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노란 테이프의 절대 결계
우드득, 쿠구구구구!
지하 동굴의 천장이 갈라지며 집채만 한 암석들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사투장(沙鬪場) 내부의 습한 공기는 순식간에 자욱한 비산 먼지로 가득 찼고, 수백 명의 관중과 제자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 아수라장의 중심에서, 사투장의 지배자 위지강(Wi Ji-gang)은 광기 어린 폭소를 터뜨리며 거대한 철퇴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그의 목표는 사투장을 지탱하고 있는 중앙의 천연 암석 기둥이었다. 축기기 4성의 강력한 야성 영력, 수왕포효공(獸王咆哮功)의 기운이 철퇴 끝에서 붉은 폭풍처럼 몰아치며 기둥의 하단부를 무자비하게 타격했다.
콰아앙! 콰쾅!
“하하하! 다 같이 무덤으로 가자! 내 밥줄을 끊으려 한 노란 조끼 놈들도, 여기서 도박을 즐기던 놈들도 전부 이 지하 깊은 곳에 뼈를 묻는 거다!”
중앙 기둥이 쩍쩍 갈라지며 무너지기 시작하자, 천장 전체가 내려앉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낙석들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며 관중석의 목조 의자들을 박살 냈다.
기동대장 강두찬이 찌그러진 철제 단속 방패를 앞세워 날아오는 돌가루를 막아서며 지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노란 조끼는 이미 사투장의 더러운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엉망이 된 상태였다.
“지훈 형님! 아니, 감찰관님! 기둥이 완전히 박살 나고 있습니다! 방패로 막기에는 낙석의 무게가 너무 엄청납니다! 일단 후퇴해야 합니다!”
목발을 짚은 채 구석에서 제어반을 해제하던 이철수 역시 흙먼지 속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감찰관님! 출구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전원 고립되어 질식사할 겁니다!”
그러나 오지훈은 피하지 않았다.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는 오히려 차갑고 예리하게 빛났다. 전생에 건설 현장 붕괴 참사로 무고한 하급 노동자들을 잃었던 트라우마가 그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분노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및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위반. 그리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위반입니다.”
지훈이 차가우면서도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휴대용 영력 확성기를 타고 무너지는 동굴 내부 전체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위지강 씨. 귀하는 현재 무허가 사설 격투 시설을 운영한 것도 모자라, 고의로 지지 구조물을 훼손하여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중 처벌 대상이자 천도(天道)의 이름으로 즉각 집행 정지 처분을 내릴 사안입니다.”
[위이잉——]
지훈의 뇌리 속에서 시스템의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돌발 재난 발생: 지하 사투장 붕괴 위기.]
[위험도: 99.8% (극위험).]
[시스템 이능 가동: ‘재난 대피 실시간 시뮬레이션(Disaster Evacuation Real-time Simulation)’을 전개합니다.]
스우우우!
지훈의 시야가 순식간에 에메랄드빛 홀로그램 격자무늬로 전환되었다. 무너지는 바위들의 하강 속도, 천장의 균열 진행 방향, 그리고 붕괴 속도보다 빠르게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최적의 이동 경로가 사투장 바닥 위에 선명한 초록색 선으로 그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투장 내부에 갇혀 공포에 질려 있던 수백 명의 제자들과 관중들의 머릿속에, 약속이라도 한 듯 선명한 초록색 비상구 유도등(Emergency Exit Sign)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어……? 이게 무슨 불빛이지?”
“내 머릿속에 초록색 대피로가 보여!”
지훈이 확성기를 높이 들고 단호하게 외쳤다.
“전원 주목하십시오! 머릿속에 보이는 초록색 유도선과 비상구 표시만을 보고 달리십시오! 밀지 말고, 앞사람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차례대로 이동하십시오! 대피로 내부에서는 낙석의 위험이 통제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행정적 권위와 우주적 질서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던 제자들이 본능적으로 초록색 유도선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출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잡역부 연합 대원들은 대피로 좌우에 배치되어 군중들의 낙상 사고를 방지하십시오!”
지훈의 지시에 천운종 외문 잡역부 연합(Cheon-un Sect Outer Sect Janitor Alliance)의 대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수석 청소부 이만복(Lee Man-bok)은 지훈이 지급한 강철창 내장 안전화를 신은 채, 바닥에 널브러진 날카로운 영석 파편과 깨진 유리 조각들을 거침없이 밟고 지나가며 넘어진 제자들을 일으켜 세웠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가시오! 바닥의 위험물은 내가 다 치울 테니 걱정 말고 뛰시오!”
이만복의 단단한 발걸음과 빗자루질 덕분에, 피난 행렬에서 단 한 명의 발바닥 찔림 사고나 낙상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것은 완벽한 복지 행정의 실현이었다.
“이, 이 빌어먹을 잡역부 놈들이 내 도박꾼들을 다 빼돌리다니!”
단상 위에서 기둥을 부수던 위지강이 피난 대열을 보고 격분했다. 그는 지훈이 전개한 노란색 원터치 안전 텐트가 자신의 철퇴 공격을 막아낸 것에 이어, 대피로까지 완벽하게 통제하자 이성을 잃었다.
“네놈만 죽이면 이 결계도 사라지겠지!”
위지강이 붉은 야성 영력을 폭발시키며 지훈을 향해 돌격했다. 그의 거구는 무너지는 돌더미를 거침없이 부수며 광포한 맹수처럼 덮쳐왔다. 축기기 고수의 기세에 주변 공기가 비릿한 피비린내로 진동했다.
“위험합니다, 감찰관님!”
강두찬이 방패를 들고 막아서려 했으나, 위지강이 내뿜는 수왕포효공의 음파 진동에 방패가 찌그러지며 뒤로 밀려났다. 위지강의 거대한 철퇴가 지훈의 머리 위로 수직 하강했다.
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집채만 한 거대 암석이 위지강과 지훈의 머리 위로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위지강은 동귀어진을 각오한 듯 눈을 부릅떴으나, 지훈은 차분하게 오른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비상구 결계 전개(Emergency Exit Barrier Deployment).”
[웅——!]
지훈의 외침과 동시에, 그가 지정한 초록색 대피로 상공으로 반투명한 황금빛 육각형 결계막이 웅장하게 펼쳐졌다.
쿠우우웅!
낙하하던 거대 암석이 결계막에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파괴음 대신 기묘한 소리가 지하 동굴을 가득 채웠다.
*띠용-!*
수만 근의 물리적 타격 에너지가 결계막에 닿는 즉시, 천도의 안전 법칙에 의해 무해한 녹색 빛의 스파크와 반짝이는 이슬로 강제 변환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마치 어두운 지하 동굴 속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 듯한 장관이었다.
“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요술이냐?! 내 수왕포효공이…… 천장의 무게가 왜 느껴지지 않는 것이냐!”
위지강이 허공에서 철퇴를 쥔 채 경악으로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결계 내부에서는 그 어떤 물리적, 영적 살상 에너지도 통하지 않는 절대 안전지대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었다.
“요술이 아니라, 우주 행정안전이 보증하는 비상구의 절대성입니다.”
지훈이 차갑게 응수하며 품속에서 노란색 릴을 꺼내 들었다. 릴 끝에 감겨 있던 얇고 선명한 노란색 띠가 허공으로 스르륵 풀려나왔다.
“위지강 씨. 귀하의 무기인 철퇴는 안전 검사를 거치지 않은 ‘미인증 불법 살상 기구’로 판명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강제 압수 및 봉인 절차를 집행합니다. 삐삐, 결박하십시오.”
“끼익! 안전! 봉인!”
지훈의 어깨 위에서 노란색 안전모를 쓴 요정 삐삐가 날개짓을 하며 튀어나갔다. 삐삐가 지훈의 손에서 노란색 영력 차단 안전 테이프(Yellow Spiritual Power Blocking Safety Tape)의 한쪽 끝을 쥐고 위지강의 주변을 초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이까짓 노란 종이띠 따위가 내 야성 영력을 막을 수 있을…… 컥?!”
위지강이 철퇴를 휘둘러 테이프를 자르려 했으나, 노란 테이프는 그의 철퇴날에 닿는 순간 부러지기는커녕 오히려 쇠사슬을 타고 그의 팔뚝으로 매끄럽게 감겨 들어갔다.
그것은 단순한 접착테이프가 아니었다. 노란색 안전 테이프의 우주적 기원(Cosmic Origin of Yellow Safety Tape)—그것은 우주의 무질서한 엔트로피를 강제로 고정하고 규격화하는 ‘절대 질서의 경계선’이었다. 테이프가 위지강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의 체내에서 폭주하던 축기기 4성의 야성 영력이 마치 얼음물에 담긴 화로처럼 순식간에 식어가며 동결되기 시작했다.
“내, 내 영력이…… 경맥이 굳어간다! 이 괴이한 끈은 대체 무엇이냐!”
위지강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삐삐의 초고속 비행에 의해 노란 테이프는 그의 온몸을 엑스(X)자 형태로 촘촘하게 감싸 안았다. 단 5초 만에, 거구의 폭력배 두목 위지강은 노란색 안전띠에 칭칭 감겨 미라처럼 변해버렸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거대 철퇴는 툭 소리를 내며 진흙 바닥으로 떨어졌고, 지훈의 시스템 창에 ‘압수 완료’ 메시지가 점멸했다.
쿵!
위지강이 바닥으로 쓰러져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의 전신을 휘감은 노란 테이프 위에는 ‘위험: 접근 금지(KEEP OUT)’라는 붉은색 천도의 낙인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띵! 무허가 사설 체육 시설 ‘사투장’ 단속 및 봉인 성공!]
[천도의 안전 가이드라인 준수율: 100%]
[획득한 천도 안전 마일리지: 3,000포인트]
[현재 누적 잔고: 7,500포인트]
지하 동굴의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지훈의 완벽한 대피 유도 덕분에 사투장에 있던 수백 명의 하급 제자들과 도박꾼들은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대피로를 통해 지상으로 무사히 탈출한 상태였다.
사투장 한구석에서 바위 뒤에 숨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약초 상인 임한수(Im Han-soo)는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린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미쳤다…… 진짜 미친놈이야. 축기기 고수의 무력을 저 노란색 띠 조각 하나로 완벽하게 묶어버리다니. 저건 인간의 힘이 아니다. 천계의 사법 집행관이 강림한 게 분명해!’
임한수는 가슴팍에 품고 있던 황금 영석 상자를 슬그머니 뒤로 감추었다. 뇌물이나 매수 따위로 저 황색 저승사자의 눈을 속이려 했다가는, 자신 역시 저 노란 테이프에 감겨 평생 경맥이 굳은 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밀려왔다.
‘아니야, 뇌물은 끝이다. 합법적으로 가야 해! 저 오지훈 감찰관이 제정하는 안전 규격(KC 마크)을 준수하고, 저 노란 안전모와 테이프를 독점 유통하는 상인이 되는 것이 백배 천배 안전하고 돈이 된다!’
임한수의 머릿속에서 속물적인 주판알이 초고속으로 튕기며, 합법적인 안전 장비 유통업으로의 전업 결심이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지훈은 바닥에 주저앉아 씩씩거리는 위지강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위험 요인 투시안을 가동해 그의 가슴팍을 쏘아보았다. 위지강의 털 가죽옷 안쪽 주머니에서 붉은색 실루엣으로 빛나는 두꺼운 가죽 장부가 투시안에 걸려들었다.
지훈이 허리를 숙여 위지강의 품속에서 그 장부를 낚아챘다. 사투장의 비밀 비자금 장부였다.
“이, 이놈이 내 목숨보다 귀한 장부를……!”
위지강이 이빨을 갈았지만, 지훈은 장부의 첫 페이지를 가볍게 넘겼다. 장부 안에는 외문 서무 책임자인 사마도(Sama-do)와 내문의 핵심 권력자 마진태(Ma Jin-tae) 장로의 이름, 그리고 그들에게 매달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영석이 사투장의 불법 도박 판돈에서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상세한 거래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지훈이 고개를 들어 동굴 벽면을 바라보았다. 무너진 기둥 단면의 고대 암석 표면에 새겨진 기묘한 행정 주술 문양들이, 그의 임시 사무소에 보관된 고대 안전 석판의 문양과 완벽하게 공명하며 미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천운종의 창립조사가 남겨둔 위대한 행정적 유산의 실마리였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군요.”
지훈이 장부를 덮으며 안경을 치켜올린 바로 그 순간.
[위이잉——!]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 설치된 시스템 경고창이 이전에 본 적 없는 기괴한 속도로 점멸하며 붉은색 비상 사이렌 소리를 내뿜기 시작했다.
[긴급 상황 발생! 외문 전체를 파괴할 초대형 산업 재해 징후 포착!]
[재난 원인: 내문 장로 마진태가 자신의 비밀 지하 연단실에서 불법 고압 용기인 ‘적양가마’의 안전 봉인을 뜯어내고 무단 폭주 수련을 개시함.]
[폭발 위험도: 99.9% (대참사 임박).]
[남은 시간: 24시간.]
지훈의 안경 렌즈 위로 붉은 경고등의 실루엣이 차갑게 반사되었다. 사투장을 폐쇄하자마자, 외문 전체를 날려버릴 거대 보스 마진태의 폭주 음모가 마침내 그 사악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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