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Hesitation

무너지는 가면, 배신의 꼬리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유미란 관장의 표독스러운 시선이 지안의 붉게 물든 구두 끝으로 서서히 내려앉았다.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진 천연 시약의 시큼한 냄새와 깨진 유리 파편들 사이에서, 지안은 발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로 구두 밑창에 붙은 차수현의 초소형 위치 추적기를 완벽히 짓눌렀다. 온몸의 신경이 바늘에 찔린 듯 곤두섰지만, 그녀의 표정은 한 올의 흔들림도 없이 단단했다.


“유 관장님.”


최태준 변호사가 유미란의 앞을 무겁게 가로막으며 안경테를 고쳐 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압적이었다.


“지금 행하고 계신 무단 수색과 재물손괴는 은성그룹 법무팀의 공식적인 법적 고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지안 선생은 은지원 상무님의 전담 치료 자문관으로서 공식적인 신원 보증을 받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불법 행위를 지속하신다면, 내일 아침 이사회에 관장 해임안이 가장 먼저 상정될 것입니다.”


유미란은 분노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쏟아진 오동나무 상자의 잔해들을 노려보았다. 지안의 가방에서 기대했던 고려청자 실물은 나오지 않았다. 오직 깨진 복원용 시약병들과 흐트러진 세필 붓들뿐이었다. 지안이 훔쳤다고 확신했던 증거가 나오지 않자, 유미란은 이를 갈며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치워라. 그리고 이 기집애, 당장 내 미술관에서 끌어내.”


경호원들의 거친 손길이 지안의 팔을 놓아주었다. 지안은 무릎이 꺾이려는 것을 정신력으로 버티며, 파손된 붓들과 도구들을 찢어진 가방에 쓸어 담았다. 발밑에 숨겨두었던 위치 추적기를 은밀히 손안으로 회수한 지안은, 최태준 변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붉은 비상등이 일렁이는 미술관 로비를 빠져나왔.


미술관 정문을 나서자 차가운 밤공기가 지안의 얼굴을 때렸다. 대기하고 있던 최태준 변호사의 검은색 세단에 올라타자마자, 지안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 오른손바닥의 메스 자상 상처와 발목의 유리 자상 파열로 인한 통증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앞이 아찔했다.


“이지안 선생, 고생 많았습니다. 패스코드는…… 확보했습니까?”


최태준 변호사가 백미러로 지안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지안은 셔츠 안쪽 주머니에서 피와 세척액이 묻은 낡은 수첩을 꺼내 보였다. 그 안에는 한여진 이사장의 비색 청자 주전자 내벽에서 정밀 루페로 판독해 낸 12자리의 스위스 은행 마스터 패스코드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네, 여기 있습니다. 지원 씨의 어머니가 남기신 마지막 열쇠예요.”


“다행이군요. 은 상무님이 미술관 전원을 차단해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 이제 서둘러 저택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은정학 부회장의 눈이 더 매서워지기 전에요.”


세단은 어둠을 뚫고 성북동 언덕길을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삼엄한 저택 정문의 보안 검색대를 최 변호사의 법적 신원 보증으로 무사히 통과한 지안은, 한 집사의 은밀한 안내를 받으며 지하 아틀리에로 내려갔다.


지하 아틀리에의 무거운 방화문이 열리는 순간, 지안은 방 한가운데 서 있는 사내를 마주했다.


은지원.


그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제 두 발로 꼿꼿이 선 채 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독제 덕분에 사지의 마비 증세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안의 피 묻은 양말과 찢어진 가죽 가방, 그리고 파손된 오동나무 도구 상자를 보는 그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의 전신이 분노와 죄책감으로 가늘게 떨렸다.


“지안아…….”


지원이 다급히 걸어와 지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거친 손길이 지안의 다친 발목과 짓무른 손끝에 닿았다.


“나 때문에…… 나 같은 미치광이의 사슬을 풀겠다고 당신이 이런 수모를 겪다니. 내 숙부와 그 일파가 당신의 그 고귀한 장인의 손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지원의 목소리에는 뼈를 깎는 듯한 자괴감과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 평생 타인의 가식과 위선만을 보며 마음을 닫았던 그가, 자신을 위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여인을 보며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지안은 통증을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지원의 떨리는 차가운 손을 양손으로 꽉 맞잡았다. 손바닥의 메스 자상 흉터가 맞닿으며 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교류되었다.


“지원 씨, 제 흉터는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킨츠기 아시잖아요. 깨진 틈새를 순금으로 메우면,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이 돼요. 제 상처는 우리가 이 비정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훈장일 뿐이에요. 보세요, 우리가 마침내 이겼어요.”


지안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지원의 손바닥에 쥐여주었다.


“이게 바로 한여진 이사장님이 남기신 진짜 유산의 비밀번호예요. 스위스 취리히 은행 금고를 열 12자리의 마스터 패스코드.”


지원이 수첩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그리고 지안의 목숨을 건 헌신이 그의 차가운 심장을 완벽하게 녹여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두운 아틀리에의 백열등 아래에서 서로를 단단히 껴안았다. 그것은 비정한 재벌가 내막에서 서로의 결핍을 메워가는 가장 찬란한 구원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안의 가방 안쪽 깊은 곳에서 초소형 복제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차수현에게서 온 긴급 연락이었다. 지안이 서둘러 전화를 받자, 수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


“지안아! 지금 당장 지원 씨랑 같이 내 무전 들어! 큰일 났어!”


“수현아, 무슨 일이야? 천천히 말해봐.”


“은정학 부회장이 움직였어! 미술관 수장고 사건 이후로 지원 씨의 회복세에 극도의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야. 지금 은정학이 새로 영입한 엘리트 미술 치료사 민세희를 시켜서 ‘은지원 영구 정신 분열 및 강제 격리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만들었어! 내일 아침 임시 이사회에서 이걸 제출해서 지원 씨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하고 강제 입원시키려는 속셈이야!”


지안과 지원의 얼굴이 동시에 차갑게 굳어졌다. 은정학이 마침내 최후의 수단인 ‘합법적 감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이었다.


“민세희의 움직임은 파악했어?”


지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비정한 경영권 전쟁의 전면에 나선 차가운 황태자의 그것이었다.


“송은아가 지금 대저택 내부의 통신 주파수를 해킹해서 최 비서의 전화를 실시간으로 감청 중이야. 최 비서가 방금 서재에서 은정학이랑 통화하면서 구체적인 입원 집행 일정을 조율하는 걸 잡았어. 은아, 지금 감청 오디오 연결해 줘!”


치이익— 하는 노이즈와 함께, 수현 흥신소의 천재 해커 송은아가 가로챈 최 비서의 음성이 아틀리에 내부에 울려 퍼졌다.


“……예, 부회장님. 민세희 박사가 작성한 허위 진단서 스캔본은 이미 오만석 원장의 서명까지 완료되어 태블릿 비밀 폴더에 업로드되었습니다. 내일 아침 8시, 이사회 시작 1시간 전에 사설 사설 구급차를 저택 정문에 대기시키겠습니다. 은지원 상무가 발작을 일으키는 즉시 물리적으로 확보해 가평 요양동으로 이송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저택 내부의 한 집사나 고용인들은 제가 철저히 통제하겠습니다.”


최 비서의 기계적이고 비정한 목소리가 지안의 귓전을 때렸다. 지원을 평생 정신병원 폐인으로 가두려 했던 숙부 은정학의 추악한 배신의 꼬리가 마침내 완벽하게 붙잡힌 순간이었다.


지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왼손바닥 붕대 위로 붉은 피가 다시 미세하게 배어 나왔지만, 그의 눈빛은 분노를 넘어선 얼음처럼 차가운 지성으로 빛나고 있었다.


“숙부가 마침내 내 숨통을 끊으려 하는군.”


“지원 씨.”


지안이 그의 차가운 손을 다시 한번 꽉 쥐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적들이 우리에게 덫을 놓았다면, 우리는 그 덫을 역이용해 은정학의 무덤으로 만들면 돼요. 은아 씨, 민세희의 태블릿 비밀 폴더를 더 깊이 털어줄 수 있어요? 오만석 원장의 서명이 담긴 강제 입원 동의서 실물이 필요해요.”


“기다려봐, 언니. 은성그룹 보안팀의 감시망을 피해 민세희의 개인 단말기 백도어를 우회 침투 중이야…… 됐다! 뚫었어!”


송은아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급박하게 들리더니, 지안의 복제 폰 화면 위로 암호화된 PDF 파일 하나가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지안과 지원은 숨을 죽인 채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파일이 열리는 순간, 두 사람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문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이미 주치의 오만석의 친필 서명과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은지원의 ‘강제 정신병원 입원 동의서’ 스캔본 실물이었다. 내일 아침 지원을 끌고 가기 위해 미리 완성해 둔, 비정한 사법적 살인 도구였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