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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수선계에 떨어진 9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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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들아! 당장 안 내려와?! 저거 붕괴 위험 등급으로 치면 E등급이야, E등급! 당장 대피하라고!”


대한민국 행정안전부 소속 재난안전본부의 촉망받던 9급 공무원이자, 건설 현장의 귀신으로 불리던 산업안전감독관 오지훈. 그의 깐깐한 목소리는 이제 대한민국 서울의 콘크리트 빌딩 숲이 아닌, 정체불명의 목조 건물 천장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극히 허망했다. 장마철 붕괴 위험 지구로 지정된 옹벽을 점검하던 중,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가설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지훈을 덮쳤다. ‘내가 그렇게 보강공사 하라고 공문 보냈거늘!’이라는 마지막 절규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떴을 때, 지훈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낡은 평상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야말로 안전 불감증의 끝판왕이자 재난안전법 위반의 결정체였다.


“야, 지석아! 네 형이 드디어 머리가 돌았나 보다.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더니 맛이 갔어.”

“형, 제발 조용히 해. 장로님들이 들으시면 태형이라니까? 우린 그냥 말단 잡역부란 말이야.”


지훈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그의 해진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소년은 의붓동생 오지석이었다. 그리고 지훈의 시야에 들어온 주변 풍경은 가관이었다. 썩어 문드러진 대들보가 미세하게 휘어 있었고, 천장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매설된 정체불명의 영석 전선(?)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전이다. 이건 100% 누전 및 감전 사고의 징조였다. 심지어 방 한구석에서는 몇몇 잡역부들이 ‘수련’이랍시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데, 그들의 얼굴은 붉다 못해 검푸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심맥에 과부하가 걸려 당장이라도 혈관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이봐요! 거기 아저씨! 지금 호흡법이 완전히 잘못됐잖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당장 수련 중지하고 환기해!”


지훈이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려 하자, 구석에 앉아 있던 덩치 큰 잡역부 이만복이 콧방귀를 뀌며 그를 밀쳐냈다.


“허튼소리! 뼈를 깎고 경맥을 찢는 고통을 버텨내야만 하급 잡역부 신세를 면하고 외문 제자가 될 수 있는 법이거늘! 이깟 일산화탄소 체증 즈음은 기개로 버텨내야 수선자(修仙者)라 할 수 있다!”

“기개는 무슨 얼어 죽을 기개! 그건 기개가 아니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환각 증세야, 이 멍청아! 환기 장치도 없는 이 좁은 목조 가옥에서 속성 단약을 태우며 호흡을 하니까 집단 질식사하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된 거라고!”


지훈의 외침은 완벽하게 묵살당했다. 천운종 외문 잡역부 연합의 일원들은 그를 쯧쯧 혀를 차며 미친놈 취급할 뿐이었다. 수선 세계의 상식으로는, 수련 중 피를 토하고 죽는 것은 ‘자질 부족’이거나 ‘하늘의 뜻’이지, 결코 ‘안전 관리 미비’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무리한 공기 단축을 고집하다가 무너진 건설 현장에서 무고한 하급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죄책감을 가슴 깊이 품고 살았던 지훈이었다. 그렇기에 눈앞에서 무모하게 개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이 야만적인 공사판 같은 문파의 꼬락서니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말이 안 통하면 몸으로 때워야지. 일단 이 방의 지반 상태부터 점검한다.”


지훈은 한숨을 쉬며 빗자루와 부러진 삽을 들고 숙소 뒤편으로 향했다. 대들보가 휘어진 원인을 분석하려면 건물 기초의 부등침하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흙바닥을 파내려 가며 기초 주춧돌의 수평을 맞추려던 그때였다.


깡!


부러진 삽날이 흙 속에 묻혀 있던 무언가 단단한 물체에 부딪히며 둔탁한 파열음을 냈다.


“어라? 웬 돌판이지?”


지훈이 조심스럽게 흙을 걷어내자, 먼지가 뽀얗게 쌓인 거대한 고대 석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춧돌 대용으로 날림 매립된 것이 분명한 석판이었다. 지훈이 소매 끝으로 석판 표면의 먼지를 훔쳐내는 순간, 석판에 음각으로 새겨진 기묘한 문양들이 황금빛 영기로 빛나기 시작했다.


[위이잉——]


귀를 찌르는 이명이 울리며, 지훈의 뇌리에 차가우면서도 지극히 사무적인 기계음이 내리꽂혔다.


[경고: 우주 행정안전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접속자 신원 확인: 대한민국 행정안전부 9급 공무원 오지훈.]

[적합도 검사: 안전 불감증에 대한 극도의 혐오 및 규정 집착증 확인. 우주 행정안전의 화신으로 임명합니다.]

[천도(天道)의 율법과 행정안전부 안전 보건 기준의 동조를 개시합니다.]


“어……? 어어?”


지훈이 당황해 뒤로 넘어지는 순간, 석판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영기가 그의 눈과 전신을 감싸 안았다.


[시스템 동조 완료.]

[기본 권한 해금: ‘위험 요인 투시안’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근본 규정 주입: ‘우주 행정안전 규정집 제1조’가 접속자의 영혼에 각인됩니다.]

[제1조: 모든 지적 생명체는 안전한 환경에서 수련하고 노동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불법 위험 시설은 즉시 압수 및 봉인할 수 있다.]


지훈이 눈을 깜빡이자,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가 증강현실(AR) 모니터처럼 변하며 주변 사물 위에 빨간색 경고 문구와 등급이 둥실 떠올랐다.


[대상: 천운종 외문 잡역부 숙소]

[안전 등급: E등급 (극위험)]

[주요 위반 항목:

1. 대들보 전단 변형률 초과 (붕괴 위험도 92%)

2. 환기 시설 미비로 인한 일산화탄소 농도 치사량 근접

3. 영석 누전으로 인한 감전 위험]

[종합 진단: 당장 철거해야 마땅한 불법 가설 건축물.]


“세상에…… 이 등신들이 이런 데서 잠을 자고 수련을 했다고?”


지훈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시스템의 안내음이 다시 울렸다.


[최초 시스템 각성 보상으로 기본 ‘천도 안전 마일리지’ 1,00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안전 마일리지는 불법 위험 시설을 단속하고 안전을 확보할 때마다 추가 적립되며, 다양한 행정 장비 및 권한 강화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훈의 손에 쥐어진 부러진 삽이 황금빛으로 가볍게 진동하더니, 이내 단단한 강철 삽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그의 가슴속에 뜨거운 공무원 정신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이곳은 법도 없고, 규칙도 없으며, 오직 목숨을 건 도박 같은 돌파만이 가득한 야만의 수선계다. 하지만 천도가 나에게 이 권한을 주었다면, 나는 내 방식대로 이 세상을 뜯어고치겠다. 수선자든 장로든 간에 내 눈앞에서 안전 규정을 위반하는 꼴은 절대 못 본다.


그때, 지훈의 시야 우측 하단에 붉은색 경고등이 격렬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시스템의 긴급 지시가 하달되었다.


[위잉! 위잉! 긴급 행정 명령 발동!]

[첫 번째 의무 단속 구역이 지정되었습니다.]

[구역: 천운종 외문 식당 ‘만복당’]

[위험도: 초고위험 (폭발 위험도 98%)]

[상세: 주방 내 고압 연단용 가마솥의 압력 밸브 오작동 및 후드 기름때 누적으로 인한 대형 화재 및 폭발 사고 임박. 즉시 출동하여 단속하십시오.]


지훈의 눈이 매섭게 가늘어졌다.


“식당 주방에 고압 가마솥을 환기 장치도 없이 돌린다고? 미쳤군, 진짜 미쳤어. 당장 딱지 끊으러 간다.”


9급 공무원 오지훈의 위대한, 그리고 지극히 깐깐한 수선계 안전 단속기가 이제 막 첫 삽을 뜨는 순간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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