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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횡령 장부와 안전 보조금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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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태가 쓰러지며 흘린 황동 열쇠 꾸러미가 바닥에 떨어져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둔탁하고 맑은 금속음은 지하 연단실의 옅은 연기 속으로 낮게 퍼져나갔다.


지훈은 허리를 숙여 그 열쇠 꾸러미를 주워 올렸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고철 덩어리 같았으나, 손끝에 닿는 순간 찌릿한 마력 도선이 느껴졌다. 지훈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위험 요인 투시안, 기동.”


지훈의 시야가 순식간에 에메랄드빛 격자무늬로 전환되었다. 황동 열쇠의 마력 도선이 지하 연단실의 두꺼운 돌벽을 뚫고, 외문 서무처의 가장 깊은 곳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선명한 붉은 실루엣이 그의 시야에 투시되었다. 그 붉은 선의 종착지는 다름 아닌 외문 집행당의 전임 집행당주이자 부패한 행정관, 사마도의 개인 침실 천장 뒤 세 번째 대들보 틈새였다.


그곳에는 사마도가 문파 예산을 빼돌려 기록해 둔 진짜 이중 장부의 위치가 붉은 빛으로 선명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지훈은 붉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강 조장님, 마진태 씨의 신병을 확실히 인도하여 사법당으로 압송하십시오. 우리는 지체 없이 외문 집행당으로 이동합니다.”


옆에서 그을린 안전 조끼를 털어내던 기동대장 강두찬이 눈을 부릅뜨며 대형 단속 방패를 고쳐 잡았다.


“안전! 형님, 집행당이라면 그 탐욕스러운 사마도가 있는 곳 아닙니까? 그자가 벌써 마진태의 구속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서둘러야 합니다. 부패한 관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꼬리가 밟히는 순간 서류부터 찢고 도망친다는 점이죠. 행정 감사관의 사명은 피의자가 비자금 장부를 화로에 던지기 전에 들이닥치는 법입니다.”


지훈은 단호한 발걸음으로 지하 연단실을 나섰다.


* * *


외문 집행당 처소, 사마도의 개인 침실.


“이, 이 무식한 불곰 같은 마진태 놈이 결국 대형 사고를 쳤구나!”


사마도는 기름진 얼굴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침상 위에 올려둔 가죽 자루에 고순도 영석과 희귀 약재들을 마구 쓸어 담고 있었다. 지하 연단실이 폭주하여 마진태가 압송되었다는 전령의 급보를 받은 직후였다.


그 잡역부 출신의 미친 감찰관 오지훈이 이끄는 기동대가 다음으로 노릴 곳이 어디인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내 은닉 결계는 완벽하다. 침실 천장 뒤 대들보 틈새는 내 결단기 수준의 마법으로 숨겨두었으니, 그 하찮은 9급 잡역부 놈이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장부가 들통나면 내 목숨은 끝이다. 일단 짐부터 싸서 문파를 빠져나가야…….”


사마도가 다급하게 천장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육중한 침실 목조 문이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안쪽으로 사정없이 나뒹굴었다. 부서진 문짝 너머로 눈이 멀 것 같은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의 불빛이 침실 내부를 환하게 비추었다.


“소방기본법 및 시설물 안전 점검 규정에 의거, 특별 소방 및 안전 점검을 실시합니다. 사마도 집행관님, 야간에 짐을 싸시는 걸 보니 피난 대훈련이라도 준비 중이셨습니까?”


지훈이 붉은 볼펜을 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돌리며 침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등 뒤에는 우악스러운 턱관절을 다잡은 거구의 강두찬과 기동대원들이 철제 방패를 든 채 삼엄하게 도열했다.


“너, 너희 이 무례한 잡역부 놈들이 감히 집행당주의 사적인 처소에 무단으로 침입하다니! 장로회에 고발하여 전원 파면을 시키겠다!”


사마도가 가죽 자루를 등 뒤로 숨기며 뱀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그러나 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행정 수첩을 펼쳤다.


“천운종 외문 안전 규정 제45조에 따르면, 화재 위험 물질 은닉 및 예산 횡령의 의혹이 있는 고위험 구역은 감찰관의 판단하에 예외 없이 즉각적인 불시 압수수색 및 안전 점검이 가능합니다. 특히 귀하의 침실은 현재 대들보 하중 불균형으로 인한 붕괴 위험 등급 E등급(극위험)으로 판정되었습니다.”


“하, 하중 불균형이라니! 내 방은 멀쩡하다! 당장 나가지 못할까!”


“멀쩡하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지훈이 고개를 들어 천장의 세 번째 대들보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 세 번째 대들보 우측 틈새에 비정상적인 마력 과부하 반응이 잡힙니다. 건물 구조 안전을 해치는 불법 은닉 결계로 판단됩니다. 강 조장님, 철거하십시오.”


“안전! 철거 개시합니다!”


강두찬이 씩 웃으며 철거용 대형 해머를 들어 올렸다. 사마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멈, 멈추어라! 저곳은 고대의 강력한 방어 결계가 걸려 있어 너희 같은 축기기 조무래기들이 손을 대는 순간 영맥이 뒤틀려 폭사할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 열쇠를 쓰면 되겠군요.”


지훈이 품속에서 마진태에게 압수한 황동 열쇠 꾸러미를 꺼내 흔들었다. 열쇠 꾸러미가 짤랑거리자, 천장 대들보 뒤에 걸려 있던 은닉 결계의 붉은 마력 선들이 공명하듯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지훈이 열쇠를 공중에 대고 반시계 방향으로 가볍게 돌리자, 천장을 가로막고 있던 투명한 장벽이 ‘스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쿵!


결계가 해제됨과 동시에, 대들보 틈새에서 먼지와 함께 붉은 가죽 주머니와 두꺼운 장부책 한 권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사마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그가 평생 공들여 작성한 외문 예산 횡령 내역이 담긴 ‘진짜 이중 장부’였다.


“이, 이건…… 이건 단순한 장부가 아니라, 문파 집행당의 공식 회계 자료다! 감찰관이 함부로 압수할 수 없다!”


사마도가 다급하게 바닥으로 몸을 날려 장부를 움켜쥐려 했다. 그러나 지훈의 걸음이 한발 더 빨랐다. 지훈은 구두 굽으로 장부의 모서리를 단단히 밟아 고정했다.


“사마도 집행관님. 공직자 윤리법 및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 그리고 문파 안전 보수 기금 일만 영석 무단 횡령 혐의가 현장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이 장부에 기록된 예산 횡령 내역과 마진태 장로에게 매달 상납한 뇌물 목록은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물증입니다.”


“오, 오 감독관…… 이보게, 지훈이!”


막다른 길에 몰린 사마도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지훈에게 다가왔다. 그는 소매 속에서 번쩍이는 고순도 영석 주머니를 슬쩍 꺼내 지훈의 손에 쥐여주려 했다.


“우리 좋게 좋게 가세. 이 장부에 적힌 비자금 중 절반…… 아니, 70%를 자네에게 주겠네! 이 장부만 눈감아 준다면 자네는 평생 수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막대한 영석을 얻게 되는 거야. 어때, 하급 잡역부로 썩기에는 자네의 재능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부패한 관료의 전형적인 회유책이었다. 그러나 지훈의 몸 주변으로 황금빛 기운이 파르르 떨리며 웅장하게 피어올랐다.


[우주 행정안전의 가호: 청렴 심판 오라(Integrity Judgment Aura)를 전개합니다.]

[효과: 범위 내에서 부정청탁을 시도하거나 뇌물을 공여하려는 자의 영력과 신체를 강제로 결박합니다.]


우웅——!


지훈의 노란색 형광 조끼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황금빛 오라가 순식간에 침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사마도가 뇌물 주머니를 건네려던 손길이 공중에서 굳어버렸고, 그의 단전에서 흘러나오던 축기기 5성의 영력이 천도의 청렴한 기세에 눌려 완벽하게 동결되었다.


“끄으으…… 몸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비술이란 말이냐!”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 금품등의 수수 금지 위반입니다. 현 시간부로 사마도 집행관의 직무를 영구 정지하며, 횡령한 전 재산과 비자금을 천도의 이름으로 공식 압류합니다.”


지훈은 품속에서 빨간색 ‘직무 정지 및 자산 압류’ 딱지 한 장을 꺼내 사마도의 이마에 쾅 하고 붙였다. 딱지가 이마에 닿는 순간, 사마도의 전신을 황금빛 쇠사슬이 얽어매며 그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사마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풀썩 주저앉았다.


[띵! 부패한 행정관 사마도 탄핵 및 진짜 이중 장부 회수 완료!]

[천도 안전 마일리지 3,000포인트 적립!]

[현재 잔고: 17,000포인트]

[압수된 횡령 자금 일만 영석이 외문 행정 재정으로 공식 환원되었습니다!]


“후우, 예산 확보 완료.”


지훈은 이중 장부를 품속에 넣으며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전생에 예산 부족을 핑계로 안전모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죽어갔던 노동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이 문파에서는 그런 비극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 * *


다음 날 아침, 외문 최고 책임자 송요선인의 개인 정자.


“오오오! 지훈아! 내 사랑스러운 감찰관아!”


송요선인은 술병을 팽개쳐두고 지훈의 손을 꽉 쥐며 주름진 얼굴 가득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에는 상급 동역 연맹 사법당에서 파견된 전령이 전해준 번쩍이는 황금빛 표창패가 들려 있었다.


“내 평생 장로 생활을 하며 상부 맹회로부터 ‘올해의 행정 우수 표창’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정자 그늘에서 낮잠을 자며 네가 가져온 서류에 도장을 찍어준 것뿐인데! 연맹 맹주께서 직접 내 게으름…… 아니, 내 묵묵한 행정적 지원을 극찬하셨다니!”


“장로님의 전폭적인 결재와 신뢰 덕분입니다. 행정의 기본은 결재권자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이니까요.”


지훈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자, 송요선인은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였다.


“암! 그렇고말고! 앞으로 외문에서 벌어지는 모든 안전 단속과 예산 집행은 네 뜻대로 하거라! 내 결재 도장은 언제든 네 사무실에 열려 있으니, 내문의 어떤 꼰대 장로가 시비를 걸든 내 이름을 팔아 쫓아내 버려라!”


송요선인은 지훈에게 ‘외문 행정 및 재정 전권 위임장’을 추가로 작성해 주며 기분 좋게 낮잠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이로써 지훈은 외문 내에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완벽한 정치적 방패막이를 확보하게 되었다.


* * *


같은 시각, 천운종 외문 대연무장.


수천 명의 외문 제자들과 잡역부들이 대연무장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소라면 무질서하게 칼을 휘두르며 피를 흘리던 대련장이었으나, 오늘만큼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연무장 중앙단 위에는 노란색 ‘안전제일’ 대형 현수막이 웅장하게 걸려 있었고, 지훈이 설계하고 당철진이 제작한 노란색 강철 안전모와 안전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훈은 단상에 올라 영력 확성기를 잡았다. 그의 목소리가 연무장 전체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외문 제자 및 잡역부 동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외문 안전 감찰관 오지훈입니다.”


웅성거리던 제자들이 일제히 지훈을 주목했다. 이미 마진태 장로의 폭주를 막아내고 부패한 사마도를 단숨에 파면시킨 지훈의 명성은 외문 내에서 신화에 가까웠다.


“우리는 그동안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야만적인 가스라이팅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천도의 진정한 도(道)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에 본 감찰관은 사마도 전 집행관으로부터 압수한 횡령 자금 전액을 여러분의 복지로 환원하고자 합니다.”


지훈이 행정 수첩을 들어 올렸다.


“오늘부터 외문 전역에 ‘안전 보건 보조금 회유책’을 실시합니다! 기초 안전 교육 이수증을 지참하고, 대련 및 작업 시 안전모와 안전화를 상시 착용하는 모든 제자들에게 매달 일인당 ‘하급 영석 10개’의 안전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겠습니다!”


순간, 대연무장 전체에 정적이 흘렀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매달 뼈가 빠지게 일하고 목숨을 걸고 수련해도 문파에서 던져주던 영석은 고작 서너 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저 머리에 노란 헬멧을 쓰고 안전화를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석 10개를 준단 말인가?


“이, 이게 정말이냐? 진짜로 영석 10개를 준다고?”


한 잡역부가 조심스럽게 단상 앞으로 나아가 안전모를 머리에 쓰고 이수증을 대조했다. 표진수가 신속하게 장부를 대조하고 주머니에서 맑게 빛나는 영석 10개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짤랑.


영석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조용한 연무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수천 명의 군중이 일제히 광포한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오지훈 감찰관님 만세! 안전제일 만세!”

“머리가 깨져도 안전모는 쓴다! 아니, 대가리가 깨지지 않기 위해 안전모를 쓴다!”

“내 평생 이런 자비로운 문파 복지는 처음 본다! 안전모 어딨냐! 당장 내놔라!”


제자들은 서로 먼저 안전모를 쓰겠다며 아우성을 쳤고, 연무장은 순식간에 노란색 헬멧을 머리에 얹은 제자들의 거대한 노란색 물결로 뒤덮였다. 마태풍은 옆에서 자신의 안전모를 소매로 정성스럽게 닦으며 “이것이야말로 검사의 진정한 멋이자 천도의 가호다!”라며 제자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안전 보조금이라는 강력한 행정적 회유책 앞에, 그동안 고집스럽게 안전 장비를 거부하던 제자들의 오만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사망률 0%를 향한 지훈의 안전 문파 개조 사업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는 듯한 축제의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쿠르릉——!


맑은 가을 하늘에서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대연무장 상공의 기류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결단기 고수의 무시무시한 살기와 기세가 연무장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축제를 즐기던 제자들이 기겁하며 사방으로 물러섰고, 대연무장 중앙 광장의 지면이 쩍쩍 갈라지며 거대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흙먼지를 뚫고 나타난 것은 거대한 청룡도(靑龍刀)를 어깨에 멘 웅장한 체구의 노인이었다.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형형한 안광을 번뜩이는 전투 장로, 팽무도(Paeng Mu-do)였다.


팽무도는 어깨에 멘 청룡도를 바닥에 쾅 하고 내리찍었다. 대지가 흔들리며 무시무시한 도풍(刀風)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하찮은 잡역부 놈이 기괴한 법을 들여와 문파의 기강을 어지럽히는구나! 수선자란 모름지기 칼날 위를 걷고 뇌겁을 맨몸으로 버텨내며 기개를 증명해야 하거늘, 머리에 노란색 양은 냄비(안전모)를 쓰고 영석 몇 개에 영혼을 파는 나약한 꼬락서니라니!”


팽무도가 청룡도를 지훈을 향해 겨누며 산을 찢을 듯한 사자후를 토해냈다.


“안전모 착용은 무림의 수치다! 당장 이 해괴망측한 단속 사무소를 철폐하고 냄비들을 치우지 않으면, 내 이 청룡도로 네놈의 목을 베어 문파의 기개를 바로잡을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결단기 전투 장로의 압도적인 위압감 앞에 제자들은 숨을 죽인 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러나 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분하게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의 눈동자가 에메랄드빛 격자무늬로 뒤덮이며 팽무도의 온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밀 스캔하기 시작했다.


“위험 요인 투시안, 가동.”


지훈의 시야에 팽무도의 신체 정보가 붉은색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의 머리 윗부분, 억지로 높게 틀어쥐어 붉은 비단 끈으로 단단히 동여맨 상투 주변에 극도로 불안정한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는 것이 보였다.


[대상: 팽무도 장로의 두피 상태 스캔 완료]

[위험 등급: E등급 (극위험 - 모근 괴사율 92%)]

[진단 결과: 상투를 억지로 틀어쥐어 탈모를 감추고 있으나, 가벼운 미풍만 불어도 상투가 통째로 뜯겨 나가 대머리가 천하에 노출될 위험도 99.8%]

[경고: 두피 보호 및 체면 유지 장치 부재로 인한 정신적 붕괴 위험 매우 높음]


지훈은 붉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팽무도의 빛나는 이마 경계선을 노려보았다. 안경 너머 지훈의 눈빛에 악성 민원인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포착한 공무원의 묘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아…… 장로님. 기개도 좋으시지만, 지금 머리 상태가 아주 심각한 ‘두피 노출 극위험군’이시군요.”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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