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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무덤과 고대 골리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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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무덤의 중앙 제어 장치에서 기괴한 적색 경보음이 울리며, 잠들어 있던 골렘들의 눈이 일제히 붉은빛으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지반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공동을 가득 메운 백은색 거대 기계 골렘들의 동력로가 동시다발적으로 기동하는 진동은 대지 자체가 뒤집히는 듯한 압도적인 중압감을 선사했다. 진우의 오른손에 쥔 에테르 아침반이 경고하듯 핏빛 적색으로 물들며 격렬하게 회전했다. 왼쪽 눈에 착용한 앤티크 모노클 너머로 투영되는 3D 홀로그램 지도가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붉은색 즉사 함정 선들로 가득 찼다.


“약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것들이 왜 다 깨어나는 건데?!”


강소희가 거대 도끼 바르그의 자루를 거칠게 움켜쥐며 소리쳤다. 그녀의 탄탄하고 야성적인 구릿빛 피부 위로 적색 오라가 폭풍처럼 솟구쳐 올랐다.


“중앙 제어 장치의 오작동입니다. 누군가 유적 외부에서 강제적인 충격을 가해 기계들의 경보 프로그래밍을 자극했……”


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막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공동 상층부를 강타했다.


쾅—! 쿠르르릉!


공동의 천장 한구석이 거대하게 폭발하며 흙먼지와 날카로운 석조 파편들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인위적인 화약의 매캐한 냄새가 순식간에 유적 내부의 차가운 에테르 향을 덮어버렸다.


“으하하하! 진짜 여기 있었군! 태양의 석판 조각을 찾아낸 약골 놈들이!”


먼지구름을 헤치며 나타난 것은 무법지대의 악명 높은 도굴꾼 무리였다. 그 선두에는 한쪽 귀가 잘려 나간 흉포한 인상의 사내, 도굴꾼 두목 마틴이 거친 웃음을 흘리며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온몸에 강철 사슬을 감은 거구의 대머리 전사 바고와 수십 명의 도굴꾼들이 불법 고대 폭약을 손에 쥔 채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형님! 저 약골 학도 놈의 손등을 보십시오! 황금빛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저놈이 석판 조각을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바고가 거대한 쇠사슬 채찍을 바닥에 내리치며 포효했다. 마틴의 탐욕스러운 눈빛이 진우의 손등과 품에 안긴 에테르 아침반에 고정되었다.


“순순히 성물 조각을 넘기면 사지는 멀쩡하게 살려 보내주마, 약골 고고학자 조수 놈아! 제국의 대공께서 저 석판 조각에 엄청난 현상금을 걸어두셨거든!”


마틴의 외침과 동시에, 도굴꾼들이 무차별적으로 던진 추가 폭약들이 공동의 석주들을 강타했다.


콰아앙—!


그 충격의 여파는 최악의 재앙을 불러왔다. 먼지더미 속에서, 공동 중앙에 안치되어 있던 가장 거대하고 위압적인 백은색 마장 석조 골렘, ‘골리앗’이 마침내 완전히 눈을 떴다.


지이이이잉—!


골리앗의 거대한 얼굴 중앙에 박힌 에테르 안광이 피처럼 붉은색으로 번뜩였다. 높이만 해도 10미터에 달하는 그 압도적인 질량감이 움직이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짓눌렸다. 적아 구별 프로그래밍이 완전히 오염된 고대의 살육 병기는, 자신을 깨운 도굴꾼들과 진우 일행 모두를 격멸해야 할 침입자로 규정했다.


“크오오오오오—!”


골리앗이 대지를 뒤흔드는 포효와 함께 거대한 강철 주먹을 내리찍었다. 그 무지막지한 궤적의 바로 아래에는 마틴의 부하인 바고가 서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끄아아악!”


바고가 급히 쇠사슬 채찍을 휘둘러 방어하려 했으나, 골리앗의 주먹에 실린 물리적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쾅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바고의 거구는 먼지더미 속으로 수십 미터나 날아가 석벽에 처참하게 처박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공동 전체에 섬뜩하게 메아리쳤다.


“바고! 이 빌어먹을 고철 덩어리가!”


동생의 참혹한 모습을 본 마틴이 이성을 잃고 도굴용 폭약을 골리앗의 발밑에 마구잡이로 투척했다. 그러나 연쇄 폭발 속에서도 골리앗의 백은색 외장 장갑에는 단 하나의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골리앗의 전신에 흐르는 푸른 에테르 라인들이 붉은색 과부하 오라를 뿜어내며 광폭화 상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비켜봐! 저딴 고철 덩어리, 내가 단숨에 쪼개버릴 테니까!”


강소희가 거대 도끼 바르그를 고쳐 쥐며 전방으로 뛰쳐나갔다.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상급 오라 마스터의 적색 투기가 도끼날을 집어삼키며 거대한 검붉은 폭풍을 형성했다.


“소희 씨, 안 됩니다! 정면 대결은 무모합니다! 골리앗의 외장은 초고대 자가 복구형 합금이라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진우가 쉰 목소리로 급히 외쳤으나, 야성적인 승부욕에 불타오른 강소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철혈 광폭참(鐵血狂暴斬)—!”


강소희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골리앗의 가장 취약해 보이는 무릎 관절을 향해 도끼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대지를 두 쪽으로 갈라버릴 듯한 파괴적인 오라의 일격이 골리앗의 다리에 적중했다.


콰아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진우의 예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도끼날이 닿는 순간, 골리앗의 장갑 표면에서 푸른색 에테르 방벽이 전개되며 강소희의 적색 오라를 완벽하게 흡수해 버렸다. 뒤이어 발생한 압도적인 역방향 충격파가 강소희의 몸을 덮쳤다.


“윽……! 꺄악!”


반사된 오라의 충격에 강소희의 손목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거대 도끼 바르그가 그녀의 손을 이탈해 바닥에 요란하게 굴렀고, 강소희의 몸은 뒤로 사정없이 튕겨 나갔다.


“소희 씨!”


엘리시아가 성검 아우렐리아를 치켜들며 급히 도약해 공중에서 강소희의 신체를 받아냈다. 그러나 골리앗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광폭화된 거구는 쓰러진 두 대장을 향해 무자비한 발짓으로 짓밟기를 시도했다. 발바닥이 낙하하는 속도는 비전투원인 진우의 눈에는 잔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속했다.


“성광의 결계(聖光結界)—!”


엘리시아가 다급히 방패를 치켜들며 신성 마력을 폭발시켰다. 황금빛 구형 보호막이 두 사람의 머리 위를 감싸 안았다.


콰아아앙!


골리앗의 거대한 발이 결계를 강타하자, 황금빛 보호막 표면에 무수한 균열이 가며 엘리시아의 입가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마스터급 강자 두 명이 단 한 마리의 가디언 기계 앞에서 완벽하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유적의 규칙을 위반하고 강제적인 무력을 행사한 대가로 발동된 ‘즉사급 트랩 공습’의 위력이었다.


‘물리적인 힘으로는 저 괴물을 뚫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진우는 관자놀이를 찢는 듯한 만성 두통을 억누르며 왼쪽 눈의 앤티크 모노클을 거칠게 회전시켰다. 손등의 아키텍트 표식이 뜨겁게 타오르며 그의 정신을 강제로 유적의 시스템과 동조시켰다.


[고유 능력: 에테르 싱크로(Ether Synchro) 가동]


스으으으으—!


진우의 시야가 푸른색 연산 영역으로 반전되었다. 골리앗의 백은색 장갑이 투명하게 변하더니, 기계 내부에서 요동치는 에테르 동력선들의 정밀한 3D 설계도가 그의 머릿속에 홀로그램처럼 완벽하게 투영되었다. 수만 개의 복잡한 마나 도선들이 얽히고설킨 심장부, 그리고 그 너머 등 뒤에 숨겨진 단 하나의 맹점이 반짝였다.


‘찾았다. 등 뒤 척추 라인 세 번째 기어 하부. 고대 아키텍트 관리자용 수동 제어 슬롯이다.’


그 제어 슬롯은 고압의 에테르 방전 와이어로 촘촘히 보호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지만, 진우에게는 그것을 해체할 도구와 지식이 있었다.


“하린 씨! 내 목소리가 들립니까?”


진우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어둠을 향해 외쳤.


“사령관님. 그림자 속에서 대기 중입니다.”


진우의 등 뒤 그림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서하린의 차갑고 가녀린 목소리가 고막을 스쳤. 그녀는 언제든 진우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된 눈빛으로 어둠 속에서 칼날을 세우고 있었다.


“골리앗의 시선을 30초만 끌어주십시오. 저 괴물의 등 뒤로 접근해야 합니다. 윤채원 씨는 골리앗의 전면 센서에 차원 마법으로 시각 왜곡을 걸어주십시오!”


“……미친 짓이에요, 오진우 씨! 당신 같은 비전투원이 저 괴물의 등 뒤로 가다간 스치기만 해도 먼지가 될 거예요!”


윤채원이 지팡이 아스트라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을 질렀다. 진우를 향한 그녀의 집착과 소유욕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지식의 그릇이 눈앞에서 으스러지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


“내 계산은 틀리지 않습니다, 채원 씨. 나를 믿고 주문을 외우십시오!”


진우의 단호한 눈빛과 마주한 윤채원은 숨을 들이쉬었다. 지적 우월감 아래 완벽하게 조교당한 그녀의 영혼은, 결국 사령관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아스트라, 차원 왜곡(Dimension Distortion)—!”


보랏빛 마법 수식들이 골리앗의 안광 주변을 감싸 안으며 시야를 뒤틀어 놓았다. 동시에 서하린의 형상이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솟구쳐 올랐다.


슈아아악—!


서하린은 그림자 동화 보법을 극대화하여 골리앗의 거대한 어깨 위를 밟고 도약했다. 그녀의 단검 그림자 송곳니가 골리앗의 전면 광학 센서를 스치며 날카로운 마찰 스파크를 일으켰다. 시각 왜곡과 기습을 당한 골리앗이 기계적인 비명을 지르며 서하린을 향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지금이다.


진우는 가죽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대지를 달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고동치고, 머릿속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마나 과부하 통증으로 가득 찼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전투원인 그의 다리는 나약했으나, 오직 아내들의 목숨을 구하고 이 지옥을 돌파하겠다는 집념 하나가 그의 육체를 지탱했다.


타앗!


진우는 무너진 석주 잔해를 딛고 몸을 날려 골리앗의 육중한 등 뒤 장갑 틈새로 매달렸다. 차가운 금속의 냉기가 가죽 장갑을 뚫고 전해졌다. 골리앗이 몸을 격렬하게 흔들 때마다 뇌가 흔들리는 충격이 전해졌다. 악력이 부족한 손가락 끝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침착해야 한다. 여기서 떨어지면 즉사다.’


진우는 가방에서 은빛의 정교한 ‘고대 해체용 펜치’를 꺼내 들었다. 모노클의 주파수 관측 모드가 제어 슬롯을 감싸고 있는 고압 에테르 와이어들의 흐름을 붉은색 전류 선으로 시각화했다.


지이이이잉—!


와이어에서 방출되는 에테르 스파크가 진우의 가죽 코트 소매를 태우며 살갗을 그을렸다. 살이 타들어 가는 극심한 고통이 전해졌지만, 진우는 이빨을 악물고 신음을 삼켰.


[미세 와이어 조작(Micro-Wire Manipulation) 가동]


진우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장 영감에게 혹독하게 전수받았던 대도의 손기술이 고고학적 지식과 접목되어 기적적인 정밀함으로 발현되었다. 펜치의 날끝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고압 에테르 선의 핵심 교차점에 닿았다.


딱.


미세한 금속음과 함께 첫 번째 방전 와이어가 끊어졌다. 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선이 오차 없는 각도와 타이밍으로 해체되며 고압의 전류 장막이 스르륵 사라졌다. 마침내 먼지 쌓인 원형의 고대 제어 슬롯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하지만 골리앗의 광폭화 프로그래밍은 멈추지 않았다. 기계는 자신의 등 뒤에 침입자가 달라붙었음을 감지하고, 스스로를 석벽에 들이받아 진우를 으스러뜨리려 몸을 뒤로 급격하게 돌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석벽이 진우의 등 뒤로 무섭게 다가왔다.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초.


진우는 가차 없이 자신의 왼손 검지 끝을 해체용 펜치 날에 대고 그어버렸다. 붉고 순수한 선혈이 상처 틈새로 솟구쳐 올랐다. 평범한 인간의 피가 아니었다. 수천 년 전 이 유적을 설계하고 지배했던 초고대 인류, 아키텍트의 고결한 직계 혈통의 마나가 듬뿍 실린 피였다.


진우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골리앗의 차가운 제어 슬롯 중앙에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고대 코드 강제 주입(Architect Code Injection) 시전]


“……등록해라. 네 주인의 영혼을.”


진우가 이빨 사이로 피 섞인 숨을 뱉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의 손등에 새겨진 황금빛 아키텍트의 표식이 폭발적인 빛을 뿜어내며 골리앗의 시스템 내부로 파고들었다. 진우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고대 마나가 강제로 추출되며 기계의 핵심 코어로 주입되는 순간, 진우의 시야가 급격하게 흐려지며 극심한 빈혈과 탈진감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어둠 속에서, 진우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통해 거대 병기의 인공지능이 거칠게 저항하다가 마침내 굴복해가는 기계적 맥박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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