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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안전 비상구의 절대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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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 늦었다! 이미 적양가마의 영맥은 내 심맥과 완전히 동조되었다! 감압을 하든 가마를 멈추든, 내 심장이 멈추는 순간 이 지하 연단실과 저 위의 하찮은 외문 놈들까지 전부 백색 화염에 녹아내려 재가 될 것이다!”


지하 연단실의 무너진 석문 사이로 마진태의 광기 어린 외침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단전에서 흘러나온 붉은 금단기의 기운이 적양가마의 표면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가마 내부의 화염 영기가 임계점을 돌파하자, 가마 곳곳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며 백색의 화염 폭풍이 거세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형님! 열기가 너무 강합니다! 제 방패가 녹아내릴 것 같습니다!”


기동대장 강두찬이 그을린 노란색 안전 조끼를 펄럭이며 대형 철제 단속 방패를 앞세웠지만, 금단기 고수의 자폭 기운이 실린 백색 화염은 축기기 초입의 방패마저 붉게 달구며 녹여버릴 기세였다. 당철진 역시 시커멓게 탄 수염을 움켜쥔 채 뜨거운 열풍에 비틀거렸다.


하지만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입은 오지훈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안경 렌즈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고 있었다.


[경고: 적양가마 폭주 및 대폭발 임박!]

[실시간 대참사 위험도: 99.9% (극위험)]

[위반 사항: 고압 가스 용기 무단 개조 및 안전 대피로 미확보]


“마진태 장로님.”


지훈이 영력 확성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매일 아침 동사무소에서 진상 민원인을 상대하던 주무관 특유의 건조하고 피로에 지친 목소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귀하는 현재 소방기본법 제12조 화재 예방조치 명령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안전조치 의무 위반 현행범입니다. 특히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대피로를 확보하지 않고 무단으로 위험 물질을 폭주시키는 행위는 중대재해 처벌법상 즉각적인 행정 제재 및 강제 폐쇄 대상입니다.”


“이 정신 나간 잡역부 놈이 끝까지 기괴한 주문을 외우는구나! 다 같이 죽자고 했을 텐데!”


마진태가 광소하며 수인을 맺자, 가마의 균열 틈새에서 마침내 집채만 한 백색 화염 폭풍이 용암처럼 쏟아져 나와 기동대원들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왔다. 연단실의 돌벽이 열기에 녹아내려 흘러내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지훈은 차분하게 품속에서 초록색 달리는 사람 모양이 선명하게 그려진 ‘비상구 표지판 스티커’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불타오르는 연단실 돌벽 정중앙에 쾅 하고 내리붙였다.


“우주 행정안전 규정집 제32조를 적용합니다. 비상구 결계 전개!”


웅——!


지훈의 외침과 동시에, 슬라이딩 도어처럼 부착된 초록색 비상구 스티커에서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에메랄드빛 결계막이 돔 형태로 세차게 솟구쳐 올랐다.


반투명한 황금빛 천도의 행정 가호막 위로 겹쳐진 초록색의 비상구 결계는, 순식간에 지훈과 기동대원들을 감싸 안으며 반경 3장의 구역을 완벽한 ‘절대 안전지대’로 선포했다.


콰아아아아앙——!


마진태가 방출한 백색의 화염 폭풍이 초록색 결계막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하 동굴 전체가 무너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으나, 결계막에 닿은 백색 화염은 대지를 파괴하는 대신 ‘치이이익’ 하는 무해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정화되기 시작했다.


파괴의 열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에메랄드빛 결계막 표면을 타고 흘러내린 화염은 아름다운 녹색 이슬과 야광 빛으로 변환되어 사방으로 평화롭게 흩날렸다.


“……어, 어라? 뜨겁지 않다?”


방패 뒤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강두찬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의 코앞까지 밀려왔던 지옥의 백색 화염이, 마치 봄날의 미풍처럼 무해한 초록색 정전기로 변해 그의 뺨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비술이란 말이냐! 내 금단기의 화염이 왜 한낱 초록색 불빛으로 변한단 말이냐!”


마진태가 눈을 부릅뜨며 각혈했다. 자신의 모든 영력을 쏟아부은 자폭 참격이 결계막에 닿아 한낱 불꽃놀이 수준으로 정화되는 광경은, 그의 수선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주적 불합리였다.


“소방안전 규정상, 공식 지정된 비상구 및 대피 경로 내부에서는 어떠한 물리적, 영적 살상용 에너지도 통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유해 인자는 무해한 환경 요인으로 변환되어 방전되는 것이 천도의 절대 법칙입니다.”


지훈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대답했다. 하지만 결계를 유지하는 동안 시야 우측 하단의 시스템 마일리지 수치가 무서운 속도로 차감되고 있었다.


[비상구 결계 유지 중…… 천도 안전 마일리지 1,500포인트 실시간 차감!]

[현재 잔고: 10,500포인트]


‘예산이 더 깎이기 전에 신속하게 화원을 진압해야겠군.’


지훈은 가방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차가운 동그란 구슬 하나를 꺼내 들었다. 당철진이 지훈의 도면을 바탕으로 물 속성 영석을 압축해 제작한 ‘투척식 영력 소화 탄환’이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화재의 초기 진압을 실시합니다. 투척식 영력 소화 탄환, 투하.”


지훈이 구슬을 적양가마의 열려 있는 연료 주입구 정중앙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포오옹.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푸른 구슬이 백색 화염이 끓어오르는 가마 내부에서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그 순간, 가마 내부에서 폭발적인 냉기 기운이 사방으로 방출되었다. 가마 전체를 집어삼키려던 백색 화염이 순식간에 푸른 서리에 덮여 얼어붙기 시작했다. 쩍쩍 갈라지던 황토 가마 표면 위로 하얀 성에가 돋아나며, 가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졌다.


콰과과극!


적양가마 내부의 과부하된 압력이 급격히 감압되며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부러질 듯 요동치던 압력 게이지의 바늘 역시 평온한 녹색 안전 구역의 제로(0) 지점에 힘없이 안착했다.


“커, 커헉……!”


가마의 가동이 강제로 중단되는 순간, 가마와 심맥을 동조시키고 있던 마진태의 가슴팍에서 끔찍한 파열음이 일어났다. 영력 역류로 인한 거대한 반동이 그의 온몸의 경맥을 사정없이 뒤흔든 것이다.


“내, 내 단전이…… 내 금단이……!”


마진태는 전신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으로 처참하게 쓰러졌다. 그의 S등급 금단기 영력은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단전이 완전히 깨져 폐인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지훈은 주저 없이 쓰러진 마진태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품속에서 붉은색 ‘공무집행방해 가중 처벌 고지’ 딱지 한 장을 꺼내 그의 이마에 쾅 하고 붙였다.


“천도 안전법 제21조 및 형법 제136조에 의거, 단속 업무를 무력으로 방해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도한 마진태 씨를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최종 구속합니다. 귀하의 영력과 신체 자유는 사법당의 공식 판결 전까지 영구히 동결됩니다.”


우릉——!


하늘에서 무시무시한 천도의 뇌성이 울리며, 마진태의 이마에 붙은 붉은 딱지 위로 굵은 황금빛 쇠사슬이 돋아나 그의 온몸을 미라처럼 결박했다. 마진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혼절했다.


[띵! 최종 보스 마진태 장로의 무단 가마 폭주 사고 진압 완료!]

[천도 안전 마일리지 5,000포인트 적립!]

[현재 잔고: 14,000포인트]

[외문 제1연단소의 안전 등급이 S등급(최우수)으로 격상되었습니다!]


“후우, 드디어 대형 산업 재해 하나를 완전히 막았군.”


지훈은 안경을 벗어 땀을 닦으며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툭.


그때, 쓰러진 마진태의 그을린 도포자락 품속에서 묵직한 황동 열쇠 꾸러미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짤랑거리는 쇳소리를 냈다.


지훈은 조용히 허리를 숙여 그 열쇠를 주워 올렸다.


“위험 요인 투시안, 기동.”


지훈의 눈이 다시 한번 에메랄드빛 격자무늬로 뒤덮였다. 황동 열쇠의 마력 도선이 벽면을 뚫고, 지하 통로를 지나 외문 서무처의 가장 깊은 곳, 부패한 행정관 사마도의 침실 천장 뒤 세 번째 대들보 틈새로 길게 이어져 있는 선명한 붉은 실루엣이 그의 시야에 투시되었다.


그곳에는 사마도가 문파 예산을 빼돌려 기록해 둔 진짜 이중 장부의 위치가 붉은 빛으로 선명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지훈은 붉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안경 너머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사마도 집행관님의 비밀 금고방.”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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