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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비수 폭포의 미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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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당 주방의 목조 문이 부서질 듯이 열리며 들이닥친 기세는 실로 흉폭했다. 주방의 매연을 단숨에 찢어발기며 나타난 그림자는 외문 잡역부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거구, 기동대장 강두찬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커다란 목봉이 바닥을 쿵 내리쳤다.


“어떤 겁 없는 놈이 감히 내문 화소저 자매님의 수련을 방해하느냐!”


강두찬의 우렁찬 목소리가 주방을 울렸다. 하지만 그의 기세등등한 외침은 이내 주방의 기묘한 광경을 목격하고 뚝 끊겼다.


이글거리던 가마솥은 노란색 테이프에 꽁꽁 묶인 채 푸식푸식 김만 내뿜고 있었고, 내문의 천재라 불리던 화소저는 제 영력이 차단되어 얼굴이 시뻘개진 채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눈이 시리도록 밝은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입은 오지훈이 아주 차분한 표정으로 서류철을 정리하고 있었다.


“강두찬 조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지훈이 안경도 쓰지 않은 눈을 깐깐하게 빛내며 강두찬을 바라보았다.


“현 시간부로 만복당 주방은 소방법 위반 및 무인증 고압 용기 무단 가동으로 사용 일시 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주방장 장영식 님과 화소저 자매님에게는 대피 명령이 발부되었으니, 기동대장으로서 즉시 이 구역의 통행을 제한하고 안전지대로 인원을 대피시키십시오.”


“뭐, 뭐라고? 이 미친 잡역부 놈이 지금 누구한테 명령을…….”


강두찬이 어이가 없다는 듯 목봉을 치켜들었다. 화소저 역시 이때다 싶어 소리를 질렀다.


“두찬아! 저 건방진 잡역부 놈이 기묘한 사술로 내 가마솥을 망쳐놓았다! 당장 저놈의 다리를 분질러버려라!”


강두찬이 흉포하게 웃으며 지훈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슴을 당당히 폈다. 그의 노란 조끼에 박힌 은색 반사판이 주방의 희미한 불빛을 받아 황금빛 서광을 뿜어냈다.


[우주 행정안전의 가호가 상시 활성화 중입니다.]

[공무를 수행 중인 행정관에게 가해지는 모든 물리적, 영적 위해를 원천 차단합니다.]


스우우우——!


지훈의 몸 주변으로 반투명한 황금색 육각형 결계막이 웅장하게 떠올랐다. 그 압도적인 질서의 기운에 강두찬은 자신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직감적으로 저 결계에 손을 대는 순간 자신의 영력이 흔적도 없이 분쇄될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천도의 법률에 의거하여 즉각적인 영력 동결 및 가산 과태료 처분으로 이어집니다. 조장님, 정말로 딱지를 끊기겠습니까?”


지훈이 품속에서 빨간색 볼펜을 딸깍거리며 붉은 딱지 뭉치를 흔들었다. 그 기묘한 기세에 질린 강두찬은 슬그머니 목봉을 내렸다.


“너,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잡역부 주제에 이런 대단한 법기를 어디서…….”


“저는 우주 행정안전부 소속의 공무원입니다. 규정대로 처리할 뿐이죠.”


지훈은 차갑게 응수하며 장영식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영식 주방장님. 가마솥 폭발 위험은 진압했으나, 주방 벽면의 기름때는 여전히 심각한 화재 요인입니다. 3일 내로 물속성 세척 진법을 동원해 완전히 청소하지 않으시면 만복당 식당 전체를 영구 폐쇄 조치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아, 예! 예! 당장 청소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가마솥이 터져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장영식은 오히려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훈의 깐깐한 지시에 솔깃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안전을 챙겨준 지훈의 조치가 내심 고마웠던 것이다. 화소저는 분통을 터뜨리며 강두찬의 부축을 받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복당의 첫 단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지훈은 뇌리에서 울리는 맑은 종소리를 들었다.


[띵! 소방 안전 단속 및 화재 예방 조치 성공!]

[천도 안전 마일리지 500포인트가 정산되어 현재 잔고는 500포인트입니다.]

[마일리지를 사용해 상점 메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훈은 즉시 머릿속으로 시스템 상점을 열었다. 다음 행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외문 구역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극위험 지대, 바로 ‘비수 폭포(飛水瀑布)’였다.


“비수 폭포는 매년 낙석 사고로 하급 제자들이 대가리가 깨져 나가는 곳이지. 다음 단속 대상은 거기다.”


지훈은 500포인트를 탈탈 털어 상점에서 노란색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 한 개와 ‘비수 폭포 낙석 구역 대피 매뉴얼’ 서류철을 구매했다. 준비는 끝났다. 지훈은 젖은 조끼를 툭툭 털며 비수 폭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천운산맥 동쪽 계곡 깊은 곳에 위치한 비수 폭포는 그 기세가 실로 웅장했다.


수백 장 높이의 가파른 절벽 위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자욱한 물안개와 사방으로 튀는 물보라 때문에 십 보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절벽은 동시에 천운종 최악의 재난 구역이기도 했다. 절벽 상부의 암반이 풍화되어 수시로 칼날 같은 낙석이 물줄기와 함께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아이고, 오 감독관님! 오셨습니까!”


폭포 근처의 안전한 바위 뒤에서 덜덜 떨고 있던 석공 잡역부 노진태가 지훈을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정질을 하던 낡은 망치와 정이 들려 있었고, 온몸은 돌가루로 하얗게 뒤집어써 있었다.


“노진태 씨.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왜 작업 구역에 들어가지 않고 웅크려 계시죠?”


지훈이 수첩을 꺼내며 깐깐하게 묻자, 노진태가 울상을 지으며 폭포 쪽을 가리켰다.


“저기 좀 보십시오! 장문인께서 폭포 주변에 낙석 방지용 옹벽을 쌓으라고 하셔서 자재를 들고 왔는데,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절벽 위에서 수시로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도 무서운데, 저기 폭포 밑에 있는 미친놈 때문에 더 미치겠습니다!”


지훈은 위험 요인 투시안을 발동해 폭포 아래를 조준했다. 자욱한 물보라와 낙석의 위험 속에서 붉은색 경고 표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대상: 비수 폭포 수련 구역]

[위험 등급: E등급 (극위험) -> 실시간 낙석 타격 확률 87.5%]

[위반 사항:

1. 보호구(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 미착용.

2. 악천후 및 위험 기상 상황 시 작업/수련 중지 의무 위반.

3. 낙석 경보 시스템 및 안전망 미설치.]


그리고 그 극위험 구역 한가운데, 폭포수의 엄청난 수압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찢어진 외문 제자복 사이로 구리빛 탄탄한 근육이 터질 듯이 솟아 있었고, 이마에는 빨간색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거친 인상의 검사. 그가 바로 외문 최고의 천재이자 무식한 맷집 수련의 대가, 마태풍이었다.


“흡! 합! 검사는 오직 육신과 기개로 하늘의 시련을 버텨내야 하는 법! 떨어지는 바위조차 내 검기의 거름이 될 뿐이다!”


마태풍은 폭포수와 함께 떨어지는 주먹만 한 돌멩이들을 맨몸으로 맞아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퍽!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어깨와 등 가죽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수련을 강행하고 있었다. 저건 수련이 아니라 자살 행위였다.


“이런 미친 불법 수련자를 봤나. 대가리가 깨져야 정신을 차리지.”


지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형광 조끼는 이미 폭포에서 불어오는 강한 물보라 때문에 흠뻑 젖어 축축하게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훈은 개의치 않고 허리춤에서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꺼내 들었다.


지훈은 폭포 소리를 뚫고 성큼성큼 걸어가, 폭포 입구의 진흙 바닥에 ‘낙석 주의’ 경고판을 쾅 박아 넣었다.


그리고 확성기를 입에 가져다 대고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폭포 밑에서 무단 수련 중인 마태풍 제자님! 당장 수련을 중단하고 안전 구역으로 대피하십시오! 귀하는 현재 보호구 미착용 및 안전 수칙 위반으로 단속 대상입니다!”


웅웅웅——!


영력 확성기를 통해 증폭된 지훈의 웅장한 목소리가 폭포의 굉음을 뚫고 계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뭐라?”


폭포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검을 다듬던 마태풍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수련의 흐름이 깨진 것도 짜증 나는데, 웬 요란한 노란색 옷을 입은 잡역부가 확성기라는 기괴한 물건을 들고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마태풍이 폭포수를 가르며 붉은 눈빛을 번뜩였다. 그는 검을 바닥에 쓸며 지훈을 향해 서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마다 서린 날카로운 검기가 계곡 바닥의 자갈들을 잘게 부수어 발산하고 있었다.


“어떤 건방진 잡역부 놈이 감히 나의 검도를 모독하느냐? 이 비수 폭포는 내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검의 극의를 깨닫는 신성한 수련처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네 혓바닥을 베어버리겠다!”


마태풍이 지훈의 코앞까지 다가와 서늘한 보검의 끝을 지훈의 코끝에 겨누었다. 검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검기가 지훈의 뺨을 스쳤지만, 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류철을 펄럭이며 차분한 어조로 대독하기 시작했다.


“천운종 외문 안전보건 규칙 제34조 및 비수 폭포 낙석 구역 대피 매뉴얼에 의거하여 고지합니다. 비수 폭포는 상부 풍화 절벽의 낙석 위험으로 인해, 규격 인증을 받은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인원의 출입 및 수련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훈은 허리춤에서 노란색 강철 안전모를 꺼내 마태풍에게 들이밀었다.


“이거 쓰세요. 안 쓰실 거면 퇴거 조치하겠습니다. 대가리가 깨지면 검도 끝입니다, 제자님.”


“하! 안전모? 이딴 나약한 노란 냄비 같은 투구를 쓰는 것이 검사의 도란 말이냐!”


마태풍은 코웃음을 치며 지훈이 내민 안전모를 검끝으로 쳐내려 했다.


챙——!


날카로운 참격이 안전모를 스쳤고, 안전모는 지훈의 손을 떠나 저 멀리 진흙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마태풍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검사는 오직 강함으로 증명할 뿐! 이딴 비겁한 방어구에 의지하는 자는 검을 쥘 자격도 없다! 내 검기가 네놈의 그 건방진 주둥이를 닥치게 만들 것이다!”


마태풍이 기합을 넣으며 검을 허공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의 연기기 8성의 강력한 영력이 검날에 집중되며, 지훈의 머리 위로 집채만 한 검기(劍氣) 참격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폭포의 물줄기마저 반으로 갈라버릴 듯한 맹렬한 기세였다.


“위험해요! 감독관님!”


바위 뒤에서 지켜보던 노진태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하지만 지훈은 피하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는 흠뻑 젖은 노란색 형광 조끼의 반사판이 다시 한번 눈이 부실 정도의 황금빛 서광을 뿜어냈다.


웅——!


지훈의 신체 주변으로 우주 행정안전의 절대적인 방어 결계막이 반구형으로 전개되었다. 마태풍이 온 힘을 실어 내리친 거대한 검기 참격은 그 황금색 결계막에 닿는 순간, 마치 솜털이 바람에 날려가듯 피식 소리를 내며 무해한 미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지훈의 젖은 머리카락만 가볍게 흔들렸을 뿐이었다.


“어…… 어라?”


마태풍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자신의 절기인 광풍참검결의 검기가 일개 잡역부의 노란 조끼 결계에 막혀 완벽하게 소멸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검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사술이냐? 내 검기를 어떻게 막은 거지?”


“사술이 아니라 정당한 공무집행방해 차단막입니다.”


지훈은 젖은 조끼 지퍼를 고쳐 잡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마태풍은 비록 검기가 막혀 당황했으나, 이내 이성을 잃고 다시 폭포 밑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폭포 밑으로 돌아가 수련을 계속하겠다! 내 길을 막지 마라!”


마태풍이 Stubborn하게 고집을 부리며 폭포의 무지막지한 물줄기 속으로 다시 몸을 밀어 넣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서 붉은색 경고창이 미친 듯이 점멸하며 고음의 사이렌 소리가 그의 뇌리를 때렸다.


[!!! 긴급 재난 경보 !!!]

[비수 폭포 상부 150미터 절벽에서 지반 균열 발생!]

[지름 5미터, 무게 수만 근에 달하는 거대 낙석이 자유낙하를 시작했습니다!]

[충돌 예상 지점: 마태풍 제자의 머리 위!]

[남은 시간: 4초]


쿠르릉——!


폭포의 굉음과는 전혀 다른, 대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불길한 진동이 절벽 위에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본 지훈의 눈에, 폭포 물줄기를 뚫고 plummeting하는 집채만 한 거대 바위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투시되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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