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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 아침반의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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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석판 조각이 손바닥 안에서 기묘한 온기를 뿜어내며 완전히 공명했다.


화끈거리는 열기와 함께 손등에 새겨진 푸른빛의 ‘아키텍트의 표식’이 살갗을 뚫고 나올 듯 선명한 황금빛 아우라를 방출했다. 영혼이 통째로 뒤틀리는 듯한 극심한 과부하가 뇌를 강타했다. 진우는 신음하며 무릎을 꿇었다. 양 귀와 눈가에서 흐르는 붉은 선혈이 차가운 바닥에 점점이 떨어졌다.


“진우 씨! 괜찮은가? 피가……!”


엘리시아가 사색이 된 얼굴로 급히 다가와 진우의 가녀린 어깨를 부축했다. 그녀의 백은색 판금 갑옷이 진우의 가죽 코트와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녀의 정결한 황금빛 성광 마나가 본능적으로 흘러나와 진우의 몸을 감싸려 했다.


하지만 진우는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안 됩니다, 엘리시아 씨. 지금 성력을 흘려보내면 내 손등의 표식과 충돌해 맥로가 완전히 뒤틀릴 겁니다. 그냥…… 잠시 쉬면 가라앉을 테니 놔두십시오.”


갈라지고 쉰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지배자의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엘리시아는 입술을 깨물며 성광 마력을 강제로 거두어들였다. 대륙 최정상급 성기사라 자부하던 그녀가, 아무런 무력도 없는 F급 고고학 조수의 단 한마디에 심장이 요동치며 복종하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의 은인을 향한 부채감이자, 그의 초월적인 지혜를 목격한 자가 느끼는 본능적인 경외감이었다.


그때, 진우의 손등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엘리시아의 벽안이 크게 흔들렸다.


“이 문양은…… 설마 기사단 초대 단장님의 비전 성서에 기록되어 있던 ‘태양의 수호인’ 문장과 일치하네. 도대체 진우 씨의 혈통은…….”


“후후, 기사단장님만 놀란 게 아니랍니다.”


윤채원이 자색 안경을 치켜쓰며 지팡이 아스트라를 품에 안은 채 진우의 오른편에 바짝 밀착했다. 그녀의 매혹적인 눈동자는 진우의 손등에서 빛나는 기하학적 문양을 탐욕스럽게 관찰하고 있었다.


“마탑의 고대 도서관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아키텍트의 설계 문양과 완벽하게 일치해요. 지상의 마학 공식으로는 결코 풀 수 없었던 수식의 해답이, 당신의 손등 위에 살아 움직이고 있군요. 오진우 씨, 당신은 정말로…….”


윤채원의 가슴속에서 지적 굴복감과 함께 광기 어린 독점욕이 무섭게 솟구쳤다. 이 사내의 지식은 마탑의 자산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의 것이어야 했다.


그녀들의 시선이 진우의 혈통적 비밀에 집중되던 바로 그 순간, 제단 중앙의 깨진 석조 틈새에서 차가운 은빛 광채가 흘러나왔다.


지이이이잉.


기계적인 마찰음과 함께 제단 내부에서 솟아오른 것은, 정교한 은빛 금속 테두리에 푸른빛 보석이 박힌 시계 모양의 특수 보구였다.


[고대 방어 보구 ‘에테르 아침반(Ether Compass)’ 출현]

[소유권 확인: 아키텍트 직계 혈통 ‘오진우’ 귀속 완료]


진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허공에 떠오른 아침반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아침반의 중심 보석에 그의 손등에서 흘러내린 피 한 방울이 닿는 순간, 아침반의 바늘이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아침반에서 방출된 푸른 에테르 에너지가 공중에 거대한 3D 홀로그램 지도를 전개했다. 그것은 지상의 마탑에서 쓰이는 조잡한 마나 탐지기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반경 50미터 이내의 모든 공간이 반투명한 기하학적 도면으로 투영되었고, 바닥에 숨겨진 즉사급 가시 발판과 화살 트랩들의 가동 범위가 붉은색 선과 점으로 시각화되어 공중에 떠올랐다.


“이건…….”


강소희가 거대 도끼 바르그를 어깨에 멘 채 침을 삼켰다. 그녀의 야성적인 눈동자가 홀로그램 지도의 정교함에 압도당했다.


“지상의 어떤 마법 도구보다 대단하잖아. 마탑의 늙은이들이 수억 골드를 들여 만든 결계 탐지기 따위는 그냥 장난감 수준이네. 약골, 너 진짜 대단한 걸 주웠구나?”


“주운 게 아닙니다, 소희 씨.”


진우는 앤티크 모노클을 미세하게 회전시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유적이 나를 정당한 관리자로 인정하고 넘겨준 방어 도구입니다. 이 아침반의 인도 없이는 당신들은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온몸이 찢겨 나갔을 겁니다.”


“후후, 과장이 심하시군요.”


윤채원이 지적 자존심을 세우며 끼어들었다.


“아무리 정교한 고대 유물이라 해도, 마나의 흐름을 역연산하는 마탑의 공식과 결합하지 않으면 결국 일시적인 환영에 불과해요. 제 연산 수식을 적용하면 더 넓은 범위를……”


“삼류 수식은 집어치우십시오, 채원 씨.”


진우가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며 모노클 너머로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당신이 쓰려는 마탑의 연산 공식은 유적의 에테르 기류 밀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입니다. 고대 문자 3형식 해석법에 따르면, 이 아침반의 주파수는 명사적 조건과 동사적 트리거가 완전히 고정되어 있어요. 당신의 외래 마나를 주입하는 순간, 아침반은 과부하로 폭발해 우리 전원의 목숨을 앗아갈 겁니다. 내 지시가 없다면 손가락 하나 대지 마십시오.”


진우의 차갑고 명확한 지적에 윤채원은 숨을 멈췄다. 자신의 지식이 이 비전투원 학도 앞에서 완벽하게 부정당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진우의 지적은 너무나 정확했고, 그의 눈빛은 자신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지적 굴복감과 함께 전율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알겠어요. 사령관님의 지시대로 하죠.”


윤채원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오만한 마탑의 수장이 완전히 조교당한 듯 순종하는 모습에 강소희는 쯧 하고 혀를 찼지만, 내심 그녀 역시 진우의 지배력에 깊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오십시오. 아침반이 가리키는 안전 경로입니다.”


진우는 아침반의 푸른 화살표를 따라 협소한 석조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대장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진우의 사방을 철통같이 방어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통로를 따라 10분쯤 걸었을 때, 진우의 모노클이 벽면의 먼지 쌓인 거대한 석판 벽화를 감지해 냈다. 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손끝으로 벽화의 먼지를 쓸어내렸다.


벽화에는 네 명의 거대한 전사들이 왕관을 쓴 지배자로부터 성물을 강탈해 그림자 속으로 달아나는 장면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건…….”


엘리시아가 벽화를 바라보다가 숨을 들이쉬었다. 벽화 속 첫 번째 전사가 들고 있는 방패에 새겨진 문양은, 로엔그린 가문의 상징인 백합과 성광의 문양과 소름 끼치도록 일치했다.


진우는 벽화 하단의 고대 비문을 ‘고대 문자 3형식 해석법’으로 해독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왕의 신뢰를 받던 네 명의 수호자가 탐욕에 눈이 멀어 성물을 훔쳐 심연을 봉인하고 지상으로 달아났다. 그들의 후예는 대대로 원죄의 굴레 속에서 피의 대가를 치르리라.’ ……여기 새겨진 수호자들의 무기와 문양은, 당신들 네 가문의 시조들과 정확히 일치하는군요.”


석실 내부에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자신들의 가문이 대륙의 정의로운 영웅인 줄로만 알았던 대장들에게, 이 벽화는 가문의 위선과 더러운 배신의 역사를 낱낱이 폭로하는 잔혹한 거울이었다.


윤채원과 서하린은 자신들의 문양이 새겨진 벽화를 바라보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녀들은 진우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자신들의 선조가 배신했던 ‘아키텍트의 직계 후예’가 바로 눈앞의 오진우라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깊은 역사적 부채감과 원죄의 자각이 그녀들의 영혼을 짓눌렀다.


진우는 그녀들의 혼란과 죄책감을 묵묵히 지켜보며 속으로 차갑게 미소 지었다.


‘가문의 명예 따위는 이 심연 속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 당신들은 평생 나에게 그 배신의 대가를 속죄하게 될 것이다.’


지적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진우가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에테르 아침반이 핏빛 적색으로 점멸하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미궁의 바닥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통로 끝의 거대한 석문이 스스로 열리며,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지하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은 수백 마리의 백은색 거대 기계 골렘들이 잠들어 있는 즉사 구역, ‘거인의 무덤’이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무덤의 중앙 제어 장치에서 기괴한 적색 경보음이 울리며, 잠들어 있던 골렘들의 눈이 일제히 붉은빛으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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