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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수질 오염 방지법 위반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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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하하! 몰살이다! 전원 검은 독수의 밥이 되어라!”


쿠르릉!


흑풍괴인의 해골 지팡이가 흙댐의 제방을 내리치자, 단단히 다져져 있던 흙더미가 쩍 갈라지며 굉음을 토해냈다. 제방 너머에서 출렁이던 시커먼 독수가 균열 사이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수만 톤의 부식성 폐수가 외문 주거 구역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감찰관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외문 잡역부 숙소는 물론이고 하류의 민가까지 전부 몰살당합니다!”


배기철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소리쳤다. 그의 물에 젖은 파란 도포 자락마저 공기 중에 퍼진 독기에 스쳐 치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지훈은 침착했다.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는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대한민국 9급 산업안전감독관 시절, 공사 현장에서 흙막이가 붕괴하고 유독가스가 누출되던 아수라장도 겪어본 그였다. 선협 세계의 독수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결국 본질은 ‘무단 방출된 산업 폐수’와 ‘유독 가스 누출’일 뿐이었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배기철 씨. 재난 상황일수록 매뉴얼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지훈이 단호한 어조로 말하며 허리춤의 행정 수첩을 펼쳤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가 황금빛 배리어를 뿜어내며 사방의 부식성 가스를 차단하고 있었다.


[띵! 돌발 재난: 수질 오염 및 홍수 발생 위기.]

[위험도: 99.5% (극위험).]

[대책 수립: 유해 물질 화학적 중화 및 수맥 우회 경로 설정.]


“기동대! 살수 수레를 전방으로!”


지훈의 지시에 강두찬과 기동대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대형 살수 수레를 밀고 앞으로 나섰다. 수레의 물탱크 안에는 물 속성 영석의 기운과 함께, 지훈이 미리 준비해 둔 특수 시약인 ‘유해 가스 희석제’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살수포 가동하십시오! 공기 중으로 전방위 분무합니다!”


“안전!”


기동대원들이 고압 분무 장치의 밸브를 힘껏 열었다.


솨아아아아아!


살수 수레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안개 분무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부식성 검은 독기 장막을 향해 쏟아졌다. 독고청의 연구소에서 합성해 낸 이 유해 가스 희석제는 공기 중의 황화수소와 부식성 독소 분자를 강제로 결합해 무해한 수분으로 희석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치이이이이익!


검은 독기와 하얀 안개 분무가 충돌하자, 계곡 전체가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백색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사람의 폐를 단숨에 녹여버릴 듯이 살벌하게 기어오르던 검은 독 가스들이, 물 분자와 결합하며 힘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맑은 이슬로 변해갔다.


“무, 무슨 지거리냐! 내 축기기 독공으로 만든 독무(毒霧)가 왜 한낱 물뿌리개 따위에 정화되는 것이냐!”


댐 위에서 제방을 더 무너뜨리려던 흑풍괴인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평생 비술이 한낱 수레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 한 방에 정화되는 광경은 그의 상식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단순한 물뿌리개가 아닙니다. 화학적 중화 작용을 이용한 대기 환경 정비 조치입니다.”


지훈이 냉정하게 대답하며 배기철을 돌아보았다.


“배기철 씨, 지금입니다! 쏟아지는 독수의 수맥을 우회시키십시오!”


“예, 예! 알겠습니다!”


독기 장막이 걷히자 기운을 차린 배기철이 부러진 대나무 자 대신 품속에서 새로운 수속성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그는 지훈이 설계해 준 ‘영력 스프링클러 배관망’의 수맥 조율 공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벽해조류, 수맥 역전! 정화조 결계로 흐름을 우회한다!”


배기철이 영력을 쥐어짜 내어 계곡 바닥의 암반을 향해 쏘아 보냈다. 그러자 제방의 균열에서 쏟아져 내리던 검은 독수 파도가 외문 주거 구역으로 직진하지 못하고, 배기철이 유도한 임시 배수로를 타고 계곡 우측의 거대한 자연 천연 암반 구덩이(정화조 결계 구역)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독수가 정화조 구덩이에 모이자, 지훈이 미리 매설해 두었던 정화 필터 부적들이 반응하며 검은 물을 맑은 청수로 빠르게 여과해 나갔다. 쏟아지던 수만 톤의 폐수가 단 한 방울도 주거 구역으로 흘러들지 않고 완벽하게 격리된 것이다.


“말도 안 돼…… 내 독수가…… 내 댐이!”


흑풍괴인은 제방 위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전멸을 자신했던 그의 모든 수단이 오지훈의 체계적인 방재 행정 앞에 완벽하게 분쇄당했다.


“대기 오염 및 수질 오염 방지 조치 완료. 이제 피의자를 체포하겠습니다.”


지훈은 단호한 발걸음으로 댐의 제방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그의 노란 조끼가 새벽안개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흑풍괴인은 이빨을 갈며 마지막 남은 영력을 쥐어짜 내 해골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 잡역부 놈이 감히 내 앞을 막아서다니! 죽어라!”


독기가 서린 지팡이가 지훈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지훈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지훈이 품속에서 빨간색 ‘소방법 위반 딱지’를 꺼내 허공에 가볍게 날렸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38조 위반. 수질 오염 물질 무단 방류 및 대형 재난 유도 혐의로 현장 제재를 집행합니다.”


짝!


날아간 빨간 딱지가 흑풍괴인의 이마에 정확하게 들러붙었다.


[띵! 행정 제재 기술: 소방법 위반 딱지 발부(Water Pollution Prevention Act Version) 활성화!]

[천도의 사법 권한이 피의자의 영력을 강제 제약합니다.]

[효과: 피의자 흑풍괴인의 독기 영력 50% 강제 동결. 모든 공격 기술 시전 불가.]


“끄아아악!”


이마에 딱지가 붙는 순간, 흑풍괴인은 전신을 흐르던 독공 경맥이 마치 차가운 얼음물에 잠긴 듯 꽁꽁 얼어붙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지팡이에 서려 있던 검은 독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의 몸은 마비된 채 댐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내, 내 영력이…… 내 경맥이 왜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 무슨 요술을 부린 게냐!”


“요술이 아니라 합법적인 공권력의 집행입니다.”


지훈이 다가가 흑풍괴인의 해골 지팡이를 가볍게 빼앗아 압수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를 꺼내 흑풍괴인의 온몸을 미라처럼 촘촘하게 감아버렸다. 테이프가 몸에 닿을 때마다 흑풍괴인의 잔여 영력마저 완벽하게 봉인되었다.


“기동대장,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십시오.”


“안전! 이 더러운 환경 파괴범 놈, 얌전히 묶여라!”


강두찬이 거구의 몸으로 다가와 묶인 흑풍괴인을 짐짝처럼 들어 올렸다.


지훈은 영류 천계지의 맑아진 물줄기를 바라보았다. 수만 톤의 독수가 정화조 결계를 거쳐 맑은 청수로 변해 계곡을 타고 잔잔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곡 주변의 말라 죽어가던 나무들이 다시 생기를 되찾는 듯했다.


[띵! 돌발 재난 예방 대성공! 영류 천계지 수질 정화 완료.]

[천도 안전 마일리지 2,000포인트 적립! 현재 잔고: 9,500포인트]

[외문 제자들과 오가촌 주민들의 만성 피부병 및 위생 상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오지훈 감찰관에 대한 민심의 신뢰도가 극도로 상승합니다.]


“해냈어…… 우리가 진짜로 식수원을 지켜냈어!”


배기철이 계곡물에 손을 담그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뒤늦게 대피소에서 나와 이 광경을 목격한 하급 잡역부들과 외문 제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지훈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오지훈! 오지훈! 황색 저승사자가 우리를 구했다!”


수선 세계에서 오직 힘없는 약자라는 이유로 독수에 오염된 물을 마시며 죽어가던 이들이었다. 그런 자신들을 위해 직접 몸을 던져 식수원을 지켜주고 환경을 정비해 준 지훈의 모습은, 그들에게 장로보다 더 위대한 수호신으로 다가왔다.


지훈은 연호하는 군중들을 뒤로한 채, 묶여 있는 흑풍괴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안경을 치켜올렸다.


“흑풍괴인 씨. 당신은 일개 사파 술사일 뿐인데, 어떻게 내문 연단방의 고위험 폐기물을 이토록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까? 이 폐수의 진짜 출처를 밝히십시오.”


지훈의 차가운 질문에 흑풍괴인은 이빨을 딱딱 마주치며 고개를 저었다.


“내, 내가 말할 것 같으냐! 내문 장로님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말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천도 법정에 기소되어 영혼까지 압수수색 당하는 청문회를 견뎌내실 수 있다면 말이죠.”


지훈이 수첩을 딸깍거리며 붉은 낙인 도장을 흑풍괴인의 얼굴 가까이 가져가자, 흑풍괴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미 경맥이 묶여 천도의 위압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그는 결국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듯 자백했다.


“마, 마진태 장로다! 내문 연단방의 마진태(Ma Jin-tae) 장로님이 비밀 지하 연단실에서 약을 만들고 남은 폐수를 내게 넘겨주며 외문에 무단으로 방류하라고 시켰다! 나, 나는 그저 돈을 받고 폐기물을 위탁 처리했을 뿐이다!”


그 자백이 계곡의 새벽 공기를 타고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역시 마진태 장로였군.”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차가운 안광이 스쳤다. 사투장의 위지강 장부에서 포착했던 부패 커넥션, 그리고 사마도 집행관의 가슴속에 숨겨져 있던 이중 장부의 붉은 실루엣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외문 전체를 썩게 만들던 환경 범죄의 진짜 배후가 마침내 그 꼬리를 잡혔다.


지훈이 자백 내용을 행정 수첩에 기록하고 정식 탄핵 공소장을 작성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사무소 방향에서 전령 요원 최순돌이 바람을 일으키며 다급하게 계곡 위로 뛰어올라왔다.


“감찰관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임시 사무소에 사마도 집행관이 이끄는 규율대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최순돌이 숨을 헐떡이며 지훈의 조끼 자락을 붙잡았다.


“사마도가 마진태 장로님의 명령서라며, 문파 내 대규모 전당 수리 공사를 빌미로 우리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의 모든 예산과 자재 공급을 전액 동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금 사무소의 집기들을 전부 압류하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훈의 눈썹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환경 오염의 배후가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마진태 장로가 사마도를 시켜 지훈의 목줄(예산)을 죄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예산 동결이라니. 공무원에게 가장 치사한 짓을 골라서 하는군요.”


지훈은 조용히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의 시야 너머로, 사무소 예산을 지키고 사마도의 횡령 장부를 빼앗아 와야 하는 새로운 행정 전쟁의 경고등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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