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입마개와 목줄은 야수의 기본 소양
“끼이이이이익——!”
지훈의 코앞에서 튕겨 나간 거대 은색 늑대, 삼안은랑이 흙바닥을 구르며 비참한 비명을 질렀다. 단단한 황금빛 육각형 행정 배리어에 주둥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탓에, 녀석의 튼튼한 앞니 몇 개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위험 요인 투시안에 빨갛게 표시되었다.
“은랑아!”
주저앉아 있던 맹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삼안은랑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녀석은 이미 지훈의 노란색 형광 조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천도의 행정 위압감에 질려,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찔러 넣은 채 웅크려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은색 늑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쿠르르르릉——!
“으아아악! 마수들이 몰려온다!”
“도망쳐! 숙소 쪽으로 간다!”
사육장의 부서진 대나무 울타리를 뚫고 나온 백여 마리의 마수들이 거대한 붉은 먼지 폭풍을 일으키며 외문 제자 숙소 구역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격하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멧돼지 영수들과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표범 영수들이 지면을 박차고 달릴 때마다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쳤다.
그 방향의 끝에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무방비한 하급 잡역부들과 외문 제자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맹수들의 습격에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이 없었다.
“비켜라! 이 더러운 야수 놈들! 문파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괴물들은 즉시 도살한다!”
그때, 쇠지렛대와 무거운 철제 곤봉을 든 외문 규율대원 수십 명이 살기를 뿜어내며 앞을 가로막았다. 해임당한 설지태의 잔당들이거나, 평소 하급 잡역부들을 윽박지르며 완장질을 하던 완력가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하려는 듯 무자비하게 칼날을 세우며 폭주하는 마수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안 돼! 무기 치워! 애들을 자극하지 마!”
맹수진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규율대원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지훈은 즉시 위험 요인 투시안을 가동했다. 규율대원들이 칼을 빼 들고 마수들을 자극하자, 마수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스트레스 지수’와 ‘폭주 게이지’가 98%에서 순식간에 120%를 돌파하며 시뻘겋게 과열되는 것이 보였다.
[경고: 외부 자극으로 인한 마수들의 2차 폭주 및 집단 살상 위험도 급증]
[예상 사망자 수: 47명]
“이런 미친 안전 불감증 완장 깡패 놈들이 현장 통제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군.”
지훈이 이빨을 갈았다. 전생의 건설 현장에서도 꼭 저렇게 통제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장비를 휘두르다 대형 사고를 치는 무식한 반장들이 있었다. 선협 세계의 수선자들도 본질은 다를 바가 없었다.
“두찬 씨! 철제 방패로 저 무식한 규율대원들의 진입 경로를 차단하십시오! 저놈들이 칼을 휘두르게 두면 마수들의 폭주를 멈출 수 없습니다!”
“예, 형님! 공무집행방해 놈들은 내가 막겠습니다!”
거구의 기동대장 강두찬이 노란색 안전 조끼를 펄럭이며 대형 철제 단속 방패를 앞세워 규율대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쿵! 쾅!
“뭐야? 웬 잡역부 놈들이 길을 막는…… 윽!”
축기기 초입의 단단한 신체 능력을 지닌 강두찬이 방패로 밀어붙이자, 규율대원들이 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그 사이, 지훈은 질주하는 마수 무리와 숙소 건물 사이의 공터로 신속하게 뛰어들었다. 마수들의 거대한 이빨과 발톱이 지훈의 코앞까지 다가왔고,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흙먼지가 그의 안경 렌즈를 뿌옇게 흐려놓았다.
남은 거리 10미터. 마수들의 붉은 안광이 지훈을 찢어발길 듯이 번뜩였다.
“긴급 재난 대비, 임시 대피소 설치 규정을 적용합니다!”
지훈이 허리춤에서 노란색 주머니를 낚아챘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주머니 안에는 당철진이 지훈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비장의 방재 법기가 들어 있었다.
“노란색 원터치 안전 텐트, 전개!”
지훈이 주머니를 공중을 향해 힘껏 던졌다.
화아아아악——!
공중으로 날아오른 작은 주머니가 대기 중의 영기를 폭풍처럼 빨아들이더니, 순식간에 수십 장 크기의 거대한 밝은 노란색 천막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원터치 텐트 특유의 탄성 강철 프레임이 기하학적인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펼쳐졌고, 이내 쾅 소리와 함께 대지 위에 완벽하게 안착했다.
스스스스스!
노란색 안전 텐트는 피난 중이던 하급 잡역부들과 제자 수백 명을 단숨에 감싸 안으며 외부와 완벽히 격리시켰다. 텐트 표면에는 붉은색 글씨로 ‘안전지대(SAFETY ZONE)’,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빛나고 있었다.
쾅! 쾅! 콰과광!
폭주하던 멧돼지 영수들과 표범들이 텐트 벽면을 들이받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텐트 천을 찢어발기려 사정없이 긁어댔지만, 텐트 표면에 흐르는 황금빛 천도의 행정 가호막이 그 충격을 무해한 진동으로 흡수해 사방으로 방전시켰다.
[시스템 알림: 노란색 원터치 안전 텐트가 물리적 충격을 흡수 중입니다.]
[텐트 내구도: 95% -> 92% (지속적인 발톱질로 미세 감소 중)]
“이, 이게 무슨 신비한 결계란 말이냐?”
“살았다! 노란 천막 안은 안전해!”
텐트 내부에 갇힌 제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먼지를 털며 텐트 앞에 서서, 멍하니 서 있는 맹수진을 향해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치켜들었다.
“맹수진 조련사님! 귀하의 영수들이 일으킨 이 대형 참사는 단순한 마성 폭주가 아닙니다! 위험 요인 투시안으로 분석한 결과, 이 녀석들은 비좁고 환기가 안 되는 사육장에서 극심한 ‘공간 부족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었습니다! 귀하의 방치 사육이 영수들을 시한폭탄으로 만든 겁니다!”
“스, 스트레스 증후군……?”
맹수진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녀는 만수문의 전통에 따라 영수들을 거칠고 강하게 키우는 것이 그들을 아끼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지훈이 보여주는 붉은색 스캔 화면 속에서, 자신이 자식처럼 아끼던 영수들의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뇌맥이 극도로 과열되어 있는 것을 목격하자 온몸을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내가 애들을 아프게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적절한 통제 장치와 넓은 사육 환경이 없는 방치는 사랑이 아니라 학대이자 안전 불감증 범죄입니다! 지금이라도 애들을 살리고 싶다면, 제가 드리는 규격 장비를 장착시키십시오!”
지훈이 품속에서 노란색 가죽 주머니를 꺼내 맹수진에게 던졌다. 주머니 안에는 당철진이 지훈의 설계 도면을 보고 밤새 망치질을 해 만든 ‘영수 전용 규격 입마개’와 ‘영력 제한 고무 목줄’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게 뭔데……?”
“당철진 잡역장님이 특수 제련한 절연 고무 목줄과 입마개입니다! 장착하는 즉시 마수들의 비정상적인 영맥 과부하를 대지로 안전하게 방전시키고 신체 움직임을 제어하여 이성을 되찾아 줄 것입니다! 조련사님, 직접 씌우십시오! 귀하만이 영수들과 교감하여 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맹수진은 지훈의 단호하고 청렴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일개 잡역부 출신의 감찰관이라 비웃었으나, 그의 눈에는 영수들을 죽이려는 살기가 아닌, 영수들과 제자들 모두의 생명을 구하려는 진심 어린 ‘안전 최우선’의 불꽃이 타고 있었다.
“알겠어…… 규정대로 하겠어!”
맹수진이 입술을 깨물며 노란색 입마개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가장 먼저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삼안은랑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
“은랑아, 미안해. 내가 널 너무 좁은 곳에 가둬뒀구나…… 이제 아프지 않게 해줄게.”
맹수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은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감 주술을 전개했다. 은랑의 세 번째 눈이 붉게 타올랐지만, 주인의 진심 어린 눈물에 녀석은 이내 기세가 한풀 꺾여 얌전히 머리를 내밀었다.
딸깍!
맹수진의 손끝에서 노란색 규격 입마개가 은랑의 입 주위에 단단히 채워졌다. 이어 당철진이 제작한 특수 고무 목줄이 은랑의 굵은 목덜미에 감겼다.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지이이이잉——!
은랑의 목덜미에서 뿜어져 나오던 시뻘건 폭주 영기가 노란색 절연 고무 목줄을 타고 바닥으로 흐르더니, 대지 속으로 무해하게 흘러 들어가 소멸했다. 과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접지선에 연결해 전력을 방전시키는 과학적인 원리 그대로였다.
“깨갱…… 웅?”
삼안은랑의 세 번째 붉은 눈이 서서히 맑은 은빛으로 돌아왔다. 녀석은 입마개 때문에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혀를 빼물려다 실패하고는 맹수진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거대한 은색 늑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의 품에 안기는 비주얼은 그야말로 거대한 애완견 그 자체였다.
“되, 됐어! 은랑이가 안정을 찾았어!”
맹수진이 감격하여 소리쳤다.
“나머지 애들도 전부 씌우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지훈의 외침에 맹수진과 기동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맹수진이 교감 주술로 마수들을 유인하면, 기동대원들이 신속하게 다가가 노란색 입마개를 씌우고 목줄을 채웠다.
“꿀꿀……?”
“크르릉…… 웅?”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숙소를 부술 듯이 날뛰던 멧돼지 영수들과 표범 영수들이, 머리에 노란색 입마개를 차고 고무 목줄을 매자마자 거짓말처럼 온순해졌다. 그들은 연무장 바닥에 얌전히 주저앉아 꼬리를 흔들거나, 서로의 몸을 비벼대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사나운 야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마수들이 졸지에 노란색 장비를 장착한 귀여운 대형견 무리로 전락한 코믹한 비주얼에, 텐트 안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제자들과 잡역부들은 턱이 빠질 정도로 경악했다.
“이, 이게 정녕 그 흉포한 마수들이란 말인가?”
“노란 입마개 하나로 마수를 애완동물로 만들다니…… 오 감찰관님은 진짜 환기의 신이자 야수 조율의 대종사시다!”
[띵! 마수 방치 사육장 붕괴 및 영수 폭주 사고 진압 대성공!]
[천도 안전 마일리지 2,000포인트가 정산됩니다.]
[현재 잔고: 13,500포인트]
[신규 업적 달성: '야수에게 기본 소양을 가르친 자']
[보상: 맹수진이 지훈의 안전 사육 매뉴얼을 전폭적으로 신봉하기 시작합니다. 훗날 이 매뉴얼은 동역 연맹 전역에 보급되는 나비효과의 씨앗이 됩니다.]
맹수진은 눈물을 훔치며 지훈의 앞에 꿇어앉았다.
“오 감찰관님…… 제가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제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사지로 몰고 문파를 파멸시킬 뻔했습니다. 앞으로 감찰관님이 제정하신 ‘영수 안전 사육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여 이중 격리 시설과 전기 펜스를 사육장에 완벽히 도입하겠습니다!”
“좋은 자세입니다, 조련사님. 반성하셨으니 과태료는 50% 감면하여 2,500영석만 부과하겠습니다. 추후 안전 진단 필증을 받으시면 사육장 재가동을 승인해 드리지요.”
지훈이 단호하게 붉은 딱지 고지서를 내밀자, 맹수진은 두 손으로 공손히 고지서를 받들었다. 드디어 외문의 골칫거리였던 마수 폭주 위험이 완벽한 행정적 질서 아래 통제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갑자기 외문 연무장 상공의 구름이 반으로 쩍 갈라지며, 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날카로운 음속의 마찰음이 온 산을 뒤흔들었다.
지훈이 찌푸린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구름 사이를 뚫고, 시속 300km가 넘는 초고속으로 은빛 궤적을 그리며 낙하하는 인물이 있었다. 은색 도포를 휘날리며 자색 보석이 박힌 보검 ‘유성검’ 위에 오만하게 발을 얹은 채, 외문 연무장 상공을 난폭하게 비행하는 내문의 어검 천재, 무간검선이었다.
그가 일으킨 강력한 공중 난기류와 소음 폭풍이 지상의 텐트를 흔들고 하급 제자들의 고막을 파열시키려 덮쳐오기 시작했다. 마진태 장로의 사주를 받은 내문의 무력 시위가 드디어 공중에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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