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가혹한 교관의 면직 처분
“삐이이이이익——! 위이이이이잉——!”
지훈의 손에 들린 ‘영적 가스 검지 부적’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시뻘건 빛을 뿜어냈다. 동굴 벽면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스며 나오는 푸르스름한 가스 구름. 그것은 천운산 지하 영맥이 요동치며 뿜어낸 고농도의 메탄과 폭발성 영적 화염 가스였다.
“모두 동작 그만! 영력 방출을 즉시 중단하십시오!”
지훈이 영력 확성기를 입가에 대고 날카롭게 소리쳤다. 비바람이 치는 갱도 입구에서 독고악의 가죽 채찍을 막아서고 있던 기동대장 강두찬과 대원들이 우뚝 멈춰 섰다.
“감찰관님, 무슨 일입니까?”
강두찬이 철제 단속 방패를 굳건히 쥔 채 침을 삼켰다. 그의 조끼에는 방금 전 흙먼지와 독고악의 채찍질 여파로 검은 그을음이 잔뜩 묻어 있었다.
“현재 갱도 내 폭발성 가스 농도가 임계점인 95%를 돌파했습니다. 이 상태에서 사소한 화공(火功)이나 경맥의 스파크가 발생하는 즉시, 이 고대 광산 전체가 거대한 폭탄이 되어 반경 1마일과 함께 날아갑니다. 비전도성 장비로 전환하고, 영력 시전을 전면 금지합니다!”
“무, 무엇이라……?”
갱도 입구에 비참하게 주저앉아 있던 독고악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축기기 3성의 무력을 지닌 그였지만, 자연의 영적 가스가 대폭발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물리적 파괴력 앞에서는 한낱 고기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당철진 어르신! 당장 대원들에게 비전도성 황동 공구와 산소통을 배포하십시오!”
“오냐! 내 밤새 준비한 보람이 있구만!”
당철진이 시커멓게 그을린 수염을 휘날리며 대형 철제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은빛 광채를 뿜어내는 ‘영자막 방진마스크’와 금속 마찰 스파크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 고무로 코팅된 산소통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대원들은 신속하게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켰고, 마스크 필터에서 웅장한 여과음이 흘러나오며 유독가스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재난 대피 실시간 시뮬레이션 가동.”
지훈이 안경테를 톡 치자, 그의 안경 렌즈 위로 에메랄드빛 격자무늬 홀로그램 선이 전개되었다. 무너진 흙더미와 자갈밭 너머, 지하 깊은 곳에서 깜빡이는 초록색 생명 신호들. 그 중심에는 지훈의 양동생 지석의 신호도 뚜렷하게 잡히고 있었다.
“저를 따르십시오. 스파크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금속 무기는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오직 맨손과 황동 들것으로만 이동합니다!”
지훈은 절연 고무 안전화를 신은 발로 진흙을 차며 무너져 내리는 갱도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강두찬과 대원들이 비전도성 황동 쇠지렛대를 든 채 그 뒤를 엄호했다. 황두식이 세운 청죽 동바리 기둥들이 천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지만, 지훈이 계산한 최적의 구조 경로는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붕괴 구역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있었다.
지하 50미터 지점, 무너진 바위더미와 흙더미 사이에 갇혀 산소 부족으로 숨을 헐떡이던 잡역부 연합 대원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형, 형님……!”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오지석이 눈을 희미하게 뜨며 지훈의 노란색 형광 조끼를 바라보았다.
“지석아! 움직이지 마라. 호흡기부터 착용해라.”
지훈은 신속하게 지석의 얼굴에 방진마스크를 씌우고 산소 밸브를 열어주었다. 시원한 산소가 유입되자 지석의 창백했던 얼굴에 이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기동대원들은 신속하게 다른 잡역부들에게도 마스크를 씌우고 황동 들것에 실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찰관님!”
“흐윽, 우릴 버려두고 도망친 줄 알았는데…… 진짜로 살려주러 오시다니!”
잡역부들이 눈물을 흘리며 지훈의 노란 조끼 자락을 붙잡았다. 전생에 무너진 건설 현장에서 미처 구하지 못했던 이들의 얼굴이 지훈의 뇌리를 스쳤다. 지훈은 단호하게 안경을 밀어 올렸다.
“안전 감찰관이 현장에 존재하는 한, 산업재해로 개죽음을 당하는 노동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전원 퇴거 경로를 따라 신속히 이동하십시오!”
그들이 무사히 구조자들을 이끌고 갱도 입구 근처로 빠져나왔을 때였다. 갱도 입구 그늘에 서 있던 독고악의 눈에 광기와 초조함이 서렸다.
‘이 잡역부 놈들이 살아서 나가면, 봉인령이 내린 폐광에서 무단 채굴을 지시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내 죄상이 장로회와 사법당에 낱낱이 밝혀진다! 차라리…… 여기서 모두 묻어버려야 한다!’
독고악이 이빨을 갈며 가죽 채찍 ‘혈골편’을 치켜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축기기 3성의 붉은 영기가 채찍을 타고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가스 검지 부적이 미친 듯이 붉은 경보음을 울려댔다.
“미쳤습니까, 독고악 교관님! 그 채찍의 화염이 공기 중의 가스와 닿는 순간 대폭발이 일어납니다! 당장 영력을 거두십시오!”
지훈이 소리쳤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독고악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닥쳐라! 네놈들만 여기서 흙더미와 함께 폭사하면, 이건 그저 단순한 광산 붕괴 사고로 종결될 뿐이다! 죽어라, 오지훈!”
독고악이 광소하며 지훈의 목을 향해 채찍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채찍 끝에 매달린 붉은 불꽃이 공기 중의 메탄가스와 반응해 파르르 스파크를 일으키는 찰나의 순간.
지훈은 품속에서 붉은색 ‘소방법 위반 딱지’ 한 장을 낚아채어 채찍 손잡이를 향해 번개처럼 날렸다.
“행정 제재 기술, 소방법 위반 딱지 발부!”
“치이이이이익——!”
딱지가 독고악의 채찍 손잡이에 정확히 달라붙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붉은 행정 오라가 채찍 전체를 휘감았다. 가죽 채찍에 서려 있던 살상용 화염 영기가 50% 강제 차단되며, 공기 중으로 뿜어지려던 불꽃이 거짓말처럼 연기 한 줄기로 화하며 사그라들었다.
“무, 무엇이냐! 내 혈골편의 화공이 왜 통하지 않는 것이냐!”
독고악이 경악하며 채찍을 다시 흔들려 했으나, 이미 딱지의 절대적인 행정 봉인력에 의해 채찍의 영맥이 완벽하게 잠겨버린 상태였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동 및 청소년 수련자 보호법 제7조 위반, 광산안전법 위반 혐의로 귀하의 외문 교관 자격을 이 시간부로 영구 박탈하며, 면직 처분을 선포합니다!”
지훈이 동역 연맹 사법당의 공식 결인이 찍힌 감찰 보고서를 펼쳐 들고 엄숙하게 낭독했다.
“이, 이깟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나를 파면하겠다고? 내가 내문 장로님들과 어떤 관계인지 알고도 감히——!”
독고악이 소매 속에서 비수를 빼 들고 자폭하려 돌격하려던 그 순간, 기동대장 강두찬이 거대한 철제 단속 방패를 앞세워 그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쿵——!
“안전 제일! 피의자는 입을 다물고 얌전히 포박당하십시오!”
강두찬의 묵직한 피지컬에 밀려 독고악이 비명과 함께 바닥 진흙탕에 처참하게 나뒹굴었다. 지훈이 손짓하자, 요정 삐삐가 신나게 날아올라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사방으로 사출했다.
“끼익! 안전! 안전!”
독고악의 온몸이 노란 테이프에 미라처럼 촘촘하게 감기기 시작했다. 그의 축기기 영력이 완전히 동결되며 단전이 잠기는 순간, 독고악은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
“아아아! 내 영력이…… 내 교관 자격이……!”
수많은 잡역부들을 채찍질하며 군림하던 공포의 교관이, 일개 9급 공무원의 딱지 한 장과 노란 테이프 앞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 비참한 종말이었다.
구조된 잡역부들이 그 광경을 보며 통쾌한 환호성을 질렀고, 지훈은 차분하게 광산 입구에 노란색 안전 테이프를 엑스(X)자로 붙여 임시 봉인 조치를 완료했다.
[띵! 중대재해 예방 및 불법 채굴 현장 단속 성공!]
[가혹한 교관 독고악 면직 및 사법 처리 완료!]
[천도 안전 마일리지 5,000포인트 적립! 현재 잔고: 44,000포인트]
지훈이 안심하며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돌아서려던 바로 그 순간.
그의 안경 렌즈 우측 상단에 장착된 ‘위험 요인 투시안’이 웅웅거리며 경고음을 울렸다. 지훈이 고개를 돌려 숲속의 어두운 나무 그늘을 바라보자, 그곳에 숨어 지훈이 방금 사용한 노란 테이프와 당철진의 안전 장비 도면을 훔쳐보고 있던 수상한 인물의 실루엣이 선명한 붉은색 투시안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그늘 속의 실루엣이 지훈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신형을 감추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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