황 발생 시 외부에서 즉각 결계를 해제할 수 있는 자동 소방 연동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지훈이 행정 수첩을 펼쳐 들고 깐깐한 목소리로 대독하자, 제갈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하지만 귀하가 무단으로 가설한 ‘정혼미로’는 비상구 전무, 환기 설비 부재, 소방 통로 미확보로 인해 제자 15명을 닷새 동안 감금하고 아사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이는 명백한 소방법 위반이자, 중대 재해를 유발하는 불법 가설물입니다.”


“이, 이놈이 감히 장로의 위대한 진법 예술을 모독하다니! 내 비록 외문 장로이나 결단기의 힘을 지닌 진법가다! 내 손끝 하나면 이 미로를 폭주시킬 수 있거늘!”


제갈참이 분노로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소매 속에서 진법 제어반 서판을 꺼내 들었다. 서판 위로 푸른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미혼림 결계를 다시 한번 광포하게 가동하려 했다. 조카 제갈용이 삼촌의 소매를 붙잡으려 했으나, 제갈참은 그를 거칠게 밀쳐냈다.


“삼촌, 제발 그만두십시오! 감찰관님의 말씀은 법적으로 정당합니다!”


“시끄럽다, 용이 너는 저 잡역부 놈의 편을 드는 게냐! 다 같이 이 미로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라!”


제갈참이 진법 자폭 회로를 가동하려 수인을 맺으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공무집행방해 및 자폭 시도 혐의 추가입니다. 소방법 위반 딱지 발부!”


지훈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끝에서 날아간 붉은색 딱지가 허공을 가르며 제갈참의 진법 제어반 서판 정중앙에 정확히 날아가 붙었다.


*착!*


딱지가 붙는 순간, 서판 위에서 소용돌이치던 푸른 영기가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동결되었다. 제갈참의 단전에서 흘러나오던 결단기 영력의 흐름이 딱지의 강제 영력 차단 효과로 인해 50% 이상 동결되며 그의 전신 경맥이 굳어버렸다.


“어……? 내 영력이…… 내 진법 제어 권한이 왜 작동하지 않는 것이냐!”


제갈참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은 채 비명을 질렀다. 그가 자랑하던 결단기의 기세는 천도의 행정 가호막 앞에서는 한낱 먼지에 불과했다.


“기동대, 강제 철거를 집행하십시오.”


지훈이 냉정하게 지시했다.


“안전! 철거 개시합니다!”


강두찬이 파손된 방패를 내려놓고, 어깨에 메고 있던 철거용 대형 법기 해머를 꽉 쥐었다. 기동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수레에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Yellow Spiritual Energy Blocking Safety Tape) 릴을 꺼내 들었다.


지훈은 요정 삐삐와 함께 동굴 입구와 미로의 주요 진법 기둥들을 향해 노란색 테이프를 초고속으로 사출했다.


*슈슈슈슉!*


‘안전’과 ‘행정 통제’라는 붉은색 한자가 선명하게 인쇄된 노란색 테이프가 미로 입구에 커다란 엑스(X)자 모양으로 촘촘히 덧붙여졌다. 테이프가 진법의 맥로에 닿는 순간, 제갈참이 평생을 바쳐 설계했다는 정혼미로의 왜곡 구조가 맥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돌벽들이 무너지며 평범한 흙더미로 변해갔고, 자색 환각 가스를 뿜어내던 숲의 입구가 완벽하게 밀봉되어 빛을 잃었다. 제갈참이 그토록 자랑하던 결계가 노란 테이프 몇 장에 감겨 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아, 아아…… 내 정혼미로가…… 내 평생의 역작이 한낱 노란 종이띠에 묶여 무너지다니……!”


제갈참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오만한 눈에 처음으로 깊은 절망과 공포가 서렸다.


그때, 지훈의 수석 비서로 성장한 백현우가 품속에서 깐깐하게 작성된 서류판과 붉은 인장 먹을 꺼내 들고 제갈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지훈을 쏙 빼닮은 단호하고 사무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갈참 장로님. 불법 사설 체육시설 가설 및 소방도로 미확보, 그리고 감찰 요원 폭행 위협 혐의로 과태료 일만 영석이 부과되었습니다. 또한 본 불법 시설물의 철거 비용 전액은 귀하의 개인 자산에서 강제 징수됩니다. 여기 철거 동의서와 과태료 납부서에 즉시 서명하십시오.”


“일, 일만 영석이라고? 내 전 재산을 털어도 모자란 금액이다! 내 결코 서명하지 않을…….”


“서명을 거부하실 경우, 천도 안전법 제34조에 의거하여 귀하의 단전 영력이 영구 동결되며 문파에서 즉각 파면 처분됩니다. 선택하십시오.”


백현우의 깐깐한 압박에 제갈참은 이빨을 덜덜 떨며 결국 붉은 인장 인을 손가락에 묻혀 서류판에 쾅 찍을 수밖에 없었다. 서명이 완료되는 순간, 그의 단전 깊은 곳에서 영력이 완전히 묶이는 묵직한 구속감이 느껴졌다. 사법당의 서문도 감찰관에게 제출할 완벽한 법적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천재 진법가 제갈용은 깊은 감명을 받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삼촌의 억지 수련 때문에 제자들이 죽어가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였다. 제갈용은 조용히 지훈의 앞으로 걸어 나와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오 감찰관님…… 삼촌의 불법 진법을 철거해 주시고 제자들을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문파의 규정이 사람을 살리는 데 쓰여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부디 저를 안전감찰 사무소의 수습 진법 요원으로 받아주십시오. 제 진법 지식을 문파의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바치고 싶습니다.”


지훈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갈용 씨. 우리 사무소는 언제나 규격화된 인재를 환영합니다. 내일부터 즉시 출근하여 외문 대연무장의 야간 소음 측정 업무부터 보좌하십시오.”


“안전!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제갈용의 합류로 감찰 사무소의 행정력은 한층 더 두터워졌다. 조난당했던 제자들과 외문 잡역부들은 제갈참의 불법 미로가 철거되는 모습을 보며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질렀다. 지훈의 명성은 이제 외문을 넘어 내문 장로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드높아지고 있었다.


[띵! 대규모 불법 시설물 강제 철거 및 예산 회수 성공!]

[천도 안전 마일리지 10,000포인트 적립 완료. 현재 잔고: 64,000포인트]


지훈은 정산되는 마일리지를 바라보며 깊은 보람을 느꼈다. 드디어 외문의 가장 위험한 불법 수련장 중 하나를 완벽하게 청소한 것이다. 지훈은 대원들을 이끌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감찰 사무소로 복귀했다.


그렇게 외문 개혁의 큰 산을 하나 넘고, 평화로운 밤이 찾아오는 듯했다.


* * *


자정 무렵, 천운종 외문 대연무장 주변.


사방이 어둠에 잠기고 제자들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들 무렵이었다. 고요하던 외문 상공 위로, 갑자기 온 산천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한 기괴하고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앙——! 내 신세야아아아아——!”


귀를 찢는 듯한 초고주파의 대성통곡 소리였다.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음파 속에 실린 강력한 영적 진동이 대연무장 주변의 지반을 미세하게 흔들고, 숙소 건물의 유리창들을 사정없이 떨게 만들었다.


잠을 자던 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귀를 틀어막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악!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내 고막이 터질 것 같아! 밤마다 대체 누가 울어대는 거냐고!”


감찰 사무소 침상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지훈 역시 갑작스러운 소음 폭풍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안경 렌즈 위로 빨갛게 점멸하는 새로운 시스템 경보창이 떠올랐다.


[신규 민원 접수: 야간 소음 공해 발생]

[소음 측정치: 120데시벨(dB) (청각 마비 및 불면증 유발 수준)]

[위험 요소: 대연무장 중앙의 무허가 음공(音功) 수련자]


지훈은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걸쳐 입었다. 그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났다.


“한밤중에 120데시벨이라니. 소음·진동관리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악성 민원인이 존재하는 모양이군요.”


지훈은 붉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허리춤의 영력 확성기를 고쳐 잡았다. 외문의 평화로운 숙면권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야간 단속의 서막이 고요한 밤하늘을 찢는 통곡 소리 속에서 서서히 잉태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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