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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비행 면허 취소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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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유성검의 칼날이 지훈의 머리 위로 수직 하강하기 시작했다.


시속 160킬로미터. 항공 안전법 위반 딱지의 제동력 덕분에 원래 속도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축기기 초입의 엘리트 검사가 온 영력을 쥐어짜 내리꽂는 수직 참격의 파괴력은 여전히 지상의 필멸자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기에 충분했다. 허공을 찢는 마찰음과 함께 붉은 과부하 불꽃이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섬뜩하게 반사되었다.


“잡역부 놈아! 내 고결한 어검술을 모독한 죄, 네놈의 비천한 피로 씻어내 주마!”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무간검선의 눈동자는 이미 광기로 뒤덮여 있었다. 내문에서도 알아주는 천재인 자신이 일개 외문 잡역부의 기묘한 종이딱지 한 장에 영맥이 막히고 비행 속도를 제한당했다는 사실이 그의 오만한 자존심을 완전히 박살 낸 탓이었다.


대연무장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외문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아악! 대피해! 저 무시무시한 참격이 떨어지면 연무장 절반이 날아갈 거야!”

“최강식 형님도 쓰러졌어! 이제 누가 우릴 지키지?”


진흙 바닥에 쓰러진 채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경비원 최강식 역시 핏발 선 눈으로 지훈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감찰관님! 피하십시오! 저건 단순한 어검 비행이 아니라 목숨을 건 자폭식 참격입니다! 아무리 황금빛 가호막이 있어도 정면으로 맞으면 무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를 걸친 오지훈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안경다리를 가볍게 밀어 올리며, 뇌리 속에서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시스템의 경고창을 침착하게 응시했다.


[위험 요인 분석: 수직 강하 충돌 에너지 및 열압력 폭풍 발생 예정]

[예상 물리적 충격량: 45,000뉴턴(N)]

[조치 권고: 일반적인 물리적 방어막으로는 충격 흡수 한계 초과 가능성 존재. 천도의 절대 율법을 적용한 ‘안전 비상구’ 결계를 전개하여 에너지를 무해화할 것을 권장합니다.]

[가동 비용: 천도 안전 마일리지 1,500포인트 소모]


‘1,500포인트라…… 꽤 비싸군.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과 무고한 제자들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예산 아끼자고 인명 사고를 방치할 수는 없지.’


지훈은 허리춤의 행정 수첩을 짚으며 단호하게 외쳤다.


“우주 행정안전 규정집 제32조! 재난 발생 시 모든 대피 경로와 비상구 영역 내에서는 어떠한 물리적, 영적 살상용 에너지도 통용될 수 없으며, 즉시 무해한 환경 요인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그의 목소리가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타고 연무장 전체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순간, 지훈은 품속에서 초록색 달리는 사람 모양이 그려진 비상구 표지판 스티커를 꺼내 발밑의 황금빛 가호막 표면에 쾅 하고 내리붙였다.


“비상구 결계 전개!”


웅——!


지훈의 발밑에서부터 찬란한 에메랄드빛 결계막이 돔 형태로 솟구쳐 올랐다. 반투명한 황금빛 육각형 가호막 위로 겹쳐진 초록색의 비상구 결계는, 순식간에 지훈을 중심으로 반경 3장의 구역을 완벽한 ‘절대 안전지대’로 선포하며 웅장하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무간검선과 그의 은색 보검 유성검이 붉은 화염을 휘감은 채 결계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앙——!


외문 전체를 날려버릴 듯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질 것이라 예상했던 모든 이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연무장을 덮친 것은 파괴의 폭풍이 아니었다.


“……어?”


누군가의 멍청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유성검의 날카로운 은색 칼날이 초록색 비상구 결계막에 닿는 순간, 칼날에 서려 있던 수만 근의 운동 에너지와 폭렬한 화염 영기가 ‘치이이익’ 하는 무해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정화되기 시작했다. 붉게 타오르던 파괴의 불꽃은 결계 표면을 타고 흐르며 수만 마리의 아름다운 초록색 반딧불이로 변해 허공으로 흩날렸다.


스우우우우——.


유성검의 가공할 참격은 단 한 줌의 먼지조차 일으키지 못하고, 그저 밤하늘을 수놓는 평화로운 야광 레이저 쇼처럼 변해 사방으로 방전될 뿐이었다. 결계 내부의 압력과 온도는 에어컨을 튼 것처럼 지극히 쾌적한 24도를 유지했다.


“이, 이게 무슨…… 내 모든 영력이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공중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었던 무간검선은 결계의 절대 방어막에 부딪히는 순간, 자신의 영맥이 통째로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묘한 허탈감을 느꼈. 비상구 결계 내부에서는 모든 살상용 에너지가 빛과 열이 아닌 무해한 입자로 변환된다는 법칙 때문이었다.


동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유성검은 한낱 평범한 쇳덩이로 변했고, 그 검을 쥐고 있던 무간검선은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비참하게 버둥거렸다.


“어, 어어? 중심이……!”


철퍼덕!


축기기 초입의 기세등등하던 내문 엘리트 검사는, 지훈의 발밑 진흙 바닥으로 얼굴을 처박으며 아주 볼품없게 나뒹굴었다. 화려하던 은빛 도포 자락은 연무장의 흙먼지와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되었고, 그의 머리에 단정하게 얹혀 있던 관은 저 멀리 굴러가 개집 근처에 처박혔다.


“커헉! 퉤, 퉤! 흙이…….”


무간검선이 머리를 쥐어짜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단전의 영력이 일시적으로 동결된 탓에 온몸의 뼈마디가 쑤셔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네놈……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내 축기기의 영력이 어째서 한순간에 소멸한 거지?”


“사술이 아니라 표준 안전 규칙에 따른 물리적 정화입니다.”


지훈은 평온하게 가호막을 거두며 먼지 묻은 조끼 자락을 툭툭 털었다. 그의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손바닥만 한 안전 요정 삐삐가 등 뒤의 반짝이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올랐다.


“끼익! 안전! 무단 비행자 포착!”


“잘했습니다, 삐삐. 가서 피의자의 신분증을 회수하십시오.”


“끼익!”


삐삐는 초고속으로 날아가 진흙 바닥에 주저앉아 신음하는 무간검선의 품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 이 비천한 영물 놈이 어디에 손을 대는…… 앗!”


무간검선이 삐삐를 쳐내려 했으나, 영력이 50% 차단된 상태의 둔한 손짓은 삐삐의 날렵한 기동을 따라잡지 못했다. 삐삐는 그의 도포 안주머니를 기가 막히게 뒤져, 은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옥판 하나를 입에 물고 날아왔다. 옥판의 표면에는 ‘어검(御劍)’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천운종 내문에서 공식 발급한 어검 비행 자격증이었다.


“끼익! 자격증 확보!”


삐삐가 옥판을 지훈의 손바닥 위에 툭 내려놓았다. 지훈은 옥판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 뒤, 품속에서 검은색 행정용 볼펜을 꺼내 옥판 표면에 과감하게 빨간색으로 가위표(X)를 그어버렸다.


슥, 슥!


“아, 안 돼! 내 어검 자격증에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무간검선이 비명을 질렀다. 자격증에 빨간 가위표가 그려지는 순간, 저 멀리 진흙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의 보검 유성검이 파르르 떨리며 은색 빛을 완전히 잃고 평범한 고철 검처럼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지훈은 가위표가 처진 옥판을 무간검선의 눈앞에 들이밀며 엄숙하게 선언했다.


“천운종 항공 안전 규정 제14조 및 도로교통법 위반에 의거, 피의자 무간검선의 어검 비행 면허를 현 시간부로 ‘즉시 취소’ 처분합니다. 귀하는 향후 1년간 어떠한 법기나 검을 타고 비행할 수 없으며, 무단 비행 시 무면허 비행으로 가중 처벌됩니다.”


“면허…… 취소라니? 내가, 내가 검을 타지 못한다고? 이 천하의 무간검선이 걸어 다녀야 한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난폭 비행으로 인한 외문 시설물 파손 및 소음 공해 유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더해 징벌적 과태료 2만 영석을 부과합니다. 30일 이내에 외문 안전감찰 임시 사무소로 자진 납부하십시오. 기한 내 미납 시, 귀하가 소지하신 보검 유성검은 문파 자산으로 강제 압류되어 공공 방재 자재로 영구 개조될 예정입니다.”


“내 유성검을 압류하겠다고? 이 강도 같은 놈들!”


무간검선이 분노에 차 유성검을 다시 불러들이려 손가락을 뻗어 영력을 불어넣었다.


“검아, 오너라! 유성검!”


웅…… 웅…….


하지만 유성검은 바닥에서 몇 번 들썩일 뿐, 전혀 공중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유성검의 칼날 중심부에 단단히 밀착되어 있는 붉은색 항공 안전법 위반 딱지가 내뿜는 봉인 영력이 보검의 영맥을 완벽하게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면허가 취소된 주인의 명령에 검이 반응하지 않도록 천도의 규칙이 강제 제동을 걸어버린 것이다.


“어, 어째서…… 왜 반응하지 않는 거지?”


“면허 정지 딱지가 붙은 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법입니다. 헛수고하지 마시고 걸어가십시오.”


지훈은 사무적인 태도로 유성검을 발로 툭 차서 기동대장 강두찬에게 넘겼다.


“강 조장님, 이 압류 물품은 안전하게 자재 창고로 이송하십시오. 꽤 단단한 철이니 훗날 피뢰침용 전도체 자재로 개조하면 아주 훌륭한 소방 자재가 될 것 같습니다.”


“예, 감찰관님! 아주 튼튼한 피뢰침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강두찬이 씩 웃으며 유성검을 가죽 자루에 담아 어깨에 메었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보검이 일개 잡역부들의 피뢰침 자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무간검선은 피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단전이 완전히 동결되어 걸을 힘조차 간신히 남은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 내 반드시 마진태 장로님께 이 사실을 알려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무간검선은 비참하게 이빨을 갈며, 평범한 잡역부들처럼 진흙투성이가 된 발로 터덜터덜 걸어 내문 방향으로 퇴근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의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대머리 독수리 같은 몰골은 연무장에 모인 수많은 제자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외문 제자들은 그 비참한 뒷모습을 보며 지훈을 향해 경외 섞인 찬사를 보냈다.


“와…… 진짜로 내문의 검선을 걸어가게 만들었어.”

“황색 저승사자가 하늘의 무법자마자 추락시켰다!”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 맑은 종소리와 함께 찬란한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띵! 난폭 비행 검사 단속 및 어검 면허 취소 처분 대성공!]

[천도의 안전 규칙을 완벽하게 집행하여 우주의 엔트로피를 감소시켰습니다.]

[보상: 천도 안전 마일리지 3,000포인트 적립!]

[현재 누적 마일리지: 15,000포인트]


지훈은 만족스럽게 행정 수첩을 닫았다. 외문 상공의 항공 안전 규정을 확립하고 대량의 마일리지까지 확보했으니 꽤 쏠쏠한 공무였다.


그러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


갑자기 대지가 불길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연무장 바닥의 미세한 틈새에서 아지랑이 같은 이상 고열의 붉은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저 멀리 외문 북편의 제1연단소 지하 방향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붉은 영기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어라? 저 방향은?”


지훈의 안경 렌즈 너머로 위험 요인 투시안의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경고가 아닌, 시뻘건 피 빛의 대참사 경보였다.


[긴급 재난 경보! 외문 지하 비밀 연단실 내 ‘적양가마’ 임계 압력 200% 돌파!]

[원인: 내문 장로 마진태가 불안정한 화염 영석을 대량 투입하여 무단 가마 폭주를 획책 중!]

[대폭발까지 남은 시간: 1시간 30분]

[폭발 시 예상 피해: 천운종 외문 전체 소멸 및 인명 피해 5,000명 이상]


붉게 타오르는 영기 기둥이 외문의 푸른 하늘을 피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고, 지훈의 얼굴 위로 뜨거운 지열의 바람이 훅 불어닥쳤다. 막다른 길에 몰린 마진태 장로의 최후의 도박이 시작된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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