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마진태의 마지막 도박, 불법 적양가마
천운종 외문 대연무장 상공을 피 빛으로 물들인 영기 기둥은 지독한 황화수소 냄새와 함께 대지를 뒤흔들고 있었다. 발밑에서 전해지는 불길한 진동은 단순한 지각 변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압 용기가 한계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지기 직전, 내부의 에너지가 사방으로 균열을 내며 울부짖는 파열의 전조였다.
“쿠구구구구……!”
연무장에 모여 있던 외문 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 흩어졌다. 방금 전까지 무간검선을 걸어서 퇴근시키며 통쾌해하던 감찰단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지훈은 안경다리를 치켜올리며 ‘위험 요인 투시안’을 발동했다. 그의 시야가 에메랄드빛 격자무늬로 전환되더니, 외문 북편 제1연단소 지하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거대한 붉은색 에너지 덩어리를 포착했다.
[긴급 재난 경보!]
[위험 시설: 마진태의 비밀 지하 연단실]
[핵심 위협: 미인증 초고압 용기 ‘적양가마’ 폭주]
[현재 압력 수치: 임계점 200% 돌파 (레드존 초과 진입)]
[폭발 예상 시간: 1시간 30분 뒤]
[사고 원인: 규격 미달의 고위험 인화 물질 ‘불안정한 화염 영석’의 무단 과다 투입]
“미친 꼰대 장로 놈이 결국 대형 사고를 치는군.”
지훈이 이빨을 갈았다. 전생에 건설 현장에서 공기 단축을 한답시고 안전 점검도 받지 않은 불량 가스통을 억지로 연결해 쓰다가 폭발 사고를 냈던 무책임한 현장 소장의 얼굴이 마진태의 오만한 얼굴 위로 겹쳐 보였다. 수선 세계의 장로들이라는 자들은 제자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문파 전체의 공공안전마저 자신의 사익을 위한 소모품으로 여기고 있었다.
“감찰관님! 저 붉은 영기 기둥에서 나오는 매연을 들이마신 제자들이 벌써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있습니다!”
수석 보조관 백현우가 서류철을 꼭 쥔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지훈은 즉시 주변을 둘러보며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다.
“백현우 씨! 즉시 외문 보건소의 설아 낭자와 연락해 연무장 주변에 비상 방역망을 구축하고 쓰러진 제자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십시오! 그리고 확성기 방송원 허만세 씨를 시켜 전 제자들에게 대피 경로를 안내하게 하세요. 우물쭈물하다가는 집단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백현우가 신속하게 움직이자, 지훈은 허리춤에 장착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 릴의 고정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든든한 물리적 방패인 기동대장 강두찬과 기술적 조력자들을 소집했다.
“강 조장님, 그리고 당 어르신. 지금 즉시 영자막 방진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지하 연단실 내부의 매연 농도는 이미 일반 수선자라도 경맥이 타들어 갈 수준입니다. 산소통과 방독면 없이는 진입조차 불가능합니다.”
당철진이 그을린 수염을 쓸어내리며 무거운 철제 가방을 짊어졌다.
“가세, 지훈이. 내 비록 수염은 반쯤 탔지만, 내 손으로 재현한 안전 밸브의 위력을 저 탐욕스러운 마진태 놈의 코앞에 들이밀어 주겠네.”
“안전!”
기동대원들이 일제히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의 지퍼를 올리고, 얼굴에 밀착되는 은색 영자막 방진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스크 필터에서 웅장한 영력 여과음이 흘러나오며 대원들의 호흡기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시작했다. 지훈은 야간 순찰대원 노춘배와 전령 요원 최순돌을 앞으로 불렀다.
“노춘배 씨, 최순돌 씨. 두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진태의 비밀 지하 연단실은 은닉 결계가 걸려 있어 정면 입구로 들어가면 함정에 빠집니다. 노춘배 씨는 열화상 감지 수정구로 지하의 열 분포를 추적해 가장 안전한 우회 침투 경로를 찾아내십시오. 최순돌 씨는 공무용 고속 이동 가죽신을 신고 돌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움직여 대원들의 동선을 확보해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감찰관님. 밤눈 하나만큼은 고양이보다 밝으니, 쥐구멍 속의 지열까지 낱낱이 밝혀내겠습니다.”
노춘배가 고양이처럼 찢어진 눈을 번뜩이며 품속에서 특수 영석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최순돌 역시 바람을 일으키는 낡은 가죽신을 고쳐 매며 강심장 전령다운 미소를 지었다.
“송달 완료 서명도 받아왔는데, 지하 동굴 입구 하나 못 찾겠습니까? 출발하시죠!”
감찰단 일행은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북편 계곡의 은밀한 절벽 틈새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일반 제자들의 눈에는 평범한 바위벽으로 보이는 곳이었지만, 노춘배가 열화상 감지 수정구를 들어 올리자 수정구 표면에 시뻘건 열맥(熱脈)의 흐름이 FLIR 카메라처럼 선명하게 그려졌다.
“여기입니다. 이 바위 틈새 뒤편으로 엄청난 열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은닉 결계가 걸려 있지만, 물리적인 지열까지 숨기지는 못했군요.”
“좋습니다. 강 조장님, 해머로 벽체를 가볍게 타격해 균열을 내십시오. 무너뜨릴 필요는 없습니다. 틈새만 벌어지면 제가 안전 테이프로 결계의 흐름을 고정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형님!”
거구의 강두찬이 어깨에 메고 있던 철거용 대형 법기 해머를 가볍게 휘둘렀다.
쾅!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바위벽 표면에 미세한 실금들이 가기 시작했고, 그 틈새로 은닉 결계의 푸른 마력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뿜어져 나왔다. 지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리춤에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뽑아내어 균열 부위에 엑스(X)자 모양으로 빠르게 붙여버렸다.
지이이잉——!
테이프가 닿는 순간, 결계를 유지하던 푸른 마력의 흐름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고정되며 흐름을 잃고 굳어버렸다. 은닉 주술이 깨지며 바위벽이 스르륵 갈라지고, 지하 깊은 곳으로 통하는 어둡고 좁은 밀폐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가 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초고온의 열풍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독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단 한 모금의 흡입만으로도 폐가 익어버렸을 가공할 지열이었다. 하지만 감찰단원들은 영자막 방진마스크 덕분에 쾌적하게 호흡하며 어둠 속으로 진입했다.
“노춘배 씨, 앞장서십시오. 열화상 감지로 통로 내부의 화염 분포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예, 감찰관님. 지금 통로 안쪽에 거대한 열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마의 열기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체온…… 마진태의 개인 호위대입니다!”
노춘배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좁은 통로 저편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누구냐! 감히 장로님의 비밀 연단실에 무단으로 침입하려 드는가!”
마진태의 붉은 불꽃 문양이 선명하게 수놓아진 도포를 입은 호위 무사 수십 명이 어둠 속에서 검을 빼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내문에서도 알아주는 정예 무사들로, 차가운 살기를 내뿜으며 길목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었다. 그들 뒤편에는 거대한 붉은색 결계 기둥 두 개가 서 있었는데, 그 기둥 사이로 이글거리는 화염 장막(Flame Barrier)이 가동되며 통로 전체를 초고온의 불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면 이 화염 장막의 열기로 네놈들의 뼈가루까지 녹여버리겠다! 당장 물러서라!”
호위대장이 소리치며 화염 장막의 출력을 높였다.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너무나도 강렬해, 기동대원들이 들고 있던 철제 단속 방패의 전면부가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앗, 뜨거워! 형님, 방패가 녹아내릴 것 같습니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합니다!”
강두찬이 고열에 달아오른 방패를 잡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호위 무사들은 그 모습을 보며 오만하게 비웃었다.
“하찮은 외문 잡역부 놈들이 감히 장로님의 대업을 가로막으려 들다니! 이 화염 장막은 결단기 장로님의 화염 기운이 서린 절대 방어선이다! 맨몸으로 통과하려다가는 흔적도 없이 증발할 것이다!”
절체절명의 대치 상황. 하지만 지훈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노춘배가 쥐고 있는 열화상 감지 수정구를 유심히 관찰했다. 수정구 표면의 시뻘건 열 그래픽 사이로, 미세하게 푸른빛이 도는 차가운 기류의 틈새가 투시안에 포착되었다.
“노춘배 씨, 저 화염 장막 우측 뒤편, 벽면 모서리 쪽에 화염의 흐름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죠?”
노춘배가 수정구를 정밀 조작하더니 눈을 크게 떴습니다.
“그렇습니다, 감찰관님! 벽면의 음풍석(陰風石) 기운 때문에 우측 모서리 반경 1자 구역은 화염의 온도가 지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너무 좁아서 일반적인 통과는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인 통과가 아니라면 가능합니다. 최순돌 씨!”
지훈이 최순돌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예, 감찰관님! 말씀만 하십시오!”
“공무용 고속 이동 가죽신의 영력을 최대로 가동하십시오. 저 우측 사각지대를 타고 초고속으로 기동해, 화염 장막 뒤편에 있는 결계 기둥의 제어 장치를 차단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최순돌은 가죽신 표면에 새겨진 바람 문양이 푸른 빛을 내뿜는 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제 전공이 배달과 송달인데, 이 정도 거리 배달 즈음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최순돌이 대지를 힘껏 찼다.
파아앗——!
그의 신체가 한 자루의 푸른 화살처럼 변해 좁은 통로 벽면을 타고 번개처럼 질주했다. 호위 무사들이 경악하며 검을 휘둘렀지만, 시속 200킬로미터에 달하는 최순돌의 고속 기동은 그들의 시야를 이미 벗어난 뒤였다. 최순돌은 지훈이 가리킨 우측 모서리의 차가운 사각지대를 한 바퀴 구르듯 통과하더니, 순식간에 화염 장막 뒤편으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뭐, 뭐야? 저 녀석이 언제 뒤로 넘어간 거지?”
호위 무사들이 당황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최순돌은 이미 제어 기둥 뒤편에 도달해 있었다. 기둥 표면에는 복잡한 화염 진법이 그려져 있었지만, 지훈에게 사전 교육을 받은 최순돌은 망설임 없이 기둥 하단의 메인 차단 밸브(영맥 공급 차단기)를 발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직!
“차단 완료!”
최순돌의 외침과 함께,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던 이글거리는 화염 장막이 순식간에 힘을 잃고 스르륵 꺼져버렸다. 붉은 화염이 사라지자 좁은 지하 통로에는 오직 서늘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이, 이럴 수가…… 절대 방어선의 화염 장막이 한순간에 차단당하다니!”
호위대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지르며 검을 다시 쥐었다. 하지만 장막이 사라진 길목을 가로막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기동대원들의 단단한 철제 방패였다.
지훈은 품속에서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꺼내 들고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그의 목소리가 좁은 지하 통로 벽면을 타고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아, 아. 외문 안전감찰 임시 사무소에서 알립니다. 귀하들은 현재 문파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밀폐 공간에 무단으로 진입한 것도 모자라, 소방 안전 기준을 완전히 무시한 채 고위험 화기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8조 위반이자, 명백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합니다!”
지훈이 단호한 발걸음으로 호위 무사들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에서 뿜어져 나오는 반투명한 황금빛 행정 가호막이 통로 전체를 질서의 기운으로 압도하기 시작했다.
“현 시간부로 모든 무기를 내려놓고 단속에 협조하십시오. 저항 시 천도의 법률에 의거하여 영맥 강제 동결 및 과태료가 가산 처분됩니다. 반복합니다.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호위 무사들은 지훈의 눈부신 황금빛 가호막과 그 뒤를 지키는 강두찬의 험악한 해머 기세에 질려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문 장로의 개인 호위대였다. 쉽게 물러설 수 없는 명분이 있었다.
“헛소리 마라! 우리는 오직 마진태 장로님의 명령만을 따를 뿐이다! 저 잡역부 놈들을 베어라!”
호위대장이 소리치며 검을 치켜든 순간,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붉은색 카운트다운 숫자가 더욱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 굳게 닫힌 석문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은 이미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적양가마의 폭주 임계점 도달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단 몇 분에 불과했다. 이 좁은 입구에서 시간을 더 지체했다간 가마가 폭발해 외문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었다.
지훈은 붉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석문 너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대참사를 막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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