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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청죽 동바리와 무너지지 않는 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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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궁!"


대지를 찢는 듯한 불길한 굉음이 천운종 동편 산자락을 거칠게 흔들었다. 폐쇄된 고대 영석 광산의 갱도 입구에서 집채만 한 흙먼지 폭풍이 뿜어져 나왔다. 어두컴컴한 갱도 안쪽에서 하급 잡역부들의 처절한 비명과 절규가 메아리쳤다.


“지, 지석아!”


지훈은 본능적으로 갱도 입구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의 양동생 지석과 잡역부 연합 대원 수십 명이 저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 점멸하는 시스템 경고창이 시뻘건 빛을 뿜어냈다.


[!!! 경고: 광산 내부 1차 붕괴 완료 !!!]

[지반 안정도: F등급 (괴멸적 붕괴 진행 중)]

[생존자 수: 32명 (산소 잔여량 급감 중)]

[위험 요인: 동바리 미설치로 인한 추가 낙반 위험, 메탄가스 누출 징후 감지]


“하하하! 무너졌구나! 결국 무너졌어!”


그 난장판 속에서 가죽 채찍 ‘혈골편’을 쥔 외문 교관 독고악이 미친 사람처럼 광소했다. 그의 흉측한 얼굴 흉터가 실룩거렸다. 독고악은 갱도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에는 귀를 닫은 채, 자신이 무단 채굴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주변을 다급히 두리번거렸다.


“이,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잡역부 놈들이 무식하게 곡괭이질을 잘못해서 지반이 무너진 게야! 그래, 장문인의 봉인령이 내린 폐광에 무단으로 들어간 놈들의 과실이라고 보고하면 그만이다!”


“독고악 교관님.”


지훈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영력 확성기를 타고 광산 앞마당을 무겁게 내리눌렀.


“현장 책임자로서 사고 발생 즉시 구조 작업을 개시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시는군요. 이는 광산안전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및 대피 조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입니다.”


“시끄럽다, 오지훈! 감히 하찮은 잡역부 출신의 감찰관 놈이 어디서 훈수질이냐! 이곳은 내 수련 구역이다! 외인 출입 금지다!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문파 규율 위반으로 즉시 처단하겠다!”


독고악이 채찍을 허공에 휘두르며 살기를 뿜어냈다. 붉은 영기가 서린 채찍 끝이 지훈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갔다.


“황두식 씨, 노진태 씨! 지금 즉시 자재를 내리십시오!”


지훈은 독고악의 협박을 가볍게 무시하며 등 뒤에 대기하고 있던 천산 방재 엔지니어링 팀을 향해 손짓했다.


“안전!”


비계 반장 황두식과 석공 반장 노진태가 우렁차게 외치며 대형 수레의 빗장을 풀었다. 수레 위에는 벌목 제자 정만식이 보안경을 쓴 채 밤새 채취해 온 ‘고강도 비계용 청죽’ 수백 장이 가득 실려 있었다. 푸른빛 광채를 내뿜는 청죽들은 강철보다 질기고 탄성이 뛰어난 천운산의 특산물이었다.


“이놈들이 감히 내 구역에서 무단 공사를 하려 드는구나! 당장 멈추지 못할까!”


독고악이 이빨을 갈며 채찍을 높이 치켜들었다. 붉은 화염의 기운이 채찍을 타고 치솟아 지훈 일행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던 그 순간.


깡——!


귀가 먹먹해지는 금속음과 함께, 거구의 기동대장 강두찬이 철제 단속 방패를 앞세워 지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고열의 채찍이 방패 전면부에 부딪히며 스파크를 일으켰지만, 강두찬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버텼다. 그의 조끼에 묻은 흙먼지가 바람에 휘날렸다.


“안전 제일! 감찰관님의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기동대의 철거 대상입니다! 교관님, 얌전히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강두찬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단속 방패로 독고악의 몸을 사정없이 밀쳐냈다. 축기기 초입의 묵직한 피지컬에 밀린 독고악이 비틀거리며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섰다.


“네, 네놈들이 감히 미쳤구나! 장로회에 고발하여 전원 파멸을 시키겠다!”


“고발은 이쪽에서 정식으로 천도 법정에 기소할 예정이니 걱정 마십시오.”


지훈은 차분하게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갱도 입구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갱도 내부에서는 추가 붕괴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었다. 천장에서 주먹만 한 돌멩이와 흙모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잡역부 몇 명이 맨손으로 무너진 돌더미를 치우려다, 머리 위에서 떨어진 흙더미에 밀려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안 됩니다, 감찰관님! 안쪽 천장이 완전히 갈라져서 지지대 없이는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손만 대도 흙이 무너져 내립니다!”


탈진한 잡역부 한 명이 울부짖었다.


“황 반장님, 동바리 설치 공법을 전개하십시오. 천장의 하중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오냐! 천산 방재 엔지니어링의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군! 대원들, 청죽을 엮어라! 고공 매듭 묶기 실시!”


황두식이 다부진 체구로 밧줄을 어깨에 메고 무너져 내리는 갱도 안쪽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그의 손놀림은 신속하고 정밀했다. 정만식이 공급한 고강도 청죽들을 갱도 벽면과 천장에 격자무늬로 촘촘히 맞추고, 밧줄로 단단히 동여매기 시작했다.


“석공 반장, 기초 주춧돌 수평 맞춰라!”


“알겠네! 암석동화공 전개!”


노진태가 암벽의 기운을 다루며 청죽 지지대의 밑바닥에 단단한 돌받침을 순식간에 형상화했다. 청죽과 돌받침이 결합하며 갱도 천장을 지탱할 튼튼한 동바리(Shoring) 기둥들이 하나씩 세워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그때 천장에서 거대한 바위더미가 굉음을 내며 황두식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조심하십시오!”


대원들이 비명을 질렀으나, 황두식은 지훈이 하사한 안전벨트의 생명줄을 갱도 기둥에 단단히 체결한 상태였다.


콰아아앙!


거대 낙석이 황두식이 방금 세운 청죽 동바리 위를 강타했다. 엄청난 충격음에 갱도 전체가 흔들렸지만, 탄성이 강철의 다섯 배에 달하는 고강도 청죽 지지대들은 쩍쩍 소리를 내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낙석의 물리적 하중을 완벽하게 분산시켜 대지로 방전시켰다.


“살았다……! 진짜로 안 무너져!”


대원들이 경악과 감격의 비명을 질렀다. 황두식이 이끄는 방재 팀의 장인 정신과 지훈의 정밀한 설계가 무너지던 고대 광산의 천장을 기적적으로 붙잡아둔 것이다.


[띵! 광산 지반 보강 및 동바리 설치 성공!]

[천장의 하중 분산율 92% 달성! 추가 붕괴 위험 일시적 억제 완료]

[천도 안전 마일리지 2,000포인트 적립! 현재 잔고: 39,000포인트]


“좋습니다. 지반이 일시적으로 안정되었습니다. 이제 생존자 수색을 개시합니다.”


지훈은 뇌리 속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재난 대피 실시간 시뮬레이션 전개.”


우웅——!


지훈의 시야가 순식간에 눈부신 에메랄드빛 홀로그램 격자무늬로 전환되었다. 먼지와 매연으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갱도 내부의 어둠이, 시스템의 투시안을 통해 3차원 입체 도면으로 뇌리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붕괴된 바위더미 너머, 지하 50미터 지점에 갇혀 있는 지석과 잡역부 연합 대원들의 생명 신호가 초록색 빛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그곳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생존 확률이 높은 최적의 구조 경로가 갱도 바닥 위에 선명한 초록색 선으로 길게 뻗어 나갔다.


“저를 따르십시오. 머릿속으로 대피 경로를 안내하겠습니다.”


지훈은 기동대원들과 방재 팀을 이끌고 초록색 홀로그램 선을 따라 무너진 갱도 안쪽으로 신속하게 진입하기 시작했다. 황두식이 세운 청죽 지지대들이 굉음을 내며 천장의 무게를 버텨내는 사이, 구조대는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최단 경로로 생존자들을 향해 전진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지하 깊은 곳, 흙더미에 파묻힌 생존자들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순간.


지훈이 손에 쥐고 있던 ‘영적 가스 검지 부적’이 미친 듯이 진동하며 사방으로 요란한 적색 경보음을 내뿜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경고: 지하 암반 균열 틈새에서 고농도 폭발성 가스(메탄 및 영적 화염 가스) 누출 감지!]

[가스 농도: 위험 임계점 95% 돌파!]

[주의: 작은 스파크나 화기 발생 시 광산 전체가 대폭발하여 반경 1마일이 함몰될 위험 있음!]


빨갛게 불타오르는 부적의 경고등이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불길하게 점멸했다. 어둠 속에서 스며 나오는 기분 나쁜 푸른빛 가스 구름이 지훈의 투시안에 포착되는 일촉즉발의 대참사 위기가 다시 한번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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