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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외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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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막다른 다리에서 쥐새끼처럼 갇혔구나, 약골 고고학자 놈아!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당장 무릎을 꿇고 제국의 자비를 구걸해라!”


발트 기사의 광소가 절벽 사이의 어두운 공동을 뒤흔들었다. 그의 거대한 철퇴 ‘그라운드 크래셔’가 돌바닥을 쓸어내릴 때마다 핏빛 불꽃이 튀었고, 그 뒤로 제국 정보부 3국의 중장갑 기사 수십 명이 좁은 협로를 메우며 다가왔다. 기사들의 철갑 장화가 바닥을 구를 때마다 유적 전체가 기분 나쁘게 울렸다.


진우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성대 파열로 인한 함구증은 여전히 그의 목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고, 억지로 숨을 쉴 때마다 비린내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하지만 그의 왼쪽 눈에 장착된 ‘앤티크 모노클’은 차갑고도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우의 시선이 발밑을 향했다. 절벽과 절벽 사이를 간당간당하게 연결하고 있는 거대하고 좁은 석조 다리. ‘통곡의 외나무다리’였다. 다리 밑바닥, 끝을 알 수 없는 ‘무저갱의 균열’에서는 생명체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청색 마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이 다리 사이의 틈새를 통과할 때마다 기괴한 금속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그것은 마치 수천 명의 망령이 통곡하는 소리 같았다.


진우는 품속에서 ‘에테르 아침반’을 꺼내 들었다. 피 한 방울로 각성한 아침반의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공중에 반투명한 푸른빛 3D 홀로그램 지도를 펼쳐 보였다. 다리 표면에 깔린 미세한 기하학적 마법진들, 그리고 하중 센서의 위치가 붉은색 영역으로 선명하게 투영되었다.


[유적 위험 구역: 즉사 구역 (Red Zone)]

[기믹: 하중 감지 붕괴 장치 - 일정 무게 이상의 하중이 누적될 경우 다리가 스스로 접히며 무너짐]


진우는 침착하게 아침반의 투영 화면을 조율하여 대장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였다. ‘5미터.’


그것은 진우가 고대 아키텍트의 교량 공학 공식을 수리적으로 연산하여 도출한 ‘하중 분산 보행법’이었다. 무장한 기사들과 용병들의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켜 다리가 붕괴하는 임계치를 넘지 않도록 하는 정밀한 보행 대열법이었다. 특히 백은색 판금 갑옷을 전신에 두른 엘리시아의 무게는 가장 큰 변수였다. 진우는 엘리시아의 어깨를 짚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손짓했다.


‘Elysia, 네 갑옷의 무게는 다리의 하중 센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반드시 내가 지정한 발자국 표시만 밟고, 앞사람과 정확히 5미터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엘리시아는 진우의 단호한 눈빛과 손등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키텍트의 표식을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겼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서약의 반지 (프로토타입)’가 진우의 심장 박동과 공명하며 미세하게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당신의 지시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엘리시아가 조용히 대답했다. 강소희 역시 거대 도끼 바르그를 고쳐 메며 툴툴거렸지만, 진우의 눈빛만큼은 거를 수 없었다.


“쳇, 약골 사령관 지시니까 따르는 거야. 다들 간격 유지해! 삐끗하면 다 같이 저 밑바닥 마기 구덩이로 떨어지는 거니까!”


진우가 선두에 서서 첫발을 내디뎠다. 앤티크 모노클 너머로 다리 바닥에 노란색 발자국 모양의 안전 영역이 실시간으로 그려졌다. 진우의 뒤를 이어 서하린이 소리 없이 뒤를 따랐고, 그 뒤로 강소희, 윤채원, 그리고 가장 무거운 엘리시아가 마지막으로 다리에 진입했다.


끼이이이익—!


다리가 밟힐 때마다 기괴한 금속 마찰음이 심연의 바람 소리와 뒤섞여 귓가를 때렸다. 엘리시아가 발을 디딜 때마다 아침반의 하중 게이지가 노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위태롭게 솟구쳤다. 아군 전체의 숨소리가 죽었다. 오직 진우의 머릿속에서만 초 단위로 아군들의 무게 비례와 보행 간격이 연산되고 있었다. 한 걸음만 어긋나도 다리 전체가 무너진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진우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윤채원은 지팡이 아스트라를 쥔 채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적으로 완전히 조교당한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끔찍한 무저갱 위를, 무력 하나 없이 오직 연산과 지혜만으로 건너게 만들다니. 그녀의 집착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마침내 진우 일행 전원이 다리를 건너 반대편 절벽의 제어 콘솔 앞에 안착했다.


그 순간, 협로의 잔해를 완전히 돌파한 발트 기사가 30명의 중장갑 기사들을 이끌고 다리 초입에 도달했다. 그들의 눈에는 퇴로가 막힌 진우 일행이 절벽 끝에 서서 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하하! 겨우 그 가느다란 다리 너머로 도망친 것이냐! 전원, 돌격하라! 저 약골 놈을 잡아 대공 전하께 바친다!”


발트 기사의 오만한 명령에, 제국의 중장갑 기사단이 철갑 장화를 구르며 무모하게 외나무다리 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무거운 강철 갑옷과 대형 방패, 그리고 거대한 무기들을 소지한 기사들이 좁은 다리 위로 빽빽하게 밀려 들어왔다.


진우는 제어 콘솔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차갑게 지켜보았다. 그의 왼쪽 눈의 모노클은 제국 기사들의 누적 무게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1톤, 3톤, 5톤…… 하중 게이지가 노란색을 넘어 핏빛 붉은색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고대 아키텍트들이 설치해 둔 ‘하중 완화 마법진’이 다리 하부에서 푸른 에테르 에너지를 뿜어내며 기사들의 무게를 인위적으로 상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트 기사는 다리가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고 더욱 기고만장해져 철퇴를 휘둘렀다.


“이 다리는 튼튼하구나! 도망칠 생각은 버려라!”


그가 다리의 중앙부에 도달했을 때, 제국 기사 30명 전체가 다리 위에 밀집해 있었다. 진우는 차분하게 품속에서 ‘고대 해체용 펜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콘솔의 외장 장갑 틈새로 펜치를 밀어 넣었다.


‘에테르 싱크로’ 능력이 가동되며 콘솔 내부의 복잡한 마나 도선 구조가 진우의 머릿속에 3D 설계도로 투영되었다. 하중 완화 마법진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에테르 도선이 붉은색 선으로 반짝였다. 진우는 펜치 날을 그 도선에 정확히 맞물렸다.


발트 기사가 다리 건너편의 진우를 베기 위해 오라를 끌어올리며 거대한 철퇴를 휘둘렀다. 적색 오라의 참격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왔다.


“죽어라, 고고학자!”


그 순간, 엘리시아가 전방으로 나서며 성검과 방패를 교차했다. 황금빛 성광 장벽이 전개되며 발트 기사의 오라 격참을 정면으로 튕겨냈다. 콰앙! 하는 둔중한 공명음과 함께 장벽이 흔들렸지만, 진우의 해체 작업을 완벽하게 호위해 냈다. 시간은 단 0.1초.


진우는 이빨을 악물고 펜치 손잡이를 힘껏 쥐었다.


서걱!


푸른 에테르 도선이 절단되는 순간, 콘솔 내부에서 날카로운 에테르 스파크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다리 하부에서 기사들의 무게를 지탱해주던 푸른색 하중 완화 마법진이 오프라인으로 전환되며 일시에 꺼져버렸다.


쿠구구구구구구—!


다리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하중 완화 장치가 사라지자, 30명의 중장갑 기사들이 가진 수십 톤의 물리적 하중이 석조 다리에 고스란히 가해졌다.


“어, 어라……? 다리가……!”


제국 기사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콰아아앙!


다리의 중앙 석조 이음새가 기계적으로 꺾이며 아래로 접혀 들어갔다. 거대한 석조 다리가 반으로 쪼개지며 무저갱의 균열 속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다리가 무너진다!”


무거운 강철 갑옷을 입은 제국 기사들은 공중에서 버틸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비명과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무저갱의 어둠 속으로, 청색 마기 안개가 휘몰아치는 절벽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단 한 발의 오라나 마법도 쓰지 않고, 오직 유적의 물리 법칙과 해체 도구만으로 제국의 최정예 중장갑 부대를 완벽하게 몰살시킨 지략의 승리였다.


붕괴하는 다리의 먼지 장막 속에서, 발트 기사 역시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광기 서린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다.


“오진우우우우! 네놈만은 곱게 보내지 않는다!”


추락하는 찰나, 발트 기사는 최후의 오라를 끌어올려 자신의 거대한 강철 철퇴에 연결된 묵직한 쇠사슬을 다리 건너편을 향해 던졌다.


슉—!


적색 오라가 실린 쇠사슬이 뱀처럼 공기를 가르며 날아왔다. 진우는 다리 붕괴의 충격과 에테르 스파크의 반동으로 일시적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다리 끝자락에 서 있었다. 날아오는 사슬을 피하기에는 그의 비전투원 신체 반응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다.


철컥!


차가운 강철 사슬이 진우의 오른쪽 발목을 단단하게 휘감았다.


“사령관님!”


엘리시아와 강소희가 경악하며 손을 뻗었으나, 사슬에 실린 발트 기사의 수십 톤에 달하는 추락 질량이 진우의 약한 몸을 절벽 끝자락으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아……!”


진우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절벽 끝자락의 중력이 상실된 허공 속에서, 진우의 몸은 거침없이 하강하는 발트 기사와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무저갱의 심연 속으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방의 중력이 뒤틀리고, 대장들의 비명 소리가 멀어지는 가운데, 진우는 차가운 심연의 바람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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