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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천운산 안전 협의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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콸콸콸콸!


대연무장 중앙 광장의 쩍쩍 갈라진 석판 틈새로 푸른 영수(靈水)가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방금 전 결단기 고수 팽무도 장로와의 대련 도중 발생한 집채만 한 낙석 사태. 그 가공할 물리적 충격이 연무장 지표면을 강타하면서, 지하 깊숙이 매설되어 있던 문파 소방 살수 배관망의 핵심 관로를 사정없이 터뜨려 버린 것이다.


“어이쿠! 물난리다! 대연무장이 물바다가 되고 있어!”


“낙석을 피했더니 이제는 수몰당하게 생겼잖아!”


광장 외곽으로 대피했던 하급 제자들이 솟구치는 물줄기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영기가 가득 찬 물이라 그런지 수압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연무장 지반이 약화되어 광장 전체가 통째로 주저앉는 지반 침하 대참사로 이어질 게 뻔했다.


하지만 오지훈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안경 렌즈 너머로 에메랄드빛 ‘위험 요인 투시안’의 격자무늬가 바쁘게 돌아가며 지하 배관의 파손 부위를 정확히 짚어냈다.


[소방 살수 배관망 파손율: 42%]

[지하 누수로 인한 지반 침하 위험도: 88% (급증 중)]

[해결 방안: 즉각적인 주 밸브 차단 및 누수 영수의 안전 구역 방류 채널 개설]


“강 조장님! 당장 연무장 서편 지하에 있는 메인 소방 밸브를 잠그십시오! 수동 핸들을 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돌리셔야 합니다!”


“예, 형님! 안전 제일, 즉시 차단합니다!”


노란색 안전 조끼를 펄럭이며 기동대장 강두찬이 쇠망치를 짊어진 채 질주했다. 지훈은 곧바로 단상 위에 서서 멍하니 자신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팽무도 장로에게 다가갔다.


팽무도는 당철진이 밤새 제련한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 - 황금 용 에디션’을 머리에 쓴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안전모 상부의 특수 ‘상투 락킹 홈’ 덕분에 그의 치명적인 비밀인 92% 괴사율의 대머리가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심지어 방금 수만 근의 바위를 머리로 받았는데도 목뼈 하나 뻐근하지 않았다.


“팽 장로님. 안전모의 성능은 실전 검증되었으니, 이제 다음 공무에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


지훈이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말하자, 팽무도는 헛기침을 크게 하며 안전모 턱끈을 고쳐 잡았다.


“흠! 흠! 내 이미 약속하지 않았느냐! 이 신비로운 황금 용 투구의 위력을 보았으니, 내 오늘부로 외문 안전 행정에 적극 협조하마! 그런데 저 솟구치는 물은 어찌할 셈이냐?”


“이 누수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인근 오가촌의 고질적인 가뭄과 낙뢰 화재를 동시에 해결할 훌륭한 소방 용수가 될 것입니다. 장로님, 혹시 무간검선에게 압수한 보검 ‘유성검(流星劍)’이 현재 어디에 있습니까?”


“그거야 사법당의 압수물 상자 안에 보관 중이다만…… 갑자기 그 은색 검은 왜 찾는 게냐?”


지훈이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항공 안전법 위반으로 압수된 유성검은 고순도 영적 전도체로 제작되어 번개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극도로 강합니다. 즉, 훌륭한 피뢰침(Lightning Rod)의 핵심 자재라는 뜻입니다. 파손된 배관의 물을 오가촌으로 끌어들이는 공사와 함께, 오가촌 전역에 대형 피뢰침을 매설하는 대규모 접지 공사를 단행하겠습니다.”


“뭐라? 범인들이 사는 시골 마을에 문파의 자재와 압수 법기를 지원하겠다고? 내문 장로들이 알면 노발대발할 것이다!”


“자연재해는 문파와 민간을 가리지 않습니다. 문파 주변의 산불과 낙뢰를 예방하는 것은 결국 천운종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오늘부로 천운종 외문과 오가촌 주민들이 함께하는 최초의 민관 합동 재난 방지 기구, ‘천운산 안전 협의회’를 출범시키겠습니다.”


지훈의 거침없는 행정적 발언에 팽무도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대머리를 사수해 준 은혜와 안전모의 물리적 성능에 완전히 매료된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천운산 자락에 위치한 평화롭고 소박한 필멸자들의 집성촌, 오가촌(Oga-chon).


이곳은 매년 가을철만 되면 천운산 만뢰곡에서 흘러나오는 이상 낙뢰로 인해 민가가 전소되는 대형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난 취약 지구였다. 주민들은 이를 ‘하늘의 분노’라 부르며 매년 제사를 지냈지만, 낙뢰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에구구, 지훈이 이 녀석아! 네가 문파에서 큰 관직(감찰관)을 얻었다는 소문은 들었다만, 왜 자꾸 이런 위험한 수선자들의 일에 참견하는 게냐!”


흙먼지가 묻은 무명옷을 입은 소심한 농부, 지훈의 양부 오필두(Oh Pil-doo)가 가죽 자루를 꽉 쥔 채 눈물을 글썽였다. 자루 안에는 지훈이 보내준 과태료 환급금 덕분에 마을 최고의 부자가 되었음에도, 아들이 무서운 도사들에게 칼침이라도 맞을까 봐 매일 밤잠을 설치던 양부였다.


“아버님, 이건 위험한 일이 아니라 합법적인 소방 방재 공사입니다. 이 장갑과 안전화를 착용하십시오.”


지훈이 양부에게 두꺼운 면장갑과 당철진이 특수 제작한 고무 절연 장화를 건넸다. 오필두는 장화를 무슨 신비한 법기라도 보듯 조심스럽게 받으며 쩔쩔멨다.


“지훈아, 내 네 마음은 안다만…… 수선자 도사님들이 우리 같은 범인들을 위해 피뢰침인가 뭔가를 만들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 괜히 도사님들 돈(과태료)을 뜯어내서 이런 짓을 하다가 천벌을 받을까 두렵구나. 차라리 아비랑 같이 감자나 캐자꾸나!”


“아버님, 감자 캐는 것도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허리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사는 천도의 공식 결재를 받은 합법적 사업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 흰 수염을 기르고 곰방대를 물은 오가촌 이장 박만수(Bak Man-su)가 구식 갓을 고쳐 쓰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지훈이 직접 작성해 준 ‘오가촌 안전 자치 규약 서류’가 들려 있었다.


“필두 자네는 걱정도 팔자구만! 지훈 감찰관이 우리 마을 공동 우물가에 낙상 방지용 안전 펜스를 설치해 준 덕분에, 어제 물을 긷던 김 씨 할멈이 미끄러지고도 뼈 하나 안 부러졌네! 지훈이의 현대식 행정 관리는 진짜 천계의 도(道)일세!”


박만수 이장은 이미 지훈의 깐깐한 행정 능력에 깊이 감격하여 그의 열혈 신봉자가 되어 있었다.


“감찰관님, 말씀하신 대로 마을 장정 삼십 명을 소집해 두었습니다. 문파의 기동대 도사님들과 함께 피뢰침 공사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좋습니다. 이장님. 그럼 지금 즉시 천운종 외문 대표 송요선인 장로님과 팽무도 장로님, 그리고 오가촌 대표 박만수 이장님이 공동 서명하는 ‘천운산 안전 협의회’ 출범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지훈이 품속에서 붉은 직인과 두꺼운 서약 문서를 꺼내 들었다.


마을 광장에 마련된 조촐한 연단 위에는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대형 황색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송요선인은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하며 대충 결재 도장을 찍었고, 팽무도는 황금 용 안전모를 쓴 채 위엄 있게 참풍도를 땅에 짚으며 서명했다. 박만수 이장 역시 떨리는 손으로 마을 도장을 찍었다.


[띵! 천운종 외문 - 오가촌 민관 합동 ‘천운산 안전 협의회’가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재난 예방 네트워크 구축 점수: +150]

[지역 주민 신뢰도: 극대화]


“출범식이 끝났으니, 즉시 대규모 접지 공사를 개시하겠습니다. 기동대, 구리 피뢰침 자재를 운반하십시오!”


지훈의 명령에 노란 조끼를 입은 기동대원들과 오가촌의 튼튼한 장정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당철진이 대장간에서 녹여 만든 두꺼운 구리 피뢰침들과, 무간검선에게 압수한 보검 ‘유성검’을 분해해 만든 초고전도 전도체 자재들이 수레에 실려 마을 곳곳으로 운반되었다. 유성검에는 여전히 지훈이 붙여둔 ‘항공 안전법 위반 딱지’가 부착되어 있어, 검에 깃든 난폭한 어검 영력이 완전히 동결된 채 순수한 초전도 구리 막대기 역할만 수행하고 있었다.


“자! 기둥을 세우고 접지선을 땅속 깊이 묻어라! 돌더미를 단단히 다져야 무너지지 않는다!”


강두찬이 우렁찬 목소리로 지휘하며 철거용 해머로 땅을 다졌다. 마을 장정들은 도사들이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수선 세계 역사상 고고한 수선자들이 범인들의 마을을 위해 직접 삽질을 하고 피뢰침을 세워주는 일은 전무후무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마을 장수이자 훈장인 심봉사(Shim Bong-sa)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공사 현장으로 난입했다.


“멈추어라! 이 불효막심한 놈들아! 감히 하늘의 번개를 다스리겠답시고 지붕 위에 뾰족한 구리 막대기를 꽂다니! 이것은 천도의 분노를 자극해 온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 불효 막대기다! 당장 철거해라!”


심봉사는 돋보기안경이 없어 눈을 침침하게 뜨고 헛손질을 하며 피뢰침을 붙잡고 늘어졌다. 전형적인 미신과 안전 불감증에 찌든 노인의 억지였다.


지훈은 차분하게 다가가 품속에서 장서각의 구영감에게 얻은 ‘돋보기안경 법기’를 꺼냈다.


“심 훈장님. 이 안경을 한번 써 보십시오. 그리고 이 피뢰침 설계 도면의 글자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어라? 글자가 왜 이렇게 크게 보이는 게냐? 오오! 이 획의 흐름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는구나!”


심봉사는 안경을 쓰자마자 신세계를 경험한 듯 입을 떡 벌렸다. 지훈이 도면을 가리키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피뢰침은 하늘을 찌르는 막대기가 아니라, 낙뢰의 과전류를 흡수하여 절연 고무 장화를 신은 대지로 무해하게 방전시키는 과학적 방재 설비입니다. 훈장님께서 이 안경을 쓰시고 아이들에게 ‘재난 대피 가이드북’을 직접 가르쳐 주셔야 오가촌의 미래가 안전해집니다.”


“오오…… 천계의 학문이 담긴 안경이로다! 지 감찰관, 내가 무지했네! 이 피뢰침이야말로 마을을 살릴 신성한 수호 도구일세! 내 당장 학당의 아이들에게 안전 수칙을 가르치겠네!”


심봉사는 돋보기안경 선물에 완전히 설득당해, 피뢰침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안전 전도사로 즉각 전향했다. 구경하던 마을 백성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공사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었다. 대연무장에서 새어 나오던 영수 배관은 정밀하게 유도되어 오가촌의 메마른 저수지로 연결되었고, 마을의 모든 목조 가옥 지붕 위에는 유성검의 정수가 담긴 구리 피뢰침이 당당하게 솟아올랐다.


그리고 지훈이 마지막으로 마을 공동 우물가에 미끄럼 방지 고무 매트를 깔고 철제 안전 펜스를 단단히 고정하는 순간.


쿠르르르릉——!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천운산 만뢰곡 방향에서 시커먼 가을철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먹구름 사이로 푸른빛의 낙뢰가 무섭게 스파크를 일으키며 대지를 위협했다.


“앗! 번개다! 하늘의 분노가 몰려온다!”


주민들이 겁에 질려 머리를 감싸 쥐었다.


콰르릉—— 쾅!


수만 볼트의 가공할 자연 낙뢰가 오가촌 중앙 광장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예년 같았으면 민가 서너 채를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었을 무시무시한 번개였다.


그러나 번개가 마을 지붕에 도달하는 찰나, 지붕 위에 솟아 있던 유성검 피뢰침이 눈부신 전도 오라를 뿜어냈다. 수만 볼트의 낙뢰 에너지가 피뢰침 끝으로 빨려 들어가듯 흡수되더니, 두꺼운 구리 접지선을 타고 오가촌 지하 깊숙한 방전 점토층으로 흔적도 없이 흘러 들어가 소멸해 버렸다.


파지직…….


마을은 단 한 줌의 불꽃도 피어오르지 않고, 지극히 평온했다.


“……어? 우리 집이 안 탔어!”


“번개가…… 번개가 땅속으로 사라졌다! 진짜로 하늘의 분노를 막아냈어!”


주민들이 웅성거리다가 이내 대연무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지르며 노란 조끼를 입은 지훈을 향해 만세를 외쳤다.


“오지훈 감찰관님 만세! 천운산 안전 협의회 만세!”


오필두는 아들이 도사들에게 칼을 맞기는커녕, 온 마을 백성들과 장로들에게 경배를 받는 위대한 영웅이 된 모습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에구구, 내 자식이 진짜로 하늘의 재앙을 막아내는 위대한 관리가 되었구나……! 여보, 우리 지훈이가 해냈소!”


그 순간, 지훈의 시야 중앙에 눈부신 황금빛 시스템 알림창이 대대적으로 점멸하며 웅장한 천상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띵! 민관 합동 재난 방지 프로젝트 대성공!]

[오가촌 낙뢰 화재 위험도: 99% -> 0% (완전 소멸)]

[오가촌 우물가 낙상 사고율: 0% 달성]

[수선 세계 최초의 ‘지속 가능한 민관 안전 협의체’ 구축 성공 공로 정산]

[획득한 천도 공덕 마일리지: +15,000포인트!]

[현재 잔고: 37,000포인트!]


지훈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안경을 고쳐 썼다. 37,000포인트라는 거금의 마일리지는 향후 더 큰 규모의 불법 시설을 단속할 강력한 행정적 무기가 될 터였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훈이 주민들의 환호에 답하며 서류첩을 정리하려던 바로 그 순간, 그의 시야 우측 하단에 핏빛처럼 붉은 초대형 경고창이 점멸하며 요란한 비상 사이렌 소리가 그의 뇌리를 때렸다.


[!!! 긴급 중대 재해 경보 !!!]

[지점: 문파 동편 깊은 산속, 폐쇄된 고대 영석 광산]

[재난 유형: 가혹한 교관 독고악의 강제 채굴 지시로 인한 갱도 지반 E등급(극위험) 붕괴 사고 발생 임박!]

[위험도: 99.9% (실시간 카운트다운 시작)]

[매몰 예상 인원: 천운종 외문 잡역부 연합 대원 수십 명!]


지훈의 안경 렌즈 너머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하급 잡역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익을 챙기려는 악질 교관의 탐욕이 지하 깊은 곳에서 거대한 붕괴 참사를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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