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부패한 검사관의 가짜 합격증
“당장 공사를 중지하라!”
주만득이 금색 주판을 요란하게 짤랑거리며 대전 지붕 아래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흔들어 대는 가짜 명령서 서판 너머로, 도포 소매 속에 깊숙이 숨겨진 황금 뇌물 상자의 붉은 실루엣이 오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선명하게 스캔되고 있었다.
[위험 요인 투시안(Risk Factor Clairvoyance) 작동 중]
[대상: 주만득의 오른쪽 소매 안쪽]
[스캔 결과: 황금 뇌물 상자(내문 장로 마진태 공여), 위조 안전 인증 도장, 사행성 도박 장부 사본 포착]
지훈은 조용히 안경테를 치켜올렸다. 대한민국 9급 산업안전감독관 시절, 건설 현장에서 환경 부담금을 깎아주겠다며 뒷돈을 챙기던 악질 부패 공무원들의 상판대기가 주만득의 기름진 얼굴 위로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공사 중지 명령이라니요. 정식 절차를 밟아 발급된 문서가 맞습니까?”
지훈이 차분하면서도 깐깐한 어조로 묻자, 주만득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코웃음을 쳤다.
“하! 일개 외문의 하찮은 잡역부 감찰관 따위가 감히 이 주만득의 명령에 토를 다는 게냐! 이 명령서는 대하제국 동역 연맹 사법당의 권위를 위임받은 정식 문서다! 저기 엮여 있는 조잡한 대나무 뼈다귀들과 가죽 끈들은 연맹의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위험 적치물에 불과하다!”
주만득이 삿대질한 곳에는 황두식이 밤새 땀을 흘리며 조립한 ‘고강도 비계용 청죽’과 잡역부들이 착용하고 있는 ‘추락 방지용 생명줄 안전벨트’가 있었다.
비계를 붙들고 서 있던 황두식의 얼굴이 억울함과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불법 적치물이라니요! 저 비계와 안전벨트 덕분에 매주 발생하던 추락 사고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작업 효율도 세 배나 올랐단 말입니다!”
“닥쳐라! 기술자 놈이 감히 상급 검사관의 권위에 도전하려 드는구나! 저 비계는 규격 미달의 가공물이 분명하니, 지금 즉시 규율대원들을 동원해 전량 철거하고 폐기 처분하겠다!”
주만득이 오만하게 소리를 지르며 뒤에 거느린 무장 규율대원들에게 손짓했다. 규율대원들이 검을 빼 들고 청죽 비계를 향해 다가오려 하자, 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들의 앞을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검사관님. 공무원 행동강령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및 부정청탁 금지법 제5조를 위반하고 계십니다.”
“무, 무엇이라? 공직자…… 뭐?”
주만득이 난생처음 듣는 기괴한 법률 이름에 주판을 멈추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지훈은 행정 수첩을 펼쳐 들고 차갑게 대독하기 시작했다.
“동역 연맹 사법당 소속의 공직자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 즉시 직무를 회피해야 하며 어떠한 형태의 금품이나 청탁도 수수해서는 안 됩니다. 귀하는 현재 내문 장로 마진태로부터 특정 청탁을 받고 가짜 명령서를 남용하여 합법적인 안전 설비를 훼손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이 미친 잡역부 놈이 감히 상급 관리인 나를 모함하려 드는구나! 증거도 없는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
주만득이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져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규율대원들이 지훈에게 칼날을 겨누기도 전에, 지훈의 몸 주변으로 황금빛 기운이 파르르 떨리며 웅장하게 피어올랐다.
[우주 행정안전의 가호: 청렴 심판 오라(Integrity Judgment Aura)를 전개합니다]
[범위: 반경 10미터 이내]
[효과: 범위 내에서 부정청탁을 시도하거나 뇌물을 소지한 자의 영력과 신체 동작을 강제로 결박합니다]
우웅——!
지훈의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황금빛 오라가 순식간에 공사 현장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그 따스하면서도 엄숙한 법의 기운이 주만득의 몸을 감싸는 순간, 주만득의 기름진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커, 커헉……! 내, 내 영력이…… 축기기 9성의 내 단전이 왜 굳어버리는 것이냐!”
주만득은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목구멍까지 황금빛 사법의 사슬에 묶인 듯 숨이 턱 막혔다. 그의 몸은 마치 석상처럼 굳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주만득이 필사적으로 단전의 영력을 폭주시키려 처세 심법 ‘양두구육공’을 끌어올렸으나, 천도가 보장하는 절대적인 청렴 오라 앞에서는 먼지만큼의 저항도 통하지 않았다.
스르륵.
신체 제어력을 잃은 주만득의 오른쪽 소매가 아래로 처지더니, 그 안쪽에서 묵직한 물체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붉은 비단으로 정성스럽게 싸여 있던 상자가 흙바닥에 구르며 뚜껑이 열렸다. 그 안에서 눈이 멀 것같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고순도 화염 영석들과, 정교하게 깎인 푸른 석판 직인이 쏟아져 나왔다.
“저, 저건 마 장로님의 붉은 불꽃 문양이 새겨진 황금 상자가 아닌가!”
“바닥에 쏟아진 건…… 위조된 안전 인증 도장이다!”
공사장에 모여 있던 잡역부들과 규율대원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훈은 위험 요인 투시안으로 바닥에 떨어진 도장을 가리키며 쐐기를 박았다.
“현장 증거 확보 완료. 뇌물 수수 및 위조 안전 인증 도장 무단 남용 현행범입니다. 주만득 검사관님, 이 도장의 영력 도선은 연맹 사법당의 공식 직인과 일치하지 않는 위조품이군요.”
주만득은 이마에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굳어버린 입술을 떨었다.
“이, 이건 모함이다…… 내가 흘린 것이 아니다…….”
“구차한 변명은 사법당 청문회에서 하십시오. 최순돌 씨!”
“예, 예! 감찰관님!”
대기하고 있던 전령 요원 최순돌이 바람을 일으키는 고속 이동 가죽신을 신은 채 잽싸게 앞으로 달려왔. 지훈은 미리 작성해 둔 ‘공직자 부정청탁 및 위조 도장 남용 고발장’을 최순돌의 서판에 쾅 찍어 넘겼다.
“지금 즉시 이 고소장을 대하제국 동역 연맹 사법당 본부로 송달하십시오. 긴급 공무 전송입니다.”
“안전! 초고속 송달 개시합니다!”
최순돌이 가죽신에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연무장 너머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흙먼지가 일며 대지 위에 일직선의 대피로가 그려졌다. 장거리 전송의 반동으로 순돌이 신은 가죽신 밑창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풍겼으나, 전령의 속도는 막을 수 없었다.
주만득은 절망적인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과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대전 상공의 푸른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웅장한 천도의 사법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하늘에서 사법당의 율법이 실린 한 줄기 백색 번개가 주만득의 머리 위로 정확히 내리꽂혔다. 주만득이 입고 있던 기름진 청색 관복이 번개에 맞아 순식간에 타들어가며, 그의 가슴팍에 새겨져 있던 사법당의 공식 문양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띵! 대하제국 동역 연맹 사법당으로부터 피의자 주만득의 직위 박탈 및 파면 명령서 도달 완료]
[부정부패 척결 공로로 천도 안전 마일리지 2,000포인트 적립! 현재 잔고: 11,500포인트]
주만득은 관복이 찢어지고 영력이 완전히 상실된 채 흙바닥에 볼품없이 나자빠졌다. 그의 축기기 9성 위압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평범한 범인(凡人)보다 비참한 꼴이 되었다.
지훈은 바닥에 주저앉아 사시나무 떨듯 떠는 주만득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그의 안경 너머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빛났다.
“주만득 씨. 파면 처분이 완료되었으니 이제 민간인 신분이시군요. 뇌물 수수죄의 가중 처벌을 면하고 싶으시다면, 사마도 집행관이 횡령한 외문 예산의 진짜 장부가 어디 있는지 자백하십시오.”
주만득은 하늘에서 내리친 사법의 번개에 완전히 기가 꺾여, 지훈의 노란 조끼만 보아도 오줌을 지릴 것 같은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흙바닥을 피가 나도록 긁으며 비명을 지르듯 자백했다.
“내, 내가 말하겠다! 살려다오! 사마도 그 교활한 놈이 예산을 횡령하고 작성한 진짜 이중 장부는…… 그놈의 개인 침실 천장 뒤편, 세 번째 대들보 틈새에 숨겨져 있다! 마진태 장로에게 보낸 상납금 내역도 전부 그 장부에 적혀 있단 말이다!”
주만득의 자백이 대전 공사 현장에 울려 퍼지자, 지훈의 입꼬리가 나직하게 올라갔다.
사마도 집행관의 숨통을 끊어놓고, 동결된 외문 행정 예산을 한 번에 정상화할 결정적인 열쇠가 마침내 그의 손에 쥐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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