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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붕괴 위험, 폐쇄된 고대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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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기분 나쁜 지동의 굉음과 함께, 시스템 단말기의 붉은 경고등이 지훈의 얼굴을 섬뜩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잡역부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또 다른 가혹한 행정 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오가촌 중앙 광장의 축제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훈의 품속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시스템 단말기는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화면 전체가 피처럼 붉은 경광등 효과로 깜빡이며 지훈의 안경 렌즈에 반사되었다.


[!!! 경고: 중대 재해 발생 임박 !!!]

[지점: 천운종 동편 깊은 산속, 폐쇄된 고대 영석 광산]

[위험 등급: E등급 (극위험)]

[원인: 지반 보강 공사(동바리 설치) 미비 상태에서의 불법 채굴 감행]

[피해 예상: 천운종 외문 잡역부 연합 수십 명 매몰 참사 초읽기]


“지훈아, 왜 그러느냐? 얼굴색이 왜 흙빛이 된 게야?”


양부 오필두가 고무 절연 장화를 신은 채 걱정스레 지훈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훈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오필두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아버님, 문파에 긴급한 행정 안전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복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구구, 또 도사님들 싸움판에 끼어드는 게냐? 가지 마라, 지훈아! 차라리 아비랑 감자나 캐자니까!”


“아버님, 이번에는 감자가 아니라 사람 목숨이 흙더미에 묻히기 직전입니다. 이장님, 팽 장로님! 오늘 출범한 천운산 안전 협의회의 첫 공무를 집행해야겠습니다. 기동대, 즉시 출동 준비!”


지훈의 단호한 외침에 황금 용 안전모를 쓰고 폼을 잡고 있던 팽무도 장로가 헛기침을 하며 참풍도를 고쳐 잡았다. 기동대장 강두찬 역시 먼지 묻은 노란 조끼를 펄럭이며 철제 단속 방패를 쾅 하고 내리찍었다.


“안전! 형님, 어디로 가면 됩니까!”


“외문 동편의 폐쇄된 고대 영석 광산입니다. 독고악 교관이 잡역부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이름이 나오자 팽무도 장로의 눈썹이 꿈틀했다.


“독고악……? 그 가학적인 외문 교관 놈이 왜 폐광에 들어갔단 말이냐? 그곳은 백 년 전 지반 붕괴 위험으로 장문인의 봉인령이 내려진 금지구역이거늘!”


“이유는 뻔합니다. 제가 마진태 장로의 불법 적양가마를 봉인하고 사마도의 비자금을 압수하자, 내문 연단방으로 가던 고순도 화염 영석의 공급망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독고악 교관은 내문 장로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지반 보강도 되어 있지 않은 폐광에서 잡역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불법 채굴을 강행하려는 겁니다.”


지훈은 단호하게 행정 수첩을 덮었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광산안전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현장입니다. 지금 당장 막지 않으면 수십 명의 무고한 노동자들이 지하에 영원히 묻히게 됩니다. 당장 이동합니다!”


* * *


천운종 동편 깊은 산속,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폐쇄된 고대 영석 광산 입구.


평소라면 잡초와 넝쿨로 우거져 있어야 할 갱도 입구는 급하게 베어 넘겨진 풀 더미와 날카로운 도끼 자국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지훈이 기동대원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갱도 입구에서는 벌써 쾌쾌한 유황 매연과 함께 쩍쩍 갈라지는 암벽의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하겠느냐! 이 게으른 잡역부 놈들!”


가죽 채찍 ‘혈골편’을 손에 쥐고,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측한 흉터를 일그러뜨리며 소리를 지르는 사내. 그가 바로 외문에서 악명 높은 가혹한 교관, 독고악(Dokgo-ak)이었다.


그의 발밑에는 흙먼지와 피로 범벅이 된 천운종 외문 잡역부 연합 대원 수십 명이 무거운 영석 자루를 짊어진 채 비틀거리며 갱도 안팎을 오가고 있었다. 그중에는 지훈의 양동생이자 형의 노란 조끼를 동경하던 오지석(Oh Ji-seok)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석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독고악의 채찍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었다.


짝!


“으악!”


독고악의 가죽 채찍이 지석의 바로 옆 바닥을 때리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엄살 부리지 마라! 문파의 영광을 위한 채굴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 또한 수련이거늘, 한낱 잡역부 놈들이 기개가 부족하여 꾀병을 부리는구나! 당장 안으로 들어가서 영석을 더 캐오지 못할까!”


“교관님…… 안쪽 천장에서 자꾸 돌가루가 떨어지고 기둥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들어가면 다 묻힙니다!”


지석이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지만, 독고악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채찍을 치켜들었다.


“수선자가 될 놈들이 흙더미가 무서워 도망치려 하느냐?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돌파의 길이다!”


그 야만적이고 무식한 안전 불감증 폭언이 갱도 입구를 가득 채운 순간, 숲속을 헤치고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입은 지훈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광산안전법 제12조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입니다. 독고악 교관님, 당장 불법 채굴 작업을 중단하고 잡역부들을 대피시키십시오.”


지훈이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입가에 대고 단호하게 외쳤다. 우렁찬 행정 고지 방송 소리가 계곡 전체를 웅장하게 울렸다. 지석과 잡역부들이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크게 떴다.


“형……! 아니, 감찰관님!”


독고악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훈을 쏘아보았다. 그의 손에 쥔 채찍 ‘혈골편’에서 음산한 붉은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오지훈…… 외문에서 딱지나 끊고 다니는 미친 잡역부 놈이 감히 내 훈련 현장에 난입해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규율대장 설지태를 파면시키더니 이제는 내 교관 권한까지 침범하려는 게냐!”


“저는 사적인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규정대로 처리할 뿐입니다.”


지훈은 품속에서 송요선인 장로에게 받은 공식 감찰관 직인이 찍힌 ‘작업 중지 명령서’를 꺼내 들었다.


“이곳은 백 년 전 붕괴 위험으로 공식 폐쇄된 고대 영석 광산입니다. 지반 보강용 동바리(Shoring)나 안전 지지대 설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극위험 구역입니다. 위험 요인 투시안으로 분석한 이 광산의 실시간 안전 등급은 E등급, 즉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대참사 직전 상태입니다.”


지훈의 시야 속에서 광산 입구의 바위벽들이 시뻘건 균열의 실루엣을 그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게다가 갱도 틈새로 보이지 않는 메탄가스가 무서운 속도로 누출되는 붉은 가스 구름이 감지되었다.


“이 명령서를 수령하시고, 지금 즉시 근로자들을 안전 구역으로 대피시키십시오. 불응 시 공무집행방해죄 및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 적용됩니다.”


지훈이 명령서를 독고악의 코앞에 내밀었다.


그러나 독고악은 광소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촥!


날카로운 채찍 끝이 지훈의 손에 든 작업 중지 명령서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하얀 종이 조각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충격의 여파로 지훈이 들고 있던 가죽 서류 가방의 손잡이가 툭 끊어지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하하! 한낱 잡역부 출신의 감찰관 놈이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외문 교관의 정당한 수련 권한을 막아서려 드는구나! 내문 장로님들께서 영석을 원하신다! 문파의 발전을 위한 채굴을 가로막는 네놈이야말로 문파의 역적이거늘, 어디서 감히 법을 논하느냐!”


독고악이 살기를 뿜어내며 채찍을 다시 치켜들었다.


지훈은 찌그러진 가죽 가방을 내려다보며 안경테를 쓸어 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공무용 가죽 가방 파손. 기물 파손죄 추가. 그리고 공식 행정 명령서 훼손 및 단속 거부. 독고악 교관님, 방금 본인의 행위로 인해 가산 과태료 및 형사 처벌 수위가 극대화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훈이 붉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규정대로, 강제 폐쇄 및 집행 정지 딱지를 발부하겠습니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끝까지……! 내 오늘 네놈의 그 건방진 대가리를 이 채찍으로 박살 내 주마!”


독고악이 비명을 지르며 채찍을 내리치려던 바로 그 순간.


쿠르릉——!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대지를 찢는 듯한 불길한 지동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갱도 입구의 암벽들이 쩍쩍 갈라지며 집채만 한 바위 파편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악! 무너진다!”


“살려주세요! 갇혔어요!”


광산 내부 갱도 깊숙한 곳에서 작업을 하던 잡역부들의 비명 소리가 어두운 구멍 너머로 처절하게 메아리쳤다. 대참사의 카운트다운이 마침내 종료되고, 광산의 대규모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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