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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강습과 절대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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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귓청을 찢는 듯한 석조 파열음이 에테르 분수 광장의 고요를 산산조각 냈다.


온천수의 따뜻한 수증기 사이로 아늑하게 피어오르던 기분 좋은 단내가 순식간에 매캐한 돌가루 먼지로 뒤덮였다. 베이스캠프 외곽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고대 석조 방벽이 무지막지한 물리적 타격에 의해 거대한 구멍을 뚫으며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석벽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맑은 온천수 표면을 어지럽게 때렸다.


크어어어어!


석문 위에서 침입자를 경계하던 길들여진 가고일 ‘가고’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하지만 붉은 안개를 뚫고 들어온 거대한 강철 철퇴가 가고의 날개를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석조 괴물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쥐새끼들이 여기 온천욕을 즐기며 숨어 있었군.”


자욱한 먼지 구름을 헤치며 나타난 것은, 붉은 제국 장막을 어깨에 두른 거구의 사내였다. 온몸을 빈틈없이 감싼 검은색 철갑옷 위로 불길한 적색 오라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성인 남성의 몸통만 한 거대한 철퇴, ‘그라운드 크래셔’가 들려 있었다. 제국 대공 프레데릭의 직속 돌격대장, 발트 기사였다.


그의 뒤로 제국의 철갑을 두른 중장갑 기사단 수십 명이 조직적인 대열을 갖추며 광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방패와 검에 새겨진 제국 정보부 3국의 문양이 은빛 수증기 속에서 차갑게 빛났다.


“사령관님!”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성광 기사단의 엘리시아였다. 그녀는 진우의 무릎베개에서 신속하게 일어나 성검 아우렐리아를 뽑아 들었다. 황금빛 성광 오라가 그녀의 백은색 판금 갑옷 위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강소희 역시 거대 도끼 바르그를 고쳐 쥐며 이빨을 갈았다. 적색 오라가 그녀의 탄탄한 구릿빛 피부 위로 거칠게 휘몰아쳤다.


“제국의 사냥개 놈들이 기어이 결계를 뚫고 들어왔군. 당장 대가리를 쪼개버리겠어!”


강소희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진우가 급히 그녀의 방검 가죽 코트 자락을 붙잡았다.


진우는 성대 파열로 인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목 안쪽에서 피 비린내가 울컥 솟구쳤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두 통증을 억누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왼쪽 눈에 장착된 앤티크 모노클의 이중 렌즈가 급격히 회전하며 적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적대자 정보 분석 완료]

[이름: 발트 기사]

[등급: 중급 집행관 / 행동대장 (최상급 오라 마스터)]

[위험도: 극대 - 물리 파괴력 특화]


진우는 품속에서 윤채원이 만들어 준 ‘마나 감지기’ 스크롤을 펼쳤다. 스크롤 스크린 위로 제국 기사단 전체의 마나 강도가 푸른색과 적색의 수치로 투영되었다.


‘안 돼. 정면 대결은 자살행위다.’


진우의 머릿속에서 천재적인 고고학적 연산이 불꽃을 튀겼다.


적들은 완벽하게 무장한 제국의 최정예 중장갑 부대다. 반면 아군은 벨리알과의 전투로 인해 마나가 50% 이상 고갈된 상태였고, 부상자들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이 넓고 개방된 분수 광장에서 정면 충돌할 경우, 아군의 사망률은 최소 70%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 도출되었다. 게다가 그들의 가장 든든한 방패인 고대 경비 기계 골리앗마저 배터리가 부족해 일시 정지된 상태였다.


“사령관님을 지켜라! 전원 방어 대열을 구축하라!”


베테랑 용병 박도진이 대검을 치켜들며 용병들을 이끌고 발트 기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용병들의 거친 오라가 일제히 폭발했다.


“하찮은 용병 나부랭이들이 감히 제국의 철퇴 앞을 막아서느냐!”


발트 기사가 광소하며 거대 철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적색 오라가 폭풍처럼 대지를 가르며 박도진의 전열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박도진이 든 강철 대검이 단 일격에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압도적인 오라의 충격파에 베테랑 용병들이 피를 토하며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물리적인 파괴력만큼은 대장들조차 고전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무력이었다.


그 사이, 제국의 기사들이 등 뒤에서 기이한 마력이 흐르는 거대한 쇠사슬 그물들을 일제히 투척했다. 그물들은 쓰러져 있던 골리앗의 거구를 옭아매며 강한 전류를 뿜어냈다. 골리앗의 외장 장갑에 미세한 균열이 가며 에테르 스파크가 튀었다. 골리앗의 가동 배터리가 급격히 방전되며 시스템이 완전히 다운되었다.


“골리앗마저 묶였다! 제국의 장비는 마나 억제 장치가 탑재되어 있어요!”


윤채원이 지팡이 아스트라를 쥔 손을 떨며 소리쳤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외곽의 목조 방벽은 완파되었고, 아군의 전열은 단숨에 붕괴했다. 발트 기사는 철퇴를 휘두르며 진우가 서 있는 온천 바위 지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목표는 오직 유적의 후계자인 오진우를 생포하는 것이었다.


진우는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에, 그는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아키텍트의 표식을 황금빛으로 밝히며 엘리시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앤티크 모노클의 투영 기능을 사용해, 공중에 붉은색 빛으로 정교한 퇴각 경로를 그려 보였다.


‘Elysia, 내 등 뒤를 막아서라. 우리는 퇴각한다.’


그의 눈빛에 담긴 단호함과 손등의 표식에서 흘러나오는 아키텍트의 의지를 읽은 엘리시아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님의 명령이다! 전원 정면 대결을 피하고, 붉은 안내선을 따라 협로로 후퇴하라!”


엘리시아가 성검을 높이 들며 소리쳤다. 동시에 그녀의 전신에서 신성한 백은색 결계가 뿜어져 나와 진우 일행의 후방을 완벽하게 감싸 안았다.


[아내 가호 능력: 엘리시아의 성벽 (Elysia's Barrier) 활성화]


황금빛과 백은색이 뒤섞인 견고한 신성 장벽이 발트 기사가 날린 오라 철퇴격을 정면으로 튕겨냈다. 쿠웅! 하는 둔중한 공명음과 함께 장벽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진우의 약한 몸으로 향하던 치명적인 물리적 파괴력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진우는 이어서 강소희와 서하린의 옷자락을 차례로 잡아당겼다. 그는 손가락으로 광장 구석에 위치한 좁은 돌 복도 협로의 입구를 가리켰다.


‘소희는 왼쪽, 하린이는 오른쪽 그림자 속에 숨어라. 좁은 협로에서 적들이 추격해 올 때 측면 기습을 차단해야 한다.’


강소희는 자존심이 상한 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진우의 손목에 감겨 있는 서약의 반지가 붉게 공명하는 것을 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쳇, 약골 사령관 지시니까 따르는 거야! 다들 내 도끼바람에 휩쓸리지나 말라고!”


강소희가 거대 도끼를 비스듬히 쥔 채 신속하게 협로 입구 왼쪽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서하린 역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진우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며 협로 오른쪽 어둠 속에 완벽하게 동화되었다. 아군 대열의 양 날개가 가장 좁은 병목 구간에 완벽하게 배치된 순간이었다.


“도망치게 두지 마라! 저 약골 고고학자를 생포해 대공 전하께 바쳐라!”


발트 기사가 포효하며 중장갑 기사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제국의 기사들이 무거운 철갑 장화를 구르며 진우 일행이 후퇴한 좁은 석조 협로 안으로 무모하게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것은 진우가 설계한 완벽한 덫의 시작이었다.


제국의 기사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협로로 진입하는 순간, 그들의 철갑 장화 아래에서 흘러내린 피가 정화된 분수대 바닥의 제단 문양에 닿았다. 아까 박도진과 용병들이 쓰러지며 흘린 붉은 피였다.


[유적 법칙 경고: 피의 침묵 법칙 (Law of Blood Silence) 위반]

[제단 반경 50미터 이내에서 생명체의 피가 감지되었습니다.]

[유적 보안 시스템 가동 - 광폭화 시퀀스 시작]


순식간에 에테르 분수 광장의 맑고 푸른 조명들이 일제히 핏빛 붉은색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새겨진 고대 기하학 마법진들이 기괴하게 요동치며, 벽면 뒤편에서 잠들어 있던 고대 파수 가디언들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씩 켜졌다.


“이, 이게 무슨 소리냐? 유적이 요동치고 있다!”


제국 기사들이 당황하며 걸음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좁은 협로 내부로 절반 이상의 병력이 진입한 상태였다.


진우는 모노클 너머로 자멸해가는 제국군의 모습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진입한 협로는 무거운 중장갑 병력이 밀집해 지나갈 경우 하중 센서가 작동하도록 설계된 위험 구역이었다. 좁은 공간에 갇힌 기사들은 강소희의 기습적인 도끼질과 서하린의 무음 단검에 가로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병목 현상을 일으키며 짓눌렸다.


“끄아아악! 옆에서 용병년이 도끼를 휘두른다!”


“그림자가…… 그림자가 내 목을 베고 있어!”


좁은 협로 사방에서 제국 기사들의 비명과 철갑옷이 부서지는 소리가 처절하게 메아리쳤다. 발트 기사는 뒤에서 철퇴를 휘두르며 부하들을 밀치고 나아가려 했으나, 좁은 지형 때문에 그의 무지막지한 무력은 아군들의 등 뒤에 막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진우 일행은 단 한 명의 추가 피해도 없이, 붉은 안내선을 따라 협로의 끝으로 기동성 있게 빠져나갔다.


마침내 협로의 출구에 도달한 진우 일행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심연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절벽 지대였다. 그리고 그 절벽과 절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연결하고 있는 거대하고 가느다란 석조 다리, ‘통곡의 외나무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리 밑바닥 깊은 곳에서는 생명체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맹독성 청색 마기가 유령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우는 다리 초입에 서서 에테르 아침반을 고쳐 쥐었다. 그의 손등에 새겨진 아키텍트의 표식이 다리의 하중 제어 장치와 공명하며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때, 협로의 잔해를 뚫고 나온 발트 기사가 피칠갑을 한 채 거대 철퇴를 어깨에 메고 다리 입구에 나타났다. 그의 주변에는 겨우 살아남은 제국 중장갑 기사 수십 명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발트 기사는 눈앞의 끊어진 절벽과 가느다란 외나무다리를 바라보더니, 이내 진우를 향해 비열하고 오만한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막다른 다리에서 쥐새끼처럼 갇혔구나, 약골 고고학자 놈아!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당장 무릎을 꿇고 제국의 자비 구걸해라!”


그가 철퇴를 바닥에 내리찍자, 다리 초입의 석조 지반이 기괴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우는 피 묻은 입술 끝을 미세하게 올리며, 오직 차가운 조소만이 서린 눈빛으로 발트 기사를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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