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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노란 조끼의 탄생과 첫 번째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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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라니. 미쳤군. 이건 거의 시한폭탄을 주방에 들여놓은 수준이잖아.”


오지훈은 흙먼지 묻은 잡역복을 펄럭이며 천운종 외문 식당인 ‘만복당(萬福堂)’을 향해 질주했다. 그의 시야 우측 하단에서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회전하며 뇌리를 때리고 있었다.


[경고! 만복당 주방 내 고압 연단용 가마솥 폭발 위험도 98.2% 돌파!]

[남은 시간: 12분 40초]

[사고 발생 시 예상 피해: 만복당 완전 소실, 반경 50미터 내 하급 잡역부 및 외문 제자 140여 명 즉사 혹은 중상. (산업재해 등급: 대형 참사)]


“대한민국이었으면 당장 영업정지에 소방서에서 소방차 서너 대는 출동했을 상황이다. 이 미친 선인 놈들은 대체 대가리에 뭐가 든 거야?”


지훈이 이빨을 갈았다. 전생에 건설 현장에서 안전 규정을 무시하던 무책임한 소장들을 상대하며 다져진 그의 직업병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때, 품속에 넣어두었던 고대 안전 석판의 영기가 지훈의 심장에 공명하며 머릿속에 새로운 알림을 띄웠다.


[단속 임무 개시에 따른 기본 행정 장비를 지급합니다.]

[보상 목록:]

1.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 (우주 행정안전부 공인 규격품)

2.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 (1롤)


[장비를 장착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장착해야지! 안전감독관이 현장에 맨몸으로 들어가는 거 봤어? 장착해!”


지훈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해진 잡역복 위로 황금빛 영기가 부드럽게 감돌았다. 이내 빛이 가라앉으며 지훈의 상체에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가 걸쳐졌다. 양어깨와 허리춤에는 은색 반사판이 굵직하게 박혀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시인성을 100% 보장하는 아주 훌륭한 대한민국 행정안전부 스타일의 조끼였다.


동시에 그의 허리춤에는 묵직한 가죽 릴이 장착되었는데, 그 안에는 ‘안전’과 ‘행정 통제’라는 붉은색 한자가 선명하게 인쇄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좋아, 장비는 갖춰졌다. 이제 공무 집행이다.”


지훈은 조끼의 앞 지퍼를 끝까지 올리며 만복당의 거대한 목조 문을 쾅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마자 지훈을 맞이한 것은 숨이 턱 막히는 시커먼 연기와 눈을 찌르는 매운 기운이었다. 환풍기 하나 없는 주방 내부에는 기름때가 벽면을 타고 흘러내려 시커먼 고드름처럼 맺혀 있었고, 바닥은 미끄러운 동물성 기름과 정체불명의 영약 찌꺼기가 뒤섞여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이 미끄러졌다.


“콜록! 콜록! 야, 불 좀 더 때 봐! 화력이 약하잖아!”


연기 속에서 산만 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가마솥 뚜껑만 한 손으로 대형 웍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외문 식당의 주방장인 장영식이었다. 연기 때문에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도 그는 주방 화재 위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요리용 화공(火功)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방 한가운데, 만복당의 모든 열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한 황토 가마솥이 보였다.


그 가마솥 앞에는 붉은색 가죽옷을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소녀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글거리는 화염 영기가 가마솥 밑바닥을 사정없이 달구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내문 장로의 제자이자, 속성 돌파를 위해 주방의 고열을 빌려 수련 중인 폭주 연단가, 화소저였다.


지훈은 즉시 ‘위험 요인 투시안’을 발동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주방의 풍경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다.


[대상: 화소저가 가동 중인 미인증 고압 황토 가마솥]

[위험 등급: D등급 (경계) -> 실시간 붕괴 위험 99.1% (폭발 임박)]

[위반 사항:

1. 고압 용기 안전 밸브 미장착 및 압력 게이지 부재.

2. 화재 경보기 및 스프링클러 진법 미설치.

3. 가연성 기름때 누적으로 인한 연쇄 화재 위험성 극대.]


가마솥의 표면에는 이미 미세한 균열이 쩍쩍 가며 붉은색 영기가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건 가마솥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영력 수류탄이었다.


“당장 멈추세요! 소방법 위반입니다!”


지훈의 목소리가 웅장한 영력과 함께 주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조끼의 가호 덕분인지, 그의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공적인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콜록! 뭐야? 어떤 놈이 주방에서 헛소리를…… 어라? 노란색 괴상한 옷을 입은 잡역부잖아?”


장영식이 눈을 비비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형광 조끼를 입은 지훈의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화소저 역시 수련의 흐름이 깨지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떴다. 그녀의 얼굴은 가마솥 매연 때문에 검댕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천한 잡역부 놈이 감히 내 수련을 방해해?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화소저가 차갑게 읊조리며 손끝의 화염을 더 세차게 뿜어냈다. 가마솥의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쿠르릉하는 불길한 소리가 주방 바닥을 울렸다.


“수련이 문제가 아닙니다, 자매님. 지금 사용하고 계신 가마솥은 고압 용기 안전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 불법 무인증 제품입니다. 압력 제어 밸브도 없고, 게이지도 없어요. 이대로 3분만 더 돌리면 이 주방은 물론이고 외문 전체가 날아갑니다!”


지훈은 품속에서 붉은색 영기가 감도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인쇄해 준 공식 양식이었다.


“천운종 소방 안전 규정 및 우주 행정안전법 제12조에 의거, 무인증 고압 용기 무단 사용 및 소방시설 미비 죄로 현 시간부로 ‘소방법 위반 딱지’를 발부합니다. 당장 화공을 중지하고 대피하십시오!”


“하! 딱지? 법? 미친놈이 분명하군.”


화소저는 코웃음을 쳤다.


“수선자가 하늘의 기운을 다루어 단약을 만들고 기개를 닦는데 무슨 법타령이냐! 이 가마솥은 내가 내문에서 직접 공수해 온 귀한 물건이다. 감히 잡역부 따위가 왈가왈부할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이글거리는 불꽃 송이가 지훈을 향해 날아왔다. 일반적인 잡역부라면 뼈도 추리지 못하고 재가 될 고열의 화공이었다.


“위험합니다!”


장영식이 비명을 지르며 웍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지훈은 피하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는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의 반사판이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우주 행정안전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공무 집행 중인 행정관을 향한 불법 무력 행위를 차단합니다.]


웅——!


지훈의 몸 주변으로 황금색 육각형 결계 장벽이 반투명하게 펼쳐졌다. 화소저가 날린 불꽃 송이는 그 장벽에 닿는 순간, 마치 물속에 던져진 불씨처럼 피식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 어라?”


화소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의 화공이 일개 잡역부의 기괴한 노란 옷에 막혀 무력화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장영식 역시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지훈을 바라보았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되었습니다, 화소저 자매님. 과태료 가산율이 적용되기 전에 순순히 조치에 따르십시오.”


지훈은 차분하게 걸음을 옮겼다. 기름때로 미끄러운 바닥이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기묘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행정관의 정당한 기세가 그를 붙잡아주고 있었다.


가마솥의 압력 게이지는 이미 레드존을 넘어 폭발 직전의 진동을 내뿜고 있었다. 지훈은 더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깨달았다.


“규정대로 집행하겠습니다.”


지훈은 허리춤에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스르륵 풀어냈다. 그리고 화소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폭주하는 가마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놈이 감히 내 영기 통로에 손을 대려 해?!”


화소저가 다급하게 영력을 끌어올려 지훈을 타격하려 했다. 하지만 지훈은 가호의 방어막을 믿고 과감하게 가마솥의 영력 주입구로 손을 뻗었다.


착!


노란색 안전 테이프가 가마솥의 핵심 영맥 주입구에 엑스(X)자 모양으로 달라붙었다.


그 순간, 가마솥을 이글거리게 만들던 붉은색 화염 영기가 마치 가위로 잘려 나간 것처럼 한순간에 뚝 끊겼다. 가마솥 내부에서 끓어오르던 엄청난 압력과 진동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지며,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이 측면의 미세한 틈새로 무해하게 빠져나갔다.


[시스템 알림: 불법 고압 용기 영력 공급 차단 성공!]

[폭발 위험도 12%로 급감. 현장 안전 확보 완료.]

[첫 번째 소방 안전 단속 성공으로 ‘천도 안전 마일리지’ 500포인트가 정산됩니다.]


“내…… 내 영력이 왜 안 움직이지?”


화소저는 손끝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마솥에 붙은 노란색 테이프가 발산하는 기묘한 율법의 힘이 그녀의 화공 연동 자체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랑이던 내문 비전 공법이 일개 잡역부의 노란 테이프 한 장에 완벽히 봉쇄당한 것이다.


그녀의 멘탈이 반쯤 붕괴한 순간이었다.


지훈은 가마솥 정면에 당당하게 붉은색 ‘소방법 위반 딱지’를 탁 붙였다. 그리고 주방 벽면에 쌓인 기름때를 향해서도 경고장을 부착했다.


“주방장 장영식 님, 그리고 화소저 자매님. 현 시간부로 만복당 주방의 불법 가마솥 가동을 중지합니다. 또한, 누적된 기름때로 인한 화재 위험 요소를 완전히 청소하기 전까지 이 구역에서의 모든 화공 사용을 금지합니다.”


지훈의 깐깐한 목소리가 연기가 걷히기 시작한 주방에 맑게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린 화소저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검댕이 묻은 얼굴 위로 그녀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비록 가마솥의 영력은 차단당했을지언정, 그녀의 체내에 잠재된 연기기 7성의 순수 영력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스르릉 일어났다. 그녀의 주변으로 아지랑이 같은 개인 화염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 잡역부 따위가 감히 내 가마에 딱지를 붙이느냐! 죽여버리겠다!”


화소저가 이빨을 갈며 지훈의 멱살을 잡을 듯이 손을 뻗는 순간, 만복당의 문이 다시 한번 쾅 열리며 험악한 기세가 주방을 덮쳤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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