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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맑은 물에 독을 타는 놈들을 단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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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불법 투기장 ‘사투장’을 노란색 안전 테이프로 완벽하게 밀봉하고 위지강의 비자금 장부까지 압수한 직후였다. 외문 행정안전 임시 사무소로 돌아온 오지훈은 책상 위에 장부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누적 마일리지 7,500포인트. 사투장 단속 성공으로 지훈의 행정적 권위는 외문 잡역부들 사이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공무원의 퇴근 시간보다 빠르게 깨지는 법이다.


[위이잉——!]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 설치된 시스템 경고창이 요란하게 적색 신호를 내뿜기 시작했다.


[긴급 수질 오염 감지!]

[위험 구역: 외문 전체의 식수원 ‘영류 천계지(Yeongryu Cheongyeji)’]

[오염도: 84.5% (심각한 생태계 교란 및 식수원 마비 위험)]

[위험 요인 투시안(Danger Factor Clairvoyance)이 오염 물질의 확산 경로를 추적합니다.]


지훈의 안경 너머 시야에 붉은색 맥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외문 제자들과 하급 잡역부 수천 명이 매일 마시고 씻는 생명선인 영류 천계지의 상류에서부터, 시커멓고 걸쭉한 독성 물질이 핏줄처럼 뻗어 나와 하류로 퍼져 내려가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가마 매연 수준이 아니야. 대규모 환경 범죄다.”


지훈이 벌떡 일어나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Yellow Fluorescent Safety Vest)의 지퍼를 올리던 그때, 사무소의 목조 문이 쾅 열리며 푸른 도포를 입은 사내가 허겁지겁 뛰어들어왔다. 손에는 수량 측정용 대나무 자를 쥔 채 온몸이 물에 젖은 수자원 관리자, 배기철(Bae Gi-cheol)이었다.


“감찰관님! 오 감찰관님! 큰일 났습니다! 상류의 물줄기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배기철은 숨을 헐떡이며 대나무 자를 내밀었다. 자의 끝부분이 정체불명의 검은 독기에 부식되어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다.


“영천의 물을 마신 하급 잡역부 몇 명이 벌써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의원의 설아 낭자가 해독제를 조제하고 있지만, 원천을 막지 않으면 반나절 안에 외문 전체의 식수가 고갈될 것입니다!”


지훈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수선자들이 돌파를 한답시고 목숨을 거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 치더라도, 아무런 죄 없는 하급 잡역부들이 마시는 물에 독을 타는 행위는 대한민국 산업안전감독관 출신인 그의 상식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였다.


“배기철 씨, 당장 수질 측정 장비와 정화 부적을 챙기십시오.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감히 공공 식수원에 무단으로 폐수를 방류하는 무법자 놈의 대가리에 소방법이든 환경법이든 딱지를 때려 박아줄 테니까.”


지훈은 허리춤에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 릴을 단단히 고정하고, 영적 가스 검지 부적(Spiritual Gas Detection Talisman)을 챙겨 쥐었다. 기동대장 강두찬과 정예 대원들이 쇠지렛대와 철제 방패를 든 채 지훈의 등 뒤로 일사불란하게 정렬했다.


* * *


영류 천계지의 상류 계곡.


평소라면 영기가 서린 맑은 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려야 할 계곡은, 이미 시커먼 거품과 함께 썩은 유황 냄새를 풍기는 하수구로 변해 있었다. 계곡 양옆의 푸르던 풀과 나무들은 검게 말라 죽어 있었고, 물속의 영고기들은 배를 뒤집은 채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지훈이 ‘위험 요인 투시안’을 발동하자, 물줄기를 타고 흐르는 독소의 성분이 붉은색 홀로그램 정보로 스캔되었다.


[오염 물질: 연단 찌꺼기 및 유독성 황화수소 폐수]

[배후 분석: 내문 연단방(Inner Sect Elixir Hall)의 고위험 폐기물과 99% 일치]

[경고: 단순 방류가 아닌, 의도적인 독성 기운 주입 확인]


“내문 연단방의 마진태 장로 놈…… 사투장 자금줄이 막히자마자 이딴 식으로 보복을 해오시는 건가.”


지훈은 이 오염 물질이 마진태의 사유화된 가마터에서 나온 폐기물임을 직감했다. 위지강의 장부에서 확인했던 부패 커넥션의 썩은 냄새가 이곳 계곡까지 진동하고 있었다.


“저기 있습니다! 폭포 위쪽 암반 지대입니다!”


배기철이 손가락으로 상류의 거대한 바위 그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누더기 검은 도포를 걸치고 얼굴을 음침하게 가린 노인이 서 있었다. 온몸에서 지독한 악취와 검은 독기를 뿜어내고 있는 사악한 은둔 수선자, 흑풍괴인(Heukpunggoein)이었다. 그는 커다란 구리 항아리 ‘독수병’을 기울여 계곡물에 걸쭉한 검은 액체를 들이붓고 있었다.


“흐흐흐…… 어리석은 천운종 놈들. 내 독공(毒功)의 제물이 되어 서서히 경맥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맛보아라. 마 장로님과의 약속대로 이 외문을 송두리째 썩은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흑풍괴인은 독수를 방류하며 광소하고 있었다.


그때, 계곡 바위 틈새를 헤치고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지훈이 대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지훈은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단속 선언을 때렸다.


“거기 누더기 입으신 분! 현 시간부로 공무 집행을 개시합니다! 당신은 지금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38조 및 ‘폐기물관리법’ 제8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습니다!”


흑풍괴인의 광소가 뚝 끊겼다. 그는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지훈 일행을 쏘아보았다.


“웬 잡역부 놈들이 노란 조끼를 걸치고 와서 해괴한 소리를 지르는 게냐? 감히 사파의 독수(毒手)인 이 흑풍괴인의 수련을 방해하려 들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


“수련이든 뭐든 알 바 아니고, 공공 식수원에 유독성 폐기물을 무단 방류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무허가 폐수 배출 시설 가동 및 수질 오염 행위로 과태료 일만 영석 부과 및 현장 강제 폐쇄 조치를 선언합니다!”


지훈은 단호하게 외치며 행정 수첩에 직인을 쾅 찍었다. 공식 감찰관 직인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색 천도의 기운이 허공에 규정 문서를 실체화했다.


“과태료? 법률? 하하하! 수선 세계의 법은 오직 강자의 힘뿐이거늘, 이깟 종이 쪼가리로 나를 묶으려 들다니 오만하구나! 내 독수에 녹아 뼈도 남지 않게 해주마!”


흑풍괴인이 해골 지팡이를 땅에 쾅 내리쳤다. 그의 축기기 5성의 사악한 영력이 폭발하며, 계곡물이 시커먼 파도로 변해 지훈 일행을 향해 덮쳐왔다. 사파 독공, ‘흑사독수공(黑沙毒水功)’이었다.


“감찰관님, 위험합니다! 제 주술로 막아보겠습니다!”


배기철이 다급하게 수속성 방어 주술을 전개하며 물줄기를 제어하려 했다. 하지만 흑사독수의 부식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기철의 푸른 물 장막이 검은 독수에 닿는 순간,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수량 측정용 대나무 자와 주술 도구들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아! 내 영기 도구들이 부식되어 파괴당했습니다! 주술이 통하지 않습니다!”


배기철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흑사독수의 검은 파도는 기동대원들의 발밑까지 밀려와 그들이 신은 일반 가죽 장화의 밑창을 빠르게 녹여 들어갔다.


“으악! 신발이 녹아내립니다! 발바닥이 뜨겁습니다!”


기동대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뒤로 후퇴했다. 순식간에 지형적 우위와 독기의 압도적인 기세가 흑풍괴인에게로 기울었다. 흑풍괴인은 승리를 확신한 듯 해골 지팡이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흐흐흐! 보아라! 너희가 믿는 법 규정 따위가 이 절대적인 부식의 독기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전원 녹아내려 계곡의 거름이 되거라!”


검은 독수 파도가 지훈의 발목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하지만 오지훈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안경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안전 장비 없이 유해 물질을 다루는 무식한 태도야말로, 당신이 삼류 수선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웅——!]


지훈이 입고 있던 노란색 형광 안전 조끼에서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한 황금빛 육각형 결계막이 웅장하게 전개되었다. 우주 행정안전의 가호가 발동한 것이다.


치이이이이익——!


수만 근의 바위도 녹여버릴 듯이 밀려들던 검은 흑사독수가 지훈의 황금빛 결계막에 닿는 순간, 엄청난 부식음과 함께 무해한 하얀 수증기로 강제 변환되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결계 내부의 지훈은 단 한 방울의 독수도 묻지 않은 채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무, 무엇이냐?! 내 축기기 독수가 왜 평범한 잡역부 놈의 옷자락조차 적시지 못하는 것이냐!”


흑풍괴인의 붉은 안광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평생 독공이 노란색 조끼의 불빛 한 방에 완벽하게 무력화되는 광경은 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 조끼는 천도가 보증하는 공식 안전 보호구입니다. 당신의 불법 유해 물질 따위는 이 규격막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지훈은 품속에서 영적 가스 검지 부적을 꺼내 들었다. 부적이 공기 중의 독소 성분을 실시간으로 스캔하며 빨간색 경보음을 울렸다.


[띵! 유해 가스 및 수질 오염 물질 성분 분석 완료!]

[황화수소 및 부식성 독소 농도: 허용 기준치의 1,200% 초과]

[단속 근거가 완벽하게 수치화되어 천도 법정에 실시간으로 기록됩니다.]


“자, 과학적인 증거 수집도 끝났습니다. 이제 정식 처벌 단계로 넘어가죠.”


지훈이 노란색 안전 테이프 릴을 손에 쥐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흑풍괴인은 이빨을 갈며 해골 지팡이를 허공에 크게 휘둘렀다.


“이 괴물 같은 놈들! 그렇다면 이 계곡 전체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주마!”


흑풍괴인이 독수병을 통째로 깨뜨리며 자신의 모든 영력을 쥐어짜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곡 전체를 휘감고 있던 검은 연기들이 순식간에 응축되더니, 사방을 완벽하게 포위하는 거대한 부식성 검은 독기 장막(Corrosive Black Poison Mist Barrier)으로 실체화되어 지훈 일행의 사방을 꽉 막아버렸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부식성 가스가 대원들의 방화복과 장화 밑창을 갉아먹기 시작했고, 계곡의 퇴로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흐흐흐! 이 장막 안의 독기는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허파를 녹여버릴 것이다! 어디 이 안에서도 그 얄팍한 조끼로 버텨보아라!”


흑풍괴인은 장막 너머 계곡 상류의 거대한 흙댐 위에 올라서서 광소했다. 댐 뒤편에는 수만 톤의 썩은 독수가 이글거리며 출렁이고 있었다.


독기 장막에 고립된 일촉질발의 위기 속에서, 흑풍괴인의 실루엣이 댐의 제방을 향해 지팡이를 치켜드는 모습이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붉게 반사되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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