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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꼰대 장로와 황금 용 안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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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장로님. 기개도 좋으시지만, 지금 머리 상태가 아주 심각한 ‘두피 노출 극위험군’이시군요.”


대연무장 중앙 광장의 단상 위. 지훈의 나직하면서도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가 영력 확성기를 타고 광장 전체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순간, 수천 명의 외문 제자들과 잡역부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기개로 하늘을 찌를 듯한 결단기 초입의 전투 장로, 팽무도의 거대한 청룡도 ‘참풍도’가 지훈의 목전에서 서슬 퍼런 안광을 뿜어내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장로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도풍(刀風)에 지훈의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 자락이 사정없이 펄럭였다. 보통의 하급 잡역부라면 그 기세만으로도 무릎을 꿇고 각혈을 했겠지만, 지훈의 몸 주변을 감싼 반투명한 황금빛 천도의 행정 가호막은 장로의 살기를 무해하게 사방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네, 네놈이 지금 뭐라고 지껄였느냐……?”


팽무도의 짙은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형형한 안광이 지훈의 안경 렌즈를 정조준했다.


지훈은 차분하게 안경테를 가볍게 밀어 올렸다. 그의 시야에는 여전히 팽무도의 두피 상태를 나타내는 적색 시스템 경고창이 미친 듯이 점멸하고 있었다.


[대상: 팽무도 장로의 두피 상태 스캔 완료]

[위험 등급: E등급 (극위험 - 모근 괴사율 92%)]

[진단 결과: 상투를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틀어쥐어 중력과 인장력의 한계를 시험 중. 가벼운 외부 충격이나 풍압 발생 시 상투가 통째로 뜯겨 나가 대머리가 천하에 노출될 위험도 99.8%]

[권고 조치: 즉각적인 두피 보호 장비 착용 및 고열 노출 금지]


지훈은 품속의 붉은 볼펜을 꺼내 ‘딸깍’ 소리가 나도록 누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로님. 저는 안전감독관으로서 사실만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현재 장로님의 상투는 붉은 비단 끈의 장력에만 의지해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모근의 지지력이 이미 한계 수치를 초과한 상태인데, 그렇게 무거운 참풍도를 휘두르며 풍압을 일으키시면 역학적 과부하로 인해 상투가 비상(飛翔)하게 됩니다. 즉, 대머리가 되신다는 뜻입니다.”


“이, 이이이……!”


팽무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가 어깨에 멘 청룡도가 부르르 떨리며 대지에 얕은 균열을 일으켰다. 장로로서 평생 쌓아온 위엄과 기개가 일개 잡역부 출신의 감찰관 입에서 나온 ‘대머리’라는 단어 한 방에 무너져 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관중석 구석에서 자신의 노란색 안전모를 소매로 정성스럽게 닦고 있던 무모한 검사, 마태풍이 눈을 반짝이며 단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장로님! 오 감찰관님의 말씀은 구구절절 옳으십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머리에 투구를 쓰는 것을 나약함의 증거라 여겼으나, 비수 폭포에서 집채만 한 낙석을 머리로 받아낸 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안전모야말로 천계의 공학 법칙이 깃든 무사의 진정한 수호구입니다! 장로님의 소중한 머리…… 아니, 기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즉시 착용하셔야 합니다!”


“닥쳐라, 마태풍!”


팽무도가 사자후를 토해냈다.


“내문으로 올라올 천재 검사라 믿었거늘, 머리에 노란색 양은 냄비를 쓰고 돌아다니며 장로를 조롱하다니! 네놈의 검사의 기개는 그 냄비 속으로 다 들어가 버린 게냐!”


“냄비가 아니라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입니다, 장로님! 이 턱끈의 견고함과 내장재의 충격 흡수율을 보십시오!”


마태풍이 턱끈을 딸깍거리며 안전모의 위용을 자랑하자, 팽무도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참다못한 팽무도가 청룡도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내 오늘 이 해괴망측한 단속 사무소와 노란 조끼 놈들을 단숨에 베어 문파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다!”


결단기 고수의 무시무시한 도광(刀光)이 대연무장 하늘을 가르려던 그 순간, 지훈이 단상에서 내려와 팽무도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팽무도만 들을 수 있도록 아주 나직하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장로님. 잠시 공무상 비밀 면담을 신청합니다. 제 목을 베시는 건 자유이나, 칼을 휘두르기 위해 영력을 제어하는 순간 장로님의 정수리 부근에 가해지는 풍압이 시속 80km를 돌파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그 붉은 비단 끈으로 겨우 고정해 둔 가발과 상투가 전 제자들 앞에서 시원하게 날아가 버릴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


팽무도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우뚝 멈췄다.


공중을 가르려던 참풍도의 칼날이 허공에서 웅웅거리며 미세하게 떨렸다. 팽무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지진을 일으키며 지훈의 안경 너머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려 하얀 수염을 타고 떨어졌다.


“너, 너…… 그걸 어떻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위험 요소를 스캔하는 것이 본업인 안전감독관입니다. 장로님의 사회적 지위와 위엄이라는 ‘정신적 자산’이 대중 앞에서 붕괴할 위험도가 현재 99.8%입니다. 이대로 대련을 강행하시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현명한 행정적 타협을 보시겠습니까?”


지훈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공무원의 자비롭고도 깐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팽무도의 침묵이 길어졌다. 그의 손아귀에 쥔 청룡도 자루가 바르르 떨렸다. 만약 여기서 칼을 휘둘렀다가 상투가 날아가 대머리가 드러난다면 장로회에서의 입지는 물론이고, 평생 쌓아온 무림의 명성이 순식간에 개그 캐릭터로 전락할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개 잡역부 출신의 감찰관 앞에서 순순히 물러서자니 장로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팽무도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귓속말로 웅얼거렸다.


“내, 내 비록 머리숱이 조금…… 아주 조금 부족하긴 하나, 그렇다고 저 기괴한 노란색 냄비를 머리에 얹고 장로의 위엄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저 노란색은 내 도포 색깔과 전혀 맞지 않는단 말이다!”


지훈은 팽무도의 내적 갈등 원인이 단순한 기개 타령이 아닌, ‘패션과 대머리 노출’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찌질한 콤플렉스에 있음을 완벽하게 간파했다. 지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전기를 켰다.


“당철진 어르신. 준비한 ‘그 물건’을 가져와 주십시오.”


잠시 후, 연무장 뒤편에서 그을린 하얀 수염을 흩날리며 늙은 대장장이 당 어르신이 웅장한 비단 상자 하나를 소중하게 안고 단상 위로 걸어왔다. 당철진의 눈빛에는 장인으로서의 깊은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오 감찰관이 설계하고, 이 늙은이가 밤새 철광석을 제련해 만든 최고의 걸작이네. 팽 장로, 자네의 그 고집스러운 머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네.”


당철진이 비단 상자의 뚜껑을 천천히 열었다.


순간, 상자 내부에서 눈이 멀 것 같은 황금빛 영기가 대연무장 광장 전체를 환하게 비추었다. 주변에 서 있던 제자들이 “오오오!” 하며 눈을 가렸고, 마태풍은 “저, 저것은……!” 하며 침을 흘렸다.


상자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일반적인 노란색 플라스틱 안전모가 아니었다.


순수한 황금빛 강철로 제련되어 번쩍이는 표면에는, 금실로 수놓은 웅장한 황금 용(黃金 龍)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투구의 상부에는 장로의 상투를 완벽하게 수용하면서도 강력한 인장력으로 고정해 줄 ‘상투 전용 락킹(Locking) 홈’이 기하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넓은 챙은 이마와 관자놀이를 완벽하게 감싸 receding hairline(M-자 탈모)과 측면의 빈 공간을 절대적으로 은폐해 주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전쟁의 신이 쓸 법한 웅장하고도 화려한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 - 황금 용 에디션’이었다.


“오오…… 저, 저것은 장로의 투구인가?”

“쓸데없이 너무 멋지잖아!”


제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지훈이 황금 용 안전모를 들어 올리며 설명했다.


“낙석 대비용 강철 안전모 황금 용 에디션입니다. 당철진 어르신의 특제 제련법으로 제작되어 결단기 고수의 충격도 분산시키며, 내부에는 고밀도 충격 흡수재가 장착되어 뇌진탕을 100% 예방합니다. 무엇보다…… 이 상부의 용 입 모양 장치에 상투를 고정하시면, 태풍이 불어도 상투가 절대 날아가지 않는 ‘절대 고정 특허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팽무도의 안광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저것이다. 저 투구라면 대머리를 완벽하게 감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장로들 앞에서 “이것은 천계의 비술이 담긴 황금 용 투구다!”라며 자랑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팽무도의 침샘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림의 전투 장로였다. 마지막 체면을 지키기 위해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청룡도를 곧게 세웠다.


“흠, 흠! 내 비록 이 무구의 수려한 외형은 인정하나, 무림의 장로가 어찌 겉멋만 보고 장비를 택하겠느냐! 이 투구가 정말로 내 머리를 지킬 만큼 견고한지, 그리고 네놈이 말하는 ‘안전의 도’가 결단기의 일격을 버텨낼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팽무도가 청룡도를 지훈을 향해 겨누며 우렁차게 외쳤다.


“좋다! 오지훈 감찰관! 네놈이 이 연무장에서 나와 공식적인 무구 검증 대련을 펼치자! 네놈의 그 신비한 방어막과 이 황금 용 투구가 내 참풍도의 일격을 버텨낸다면, 내 기꺼이 이 투구를 머리에 쓰고 외문의 안전 교육을 공식 인정하마! 하지만 버텨내지 못한다면 즉시 단속 사무소를 철폐하라!”


팽무도의 호기로운 제안에 대연무장의 수천 제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장로로서의 체면을 지키면서도 합법적으로 황금 용 안전모를 손에 넣기 위한 꼰대 장로의 필사적인 타협안이었다.


지훈은 안경 너머로 팽무도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품속의 빨간 볼펜을 천천히 딸깍거렸다.


“좋습니다, 장로님. 규정 준수를 위한 공식 무구 성능 검증 대련이라면 기꺼이 응해 드리지요. 단, 대련 중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 예방 조치는 제 통제하에 진행됩니다.”


천운종 외문을 뒤흔들 또 다른 기묘한 행정 대결의 서막이, 황금빛 안전모의 광채 속에서 서서히 타오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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