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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끝, 감추어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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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15분, 성북동 대저택 지하 아틀리에의 공기는 여전히 밤새 흘린 땀과 천연 옻의 아릿한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비색 청자 찻잔은 찬란한 금빛 선을 품은 채 눈부시게 서 있었다. 깨지고 조각나서 영원히 버려질 뻔했던 찻잔은 이지안의 손끝에서 이전보다 훨씬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 집사와 최 비서가 그 기적 같은 복원물 앞에서 충격과 경탄에 휩싸여 침묵하는 사이, 은지원은 휠체어 위에서 가만히 지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찻잔에서 천연 옻칠로 인해 벌갛게 진물이 흐르고 거칠게 짓무른 지안의 손가락 끝으로 향했다. 타인을 향한 지독한 경계심과 피해망상으로 굳게 닫혀 있던 그의 눈동자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났다. 평생 위선과 가식 속에서 살아가며 아무도 믿지 못했던 그였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고, 스스로 흉터를 짊어지며 어머니의 온기를 돌려주었다. 그것은 지원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차가운 얼음벽을 사정없이 흔드는 충격이었다.


“손이…… 그 모양이 될 때까지 한 건가.”


지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전의 날카로운 가시는 걷혀 있었다. 지안은 밀려오는 손바닥의 자상 통증과 전신 옻독의 가려움을 꾹 누르며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인의 손끝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약속대로 찻잔을 온전히 돌려드렸으니, 이제 제 고용 계약은 유효한 거겠죠, 상무님?”


지안의 당당한 태도에 한 집사가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지켜졌네. 이지안 씨의 치료 교사 자격을 정식으로 보장하겠네. 최 비서, 더는 이견이 없겠지?”


최 비서는 사색이 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지만, 완벽히 복원된 청자 찻잔 앞에서는 그 어떤 꼬투리도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고용 방어에 성공한 지안은 즉각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그녀는 지원의 발작과 자해가 단순한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지난밤 그를 제압할 때 손끝에 스쳤던 목덜미의 미세한 이물감,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그의 오른손 떨림 증세의 진짜 원인을 밝혀내야 했다.


“상무님, 찻잔을 복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상무님의 흐트러진 감각을 다시 이어 붙이는 일입니다. 오늘 첫 수업으로 ‘흙 반죽 손끝 교감 요법’을 제안합니다.”


“흙 반죽……?”


지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안은 아틀리에 한구석에 놓인 수동 물레 위에 차가운 회색빛 백토 점토를 얹었다.


“흙을 만지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촉각을 자극해 뇌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힙니다. 저를 믿고 물레 앞으로 와주십시오.”


지원은 거부하려 했으나, 테이블 위에 놓인 금빛 킨츠기 찻잔이 그를 붙잡았다. 그는 휠체어를 천천히 굴려 물레 앞으로 다가왔다.


지안은 물레를 가볍게 회전시켰다. 웅웅거리는 나직한 진동음과 함께 백토가 둥글게 돌기 시작했다. 지안은 지원의 뒤편에 바짝 다가섰다.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한방 약재 향과 소박한 흙내음이 풍겨와 지원의 코끝을 스쳤다.


“손을 흙 위에 얹으세요. 힘을 빼고, 그저 온기만 느끼는 겁니다.”


지원이 머뭇거리다 창백하고 떨리는 오른손을 차가운 진흙 위에 올렸다. 물레의 회전력이 그의 손끝을 밀어내려 하자, 그의 오른손이 다시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며 사지가 굳어가는 전조 증상이었다.


그 순간, 지안이 지원의 뒤에서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그의 거친 손을 감싸 쥐었다.


탁.


차가운 진흙 위에서 두 사람의 손끝이 포개졌다. 지원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의 예민한 청각이 지안의 정직하고 규칙적인 숨소리를 바로 등 뒤에서 읽어내고 있었다. 지안의 심장 박동이 그의 등에 닿아 동조되듯 서서히 흘러들었다.


지안은 가문의 비전인 ‘손끝의 절대 촉각’을 극도로 활성화했다. 지원의 손등을 덮은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그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혈관의 맥박을 실시간으로 읽어내기 시작했다.


‘단순한 불안증이 아니야.’


지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원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경련은 뇌에서 내리는 자발적 명령이 아니었다. 말초 신경계가 무언가 인위적인 물질에 의해 강제로 마비되고 차단당할 때 일어나는 불규칙한 신경 차단 반응이었다.


지안은 안 간호사와 최 비서가 감시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물레의 중심을 잡는 척 지원의 소맷자락을 슬쩍 밀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손목 안쪽, 요골 동맥 부근을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


지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지원의 손목 척수 근처, 얇은 피부 아래로 아주 미세하게 돋아난 딱딱한 흉터들이 만져졌다. 그것은 스스로 메스를 대어 만든 자해 흔적이 아니었다. 아주 정교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찔린, 주사 바늘의 흔적들이었다.


지안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원의 어깨를 바로잡아주는 척 그의 실크 셔츠 깃 너머 목덜미와 경추 부근으로 손길을 뻗었다. 절대 촉각을 지닌 그녀의 손끝이 그의 척수 시작점을 짚었다.


그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목덜미 아래쪽, 신경이 집중된 부위에 수십 개의 미세한 주사 자국들이 벌집처럼 돋아나 있었다.


경악과 분노가 지안의 가슴속에서 불꽃처럼 치솟았다.


은지원의 자해는 나약한 정신병 때문이 아니었다. 신경이 마비되어 사지가 굳어가는 극단적인 공포 속에서, 어떻게든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스스로 메스를 대어 통증을 유발하려 했던 처절한 발버둥이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의 척수와 정맥에 신경 마비독을 주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아틀리에의 묵직한 방화문이 거칠게 열렸다.


“상무님, 처방 약물 복용 및 영양제 투여 시간입니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안 간호사가 약 쟁반을 들고 들어왔. 그녀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뱀처럼 서늘했다. 안 간호사는 물레 앞에 밀착해 있는 지안과 지원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지안 씨, 환자의 신체에 과도하게 접촉하는 것은 치료 규칙 위반입니다. 당장 물러서세요.”


안 간호사가 주사기가 가득 담긴 약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지안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주치의 처방 약물 복용 규칙을 방패 삼아 지안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려는 비정한 기세였다.


지안은 물레에서 서서히 손을 떼며 지원의 떨리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지원의 눈빛에는 다시금 어두운 공포와 체념이 드리우고 있었다. 안 간호사가 들고 온 투명한 영양제 링거 백과 일회용 주사기가 조명 아래서 차갑게 빛났다.


지안은 본능적으로 향료 화학적 직관력을 가동했다. 안 간호사가 주사기 앰플을 뜯는 순간, 미세하게 번져나오는 비릿하고 차가운 화학적 향이 지안의 코끝을 스쳤다. 일반적인 비타민 영양제에서는 결코 날 수 없는, 식물의 독성 성분이 섞인 냄새였다.


‘저 주사기 안에…… 독이 들어 있어.’


지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의 상처가 다시금 욱신거렸지만, 분노가 고통을 압도했다. 그녀는 안 간호사가 주입하려는 의문의 영양제 주사기 앰플을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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