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난폭 비행 검사들에게 딱지를 끊다
하늘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굉음이 천운종 외문 대연무장 전체를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시속 300km가 넘는 초고속 어검 비행이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충격파는 지상에 설치된 노란색 원터치 안전 텐트의 천막을 세차게 흔들어 놓았다. 대피소 내부에 갇혀 있던 하급 잡역부들과 외문 제자들은 머리 위에서 가해지는 압도적인 풍압과 귀를 찢는 소음에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귀가, 귀가 터질 것 같다!”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줄 알았어! 대체 무슨 일이야!”
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영력 확성기를 고쳐 쥐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안경 렌즈 위로, 하늘을 어지럽히며 은빛 어검 궤적을 그리고 있는 한 사내의 실루엣이 위험 요인 투시안의 빨간색 스캔 선과 함께 선명하게 잡혔다.
[시스템 경고: 외문 대연무장 상공, 비정상적 고속 비행체 감지.]
[현재 비행 속도: 시속 324km (외문 상공 제한 속도 시속 50km 초과)]
[소음 수치: 115데시벨(dB) (공동 생활 소음 규제 기준 65dB 초과)]
[추락 시 예상 피해 범위: 반경 150미터 내 목조 건물 전파 및 인명 피해 최소 80명]
“저 미친놈이 어디서 과속 비행질이야? 여기가 무슨 영석 아우토반인 줄 아나.”
지훈의 입에서 지극히 현대적이고 사무적인 불평이 흘러나왔다. 전생에 건설 현장을 감독할 때도 꼭 저렇게 고공 크레인이나 중장비를 제멋대로 몰며 난폭 운전을 일삼던 무식한 작업 반장들이 있었다. 그런 인간들의 말로는 예외 없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곤 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선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 단단한 쇠붙이를 타고 날아다니는 만큼, 사고가 났다 하면 지상의 필멸자들은 뼈도 못 추리고 흔적도 없이 으스러질 터였다.
“멈추어라! 연무장 상공은 비행 제한 구역이다! 즉시 속도를 줄이고 지상으로 착륙하라!”
외문 산문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 최강식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는 지훈이 설치해 준 ‘영력 바리케이드’ 제어판 옆에서 무장 규율대원들의 창을 빌려 들고 하늘을 향해 힘껏 투척했다. 붉은 영기가 서린 날카로운 창이 바람을 가르며 무간검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내문의 엘리트이자 어검의 천재라 불리는 무간검선에게 지상의 삼류 경비원이 던진 창 따위는 하찮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하찮은 잡역부 놈들이 감히 내 앞길을 가로막느냐!”
무간검선이 차갑게 비웃으며 허공에서 은색 보검 ‘유성검’의 방향을 꺾었다. 은빛 도포 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는 순간, 유성검의 칼날이 허공을 둥글게 베어내며 무시무시한 은빛 검기를 방출했다.
콰아아아앙!
날아가던 창이 은빛 검기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형체도 없이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파편을 뿌렸다. 최강식은 튕겨 나가는 기류의 충격에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검선의 고속 기동과 기세 압박 앞에서는 외문 경비원의 무력 따위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무간검선은 지상을 내려다보며 더욱 광소했다. 그는 일부러 외문 제자들의 숙소와 연무장 바로 위, 고도 단 10장(약 30미터) 상공까지 하강하여 급회전을 감행했다.
키이이이이잉——!
유성검의 쇳소리와 바람의 마찰음이 증폭되며 대연무장 주변에 엄청난 소음 폭풍이 휘몰아쳤다. 대련을 하던 제자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고, 연무장 주변에 매설해 둔 방음용 이끼석들이 파르르 떨리며 소음 에너지를 흡수해 보랏빛 이슬로 방전시키기 시작했으나, 쏟아지는 음파의 양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지훈은 품속에서 붉은 볼펜을 꺼내 딸깍거렸다. 그의 눈빛이 안경 너머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최강식 씨, 무리해서 창을 던지지 마십시오. 낙하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런 난폭 비행 차량…… 아니, 어검 비행자는 무력으로 격추하는 게 아닙니다. 합법적인 면허 정지와 과태료로 날개를 꺾어놔야 정신을 차리지요.”
지훈은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볼륨 다이얼을 최대로 올렸다.
[위이이이잉——]
확성기 내부의 영력 증폭 모듈이 무간검선이 뿜어내는 소음 음파와 충돌하며 찌르르한 과열 진동을 일으켰다. 시스템 경고창이 지훈의 시야 우측에 노란색으로 점멸했다.
[경고: 영력 증폭 모듈 과열 발생. 누적 소음 장벽과의 충돌로 인한 과부하 45%]
[행정 집행관의 신변 보호를 위해 기본 가호 배리어를 강화합니다.]
지훈의 몸 주변으로 반투명한 황금색 육각형 결계막이 웅장하게 피어올라 공중에서 쏟아지는 풍압과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었다. 지훈은 가호막 안에서 아주 평온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확성기를 향해 말을 뱉기 시작했다.
“공중의 어검 비행자에게 알립니다. 귀하는 현재 천운종 항공 안전 규정 제14조 ‘저속 및 고도 제한 어검 비행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습니다. 외문 연무장 상공의 법정 제한 고도는 최소 50장 이상이며, 비행 속도는 시속 50km 이하입니다. 귀하의 현재 속도는 시속 324km로, 제한 속도를 무려 274km 초과한 초과속 난폭 비행입니다.”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지훈의 목소리는 소음 폭풍을 뚫고 무간검선의 귀청을 때렸다.
“뭐라? 항공 안전 규정? 고도 제한?”
무간검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공에서 유성검의 속도를 살짝 줄이며 지훈을 내려다보았다. 노란 조끼를 걸치고 손에 기묘한 빨간 나팔을 든 채 황금빛 보호막 속에 서 있는 잡역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일개 외문의 비천한 잡역부 놈이 감히 내 고결한 어검술을 논하느냐! 하늘을 가르고 바람을 다스리는 것은 수선자의 자유이자 기개이거늘, 무슨 개뼈다귀 같은 규정을 들이미는 것이냐!”
“수선자의 기개는 안전한 착륙이 보장될 때만 아름다운 법입니다. 귀하처럼 고도 제한을 무시하고 난폭 비행을 일삼다가 제어력을 잃고 추락하면, 지상의 무고한 잡역부들과 외문 제자들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는 중대재해법 및 천운종 문칙 위반에 해당합니다.”
지훈은 행정 수첩을 넘기며 붉은 딱지 한 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
“따라서 본 감찰관은 귀하에게 ‘항공 안전법 위반 딱지 발부’와 함께, 즉각적인 어검 비행 면허 정지 30일 처분을 선고합니다. 즉시 지상으로 내려와 자격증을 반납하고 과태료 2만 영석을 납부하십시오.”
“하하하하! 미친놈이로구나! 잡역부 주제에 내 보검을 멈추고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천하의 무간검선이 고작 종이딱지 한 장에 어검을 멈출 것 같으냐!”
무간검선이 광소하며 유성검에 영력을 폭발적으로 주입했다. 은색 보검이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다시 한번 대연무장을 향해 급강하 돌격을 개시했다. 그는 지상의 지훈을 풍압만으로 뭉개버리겠다는 듯,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수직 강하 비행을 감행했다.
“규정 위반도 모자라 공무집행을 방해하시는군요. 가산 과태료가 추가됩니다.”
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가락 사이의 붉은 딱지를 공중을 향해 가볍게 튕겼다.
“소방법 위반 딱지 발부, 조준 사격.”
슈우우우욱!
지훈의 손끝을 떠난 작은 붉은 딱지가 천도의 행정 가호 기운을 받아 중력을 무시하고 공중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유도탄처럼 날아올랐다.
“이깟 종이 쪼가리가!”
무간검선이 유성검을 휘둘러 검기로 딱지를 찢어발기려 했다. 하지만 딱지는 검기를 통과하여,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유성검의 은색 칼날 중심부에 정확하게 가 박혔다.
철컥!
딱지가 붙는 순간, 유성검의 은색 칼날을 타고 흐르던 찬란한 푸른 영기 선로가 쩍쩍 소리를 내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 어어? 내 영맥이 왜 막히는 것이냐!”
무간검선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보검과 연결되어 있던 그의 심맥 속 영력 순환이 강제로 제동당하는 느낌이었다. 유성검의 비행 속도가 순식간에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며 고도가 급격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잡역부 따위의 딱지가 내 은색 보검을 멈출 수 없다!”
무간검선이 이를 악물며 유성검에 남은 모든 축기기 영력을 폭발적으로 쏟아부었다. 보검 유성검이 붉은 과부하 기운을 내뿜으며 지훈의 머리 위를 향해 최후의 초고속 충돌 돌격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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